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퍼버병!
마나 파편과 환영검이 충돌하면서 폭죽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 다.
마나 파편은 모두 상쇄된 반면,환 영검의 일부는 충돌 지점을 관통하 여 강현에게 날아들었다.
강현은 사선 방향으로 달리며 환영 검을 피해 냈다.
그런데 곁을 지나친 환영검이 갑자 기 궤도를 틀며 강현을 뒤쫓아 날아 들었다.
유도 기능이 포함된 기술이었나.
예전에 마주쳤던 타르손이 이와 같
은 기술을 썼었다.
기술 자체에 유도 기능이 있다면
피해서 될 일이 아니다.
강현은 제왕의 화염검을 재차 소환 해 환영검을 베어 냈다.
화르륵!
통짜 마나로 이루어진 검이라 그런 지 아주 잘 타올랐다.
짚더미에 불을 붙인 듯 환영검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강현이 숨 돌릴 틈도 없이 스카텐 드가 바스타드 소드를 한 손으로 든 채로 달려왔다.
어림잡아도 평범한 검보다 4,5배 는 무거워 보이는 검이다.
그 무거운 바스타드 소드를 한 손
으로 능숙하게 다루는 것만 봐도 스 카텐드의 근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검의 크기가 큰 만큼 강현이 먼저 스카텐드의 사정거리에 닿게 되었 다.
스카텐드가 땅을 긁어내며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드드득!
검이 밑에서 솟구침과 동시에 흙덩 이가 강현의 얼굴로 튀었다.
스카텐드라 했었나.
분명 드리안 공작가에 속한 자였던 걸로 기억했다.
황궁의회가 드리안 공작가와 결탁 해서 마나 마스터를 암살자로 파견 한 거군.
강현은 실드를 끌어올려 홁덩이를 튕겨 냈다.
산산이 흩어지는 흙덩이 사이로 바 스타드 소드가 올라오는 게 엿보였 다.
방금까지 은빛을 띠고 있던 바스타 드 소드는 어느덧 붉은빛을 띠고 있 었다.
스킬인가? 보구 본래의 능력인가?
어느 쪽이든 성가신 효과를 가지고 있을 게 분명하다.
강현은 빙백검으로 바스타드 소드 를 내리치려 했다.
근데 쓰러져 있던 벨런이 다급하게 소리를 쳤다.
“최강현! 스카텐드와 검을 부딪쳐
선 안 돼!”
한때 케이델 공작 밑에서 일했던 벨런이다.
두 공작이 서로 손을 잡기 전엔 암중에서 자잘한 전투가 많이 벌어 졌었다.
그때 수차례 스카텐드와 부딪쳐 본 적이 있는 벨런이기에 급히 주의를 준 것이었다.
그러나 검을 거두기에는 너무 늦었 다.
강현과 스카텐드의 검이 기어이 부 딪치고 말았다.
채앵!
스카텐드는 검끼리 맞닿은 걸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킥킥,그래 피하지 않고 부딪쳐 왔나. 진흙탕 싸움만큼 재밌는 것도 없지.”
부딪친 것만으로 보구의 효과가 발 동했나.
탐색전을 벌일 틈도 없이 벌써 스 카텐드의 페이스에 휘말린 듯했다. 스카텐드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 더니 빈손을 옆으로 뻗었다.
이어서 스카텐드의 손에 하나의 검 이 소환되었다.
화르륵!
불로 이루어진 롱소드 타입의 검.
강현에게 있어선 너무나도 익숙한 검이었다.
스카텐드가 제왕의 화염검을 소환
한 것이었다.
강현은 빙백검의 마나 블레어드를 향해 날아드는 화염검을 피해 위치 되감기를 사용했다.
강현의 신형이 1분 전에 서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며 스카텐드와 거리 가 벌어졌다.
전투를 이어 가기 전에 확인부터 해야 한다.
아무리 봐도 자신이 쓰던 제왕의 화염 검이다.
강현은 잠깐 눈을 감고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최강현 (LV. 144)]
증폭 : 330
반사 : 231 수정 : 413 정제마나 : 266 리필 : 195 보너스 포인트 : 48 보유스킬 : 각성의 서穴),세이덴의 독주머니 (S),마나폭검 (S),석상 호 걸의 갑옷(S),쉐도우 리퍼의 외갑 (SS), 명계의 서(?),위치 되감기(S), 개화의 서(?),군주의 서(?),석화의 마안(SS), 엘레멘탈 웨펀(SS),개방 의 서(?),업적의 서(?),명상(B) 특수능력 : 간파 보유스킬 항목에 제왕의 화염검 스 킬이 사라져 있다.
대신 명상이란 B급 스킬이 생겨나 있었다.
스카텐드의 바스타드 소드는 스킬 을 바꾸는 효과를 지니고 있던 모양 이었다.
강현이 굳어 있는 것을 본 벨런이 어기적거리며 나무에 등을 기댔다.
“녀석의 검에는 경합한 상대와 무 작위로 스킬을 바꾸는 효과가 있어. 검을 부딪칠 때마다 서로 스킬이 뒤 죽박죽 바뀌지. 1시간이 지나면 원 래대로 돌아가지만 그때까지 기다려 줄 놈이 아니야.”
덧붙여 스카텐드는 오로지 C급과 B급 스킬만 잔뜩 익혀 뒀다고 한다. 스킬을 교환해도 상대에게 도움이 안 되도록 말이다.
처음에 날린 환영검도 스킬이 아니 라 보구를 이용한 기술이었다.
1시간만 지나면 스킬이 원래대로 돌아온다지만,그동안 경합할 때마 다 강현의 스킬이 뒤죽박죽으로 뒤 섞일 것이었다.
벨런은 목 맨 목소리로 말을 이었 다.
“아까의 일은 사과하겠네. 무엇이 든 할 테니 스카텐드를 눌러 주게.”
강현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스카텐드가 바스타드 소드와 제왕 의 화염검을 양손에 쥐고 느긋한 몸 짓으로 강현에게 다가왔다.
“잡담 같은 건 하늘로 올라가는 계 단을 오를 때나 나누라고. 사이좋게 함께 보내 줄 테니 말이야.”
제왕의 화염검이 적의 손에 들려 있는 게 제법 신선하게 느껴졌다. 항상 상대의 시야에는 내가 저렇게 비춰 졌겠군.
화염검의 효과를 몰랐던 과거의 적 들과 달리 강현은 그 효과를 알고 있다.
어차피 불타 버릴 마나라면 차라리 쓰지 않는 게 낫다.
강현은 빙백검에 둘러져 있던 마나 를 회수하며 말했다.
“스킬을 빌려 준 대가로 목을 받아 가겠다.”
“낄낄낄,좋군 좋아. 허세가 가득한 녀석일수록 베는 맛이 각별한 법이 지.”
스카텐드가 땅을 박차며 강현과의 거리를 좁혔다.
먼저 사정거리가 긴 바스타드 소드 가 강현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갑자기 두 개의 검을 쓰게 된 것 치곤 자세가 안정적이다.
상대의 스킬을 빼앗는 것에 익숙한 만큼 각종 싸움법을 익혀 둔 모양이 다.
강현은 바스타드 소드가 가속하기 전에 빙백검을 내리쳤다.
아무리 경합 지점을 앞당긴다 하더 라도 마나 없이 마나 블레이드를 상대하는 건 무리다.
빙백검이 잘리는 걸 피하기 위해서 라도 흘려 내듯 경합해야 한다.
카앙!
빙백검의 검날이 바스타드 소드의 검면을 두드리며 옆으로 밀어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수정 스렛 의 효과까지 활용해 바스타드 소드 의 궤적을 비틀었다.
부우응!
마나 블레어드가 깃든 바스타드 소 드가 강현의 머리 옆을 지나쳤다.
스카텐드는 콧소리를 한껏 섞으며 비아냥거렸다.
“그리 힘껏 홀려 내면 다음 건 어 찌 막으려고 그러시나.”
스카텐드가 다른 손에 쥐고 있던 화염검을 이어서 휘둘렀다.
강현은 실드를 끌어올릴 것도 없이 몸으로 제왕의 화염검을 받아 냈다. 하나 화염검의 불길은 아무런 영향 도 미치지 못했다.
업화의 불꽃반지 효과로 강현의 몸 에 닿은 제왕의 화염검이 산산이 흩 어 졌다.
스카텐드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 었다.
“어? 뭐야 이거? 왜 풀려?”
강현은 순간적으로 빙백검에 마나 를 부여하여 스카텐드의 복부를 찔 렸다.
스카텐드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스카텐드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아 까 전에 서 있던 위치로 되돌아갔 다.
위치 되감기였다.
방금의 경합으로 위치 되감기를 빼 앗겼나.
강현과 거리를 벌린 스카텐드는 광 소하며 또다시 강현에게 달려들었 다.
“캬하하,점점 더 마음에 드는구만. 두고 두고 꺼내 쓰고 싶을 정도야.”
“즐기고 있군.”
“아무렴 즐기고말고. 이쪽 세계는 아주 마음에 들어. 베면 벨수록 명 예로워지는 세계라니 이 얼마나 좋 은 환경이냐고.”
강현에게 불이 통하지 않는 걸 안 이상 제왕의 화염검을 소환하진 않 았다.
대신 또 다른 스킬을 바꾸기 위해 재차 거리를 좁혔다.
한데,강현을 똑바로 보며 달리던 스카텐드는 문득 강현의 눈에 눈길 이 닿았다.
언제부턴가 강현의 눈이 붉은빛으 로 물들어 있었다.
상대방을 돌로 만드는 석화의 마안 이었다.
무언지는 모르지만 스킬을 쓰기 위 한 준비임을 감지한 스카텐드가 급 히 시선을 피했다.
강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스카
텐드를 공격했다.
스카텐드는 업화의 불꽃반지 때문 에 기껏 제왕의 화염검을 얻어 놓고 도 쓰질 못했다.
덕분에 이쪽도 다시 마나 블레이드 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카텐드도 바스타드 소드를 옆면 으로 눕혀 수비태세로 전환했다.
채앵!
공격이 막혔지만 강현은 신경 쓰지 않고 연공을 이어 갔다.
채앵! 채애앵! 카앙!
공수의 균형이 삐끗한 순간 강현 쪽으로 기세가 기울었다.
강현은 한 번 잡은 기세를 놓치지 않고 강공을 계속했다.
수비 일변도로 전환한 스카텐드는 바스타드 소드 너머로 강현을 비웃 었다.
“조급함에 머리가 돌이 되었나 보 지? 이리 넙죽넙죽 스킬을 갖다 바 치고 괜찮을 거라 생각하나?”
“얼마든지.”
“재미없게 벌써 자포자기인가. 좀 더 질질 끌면서 발버둥 쳐 보라고.”
스카텐드는 강현이 조급해진 나머 지 승부를 재촉하고 있는 거라 여겼 다.
지금이야 매섭게 몰아붙이고 있지 만 이래선 얼마 못 가.
앞서 벨런과 싸우며 마나를 상당량 소모했잖아.
마나포션이라도 먹지 않는 이상 조 만간 마나가 바닥나겠지.
이 내가 마나포션을 먹을 시간을 줄 것 같아?
그리 생각하며 한동안 수비나 하며 뺏은 스킬을 확인하고자 했다. 이만한 경합이면 모든 스킬이 뒤바 뀌었을 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스카텐드 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카앙! 카아앙! 캉!
'젠장,언제까지 공격해 대는 거 지? 스킬을 확인할 틈이 없어.’ 계산상으로는 벌써 마나가 바닥나 고도 남았을 텐데.
그러나 강현은 이제 막 전투를 시
작한 사람처럼 마나를 펑펑 써 대고 있었다.
사실은 한참 전에 리필 스텟의 효 과로 마나를 재충전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스카텐드로선 계 속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강 현이 입을 열었다.
“스킬 안 쓰나? 숙성이라도 시킬 모양이지?”
처음으로 스카텐드의 얼굴에서 웃 음기가 사라졌다.
“개자식,조금 우세하다고 함부로 지껄……
“그럼 확인할 시간을 주지.”
“뭐?”
강현이 일부러 공세를 늦췄다.
스카텐드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 다.
마나 마스터가 된 이후 이토록 농 락당한 적이 있던가.
농락하는 건 언제나 자신이며,농 락당하는 건 언제나 상대방이었다. 입장이 바뀌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다.
스카텐드는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끼며 빼앗은 스킬을 확인해 보 았다.
[스카텐드 (LV.81)] 파괴 : 220 실드 : 77
회피 : 38 정제마나 : 200 회복 : 21 보너스 포인트 : 0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S),마나폭검(S),석상 호 걸의 갑옷(S),쉐도우 리퍼의 외갑 (SS), 명계의 서(?),위치 되감기(S), 개화의 서(?),제왕의 화염검 (S),군 주의 서(?),석화의 마안(SS),엘레 멘탈 웨펀(SS),개방의 서(?),업적 의 서⑵수없이 경합을 반복한 덕에 모든 스킬이 강현의 스킬로 뒤바뀌어 있 었다.
스킬을 확인한 스카텐드는 머릿속 이 의문으로 가득 찼다.
무슨 놈의 스킬이 전부 s급 이상 이란 말인가!
게다가 등급이 가’로 뜨는 건 또 뭐냐고!
더불어 스카텐드의 머릿속에 각성 한 스탯에 대한 정보가 파도처럼 밀 려들었다.
[파괴(공격 스텟 1차 각성)]
[파괴 스렛은 공격 시 마나에 진동 효과를 더하는 효과다. 기존 공격 스텟의 효과는 그대로 유지된다.]
[정제마나(마나 스렛 1차 각성)]
[정제마나 스텟은 기존 마나의 농 도를 2배로 상승시킨다. 기존 마나 스렛의 효과는 그대로 유지된다.]
별안간 머릿속에 홀러드는 정보 때 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파괴는 뭐고,정제마나는 또 뭐냔 말이다!
스카텐드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 고 앞을 보았을 때였다.
어느새 빙백검이 목에 날아들고 있 었다.
이내 곧 스카텐드의 시야가 옆으로 기움과 동시에 강현이 입을 달싹였 다.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가,떨어지
는 스카텐드의 목을 향해 전해졌다.
“쓰게 해 준다곤 하지 않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