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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115화 (115/381)

115화

긴긴 통로의 끝에는 전방을 가로막 는 석문이 있었다.

석문에는 아무런 문구가 없었다. 공략에 관련된 정보는 직접 들어가 서 확인하라는 뜻이다.

이곳이 색욕의 방으로 통하는 곳이 란 건 이미 확인된 바.

색욕이라 함은 성욕을 말하는 것으 로 남녀간의 욕구를 의미했다.

필시 색욕과 관련된 몬스터가 자리 잡고 있겠지.

강현은 석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 다.

여느 때처럼 석문 안은 비틀린 공

간이었다.

공간에 발을 들이자 몸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며 시야가 꺼졌다. 시야가 원상복구되었을 때,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야구장 크기만 한 돔 형태의 공간이었다.

공간 안은 뭉실뭉실한 구름으로 가 득 차 있었다.

흡사 솜으로 가득 채운 방에 들어 선 느낌마저 주었다.

아마 구름다리를 만든 것과 동일한 재질의 구름일 거다.

강현은 구름지대 앞에 세워진 표지 판부터 확인했다.

[남성의 이상형으로 변해 정기를

갈취하는 몬스터 서큐버스. 색욕의 방에 있는 서큐버스들은 욕구가 채 워지면 사라진다. 모든 서큐버스가 방에서 사라지면 왕의 갈비뼈를 얻 을 수 있다.]

색욕의 방이라더니 아예 서큐버스 를 상대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욕구란 것이 남녀 간의 그것임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 었다.

구름지대 곳곳에선 하얀 벨벳을 두 른 여성들이 관능적인 자태로 누워 있었다.

하나같이 흑발 단발에 적당히 단련 된 몸,그러면서도 아담한 몸집과 귀여운 외모,헤실거리는 듯한 미소 를 머금고 있었다.

서큐버스의 특기인 환각 능력이 작 용해 강현의 이상형으로 비치고 있 는 걸 거다.

서큐버스는 숫자는 어림잡아도 20 명쯤 되어 보였다.

기억하기로 서큐버스는 하룻밤에 수많은 남자들을 상대할 수 있다 하 니,강현 혼자서 모두를 상대하는 건 무리다.

가까이에 누워 있던 서큐버스 한 명이 몸을 일으켜 다가왔다.

서큐버스가 강현의 목에 팔을 두르 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얼마든지 오세요. 전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꿀처럼 달콤한 목소리다.

더구나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매료에 걸린 양 혈기가 끓어오른다. 감질나게 드러난 쇄골과 다리가 눈 을 즐겁게 하고,머릿결에선 향긋한 과일향이 풍겨 왔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배기지 못할 터.

설사 피골이 상접한다 하더라도 인 생 최고의 날을 즐기고 싶을 거다. 강현 역시 눈을 감으며 어깨에 힘 을 뻤다.

그에 서큐버스가 매혹적으로 웃으 며 몸을 밀착해 왔다.

그 순간,서큐버스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우옥!”

서큐버스가 복부에서 느껴지는 통 증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빙백검의 손잡이 끝 뭉툭한 부분이 복부를 깊게 찌르고 있었다.

서큐버스가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뒷걸음쳤다.

간격이 벌어지자 강현이 빙백검을 한껏 뽑아냈다.

스릉!

검날과 검집의 마찰음이 카랑카랑 하게 퍼져 나오며 빙백검이 호를 그 렸다.

서격!

근접해 있던 서큐버스가 아무런 조

치도 취하지 못하고 목이 떨어졌다. 죽은 서큐버스에 한정하여 환각이 풀리며,본래의 모습인 보랏빛 피부 에 날개와 뿔이 달린 몬스터의 모습 으로 되돌아갔다.

강현은 서큐버스의 시체를 넘으며 남은 서큐버스를 향해 빙백검을 겨 누었다.

“미안하지만 익숙한 상황이라서 말 이지.”

한 지붕 아래에서도 비슷한 짓을 하던 녀석이 있어서 이미 익숙한 광 경이었다.

환각은 고작해야 환각일 뿐.

공략이라면 문제없다.

표지판에는 분명 ‘모든 서큐버스가

방에서 사라지면’이라고 적혀 있었 으니까.

전원 베어 버리면 될 일이다.

유혹당하지 않는 남자의 등장에 서 큐버스들이 동요하는 기색을 내비쳤 다.

시들해진 노인조차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그녀들이다.

젊은 남자가, 그것도 건장하기 그 지없는 남자가 어찌하여 유혹당하지 않는 거지?

설마 왜곡된 쪽으로…….

강현의 성향은 둘째치더라도 싸워 야 하는 것만은 확실했다.

서큐버스들이 전부 환각을 풀고 본 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모두 구름 위의 여신마냥 누워 있 던 여인들의 모습이 사라지고,보랏 빛 피부에 뿔과 날개가 돋아났다.

서큐버스들은 갈퀴처럼 기다란 손 톱을 세우며 강현에게 날아들었다.

“어리석은 놈이구나. 얌전히 안겼 으면 찰나의 쾌락이라도 맛보았을 것을.”

서큐버스의 손톱에 검은 기운이 풍 겨 나왔다.

마계의 마나라 불리는 마기였다.

본래 서큐버스는 마족의 일종.

마기를 사용한다 한들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풍겨 나오는 마나의 수준으로 감안 컨대 마나유저 중,상급 수준으로 보였다.

서큐버스들은 대략 20명쯤 되는 머릿수에 날개까지 있다지만 강현은 흔들림 없이 빙백검에 마나를 불어 넣었다.

우우응!

빙백검에 마나가 팽팽하게 차오르 며 마나 블레이드가 펼쳐졌다.

서큐버스들은 마나 블레이드를 보 고도 돌격을 강행했다.

전후좌우에 공중에서까지 공격을 가하면 제아무리 마나 마스터라도 주춤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 주춤하는 틈을 노려 찌른다. 이윽고 강현에게 다다른 서큐버스 들이 손톱을 뻗으려는 찰나.

쩌저저저적!

서큐버스들의 손이 얼어붙으며 허 연 서리로 뒤덮였다.

빙백검의 등급이 오르면서 생겨난 빙결 능력이 발휘된 것이었다. 동시에 강현이 팽이처럼 몸을 한 바퀴 돌리며 빙백검으로 원을 그렸 다.

빙백검에 맺혀 있던 마나 블레이드 가 부서지면서 사방으로 마나 파편 이 쏟아졌다.

파사삭!

당황한 서큐버스들이 손톱을 교차 하여 막아 보려 했지만 얼어붙은 손 으로 뭘 할 수 있겠는가.

마나 파편들이 자비 없이 얼어붙은

손톱을 박살 내며 서큐버스들의 가 슴을 꿰뚫었다.

“끼아아악!”

“끄어어!”

높은 톤의 비명 소리가 사방에 울 려 퍼지며 서큐버스들이 하나둘 바 닥에 추락했다.

서리 낀 잿빛 깃털이 우수수 떨어 진다.

강현은 그 한가운데에서 빙백검을 들고 서 있었다.

이윽고 모든 서큐버스가 추락하자

3시 방향과 9시 방향에 문이 생겨 났다.

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문일 것이 다.

더불어 죽은 서큐버스 중 한 놈에 게서 전리품 반응이 생겨났다. 전리품을 추출하자 2개의 전리품이 생겨났다.

[왕의 갈비뼤

등급 : 없음

타입 : 없음

특성 : 던전 공략 물품 중 하나.

[매혹(등급 : A)]

[매료의 한 단계 상위 등급인 스 킬. 시전할 경우 이성을 유혹할 수 있다. 매료와 달리 상대의 성욕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으며 단순히 눈을 3초 이상 마주치기만 하면 발동할 수 있다. 매혹의 지속 시간은 일주일. 매혹이 끝나기 전에 다시 걸면 지속 시간이 연장된다.]

강현에게 있어선 성에 차지 않는 보상이다.

SS랭크라지만 웨이브가 아닌 던전 이다 보니 보상이 빈약한 편이었다. 그래도 A급 스킬치고는 활용도가 나쁘지 않은 스킬이었다.

상황에 따라 아군을 늘릴 수도 있 는 스킬이니 익혀 두기로 했다. 강현이 매혹 스킬을 익히고 있는데 3시 방향 문이 열리며 일련의 무리 가 나타났다.

입고 있는 복장이 브리튼 교의 제

복인 것에서,앞서 입장했다던 성기 사들임을 알 수 있었다.

총 12명이 입장했다던데 강현의 앞에 나타난 건 고작 6명에 불과했 다.

절반은 다른 방에서 사망한 것일 터.

성기사들은 서큐버스의 시체 사이 에 서 있는 강현을 발견하곤 경계심 을 세웠다.

“설마 다른 공략자인가? 바깥에서 들여보낸 것인가?”

“단장님,수상쩍은 놈이니 조심하 는 게 낫지 않을까요?”

단장이라 불린 사내가 고개를 저었 다.

“지나치는 사람에게서도 은혜를 느 끼라는 교단의 가르침을 잊은 게냐. 대화를 하기도 전에 적으로 여겨서 야 되겠느냐.”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 다.”

“대기하고 있거라. 내가 직접 말을 붙여 보마.”

표면적으로 추정되는 나이는 30대 중후반쯤,하얀깃이 달린 투구 아래 로 매부리코와 두꺼운 입술이 자리 잡은 게 인상적인 사내였다.

사내는 배틀액스를 바닥에 내려놓 으며 비무장 상태로 강현에게 다가 섰다.

“브리튼 교 천공섬 신전의 수호를

맡고 있는 메르탱일세. 내 추측이 빗나간 게 아니라면 빙검의 기사라 불리는 이로 보이네만.”

메르탱의 시선이 잠깐이나마 빙백 검에 머물렀다.

강현은 계속 빙백검을 쥔 채로 입 을 열었다.

“최강현이라 합니다.”

“역시나 그랬군. 빙검의 기사라 불 리는 자네가 여기엔 무슨 일인가?”

“일이 있어 크레인 공국으로 가려 는데 길이 막혀 있어 직접 공략에 가세했습니다.”

“아하,그런 사정이었나. 이것도 인 연이니 함께 공략하세. 자네는 몇 개의 방을 공략했나?”

“이제 막 들어온 참이라서 이곳 색 욕의 방만 공략한 상태입니다.”

“우리로선 한시름 덜었군. 지금까 지 몇 번이나 공략했지만 식욕의 방 과 나태의 방,두 개의 방을 공략하 는 게 전부였네. 자네가 공략한 색 욕의 방까지 합치면 총 3개를 공략 했군.”

메르탱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남은 방은 2개인 셈이다.

탐욕의 방과 위선의 방.

별다른 문제만 없다면 추격대가 오 기 전에 공략을 마칠 수 있다. 적어도 숱하게 SS랭크 던전과 웨 이브를 공략해 온 강현이라면 속전 속결이 가능하다.

남은 방은 메르탱이 건너온 방의 맞은편인 9시 방향 너머에 있을 거 다.

강현은 메르탱에게서 몸을 돌리며

9시 방향 문으로 향했다.

“공략은 저 혼자서도 충분합니다. 여기서 기다리시길.”

괜히 발목만 잡는 경우가 생길 바 엔 차라리 혼자 가는 게 낫다. 그러나 메르탱은 냉큼 배틀액스를 주워 들며 강현에게 따라붙었다.

“섭섭한 소리 말게나. 원래는 우리 브리튼 교에서 해결해야 할 던전일 세. 이것도 인연이니 함께 공략하 세.”

확실하게 느껴진다.

메르탱이라는 남자.

SS랭크 이상을 공략한 경험이 전 무한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SS랭크에서 무른 말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검을 이용해 따라오지 말라고 위협 하면 손쉽게 떨쳐 낼 수 있을 터이 나,강현은 굳이 그리하지 않았다. 굳이 불편한 사건을 만들어 시간을 버릴 필요는 없었다.

대신 단호한 경고 정도는 한 마디 남겨 두었다.

“방해가 되면 제재를 가할 터이니 그리 알아두십시오.”

“하하하,빙검의 기사다운 카리스 마구려. 우리도 한 실력하니까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그리하여 강현은 메르탱 일행과 함 께 다음 방으로 넘어갔다.

다음 방은 탐욕의 방이었다. 사각형의 넓은 공간 안.

공간의 12시 방향에선 수 미터 크 기의 붉은 두꺼비가 4개의 기둥 사 이에서 턱을 부풀리고 있었다.

4개의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 른빛이 두꺼비 주변으로 결계를 형 성하고 있어 두꺼비가 갇혀 있는 형 태였다.

강현은 수순대로 6시 방향에 세워 져 있는 표지판부터 확인했다.

[탐욕의 두꺼비에겐 공격무효화 능

력이 둘러져 있다. 공격무효화 능력 을 해제하려면 총합 12점에 해당하 는 보구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 공 간 중앙에 있는 마법진에 보구를 올 려놓으면 되며 각 보구의 등급마다 점수가 다르다.

-C급 보구 : 1점 -B급 보구 : 2점 -A급 보구 : 3점 -S급 보구 : 4점 -SS급 보구 : 5점 탐욕의 두꺼비가 사라지면 왕의 다 리뼈를 얻을 수 있다.]

보구를 탐하는 두꺼비인지라 탐욕 의 두꺼비인 듯하다.

강현은 이곳이 SS랭크 던전임을 상기하며 숨겨진 공략법이 있는지 고찰해 보았다.

색욕의 방을 공략했을 땐 스킬북만 나왔다.

이곳 던전에서 얻는 물건을 바치는 건 아닐 거다.

그럼 액면 그대로 본래 가지고 있 던 보구를 바쳐야 되는 걸까.

생각이 이어지던 차에 메르탱의 목 소리가 잡음처럼 들려왔다.

“보구를 바쳐야만 싸울 수 있는 구 조로구만. 최강현 경,자네쯤 되면 상당량의 보구를 가지고 있을 것 같 은데 몇 개만 써 주지 않겠나?”

대답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었다.

숨겨진 공략법을 찾아내지도 않았 는데 벌써 보구를 갖다 바칠 이유가 없다.

심지어 본인들의 보구는 고려조차 하지 않고 강현의 것부터 달라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강현이 무표정으로 일관하자 메르 탱이 참견을 하듯 주절주절 말을 늘 어놓았다.

“신께서 말씀하시길 베푸는 만큼 돌아온다 했네. 한 번 눈을 감고 생 각해 보게. 그깟 물건 몇 개에 목숨 거는 자신이 얼마나 작아 보이는지. 용서과 베품. 이 두 가지를 실천할 줄 아는 자는 지금 당장 가진 것이 없어도 행복하기 마련이라네.”

아까부터 계속 설교를 하고 있다. 심지어 은근슬쩍 강현을 쪼잔한 사 람으로 몰고 가려 한다.

웬만하면 무시하려 했지만 자꾸 방 해를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강현은 빙백검을 뽑아 메르탱의 목 에 가져다 대었다.

“경고를 경고로 알아듣지 못하는 머리라면 필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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