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98화 (98/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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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시치를 비롯한 몇몇 황궁의원 들이 한데 모였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다른 게 아니 라 강현 때문이었다.

일주일 전,대회의장에서 강현에게 누명을 씌우려다가 된통 당해 버렸 다.

황궁의회의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인 정해서 위기를 모면하긴 했다만,그 대신 생애 최고의 굴욕을 겪었다. SSS 랭크 웨이브를 공략함으로서 제국 내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강현이 다.

그런 강현에게 누명을 씌우려 한

것 때문에 세간에선 온통 황궁의회 와 메이아를 비난하고 있었다.

리바시치는 오늘 아침 황제를 알현 하고 온 결과를 전파했다.

“황제 폐하께서 메이아 황녀님을 스칼라 섬으로 유배 보내라 하시더 군.”

“다음 정기회의 때도 참가하지 않 으신다던가?”

“놀라운 일도 아니지. 왕위계승권 자들이 국정에 관여하면서 거의 손 을 놓으셨잖나.”

“홈,후계자 양성을 위한 채찍질인 건지,아니면 단순히 정계에 흥미가 없어진 건지 알 수가 없군.”

제국 황제가 국정에서 손을 땐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가끔씩 국정회의에 나온다 하더라 도 커튼 너머에서 실루엣만 비추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도 리바시치가 알현을 청했는 데 문 너머에서 목소리만 듣고 돌아 왔다.

황제가 직접 유배를 명했으니 사실 상 메이아는 왕위쟁탈전에서 탈락한 셈이었다.

황궁의원들은 벌써 메이아의 일은 뒷전인 양 앞으로의 일을 논했다.

“최강현 그놈이 문제일세. 이제 어 쩔 건가? 최강현 그놈 때문에 말도 안 되는 모욕을 당했잖나. 놈을 절 대 가만둬선 안 되네.”

“메이아 황녀님과 두 공작이 처벌 받는 걸로 끝날 리가 없지. 우리에 게까지 불똥이 튈 걸세.”

“우리 입으로 우리가 쓸모없다고 공인해 버렸잖나. 의회 물갈이를 시 행한다 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일 세. 무슨 좋은 방법 없나,리바시치 의회장?”

리바시치는 나이프로 시가 끝을 잘 라 내며 불을 붙였다.

산산이 흩어지는 담배 아지랑이 사 이로 리바시치의 입이 열렸다.

“제국 북쪽에서 재미있는 얘기가 들려오더군.”

“재미있는 얘기?”

“드리안 공작과 케이델 공작이 소

환장을 받자마자 휘하의 귀족들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하네.”

“죽을 바엔 발버둥이라도 쳐 볼 생 각인 건가?”

“두 공작이 얌전히 앉아서 죽을 작 자들은 아니잖은가. 마침 황제파에 남은 마나 마스터도 2명으로 줄었겠 다,내전을 일으키기에는 절호의 기 회겠지.”

“황제 폐하께선 이 일을 알고 계신 가?”

“아직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 만 알고는 계실 걸세. 어쨌든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 따윈 내 전이 벌어지면 모두 해결될 일이 지.”

원래라면 황궁의회는 물갈이를 겪 어야만 하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내전이 벌어지면 황궁의회 의 실수 따윈 단번에 묻혀 버린다. 제국 안팎의 모두가 내전의 승패와 내전이 끼칠 영향에 집중하게 될 테 니까.

어차피 벌어질 내전이라면 최대한 이용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황궁의회에게 있어 가장 껄끄 러운 인물이자,마음에 안 드는 인 물 1순위인 강현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리바시치는 시가를 재떨이에 구겨 넣듯 과악 눌렀다.

“두 사람을 한꺼번에 제거할 방법

이 떠올랐네. 에르델 황녀님과 최강 현을 이리로 불러들이게나.”

*

리바시치의 호출을 받고 황궁에 들 어선 강현은 에르델과 마주쳤다. 에르델은 평소와 달리 흑발을 맣아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었다.

평소엔 이마를 드러내어 다소 여우 상이 짙게 두드러지는 편이었으나, 오늘은 좀 더 어려 보이는 쪽으로 코디를 한 모양이었다.

강현이 호출된 걸 몰랐는지 에르델 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현 경,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요?”

“리바시치 의회장의 호출을 받아 의회장 집무실로 가던 중이었습니 다.”

“마침 저도 연락이 와서 가던 참이 에요. 또 무슨 꿍꿍이일까요. 듣자 하니 두 공작이 소환에 응하지 않고 귀족들을 집결시키고 있는 모양인데 그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요.”

“어느 쪽이든 절 겨냥한 수작을 부 리겠지요.”

“안달해도 이상할 게 없죠. 며칠 전에 그리 황궁의원들을 깔아뭉겠으 니.”

당시 강현 앞에서 쩔쩔매던 황궁의

원들을 떠올린 에르델이 싱글벙글 웃어 댔다.

지금 생각해도 십 년 묵은 체증이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이런 걸 두고 상쾌함이라 하는 거 겠지.

강현은 롱스커트 끝을 살랑살랑 흔 드는 에르델을 보며 말했다.

“오늘 파티라도 있습니까?”

“아뇨,전혀요. 왜요?”

“모처럼 꾸미셨길래 해 본 말입니 다.”

에르델은 자연스럽게 강현과 나란 히 걸으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후후,다른 사람 외견에 아주 관 심이 없는 건 아닌가 보네요.”

“오히려 깐깐한 편에 속하지요.”

“깐깐한 사람이 보기에 오늘은 어

때 보여요?”

“평소보단 낫군요.”

별 의미 없는 잡담을 나누며 황궁

본궁으로 가는 두 사람이었다.

갑자기 대화가 끊긴 가운데 별안간 에르델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계속 맣고 다닐까나.”

강현은 무심한 투로 의문을 표했 다.

“무엇을 말입니까?”

“아뇨,이쪽 이야기에요. 신경 쓰지

마요.”

황궁 본궁에 도착한 강현과 에르델 은 1층 복도를 지나 의회장 집무실에 다다랐다.

집무실 안에는 리바시치와 몇몇 황 궁의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리바시치는 강현과 에르델을 보곤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에르델 황녀님.”

“안녕하세요,리바시치 의회장.”

“최강현 단장도 같이 왔군요. 황궁

안에선 언제나 함께 다니시는 것 같 습니다.”

“무슨 의미죠?”

“두 분이 잘 어울리신다는 의미였 습니다.”

“제게 입 발린 말도 하게 되시고 별일이네요.”

“하하,일단 앉으시죠. 최강현 단

장,자네도 앉게나.”

서로 웃고는 있지만 화기애애하다 는 말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였다.

리바시치가 에르델에게 상석을 양 보하며 측면 자리를 차지했다. 호출된 강현은 에르델의 맞은편이 지만 말석에 해당하는 자리에 앉게 되었다.

에르델은 치맛자락 뒤쪽을 쓸어내 리며 앉고선 입을 열었다.

“저와 최강현 단장을 호출한 이유 부터 들어 볼까요.”

“에르델 황녀님께서도 알고 계시겠 지만 연합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던 마나 마스터 2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로 인해 연합 기사단은 사실상 해체 직전에 몰려 있지요.”

“마치 연합 기사단을 해체시키지 않고 싶다는 이야기처럼 들리네요.”

“그럴 수밖에요. 이번 SSS랭크 웨 이브를 시발점으로 또 SSS랭크 웨 이브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에 SSS랭크 웨이브가 또 샹데 르 근처에 나타나진 않을지,다른 대도시에 나타날지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상황이 그러하니, 최강현 단장을 중심으로 연합 기사 단을 재건하는 게 좋겠지 싶습니 다.”

“저희가 움직일 수 있는 마나 마스 터는 이제 2명뿐이에요. 그중 한 명 은 아바마마의 개인호위이고 다른 한 명은 출장 중이죠. 어디서 마나 마스터를 충당하겠다는 건가요?”

황제파에 속했던 4명의 마나 마스 터 중 오브렌과 하워드는 사망했다. 남은 두 명의 마나마스터는 30년 간 제국 최강의 검사라 불리며 황제 를 보좌하고 있는 백전노장과 감찰 관 신분으로 대륙 방방곡곡을 떠돌 고 있는 자였다.

둘 다 웨이브 공략으로 돌릴 수 있는 전력이 아니었다.

리바시치는 두루마리 지도를 꺼내 테이블 위에 펼치며 말했다.

“케이델 공작 밑에 있던 벨런이 얼 마 전에 돌연 사퇴했다는 정보를 입 수했습니다.”

“벨런이라면 혼자서 드워프의 난을 제압했다던 그 벨런인가요?”

“네,그란데 백작가의 밀정을 통해 전해 받은 정보이니 확실합니다.”

수년 전,드워프 왕국인 오르비르 산에서 드워프 족이 난을 일으켰었 다.

드워프 왕이 죽은 이후 장남이 왕 위를 계승하기로 되어 있었는데,제 국과 해저섬의 용왕이 간섭하여 차 남을 즉위시켜 버린 것이 원인이었 다.

왕위를 이어 받지 못한 드워프 왕 자가 난을 일으켰었는데,그때 들고 있어난 드워프 숫자만 하더라도 2천 에 달했다.

그 2천의 드워프들 사이에 단신으 로 침투하여 하룻밤 만에 백 명을 베어 내고,드워프 왕자를 생포한 자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벨런이란 마나 마스터였 다.

리바시치는 펼쳐 놓은 지도에서 제 국 남서쪽에 있는 작은 섬을 짚었 다.

“사퇴한 벨런은 현재 쉬프 섬에서 체류 중이라 합니다. 황녀님과 최강 현 단장이 직접 가셔서 그를 섭외해 주셨으면 합니다.”

“연합 기사단은 황궁의회 소관이 아니던가요?”

“그렇긴 합니다만,벨런이 사퇴한

이유가 세간을 등지기 위해서라 들 었습니다. 신뢰성이 떨어진 황궁의 회가 나서기보단 청렴한 이미지의 에르델 황녀님이 나서는 게 더 설득 력이 강하지 않겠습니까.”

“리바시치 의회장께서 말씀하시니 칭찬이 칭찬으로 들리질 않네요.”

“그를 쉬프 섬에서 나오게 하려면 대의를 주장해야 하는데 황궁의회보 단 에르델 황녀님이 더 낫다고 판단 했을 뿐입니다. 두 공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니 최강현 단장을 호위 삼아 은밀히 움직여 주셨으면 합니 다.”

명분 자체는 꼬투리 잡을 게 없었 다.

벨런이란 자도 일단은 사람일 테니 황녀가 직접 찾아가면 무작정 거부 하진 못할 거다.

은밀함을 추구하려면 인원수가 적 어야 하고 강현 한 명이면 어지간한 호위대는 저리 가라 할 수준이니 딱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겉면만 보고 따르기에는 석 연찮은 점이 많았다.

황궁의회가 순수한 의도로 강현과 에르델만 보내려 할 리 없다.

분명 수작을 부리려 들 것이다. 강현은 차게 식은 눈으로 자리한 의원들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동굴 안의 늙은 호랑이마냥 구는군.

먹이가 알아서 들어오던 시기는 예 전에 끝났건만 본인들만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강현은 무심한 투로 말을 꺼냈다.

“결론만 말하자면 쉬프 섬까지 황 녀님을 호위해 달란 말씀이시군요.”

“간단하게 말하면 그리되겠지. 이 왕 가는 것이니 자네도 벨런 섭외 에……

“거절하겠습니다.”

리바시치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눈을 껌벅였다.

“방금 거절하겠다고 했나?”

“연합 기사단의 업무는 제국과 제 후국의 안전을 위해 웨이브를 공략하는 것입니다. 지정된 업무 외의 일을 이행해야 할 의무는 없지요.”

“그 연합 기사단 자체가 없어질 위 기라서 이리 부탁하는 게 아닌가.”

“에르델 황녀님,황녀님은 부탁처 럼 느껴졌습니까?”

능청스레 에르델에게로 바통을 던 지는 강현이었다.

에르델은 습관적으로 옆머리를 쓸 어 넘기며 마찬가지로 능청을 떨었 다.

“보통 부탁이라는 건 그에 상응하 는 대가가 필요한 법이죠.”

강현과 에르델이 이번 일에 적격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강현과 에르델이 무

조건 벨런 섭외에 나서야 되는 건 아니다.

원래는 황궁의회가 맡아야 할 일이 잖은가.

연합 기사단 재건에 실패한다 해도 책임은 황궁의회가 짊어지지,강현 이나 에르델이 짊어지는 게 아니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고,황궁의 회로선 두 사람이 대놓고 능청을 떨 어도 참아야만 했다.

리바시치는 소리 없는 심호흡으로 분을 삭이며 입을 열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강현은 기다렸다는 듯 요구사항을 을었다.

“이번 벨런 섭외는 벤젠 기사단에

부여된 임무란 형식으로 처리되었으 면 합니다. 황궁의회의 인장을 찍은 기밀문서를 작성해 주십시오.”

“임무 형식으로 처리하면 실패했을 때 벤젠 기사단의 책임이 된다만?”

“그러니 문서에 한 줄 추가해 주셔 야지요. 실패해도 벤젠 기사단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문구를 말입 니다.”

강현과 에르델이 간다고 반드시 벨 런을 섭외할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 다.

황궁의회가 섭외 실패를 꼬투리 잡 아 억지를 부릴 수도 있기에 미리 손을 써 두려는 것이었다.

리바시치도 이번 일의 성패로 책임

을 묻는 건 억지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그리 속 좁은 사람으로 보 이나? 섭외 실패 가지고 꼬투리 잡 을 정도로 억지를 부리진 않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요.”

“그리 원한다면 임무 지령서를 써 주지. 그 외에 달리 또 요구할 게 있다면 지금 말하게.”

강현은 테이블 위에 있는 만년필을 집어 지도 가장가리 여백에 글자를 써내려 갔다.

몇몇 인물의 이름이 대륙 공용어 문자로 쓰여졌다.

3명의 이름을 적어 내린 강현은 만년필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사흘 내로 이 3명을 황궁에서 퇴 출시켜 주십시오. 어떤 이유를 가져 다 붙이는지는 그쪽에게 맡기겠습니 다. 이 3명이 퇴출되는 걸 확인한 후에 쉬프 섬으로 출발하겠습니다.”

강현이 적은 이름을 확인한 리바시 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메이아 황녀님의 집사 김진수? 그 리고 1급 집무관이 2명이군. 이들을 퇴출시켜야 할 이유라도 있나?”

“해 주실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1급 집무관들 정도는 뭐…… 메 이아 황녀님께서 근신 중이니,집사 도 어려울 건 없겠지.”

강현이 퇴출해 달라고 한 자들 모 두 조직의 간부들이었다.

조직의 연락망이 발이라고 치면, 조직의 황궁 내 간부들은 손이라 할 수 있었다.

대가라는 핑계로 황궁의회를 이용 해 조직의 간부들을 황궁에서 내쫓 을 생각이었다.

강현과 조직 간의 암중 다툼을 모 르는 리바시치는 그저 사적인 원한 이라 여겼다.

‘이 3명이 신경을 거슬리기라도 했 나 보군. 에르델과 최강현을 쉬프 섬으로 보낼 수만 있다면 이딴 조무 래기 몇 명 내보내는 것쯤이야 얼마 든지 해 주지.’

“이 두 가지만 들어 주면 출발해 줄 건가?”

“물론입니다.”

“에르델 황녀님도 이걸로 충분하십 니까?”

“그러죠. 방금 나온 두 사안이 충 족되면 바로 출발하겠어요.”

말이 나온 김에 즉석에서 바로 임 무 지령서를 작성했다.

잠시 후,본궁에서 나온 강현의 손 에는 곱게 접힌 임무 지령서가 쥐여 져 있었다.

이제 막 오후가 된지라 햇살이 강 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에르델은 눈썹에 손을 얹어 그늘을 씌우며 입을 열었다.

“쉬프 섬은 멀어요. 제국 남서부까 지 가서 배를 타고 한참을 더 가야 되죠. 아마 20일 정도 걸릴 걸요.”

“직접 손쓰지 않고 제국 간부들을 황궁에서 쫓아낼 수 있으니,왕복 한 달 반이면 싸게 먹히는 편이지 요.”

“아니,그게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둘이 다녀야 된다는 뜻이었어요.”

“훔,불편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죠?”

“시종 한 명쯤은 데리고 가도 될 겁니다. 데리고 계신 궁녀 중에서 믿을 만한 사람으로 고르십시오.”

몰라서 이러는 거야? 아니면 일부 러 이러는 거야?

남녀 둘이서 여행가는 거라고.

당연히 무슨 일이 있지는 않겠지

만,김혜림과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도 있단 걸 알아야지.

빙빙 둘러 말하던 에르델은 답답함 에 가슴을 쳤다.

“아니,그게 아니라!”

“그럼 뭡니까?”

“뭐랄까. 으음,다 큰 남녀 둘이서 여행을 가는 거잖아요.”

강현은 이제야 에르델이 하고자 하 는 말뜻을 깨닫곤 무심히 말했다.

“뭘 기대하시는 겁니까?”

“기대하는 거 아무것도 없거든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로 강 력히 부정하는 에르델이었다.

그나마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덕에 상기된 얼굴을 감출 수 있었다.

강현은 발끈하는 에르델에게서 유 유히 멀어지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 다.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걱정 마십시 오.”

멀어지는 강현을 보던 에르델이 길 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나도 가능성이 없다는 건 알고 있 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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