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99화 (99/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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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길면 한 달 반,빠르면 한 달 정도 자리를 비울 것 같아.”

강현은 김혜림과 빅터를 따로 불러 다 의회장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전해 주었다.

몇 초간 돌아오는 대답 없이 침묵 만 이어졌다.

빅터는 연신 김혜림의 눈치를 살폈 다.

뚱한 표정이,독을 품은 복어가 날 뛰기 직전의 모습과 비슷했다.

먼저 말을 꺼내 재빨리 대화를 마 무리하는 게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김혜림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가지 말라고 매달릴까,왜 가냐고 화를 낼까.

빅터의 예상과 달리 김혜림은 침착 하기만 했다.

“강현 씨가 부재중에 웨이브가 발 생,황궁의회에서 억지로 우리만 투 입해서 몰살…… 이란 계책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SSS랭크 웨이브가 발생하면 바로 복귀하면 될 일이야. SS랭크 웨이브 정도는 너희들로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거고.”

강현과 함께한 이후로 벤젠 기사단 기사들의 수준은 한 단계 더 상승했 다.

평균 60대 중반이었던 레벨은 70 대 초반까지 올랐으며,가진 보구 역시 질적으로 향상되었다.

현재의 벤젠 기사단은 강현 없이도 SS랭크 웨이브를 공략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강현과 김혜림의 대화는 계속 이어 졌다.

“부재중의 조 편성은요? 1조에서 강현 씨가 빠지면 화력의 대부분이 사라져요. 빅터는 조금도 도움이 안 되고요.”

“네? 저 도움 안 되는 놈이었습니 까?”

“하긴 그 말대로지.”

“엥? 단장님까지?”

“임시로 빅터 경이 2조로,제가 3 조에 편입하는 걸로 하죠. 강현 씨 가 부재중인 동안만 3인 3조에서,4 인 2조로 움직일게요.”

“그러는 게 좋겠군. 에르델 황녀를 통해 전서구 한 마리를 얻어 올 테 니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해.”

빅터가 쓰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제 말은 아예 무시입니까.”

“재미있다는 듯이 팔짱 끼고 서 있 었으니까 그 벌이에요.”

김혜림의 반응을 구경하려던 게 표 정으로 다 드러난 모양이다.

빅터는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 적였다.

“에르델 황녀님과 둘이서 떠나신다

지 않습니까. 제가 이리 신경 쓰이 는데 혜림 양은 어떤가 해서 말입니 다.”

“일 때문에 가는 건데 신경 쓰고 말고 할 게 있나요. 어차피 남자끼 리 가는 출장인 걸요.”

“남자? 무슨 말씀이십니까. 에르델 황녀님은……

“그리 보여도 사실은 남자였답니 다.”

“큰일 났습니다,단장님! 이 아가 씨,지금 허용량을 넘긴 탓에 현실 을 부정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후후,농담이에요. 뭐 신경 안 쓰 인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공은 공,사 는 사니까요.”

그러면서 괜히 강현의 어깨에 달린 견장을 바로 고쳐 주며 미소를 짓는 김혜림이었다.

조직의 숨통을 틀어막기 직전인 상 황이다.

조직이 급박해지는 만큼 벤젠 기사 단은 여유로워지고 있는 실정이지 만,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강현 없이 얼마나 할 수 있을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김혜림의 올라간 입꼬리에서 열심 히 하겠다는 의욕이 샘솟았다. 강현은 품에서 작은 천주머니를 꺼 내 건넸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열어 봐.”

“이게 뭐예요?”

“위급상황에서 도움이 될 만한 물 건.”

“구체적으로 뭔지 알려 주세요.”

“열면 바로 발동하니까 일이 생기 면 그때나 풀어.”

김혜림은 보이지도 않는 천주머니 를 들었다 내렸다 반복하며 요리조 리 훑어보았다.

강현은 그녀의 행동을 보며 콧숨을 짧게 내뿜을 뿐이었다.

*

이후로 며칠간 황궁의회는 강현과 의 약속을 이행했다.

강현이 지정한 3명의 인물들에게 갖가지 빌미를 갖다 붙여 황궁에서 퇴출시켰다.

조직의 간부들이 황궁에서 쫓겨났 음을 확인한 강현과 에르델은 조용 히 쉬프 섬을 향해 떠났다.

이 시간 가장 심기가 불편한 건 의외로 디벨롭이 아닌 드래코프였 다.

조직 간부 3명이 황궁에서 쫓겨난 것을 드래코프가 모를 리 없었다. 드래코프는 세상 불만 다 짊어진 얼굴로 정원을 거닐었다.

잔디 위를 구르는 장미 꽃잎을 지 르밟음과 동시에 그의 입에서 쇳소 리가 홀러나왔다.

“조직도 슬슬 저물어 가는군.”

왕위쟁탈전에서 메이아가 탈락한 지금,드래코프와 에르델의 일대일 구도가 되었다.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약소세력이었 던 에르델이건만 지금은 유력한 왕 위계승 후보가 되었다.

드래코프가 유일하게 에르델보다 나은 점이라곤 조직이란 뒷배가 있 단 것뿐이다.

아니,강현이 공국의 기사인 걸 감 안하면 벌써 에르델 역시 브리니아 공국이란 뒷배가 있는 걸지도.

어느 쪽이든 드래코프가 열세인 것 만은 확실하다.

자신의 뒷배는 약해지는 반면,에

르델의 세력은 점점 공신력이 높아 지고 있었다.

드래코프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 다.

‘디벨롭은 내전이 벌어질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 했지만 그럴 때가 아 니야.’

내전이 벌어지면 반드시 드래코프 와 조직에게 기회가 온다.

분명 디벨롭은 그리 말했었다. 하지만 드래코프는 초조했다. 기다림의 시간이 곧 자신에게 목줄 을 묶고 죄여 오는 것만 같았다. 마침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던 황 궁의원 한 명에게서 제법 쓸 만한 정보를 얻었다.

강현과 에르델이 또 한 명의 마나 마스터인 벨런의 섭외를 위해 은밀 히 황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수족을 떼어 놓고,은밀히 움직인 다니…….

어찌 이 기회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있으랴.

드래코프는 사람 눈이 들지 않는 정원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한 궁녀가 로브를 뒤집어쓴 3명의 사내를 데리 고 나타났다.

“황자님,손님을 모셔 왔습니다.”

“이들과 할 얘기가 있으니 물러나 있거라.”

“네.”

궁녀가 물러나자마자 3명의 사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희를 직접 부르시다니 의외로군 요. 이 또한 디벨롭의 지시입니까?”

“디벨롭과는 관계없어. 내가 직접 지시를 내릴 것이 있어서 부른 거 지.”

“디벨롭의 허가 없이는 움직이기 힘듭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따로 행동하는 것도 있어선 안 될 일임을 알아주십시오.”

드래코프가 부른 이들은 어제 부로 황궁에서 쫓겨난 조직의 간부들이었 다.

한국계 이세계인 김진수부터,1급 집무관이었던 독일계 이세계인 플머스과 슐츠까지 해서 다들 디벨롭의 측근들이었다.

드래코프는 정원에 설치된 벤치에 앉으며 설렁설렁 팔을 흔들었다.

“너무 딱딱하게 구는군. 지시라고 는 했지만 부탁에 가까우니 이야기 정도는 들어 보게나.”

“이야기만이라면 들어 보기야 하겠 습니다만.”

“최강현과 에르델이 둘이서 쉬프 섬으로 떠났다네. 벨런 섭외를 위한 움직임이라더군.”

조직으로서도 수집하지 못한 정보 였던지라 세 간부의 어깨가 살짝 들 썩였다.

조직 역시 드래코프만큼이나 강현

과 에르델이 껄끄러운 참이다.

특히 강현은 조직의 블랙리스트 중 에서도 톱클래스 위험인물로 갱신된 자 아니던가.

무슨 일이 있어도 제거해야만 하는 작자였다.

김진수는 로브 후드 끝자락을 아래 로 잡아당기며 목소리를 더욱 낮춰 말했다.

“디벨롭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 까?”

“지금 내전 공작 관계로 황궁을 비 운 참이지.”

“그건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

니 디벨롭에게 연락해서 그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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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해 보게. 최근 디벨롭이 최강현에게 연전연패 중이잖나. 최 강현에 대한 경계심이 너무 커진 나 머지 또 대기명령을 내릴 걸세. 실 제로 자네들이 황궁에서 쫓겨날 때 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지. 더 이상 그를 믿고 따를 수 있겠 나?”

최근 조직 내에서도 디벨롤의 능력 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 가는 와중이 다.

김진수를 포함한 세 명의 조직 간 부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는 이세계인이 득세할 날만 기다리며 궂은일들을 묵묵히 떠맡아 왔는데 결국 퇴출당하고 말았다.

아직은 원망이라기보다 의심,그마 저도 약간의 초조함만 느낄 시기이 다.

드래코프는 세 간부의 초조함에 기 름을 들이부었다.

“최강현과 에르델이 없으면 즉위할 사람은 나밖에 없지. 내가 황제로 즉위하기만 하면 조직과의 약속대로 이세계인의 작위계승 법안을 통과시 켜 주마. 과연 연전연패한 디벨롭과 결정적인 임무를 성공시킨 자네들 중 누가 더 높은 작위를 받겠는가?”

디벨롭보다 더 높은 작위.

사회적으로도,조직 내에서도 최고 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기회였다. 로브 아래로 드러난 세 간부의 입꼬리가 자그마하게 비틀렸다.

“한 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

황궁을 떠난 강현과 에르델은 상데 르 시내에서 작은 마차를 빌렸다. 마부석엔 강현이 앉았다.

챙이 넓은 가죽 모자와 판쵸 형태 의 로브 복장.

정석적인 마부의 차림새였다.

모습뿐만 아니라 마차 모는 모습까 지 마부와 판박이였다.

강현은 시나몬 스턱을 입에 물곤 능숙하게 채찍을 혼들었다.

철썩!

“히이 잉

튼실한 말 한 마리가 울음소리를 흘리며 마차를 끌고 나아갔다. 마차가 움직이면서 마차바퀴살이 여러 개로 늘어나며 원을 이루었다. 마차는 마치 베테랑 마부가 모는 것 마냥 부드럽게 움직였다.

마차가 샹데르를 빠져나갈 즈음, 마부석과 이어진 작은 차창이 열리 며 에르델의 눈이 드러났다.

에르델은 기다란 속눈썹을 깜빡이 며 말을 걸었다.

“슈타인 백작가에 갈 때가 생각나 네요.”

“중간에 조직의 암살자들에게 습격 을 당했었지요.”

“이번에도 습격이 있을까요?”

“황녀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으음,습격을 하려면 적어도 강현 씨를 제거할 수 있을 정도의 무력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작금의 황궁의 회에 그만한 힘은 없어요.”

“본인들 힘이 부족하면 다른 곳에 서 끌어다 쓰면 그만입니다.”

에르델은 마차 안의 좌석에 앉아 요리조리 고개를 흔들었다.

황궁의회는 조직의 존재를 모르니 까 조직은 제쳐 두자.

그나마 끌어다 쓸 수 있는 힘이라 면 지방 귀족들의 기사 몇 명 정도 일까.

그것만으로는 강현에게 턱도 안 될

텐데.

소거법을 적용하면…….

에르델은 바쁘게 다시 두 무릎을 좌석에 올리고 차창에 얼굴을 가져 다 대었다.

“두 공작에게 우리 위치를 홀릴 생 각이 로군요.”

“황궁의회가 우릴 제거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지요.”

“확실히 그 말대로네요. 어차피 두 공작은 내전을 생각하고 있을 거예 요. 사전에 마나 마스터 한 명을 줄 여 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겠죠.”

“우릴 제거하러 오는 암살자를 잡 는 게 이번 여행의 주목적입니다.”

“암살자를 잡은 뒤에는요?”

강현은 시나몬 스턱의 계피설탕맛 을 삼키며 묵직하게 말했다.

“드래코프와 황궁의회를 동시에 사 냥해야지요.”

제 몸을 미끼 삼아 상대를 불태운 다.

작전을 행함에 있어 일말의 주저도 없다. 세상에 리스크 없는 보상이 어디 있더냐.

리스크의 크기가 보상의 크기와 비 례한다는 점에 있어선 에르델도 공 감하는 바였다.

남서 방향으로 나아가다 보니 갈림 길이 나타났다.

갈림길 사이에 세워진 이정표에는 해당 도로로 갔을 경우 나오는 영지가 적혀 있었다.

[남서쪽 방향 : 임모벨 백작령]

[서쪽 방향 : 콘라드 남작령]

어느 쪽으로 가나 소요되는 시간은 비슷했다.

강현은 임모벨 백작령 쪽으로 마차 를 몰았다.

갈림길을 지나친 지 한참이 지났을 무렵,마부석 쪽 차창이 열리면서 에르델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지금 임모벨 백작령으로 가고 있죠?”

“네. 아마 저녁쯤에 도착할 겁니 다.”

“아차,콘라드 남작령 쪽으로 가야 된다고 미리 말해 뒀어야 했는데.”

“임모벨 백작령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에르델은 진땀을 삐질 흘리며 난감 하다는 듯 말했다.

“거기 제 외할아버지 가문이라서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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