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A급이었던 등급이 바로 SS급으로 올랐다.
한번에 두 등급이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죽을 각오를 해서 SS랭크 이상의 웨이브나 던전을 공략해도 나을까 말까 한 등급이다.
그런 높은 등급을 말벌집 하나와 맞바꿔서 만들어 내다니.
말벌집 따위지만,술 담글 때 이외 에도 쓸모가 있긴 하군.
강현은 걸으면서 다른 보구에도 개 방의 서 효과를 적용해 보았다.
먼저 오랫동안 사용해 온 아이로스
의 팔찌에 개방의 서를 적용했다.
“숙련도 시스템 개방.”
스킬 시동어를 영창하자 손바닥에 서 녹색빛이 흘러나오면서 아이로스 팔찌에 스며들었다.
감정서를 아이로스 팔찌에 붙이자 기존 설명에 추가문구가 더해진 것 이 보였다.
[아이로스 팔찌]
등급 : S
타입 : 팔찌
특징 : 팔찌를 찬 상태로 레벨업을 하면 보너스 포인트를 2배로 얻을 수 있다.
숙련도 : 보구의 효과를 사용할 때
마다 숙련도 1상승(0/100)
‘검이랑은 숙련도를 쌓는 방식이 다르군.’ 하긴 모든 보구가 사냥으로 숙련도 를 올리는 방식이진 않을 거다. 팔찌로 몬스터를 때려잡을 순 없잖 은가.
그나저나 아이로스 팔찌의 효과를
100번이나 발동해야 한다니.
다시 말해 레벨 업 100회를 더 해 야 숙련도를 완전히 채울 수 있다는 말이다.
‘가진 보구에는 전부 개방의 서를 적용시켜 두는 게 좋겠군. 오래 걸 리는 방식이라길래 조금 꺼렸었는데 편법이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 강현은 다른 보구에도 하나씩 숙련 도 시스템을 적용해 두었다.
하나씩 다 적용해 보니 대강 보구 의 타입마다 숙련도가 적용되는 방 식이 눈에 보였다.
무기류는 사냥,의류와 장신구류는 효과 사용,함정 등의 설치류는 작 용할 때마다 숙련도가 올랐다.
단,SS급 보구인 황금왕 토시는 더 이상 숙련도를 올릴 수 없었다.
[황금왕의 토시]
등급 : SS
타입 : 토시
특성 : 골드 드래곤 카이젤에게 매
년 세 대의 수레로 황금을 바친 자 가 조공의 대가로 받은 토시. 마나 를 불어넣으면 2초간 공격무효화 능 력이 발동한다. 30분의 재사용대기 시간을 가진다.
숙련도 : 현 보구의 최고등급까지 상승했습니다.
SS 급이 되니 전부 최고등급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개방의 서로 올릴 수 있 는 최고등급이 SS급인 듯했다.
현 가이아 대륙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등급의 보구가 SS급이니 아쉬울 건 없다.
다만 업적의 서 효과에 적혀 있었
던 보구의 등급이 자꾸만 신경 쓰였 다.
[업적의 서(등급 ?)]
[웨이브를 10번,30번,50번,100 번 공략할 때마다 업적이 달성되며 업적에 합당한 보구가 생성된다. 나 타나는 보구는 SS급,SSS급,전설급, 신화급,창조급이다.]
SS급 위에,SSS급이 있는 거야 어 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만 전설 급,신화급,창조급의 등급까지 언급 했다.
SS급 위로 4등급이나 더 있는 셈 이다.
상위 등급의 보구들이 SS랭크에서 나올 리는 없으니까 웨이브의 등급 E.?.
강현은 마인드 맵마냥 생각이 뻗어 나가고 있음을 자각하곤 생각을 갈 무리했다.
‘너무 멀리까진 생각하지 말자. 계 획을 너무 길게 보면 변수가 발생했 을 때 쉽게 무너져 버려.’
큰 목표를 계속 염두에 두는 것보 다 목표를 잘게 나누어 작은 목표를 계속 성공시켜 나가는 게 낫다.
작은 상수가 쌓일수록 변수와 맞닥 뜨렸을 때 대처하기도 쉬운 법이다. 강현은 빙백검을 도로 아공간 주머 니에 넣으며 몽환검을 등에 매었다.
그러곤 자신의 행동을 의아하게 쳐 다보고 있는 요단을 힐끗 보았다.
‘당장은 저놈을 제대로 활용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군.’
*
며칠간,강현과 요단은 해저동굴을 통해 제국 북서쪽으로 이동했다. 동굴,평지,동굴,평지를 번갈아 가며 쭈욱 이동한 결과,일주일도 채 안 되어 제5해저동굴에 들어섰 다.
제5해저동굴 안.
발광이끼를 뭉쳐서 천장에 일정간 격으로 달아 놓았기에 내부가 상당히 밝았다.
웨이브나 던전이 없던 시절에는 발 광이끼가 없었으니 이용객이 직접 횃불을 준비하여 길을 밝혀야 했다 고 한다.
재난과 동일시되는 웨이브가 일련 에선 실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는 셈 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동굴 안은 천공섬으로 가려는 몇몇 상인이나 동굴 안에 자리 잡은 노숙 자 외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동굴 안이다 보니 제법 떨어진 상 인들의 목소리가 응응 울리면서 메 아리쳐 왔다.
“제4해저동굴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구름다리 검문이 더 빡세졌다더군.”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건데 당연 히 빡세겠지.”
“뭐랄까,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드 리안 공작가에서 누굴 잡으려고 작 정한 모양일세.”
“다른 건 몰라도 다리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만 없었으면 좋겠구만. 나 같은 잡화상은 내전이 일어나면 쫄딱 망하기 십상이라고. 이번에 천 공섬 신전에 물건 납품하고 종목을 바꾸든가 해야지.”
푸념에 가까운 말들이 오갔지만 강 현과 요단에게는 굉장히 유용한 정 보였다.
요단은 검문이 강화되었다는 소리
에 심정이 복잡해졌다.
‘젠장,여기까지 왔는데도 아직 무
당벌레 대처법이 떠오르지 않아. 만 약 검문소에 도착할 때까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통행 증 노릇을 해야 해. 젠장,검문이 강화되면 뭐해. 무당벌레를 어떻게 하지 못하면 나 혼자 쩔쩔매면서 그 강화된 검문을 뚫어 줘야 한다고.’
안 그래도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오느라 지친 마당이다.
배낭끈에 마찰된 어깨는 피부가 벗 겨진 지 오래고,허리를 펴 본 적이 언젠지 기억조차 안 난다.
머리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은 제5해저동굴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동굴 출구로 나서자 너른 벌판과 벌판 너머에 우뚝 솟아 있는 글레이 브 산이 보였다.
높이만 따지면 해발 7,800미터쯤 될까.
어지간한 동네 뒷산보다 약간 큰 정도다.
특이한 점은 산봉우리에 하얀 구름 줄기가 뻗어 나와 있다는 점이었다. 하늘에 떠 있는 섬인 천공섬의 강 철 구름을 이어다가 만든 구름다리 였다.
구름다리에 바람이 들지 않게 다리 를 돔 형태의 통로로 만든 게 인상 적이었다.
구름다리의 입구인 산 정상에 다다 르자 드리안 공작가의 깃발이 꽂힌 검문소가 보였다.
검문이 강화되었다는 말이 사실이 었는지,검문소 주변에 기사들과 병 사들이 빼곡하게 서 있었다. 기사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진 탓에 거의 윽박을 지르듯 사람들을 통제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다 검사할 터 이니 각 검사소마다 일렬로 서시오! 짐은 바로 검사할 수 있게 열어 놓 으시오! 지시에 따르지 않는 자는 즉각 그 자리에서 구속할 것이니 알 아서 협조하길 바라오.”
“아이고,기사님. 이제부터 팔 물건
인데 그리 헤치시면 어떻게 합니까? 숨긴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끄럽다! 자꾸 억지를 부리는 걸 보니 수레 안에 무언가 숨겼나 보구 나. 비켜라!”
그런 한편 한쪽에선 억울함을 호소 하는 소리가 요란했다.
“저자의 인상착의가 닮았으니 일단 구속시켜 두거라! 겔로그 경께서 오 면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을 테니 그때까지 비슷한 자는 모두 구속해 두도록!”
“기사 나으리! 누굴 잡으려시길래 자꾸 닮았다고만 하십니까!”
조금만 강현과 생김새가 비슷하거 나 수상한 거동을 보이면 무조건 구속하고 있었다.
앞쪽에서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 이 구속되거나,짐이 훼손되는 경우 가 연달아 벌어지자 줄을 선 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괜히 무리해서 지나려다 피해를 보 기보단 상황이 나아지면 건너려는 것이었다.
덕분에 행렬 끄트머리에 서 있던 강현과 요단은 금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줄이 줄어드는 걸 지켜보던 강현이 요단에게 레이피어를 건넸다.
“저들이 내게 로브를 벗으라고 하 면 네가 저들을 베어라.”
자신의 무기를 돌려받은 요단이 심
상치 않은 눈빛으로 강현을 보았다. 무기가 손에 들어오니 딴생각이 드 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강현의 말에 움찔 하고 말았다.
“같잖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 아. 미리 실드를 끌어 올려 뒀으니 까.”
“큭,병사들을 베었다간 제가 배신 자 취급당하게 될 텐데요?”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 것보단 낫 지 않나? 검문소만 통과하면 청색 무당벌레를 넘겨주지. 그 이후에는 마음대로 행동해도 좋아.”
“돌려준다는 보장은 있나요?”
“믿건 말건 네 자유야. 적어도 나
로선 항상 배신할 궁리만 하는 혹덩 이를 계속 달고 다닐 이유가 없단 것만 말해 두지.”
요단이 고민에 빠진 얼굴로 입을 닫았다.
한동안 침묵이 유지되며 대답이 돌 아오지 않았다.
그사이 강현과 요단의 검문 받을 차례가 되었다.
검문소 기사는 같은 드리안 공작가 소속인 요단을 어렵지 않게 알아보 았다.
“어? 요단 경 아니십니까? 공작가 로부터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추 적하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
“옆의 분은 스카텐드 경이신 것 같 군요. 죄송합니다만 로브를 벗어서 얼굴을 보여 주셨으면 합니다. 무례 한 줄은 압니다만 드리안 공작님께 서 예외 없이 조사하라고 하셔서 말 입니다.”
같은 가문을 섬기는 상위 직급의 인물이라서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우악스럽게 로브를 벗기려 드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요단의 결정뿐.
요단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강현 도 대처를 달리 할 것이었다.
그 때,침묵하던 요단은 빠르게 레 이피어를 뽑아서 휘둘렀다.
푸확!
레이피어가 향한 방향은 검문소 기 사 쪽이었다.
푸르른 마나 블레이드가 기사의 투 구와 함께 목을 베어 냈다.
당장 폭사당할 위험을 감수하느니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아 보려는 것이었다.
요단의 배신에 기사들이 당황하며 우왕좌왕했다.
“요단 경이 공격을? 어째서? 무엇 때문에?”
“배신이다! 적에게 붙은 것이 틀림 없어!”
“진형을 갖춰라! 요단 경이 배신했 다!”
요단은 아직 진형이 갖추어지지 않 은 것을 이용해 전방의 병사들을 베 어 내며 앞으로 내달렸다.
아주 잠깐이지만 구름다리로 향하 는 길이 뚫렸다.
덕분에 강현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쫓아오는 기사와 병사들 을 뿌리치며 거리를 벌렸다. 순식간에 구름다리로 들어섬과 동 시에 요단이 강현에게 손을 뻗었다.
“그쪽이 원하는 대로 해 줬어. 그 러니 약속을 지켜!”
선을 넘은 이상 뵈는 게 없어졌기 에 말투 또한 짧아졌다.
강현은 로브 안에 손을 넣으면서
차가운 투로 말했다.
“포푸를 죽인다는 작전은 네 머리 에서 나온 것 같더군. 그런데 왜 벨 런이 네게 한 마디도 안하고 태평하 게 놔뒀을까?”
“뭐?”
“오해를 일으켜서 서로 죽도록 싸 우게 만든다. 누구의 작전이랑 비숫 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무슨……
“약속은 지키지. 가져가도록.”
강현이 로브 안쪽에서 청색 무당벌 레가 든 유리병을 꺼내 던졌다.
요단은 허공에 뜬 유리병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강현이 요단의 몸을 밀어
찼다.
퍼억!
안 그래도 지친 데다 무거운 배낭 까지 매고 있는 요단이다.
몸의 균형이 무너지자 배낭이 쏠리 면서 걷잡을 수 없이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떨어지기 직전,요단은 똑똑히 들 었다.
요단의 정신력을 꺾어 버리는 한 마디를.
“그 무당벌레. 폭사능력 따윈 없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