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강현의 마나 블레이드와 벨런의 마 나 블레이드가 부딪치며 경합 지점 에서 불꽃이 튀었다.
벨런 역시 마나 마스터로,순수 공 격 스렛만 하더라도 200이 넘었다. 거기에 광폭화 스킬로 스렛 5배 증가 옵션이 적용되어 공격 스렛 1,000가량의 파괴력이 발휘되었다. 과지직!
벨런의 파괴력을 이겨 내지 못한 강현의 마나 블레어드가 파괴되고 말았다.
흡사 마나 블레이드가 마나 오오라 를 걷어 낼 때와 같은 현상이 발현되었다.
항상 상대방의 마나를 걷어 내기만 했지 강현이 걷힌 적은 처음이었다. 강현의 마나를 걷어 낸 벨런이 그 대로 체중을 실어 빙백검을 잘라 내 고자 했다.
이대로 넋 놓고 있다간 빙백검이 두 동강 나고 만다.
강현은 수정 스렛의 효과로 벨런의 검 궤적을 수정했다.
과연 벨런의 검이 빙백검 아래로 꺾이며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별안간 벨런이 크게 몸을 비틀면서 검을 위로 올려쳤다.
휘잉!
강현이 급히 상체를 뒤로 젖혀 벨 런의 검을 피해 냈다.
짙게 맺힌 마나 블레어드가 코앞을 스쳐 지나갔다.
설마 수정 스렛의 효과를 힘으로 비틀어 버릴 줄이야.
벨런의 손등을 주시하지 않았더라 면 피하지 못했을 묘수였다.
강현은 뒤로 물러나며 태세를 재정 비했다.
‘오로지 상대를 쓰러뜨리고자 하는 의지만 남아 있는 건가. 인간병기가 따로 없군.’
마나 블레어드가 억지로 부서진 탓 에 몸속의 마나가 진탕 날뛰고 있었 다.
강현은 마나를 운용하여 속을 진정 시키곤 다시 빙백검에 마나 블레어 드를 부여했다.
더불어 간격을 유지하며 벨런의 검 을 주시했다.
‘공격 스텟이 1, 000을 넘겼을 텐데 여전히 마나 블레이드를 쓰는군. 그 러고 보니 SSS랭크 웨이브 안에서 오브렌도 그랜드마스터의 기술이랄 만한 건 쓰지 않았었어.’
공격 스텟이 500을 넘으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스렛 증폭 효과를 이용해 공격 스렛 500을 넘긴 자들 모두 그랜드마스터의 기술은 쓰지 않았었 다.
그랜드마스터부터는 단순히 스렛만 높인다고 들어설 수 있는 경지가 아 니라는 건가.
호기심이 일었으나 느긋하게 생각 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벌써 벨런이 측면 가까이 접근해 있었다.
“크으으으.”
기합이라기보단 신음에 가까운 소 리가 벨런의 입에서 홀러나왔다. 그와 함께 벨런이 검을 휘두르려 했다.
강현은 빙백검에 엘레멘탈 웨펀 수 속성 효과를 부여하며 먼저 검을 뻗 었다.
채앵!
이번에는 청명한 마찰음이 울려 퍼 졌다.
아까의 파열음에 비하면 한참 음량 이 낮은 소리였다.
벨런의 검이 가속하기 전에 경합 지점을 앞당겨서 위력을 죽인 것이 었다.
‘먹혀들었어. 역시 제대로 된 검술 을 익혀 두길 잘했군.’
강현은 지금까지 검술관에 입관한 적이 없었다.
때문에 검술의 상하관계를 알 수 없었는데,임모벨 백작과의 수련으 로부터 배운 검술은 제국에서 상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검술 중 하 나였다.
그만한 고급 기술이었기에 어마어 마한 스텟의 격차를 메울 수 있는 것이었다.
스릉!
강현은 물 흐르듯 벨런의 측면으로 발을 디디며 검을 당겼다.
경합 중이던 빙백검이 미끄러지듯 벨런의 검을 홀려 내며 검날을 긁었 다.
까드드득!
경합이 이어지면서 수룡의 낙인이 효과를 발휘했다.
일순 벨런의 마나가 동결되면서 그 의 검에 맺혀 있던 마나 블레이드가 사라졌다.
동시에 강현의 검이 벨런의 팔뚝을
베어 내려 했다.
광폭화 스킬의 최대 약점은 실드 스렛이 0이 된다는 점이다.
한 번이라도 공격이 성공한다면 치 명상을 입힐 수 있으리라.
그러나 벨런도 가만히 않았다.
밸런이 순간적으로 어깨를 틀어 공 격을 피해 냈다.
마나 동결 효과가 곧 풀려 버리고 벨런이 재차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 었다.
“끄으으으.”
벨런이 고통스러운 듯 연신 신음을 흘렸다.
광폭화로 인해 강해지긴 했지만 몸 이 따라가지 못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보다 더욱 난폭하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차앙! 차아앙! 째앵!
강현으로선 경합 지점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검을 받아 내야만 했다. 맞부딪치면 스렛 차이에서 밀리므 로 공격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었다.
경합을 이룰 때마다 벨런의 마나가 동결과 해동을 반복했다.
그때마다 강현이 검상을 입히려고 했지만,벨런은 때때로 경이로운 몸 놀림으로 피해 냈다.
‘계속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아. 광 폭화 때문에 회피 스렛도 5배로 증 가한 탓인가. 이리된 이상 한 방 싸움이 되겠군.’
한쪽은 적절한 밸런스를 바탕으로 안정된 방식을,한쪽은 극단적인 공 격력을 바탕으로 몰아치는 방식을 고수하며 경합을 이루었다.
1합,2합,3합…… 수차례의 격돌 과 회피가 반복되면서 순식간에 경 합 횟수가 수십 수를 넘어갔다.
한창 경합을 이루던 중 강현이 날 아드는 벨런의 검을 피하며 제왕의 화염검을 소환하고 후려쳤다.
카앙! 화르륵!
제왕의 화염검 특유의 불꽃이 벨런 의 마나 블레어드에 옮겨 붙었다. 불꽃이 벨런의 마나를 불태우며 삽 시간에 덩치를 불려 나갔다.
하나,벨런은 마나를 거두지 않았 다.
광폭화 상태이기에 이성보다 투지 의 본능이 앞서는 것이었다.
이대로 마나가 전부 증발한다면 5 배로 증폭된 공격 스렛도 쓸모가 없 다.
강현은 버티기 전략을 준비했다.
그런데 벨런이 의외의 행동을 취했 다.
화염검과 마주친 자신의 검에 더더 욱 마나를 불어넣은 것이었다.
불난 집에 기름이라도 부은 듯 화 염검의 불길이 더욱 치솟았다.
불이 붙은 것 때문에 홍분해서 무 작정 마나를 때려 붓는 건가.
벨런의 검신을 뒤덮은 불꽃이 더욱 커지면서 그의 모습이 일순 가려졌 다.
그 직후,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은 색의 검날이 쑤욱 뻗어 나왔다.
‘젠장,제왕의 화염검 불꽃을 눈가 림용으로 쓰다니.’
이건 피할 수 없다.
공격을 한 번 허용해 줄 수밖에. 강현은 실드 스렛을 한껏 끌어올려 검을 막아 냈다.
티잉!
한데 생각 외로 벨런의 공격은 그 다지 매섭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어느덧 벨런의 마 나 블레이드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마나 과소비로 인해 벌써 마나가 바닥난 것이다.
미약한 공격력이나마 반사 데미지 가 전환되어 벨런의 몸을 강타했다. 충격과 동시에 벨런이 뒤로 밀려나 며 바닥을 굴렀다.
마나가 떨어진 탓에 광폭화 스킬이 풀리고 벨런이 이성을 되찾았다. 바닥에 쓰러진 자신의 모습과 온몸 에 엄습하는 고통.
광폭화 스킬을 쓰고도 패배했음을 알 수 있었다.
벨런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강현을 노려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를 죽이려 고 그리 힘을 키웠더냐.”
강현은 제왕의 화염검을 꺼트리며 입을 열었다.
“사정은 모르겠다만 사람 잘못 봤 어.”
“시치미 떼지 마라! 살아남은 드워 프 왕자의 아들을 죽이러 왔지 않느 냐!”
“드워프 왕자에게 아들도 있었나.”
“언제까지 모른 척을……
툭!
분노를 곱씹던 벨런 앞에 포션 한 병이 떨어졌다.
강현이 던진 회복포션이었다.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손을 떼 며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회복 후에 듣도
록 하지. 이쪽도 묻고 싶은 게 많 아.”
벨런은 눈앞에 놓인 포션을 보았 다.
독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보다 이미 전투에서 이긴 마당에 일부러 거짓말을 해 가며 독을 줄 필요가 없었다.
포푸를 죽인 건 강현이 아니었단 말인가.
벨런은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 있단 걸 직감하곤 포션에 손을 뻗었다. 한데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날아든 검 모양의 마나 덩어리가 회복포션을 깨트려 버렸 다.
쨍그랑!
병이 깨지면서 포션액이 홁바닥을 적셨다.
그와 함께 검의 환영이 날아든 방 향에서 비아냥거리는 말소리가 들려 왔다.
“아아? 벨런,못 보던 사이에 몸이 많이 둔해졌구만. 예전 같았으면 최 소한 등귀어진 정도는 해 줬을 텐데 말이야.”
나무 뒤에서 금발 사내가 걸어 나 왔다.
환한 달빛이 나무 그늘에서 벗어난 사내를 비췄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벨런이 땅바닥 의 흙을 긁어내듯 움켜쥐었다.
“크윽,스카텐드…… 설마 네 녀석 짓이었나.”
스카텐드가 바스타드 소드를 뽑으 며 흥에 겨운 듯 웃어 댔다.
“드워프 꼬맹이 녀석,죽을 때도 계속 옹알거리더군. 벨런~ 벨런? 거리면서 말이야.”
“스카텐드! 죽여 버리겠어!”
“어이,너무 유혹하진 말라고,벨 런. 땅을 기면서 그런 소릴 하면 먼 저 베어 버리고 싶어지잖아.”
“으아아!”
벨런의 절규가 밤하늘에 메아리쳤 다.
이간계를 쓴 걸로 보아 스카텐드가 진짜 암살자임이 분명했다.
저놈이 진범인가.
강현이 금발 사내,스카텐드를 보 았다.
벨런과의 싸움으로 마나를 대다수 소진했기에 장기전으로 넘어가서 좋 을 건 없다.
강현은 속전속결을 위해 바로 마나 폭검을 발현했다.
부서지며 날아드는 마나 파편을 목 격한 스카텐드가 입가를 길게 늘렸 다.
“이거 사람 즐겁게 해 주는구만.”
스카텐드도 바스타드 소드를 휘두 르며 자신의 마나 블레이드를 부수 었다.
스카텐드가 부순 마나 파편들이 검
의 모양을 띠더니,강현의 마나 파 편과 맞부딪쳤다.
숲 한 가운데에서 때 아닌 파열음 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쾅! 쾅! 과과과쾅!
*
거실의 촛대에 불을 붙이던 에르델 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임모벨 백작이 섬마을 촌장 에게서 얻어 온 매실주를 홀짝이며 입을 열었다.
“왜 그러느냐?”
“방금 뭔가 터지는 소리 같은 거 안 들렸어요?”
“들린 것 같기도 하고,안 들린 것 같기도 하고.”
“강현 경이 습격을 받은 것일 수도 있어요. 가 보죠.”
“놔두거라.”
“할아버지께서 강현 경을 아니꼽게 보시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공 과 사는 구별해야죠.”
“애송이 녀석이 왜 너더러 쉬라고 한 것 같으냐?”
“그거야 당연히 배를 타면서 쌓인 피로를 풀라고……
“마나 마스터를 상대하려면 같은 마나 마스터를 파견해야만 하지. 마 나 마스터끼리의 싸움에서 네가 무 사할 성싶더냐.”
임모벨 백작의 말은 하나부터 열까 지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에르델이 할 수 있는 건 이름값을 이용한 미끼 역할이 전부다.
막상 전투가 벌어지면 짐짝에 불과 하다.
강현으로서는 번거로운 짐을 덜고 싶은 것이었지만,그런 한편 배려가 된 셈이었다.
임모벨 백작은 매실주 잔을 내려놓 으며 탁자 위의 검을 쥐었다.
“일단 벽 쪽에 붙어 있거라.”
“벽에는 왜요?”
“할로윈은 멀었건만 꼬맹이 한 명 이 장난질을 치려 하는구나.”
말을 마친 임모벨 백작이 뒤를 향
해 몸을 돌리며 검을 뽑았다.
동시에 창문이 깨지면서 로브 차림 의 소년이 집 안으로 날아들었다. 소년은 로브 안에서 레이피어를 꺼 내 쥐며 임모벨 백작의 검을 튕겨 냈다.
차앙!
임모벨 백작의 검에 밀린 소년이 바닥에 발을 끌며 주르륵 밀려났다. 어느새 임모벨 백작의 검에는 마나 유저 상급 수준의 마나 오오라가 피 어나고 있었다.
임모벨 백작은 찬바람에 취기가 싹 가시는 걸 느끼며 훈계하듯 말했다.
“못된 꼬맹아. 장난을 치기 전에 과자냐,장난이냐부터 묻는 게 규칙이 아니더냐.”
“과자보단 그쪽에 있는 여성 분의 목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군. 내가 두 눈 뜨고 있는 한 그런 일은 벌어지 지 않을 게다.”
“호언장담하시기에는 전력 차가 너 무 나는군요.”
로브 차림의 소년,요단이 레이피 어에 마나 블레이드를 덧씌웠다. 마나유저 상급과 마나 마스터. 객관적으로 보이는 무력의 수준부 터 그 차이가 분명했다.
게다가 현지인인 임모벨 백작과 달 리,이세계인인 요단은 스킬까지 보 유하고 있다.
요단은 왼손을 손바닥이 위로 향하 도록 들며 시동어를 옮었다.
“북 ”
요단의 왼손 손바닥에 책 하나가 생겨났다.
S급 스킬인 ‘기록하는 몬스터 백과 사전’이었다.
시전자가 몬스터를 죽이면 해당 몬 스터가 백과사전에 추가되며 원할 때 소환할 수 있다.
대신 기록할 수 있는 몬스터의 숫 자는 10마리까지이며,레벨 70이하 의 몬스터만 기록할 수 있었다.
요단은 몬스터 백과사전에서 레벨 68의 블랙 리자드를 소환하고 명령 을 내렸다.
“가서 황녀를 죽여라.”
“키 익.”
블랙 리자드가 벽에 붙어 있는 에 르델을 향해 움직였다.
임모벨 백작은 얼른 블랙 리자드를 베어 에르델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러나 요단이 레이피어를 뻗으며 임모벨 백작을 위협했다.
채앵!
“자기 목부터 간수하는 게 급선무 일 것 같군요.”
요단의 마나 블레이드가 임모벨 백 작의 마나 오오라에 파고들었다.
안 그래도 주름진 임모벨 백작의 얼굴에 세로로 깊은 금이 그어졌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아. 네 가 젖병 물고 있을 시절에 내가 뭐 라 불렸는지 아느냐?”
임모벨 백작이 갑자기 검에 깃든 마나 오오라를 풀었다.
마나 오오라가 있어도 버티지 못하 는 공격을,마나 없이 받아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서격!
요단의 마나 블레이드가 곧바로 검 을 잘라 내곤 임모벨 백작의 팔뚝까 지 베어 버렸다.
임모벨 백작의 팔에 깊은 검상이 일어나며 피가 튀었다.
더 이상 팔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 의 중상이었다.
한 팔을 벤 이상 승부는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요단의 생 각에 불과했다.
한데,그 순간 임모벨 백작의 남은 손에 마나 오오라가 피어올랐다.
“뭐야?”
요단이 눈을 부릅떴다.
검이 아닌,주먹에 마나를 부여하 는 것은 엄연히 다른 기술이었다.
검으로서 전개한 마나 오오라로 임 모벨 백작은 틀림없이 검사라고 생 각했건만!
요단이 실드를 끌어올릴 틈도 없 이,임모벨 백작의 주먹이 요단의 턱을 강타했다.
와드득!
턱뼈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 리면서 임모벨 백작의 한 마디가 날 아들었다.
“제국의 미친개라 불렸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