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104화 (104/381)

104화

강현과 에르델을 제거하기 위해 지 부장들과 실력파 조직원들을 모아 왔다.

마나유저 상급 20명,마나유저 중 급 30명.

얼추 자작령 하나를 상대할 수 있 는 전력이다.

연락망이 무너진 탓에 모두 놀고 있던 전력인지라 흔쾌히 모여들었 다.

김진수는 강현이 있을 별채를 두고 병력을 세 갈래로 나누었다.

“1조가 먼저 별채 후방으로 들어가 서 최강현을 친다. 2조는 정면으로 들어가서 에르델을 확보한다. 3조는 놈들의 도주를 대비해서 포위망을 짜 두도록.”

미리 조 편성을 해 둔대로 각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슐츠가 이끄는 1조가 여관 후방으로 가기 위해 능선 아래로 내 려 갔다.

이어서 플머스가 이끄는 3조 역시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해 흩어졌다.

김진수는 1조가 움직이길 기다리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록 신호가 오지 않았다.

마냥 기다리던 김진수는 이상하다 여겼다.

“왜 이리 오래 걸리지? 벌써 습격 을 하고도 남을 시간이건만.”

아무래도 직접 내려가서 상황을 살 펴봐야 할 것만 같았다.

김진수는 2조의 인원을 이끌고 능 선 아래로 가 보았다.

소리 죽인 몸짓으로 여관 담벼락 앞의 개울가에 다다랐을 무렵. 김진수를 비롯한 2조 조직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개울가 곳곳에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는 게 아닌가.

그들은 앞서 떠난 1조 동료들이었 다.

김진수는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술츠를 발견하곤 서둘러 달려갔다.

“이봐 슐츠! 정신 차려!”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어 있었던지 슐츠가 가까스로 눈을 떴다.

슐츠가 입에 고인 핏물을 뱉으며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진수…… 조직원들을 데리고……

“큭,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드] 드]르.”

슐츠가 부들거리는 팔을 들어 김진 수의 뒤편을 가리켰다.

김진수는 술츠의 손짓을 따라 고개 를 돌렸다.

슐츠의 검지가 가리킨 방향에는 개 울 위에 세운 다리가 있었다.

다리 아래로는 달빛이 닿지 않아 칠흑 같은 어둠만이 맴돌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 어둠 속에서 푸 른빛이 일렁거렸다.

처음에는 점과 같이 작은 빛이었으 나,그것은 이내 여러 갈래로 퍼지 며 김진수 일행에게 쏟아졌다. 김진수는 다급히 실드를 끌어 올리 며 외쳤다.

“적습이다! 각자 방어태세를 갖춰 라!”

날아드는 빛 줄기의 정체는 마나로 이루어진 검들이었다.

무수히 많은 검의 환영이 김진수 일행의 실드를 두드렸다.

TZ IZ: TZ TZ EZ I

기~I~I~I~T!

쩌영! 쨍! 퍼영!

“크헉!”

“쿨력!”

검의 환영 한 개가 부딪치면 실드 가 벗겨지고,두 개째가 부딪치면 여지없이 몸이 꿰뚫렸다.

최강현의 마나폭검일까?

아니,마나폭검이 아니다.

녀석의 마나폭검은 그저 마나를 부 숴서 날릴 뿐이지,이런 식으로 검 의 형태를 띠지는 않았다.

김진수는 끼고 있는 반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착용자의 실드 스텟을 3분간 200 증가시키는 ‘다윗의 반지’였다.

티잉! 티잉!

다윗의 반지를 이용하여 실드의 능 력을 상승시켰건만,검의 환영 두개를 막아 내는 게 고작이었다.

검의 환영 두 개째에서 실드가 벗 겨지더니,세 개째가 김진수의 복부 를 꿰뚫었다.

“푸헉!”

고통이 한계치를 넘어가니 오히려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 버렸다. 김진수가 온몸의 힘이 빠지는 걸 느끼며 고꾸라졌다.

쓰러진 건 비단 김진수만이 아니었 다.

2조 조직원들 전원이 방금의 기습 으로 개울가 곳곳에 널브러졌다.

검의 환영이 모두 걷힐 때 즈음. 다리 아래에서 두 명의 사내가 걸 어 나왔다.

한 명은 톱날처럼 거친 바스타드 소드를 어깨에 걸친 장발의 청년이 었고,또 한 명은 레이피어를 들고 있는 로브 차림의 소년이었다.

로브 차림의 소년은 습관적으로 로브 를 목까지 끌어 올리며 투덜거렸다.

“너무 요란하게 죽였어,적어도 한 명은 살려서 정체를 알아냈어야지.”

“시끄러워,요단. 갑자기 덤빈 놈들 이 문제라고. 그리고 오밤중에 복면 쓰고 다니는 놈들 중에 제대로 된 놈들이 어디 있겠어?”

“스카텐드는 항상 제멋대로라니깐. 근데 이 사람들 최강현 습격하려던 것 같은데,따지고 보면 같은 목표 였던 거 아냐?”

“그럼 더더욱 죽이길 잘했지. 최강 현이란 놈하고는 제대로 한번 붙어 보고 싶었으니까.”

“후우,어쨌든 오늘은 더 이상 무 리야. 스카텐드 마나 다 썼잖아. 나 같아도 아까 개울가 위에서 죽인 놈 들이랑 여기 놈들 다 처리하면 마나 가 전부 바닥나고 말걸?”

김진수는 자갈밭에 코를 박고 죽은 체를 했다.

두 사람의 대화로 추측컨대 다른 방향으로 향하던 플머스의 3조도 전 멸한 모양이다.

아마 작전 수행 중에 이 둘과 마 주쳤고,목격자 제거를 위해 덤볐다 가 역으로 당한 듯했다.

김진수는 두 사람의 이름을 어디선 가 들어 본 것 같았다.

‘요단과 스카텐드라면…… 두 공작 파에 속한 마나 마스터들이잖아! 이 들이 왜 여기에? 두 공작파도 최강 현과 에르델이 나왔다는 걸 듣고 암 살자를 파견했나?’

제국 10인의 마나 마스터 중 가장 강한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황제파 였다.

그 밑으로는 거의 다 비슷한 수준 인데,유달리 일대일 전투에 강한 자가 한 명 있었다.

그게 바로 스카텐드였다.

거기에 요단이란 자도 최연소 마나 마스터로서 상당한 실력자로 알고 있었다.

김진수는 자신들이 당한 것을 납득 하며 잠자코 이 상황만 넘기고자 했 다.

‘스카텐드란 작자는 살육을 즐긴다 고 들었던 것 같아. 적이 아닌 걸 알았다곤 해도 이제 와서 살려 줄 리가 없어.’

당장 지혈을 하고 싶었지만 그것보 단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김진수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오로 지 숨죽이고 가만히 있는 것밖에 없 었다.

그 와중에 요단과 스카텐드의 대화 가 이어졌다.

“마나 포션 먹으면 될 거 아냐. 애 당초 오늘이 아니면 쉬프 섬 때까지 기회가 없다고 한 건 너라고.”

“그 마나 포션을 아까 다 써 버렸 잖아. 어쩔 수 없어. 여기서부터 쉬 프 섬 때까진 전부 대도시가 이어져 있으니 암살은 무리야.”

“쳇,뭐 같은 것들 때문에 일이 꼬 여 버렸구만. 미리 쉬프 섬으로 앞 질러 가 있을 수밖에 없나.”

“자업자득이지 뭐.”

“그런데 요단. 아까부터 우리가 곰 인 줄 알고 죽은 척하는 쥐새끼가 있는데 말이지.”

스카덴드가 김진수를 물끄러미 보 다가 다가갔다.

저벅저벅.

바로 자신 앞에서 멈춰 선 발걸음 에,김진수가 식은땀으로 얼룩진 얼 굴을 들었다.

바로 앞에 조롱 가득한 비웃음을 머금은 스카텐드가 서 있었다.

“좋구만. 죽기 직전의 표정이라는 건.”

동시에 역수로 쥔 바스타드 소드가 아래로 떨어졌다.

푸욱!

?

일주일 뒤,강현 일행은 항구도시 본스마에 도착했다.

수많은 어선과 어시장,생선과 새 우를 쌓아 놓고 파는 상인 및 굴을 파는 소녀들까지.

제국 최고의 항구도시답게 도시 전 체에 바다 향이 가득했다.

강현 일행은 말과 마차를 적당한 상단에 맡기고 배편을 알아보았다.

“쉬프 섬까지 가려고 합니다. 거기 까지 운행합니까?”

강현의 말에 한 상인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가기는 합니다만 요금이 좀 비쌉 니다. 1인당 20골드에 식사는 별개 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상선의 객실을 빌리는 것치고는 너 무 비싸다.

배의 외견으로 보건데 고작해야 2 등선 수준이다.

보통 2등선 탑승 가격이 10골드인 걸 감안하면 2배에 달하는 가격이었 다.

거기에 식사까지 따로 본인이 준비 하거나 돈을 더 내고 사야 한다.

굴 파는 소녀에게 은화를 건네며 굴을 사 주던 임모벨 백작이 돌연 대화에 끼어들었다.

“2등선 수준인 것 같은데 너무 많 이 받는 거 아닌가?”

“어쩔 수 없습니다. 얼마 전 바닷 속에 웨이브가 발생했는데 아무도 처리하질 못해서 던전이 생겨났습 죠. 하필 그 던전이 몬스터가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던전인지라,쉬 프 섬으로 가는 항로에 바다 몬스터 가 득실득실합니다. 상선들 모두 해 저섬의 인어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호위를 맡겨야 하는 실정이라서 이 렇게 받아도 본전치기밖에 안 됩니 다.”

바다는 아가미를 가진 생물들의 전 유물이다.

대지를 박차며 힘을 발휘하는 인간 에겐 한없이 싸우기 어려운 전장이 다.

그래서 저 멀리 바다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해저섬의 인어들을 불러다 비싼 돈 주고 호위를 맡기는 것이었 다.

강현 일행은 승선 가격이 비싼 이 유를 납득하곤 1인당 20골드씩 지 불했다.

강현은 배에 오르며 임모벨 백작이 들고 있는 굴 바구니를 보고 말했 다.

“웬 굴입니까?”

“이거? 굴 파는 처자가 하도 애처 롤게 쳐다보길래 안 살 수가 있어야 지.”

“오늘 안에 안 먹으면 썩을 겁니 다.”

“선박 요리사에게 부탁해서 훈제로 만들어 달라 하면 되네. 어차피 식 사는 본인 부담이니 한 끼 때우는 용도로 쓰면 되겠지.”

“사실은 손녀한테만 사정을 못 쓰 는 게 아니라 소녀한테……

“예끼,이 사람아! 더 이상 말하지 말게. 선의를 그런 식으로 포장하면 쓰나.”

“그냥 친절하다고 말씀드리려 한 건데 어떻게 받아들이신 겁니까?”

“에잉,망할 녀석. 사람 속 긁는 것 하나는 일품이구만.”

배에 오른 강현 일행은 각각 선실 을 하나씩 배정 받았다.

간단하게 짐을 푼 강현은 배 안을 돌아다니며 선박의 구조를 익혀 두 었다.

그러던 중 선실 아래층에 작은 연 회장이 있는 걸 발견했다.

강현은 지나가던 선원에게 연회장 의 사용처를 물었다.

“이 연회장은 사용하고 있나?”

“가끔씩 파티를 원하는 승객이 있 으면 사용하긴 합니다. 이번 상행 중에선 아마 사용하지 않는 걸로 알 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싶은데 누구 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

“손님께서 승선하실 때 마주쳤던 분 기억하십니까? 그분이 선박 주인 이시니 비용만 지불하면 될 겁니 다.”

안 그래도 대련할 장소가 필요했는 데 잘됐군.

사홀이나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데 놀고만 있으면 시간이 아깝다. 돈이야 어차피 경비로 처리되니까 아낄 이유가 없다.

강현은 갑판으로 올라가 상인에게 돈을 지불하고 쉬프 섬까지 가는 내 내 연회장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연회장을 빌린 후 다시 선실로 돌 아가는데 때마침 임모벨 백작과 마 주쳤다.

“백작님,아래에 연회장을 빌렸습 니다. 거기서 내기를 계속하시죠.”

“연회장을 빌렸다니. 설마 대련하 자고 빌린 건가?”

“안 하시면 제 부전승인데 그래도 될는지요.”

“오늘도 호되게 당하고 싶나 보구

나. 어서 안내하거라.”

연회장으로 간 강현과 임모벨 백작

은 여느 때처럼 대련을 시작했다. 여행 중에 미리 목검을 구매했기에 두 사람 모두 나뭇가지 대신 목검을 손에 쥐었다.

흔들리는 배 안에서의 대련은 제법 각별한 맛이 있었다.

균형을 잡기 힘든 만큼 공격할 때 신중을 기해야 했다.

따악!

강현이 먼저 선공을 취하고 임모벨 백작이 목검을 가슴으로 당겨 막아 냈다.

평소 같으면 강현의 공격이 뻗어 나오기 전에 막았을 거다.

그러나 어느덧 강현의 공격을 미리 알고 막을 수 없게 된 임모벨 백작 이었다.

임모벨 백작은 초장부터 기세를 타 고 공격해 오는 강현을 보며 진땀을 홀렸다.

‘괴물 같은 녀석. 언제부터 어깨 사용이 이렇게 능숙해졌지?’

임모벨 백작이나 네베르쯤 되는 검 술의 달인들은 상대방의 신체 일부 분을 통해 공격을 가늠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공격을 읽히 지 않을 수 있을까?

어깨나 다리 등을 움직여 손이나 허리의 준비동작을 감춰야만 한다.

거울을 보고 계속 자신의 폼을 확

인하며 자세를 정정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하지만 강현은 거울을 볼 필요가 없었다.

가장 이상적인 자세를 지닌 임모벨 백작과 아침저녁으로 마주한 덕분이 다.

이에 더하여 마차를 모는 내내 이 미지 트레이닝을 함으로써 단기간에 기술을 흡수해 낸 강현이었다.

임모벨 백작으로선 흡사 자기 자신 을 상대하고 있는 착각마저 들었다.

‘대단한 재능이군. 아니,재능만으 로 치부하기에는 흡수 기간이 너무 빨라. 집중력이 대단하다고 해야 하 나. 이런 녀석들은 하나같이 뭘 해도 될 타입인데 말이지.’

임모벨 백작은 강현의 재능을 높이

사며 있는 힘껏 강현의 목검을 튕겨 냈다.

따악!

강현의 목검이 옆으로 밀려난 틈을 타서 옆구리에 목검을 그으려는 순 간.

강현이 목검을 비스듬히 세우며 임 모벨 백작의 목검을 막아 냈다. 그것도 임모벨 백작의 목검이 가속 도를 붙이기 전이었다.

이로써 타이밍을 빼앗는 기술까지 가져가 버렸다.

임모벨 백작이 눈을 크게 떴다

고작 일주일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공국 최고의 재능이라는 네베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놀라워하는 와중에 강현의 조그마 한 중얼거림이 귓속을 후벼 팠다.

“이제 검투술만 남았나.”

어이가 없어 욕지거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에라이,도둑놈아! 가져가려면 좀 더 느긋하게 가져갈 것이지!

기술이 흡수당하는 걸 알면서도 내 기 때문에 안 쓸 수도 없는 상황이 었다.

임모벨 백작은 타이밍을 뺏긴 와중 에도 발을 뻗어 강현의 발목을 걷어 찼다. 그러곤 균형이 무너진 강현을 어깨로 밀치며 목검을 뻗었다.

가까스로 목검의 끝이 강현의 목을 겨누었다.

“하아하아,어떠냐. 대련으로 날 이 기기에는 아직 멀었느니라.”

말은 강한 척했지만 속으론 겨우겨 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임모벨 백 작이었다.

강현은 만족스러워 하며 패배를 인 정했다.

“말씀대로 아직 멀었군요.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지요.”

이겨도 이긴 것 같지가 않다.

진 쪽이 더 만족스러워 하는 모순 된 상황 속에서 임모벨 백작이 검을 거두었다.

한 달 반 정도는 가볍게 버텨 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래선 한 달 도 못 버틸 것 같다.

임모벨 백작은 흐트러진 앞머리 속 에 맺힌 진땀을 몰래 닦아 내며 중 얼거렸다.

“에르델이 마음에 들어 하는 이유 를 알겠군. 출생만 이쪽 사람이었으 면 좋았으련만.”

“음?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무 말도 안 했네. 신경 쓰지 말 게.”

대련도 끝났겠다 선실로 돌아가려 던 찰나.

문득 강현과 임모벨 백작의 시선이 연회장에 딸린 창문으로 향했다. 수면이 가깝게 비치는 창문 너머에 시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트라이던트를 든 건장한 사내의 상 반신과 기다란 물고기의 하반신. 인어의 시체였다.

상인이 언급한 선박 호위를 위해 부른 인어임이 분명했다.

바다에 사는 이들이 익사했을 리 없다.

인어의 시체는 무언가에 죄여서 죽 은 양 전투의 흔적이 역력했다. 강현과 임모벨 백작은 곧장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그 예감이 갑판 위 선원들의 외침 에 의해 현실로 다가왔다.

“크,크라켄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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