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화
석화 상태에서 풀려난 기사들은 뭐 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상황 설명은 염가 처분된 지 오래 였고,무작정 뛰라는 소리만 들려왔 다.
그리고 막상 동굴 바깥으로 나가자 모든 상황이 단번에 이해되었다.
저 멀리 산봉우리 위에서 몸을 일 으킨 광룡과 놈의 입에서 뿜어져 나 오는 빛 무리.
그 이상 현재 상황을 잘 알려 주 는 지표는 없었다.
기사들은 입을 쩌억 벌리며 경악했 다.
“저런 미친 드래곤을 봤나! 기상 운동으로 브레스는 좀 아니잖아!”
“그러니까 광룡이지! 얼른 단장님 쪽으로 뛰어!”
기사들은 수풀 너머에서 강현이 세 븐 슬라임 뒤에 자리 잡는 것을 목 격할 수 있었다.
사람을 먹여야지만 공격무효화 능 력이 풀리는 점액 덩어리.
성가신 걸로만 따지면 쉐도우 리퍼 나 석상 호걸 같은 놈들보다 더한 놈이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세븐 슬라임이 반갑기 짝이 없었다. 기사들은 강현의 의도를 깨닫곤 부 리나케 발을 놀렸다.
“뭘 하려는지 알겠군. 세본 슬라임 을 엄폐물로 삼으려는 거야.”
“먹히면 못 살려 주니까 알아서들 조심해!
산봉우리에서 쏜 소멸 브레스가 숲 가장자리부터 쭈욱 훑으며 숲에 있 는 모든 것을 소멸시켰다.
숲 가장자리부터 훑어 준 덕분에 모두가 세븐 슬라임 뒤에 자리 잡을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우우우응!
숲이 사멸하는 소리에 귀가 먹먹해 졌다.
브레스는 끝없이 쏘아져 나왔으며, 길디긴 빛줄기가 강현과 기사들을 향해 다가왔다.
거인국에 들른 걸리버의 기분이 이 랬을까.
마치 거대한 면도기가 숲이란 이름 의 턱선을 닦아 내는 듯했다.
이윽고 빛줄기가 강현과 기사들이 있는 곳을 지나쳤다.
주변의 모든 것이 소멸되는 와중에 세본 슬라임만은 공격무효화 능력 덕에 소멸되지 않았다.
그를 엄폐물로 삼고 있던 강현과 기사들 또한 무사히 브레스를 버텨 낼 수 있었다.
뒤늦게 뒤편에 사람이 있음을 깨달 은 세븐 슬라임이 튀어 올랐다. 하지만 이미 브레스가 지나간 후였 다.
더 이상 세본 슬라임을 엄폐물로 쓸 필요가 없었다.
강현은 세븐 슬라임 너머에서 광룡 이 날개를 펼치는 걸 확인하곤 지시 를 내렸다.
“산개해서 광롱을 공격해.”
“세부전략은 어떻게 할까요?”
“각자 알아서 죽지 않고 알아서 죽 이도록.”
“다들 들었지? 죽으면 본인 책임이 라신다!”
“알겠습니다!”
벤젠 기사단이 1조,2조,3조로 나 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와중에 퀵실버 기사단 기사 4 명은 저희들끼리 따로 뭉쳐서 움직였다.
총 네 무리의 기사들이 허허벌판으 로 변한 숲을 가로질러 광룡을 향해 나아갔다.
현재 광룡의 숲에 남아 있는 거라 곤 광롱이 봉인되었던 산과 공격무 효화 능력을 지닌 몇몇 몬스터가 전 부였다.
지형지물의 이점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
이를 달리 말하면 정면 대결만으로 광롱을 사냥해야 된다는 뜻이었다. 강현은 광롱의 주의를 끌기 위해 마나폭검을 전개했다.
파사삭!
부서진 마나 파편들이 쏘아져 나갔
지만 광룡에게까지 미치지 못하고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광룡의 심기 를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광통이 이빨을 드러내며 강현을 내 려다보았다.
흰자위밖에 없는 눈동자에는 이성 따윈 온데간데없고 광기만이 이글거 렸다.
광롱은 급강하하여 거대한 몸으로 강현을 깔아뭉개려 했다.
머리 위에 드리워지는 도마뱀 몸뚱 아리를 목격한 강현,김혜림,빅터가 세 방향으로 찢어졌다.
세 사람이 있던 자리로 광롱의 몸 이 떨어져 내리며 육중한 굉음을 터트렸다.
과과쾅!
낙하 충격 때문에 흙바닥이 부서지 며 주먹만 한 돌덩이들이 강현을 덮 쳤다.
강현은 돌덩이의 대부분을 빙백검 으로 쳐 내면서 실드를 끌어 올렸 다.
그중 일부러 돌덩이 한 개는 쳐 내지 않고 허벅지로 받아 보았다. 돌덩이가 허벅지에 적중하나 싶더 니 반사 실드에 막혀 튕겨 나갔다.
‘이제야 저주가 풀렸군.’
오브렌의 저주가 아직 효력을 발휘 하는지 확인한 것이었다.
지금 반사 실드가 전개된 것으로
보아 저주는 확실히 풀려 있었다. 상대는 마법의 시초라 불리는 드래 곤이 다.
어떤 마법을 쓸지 모르니,놈을 상 대하는데 있어 실드는 반드시 필수 였다.
그런데 정작 바닥에 내려앉은 광룡 은 마법이 아닌 앞발을 내리치며 강 현을 공격했다.
“크릉
낮은 하울링과 함께 누런 발톱이 날아들었다.
강현은 빙백검을 가로로 들며 앞발 안쪽으로 파고들어 공격을 비껴 냈 다.
어째서 특기인 마법을 쓰지 않지?
이성을 잃은 광룡이기 때문에 마법 을 쓰지 못하는 걸까?
‘마법이라는 게 복잡한 계산이 필 요한 기술이라 했었나……. 이성이 없으니 계산도 못하는 거군.’ 하긴 광롱이 제정신이었으면 공중 에서 마법만 질리도록 연사했을 거 다.
브레스는 마법이 아니라 드래곤 종 족의 특수 능력이니 논외로 쳐도 무 방했다.
광롱이 마법을 쓰지 못하는 건 다 행이지만 그렇다고 공략이 쉬워지는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드래곤을 공략하는데 제 일 번거로운 것은 표피에 뒤집어쓴 저 비늘이었다.
강현은 광롱의 품 안으로 파고들며 빙백검을 휘둘렀다.
광롱의 비늘에 닿은 마나 블레이드 가 증발하면서 빙백검 본래의 푸른 검날만이 비늘을 긁었다.
까드드득!
‘드래곤 스케일에는 마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더니 정말이었군.’ 드래곤의 비늘에는 마나를 증발시 키는 효과가 있어서 마나 공격이 통 하지 않았다.
왼손에 제왕의 화염검을 소환하여 공격해 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 다.
제왕의 화염검조차도 광롱의 비늘
에 닫자마자 증발해 버렸다.
오로지 마나 없이 일반 공격만으로 사냥해야 한다.
드래곤 비늘의 강도는 미스릴보다 도 더 단단하다 알려진 아디만티음 과 동급이다.
마나가 담기지 않은 검으로 백날 긁어 봤자 젓가락으로 바위 깎는 격 이다.
하나,강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 다.
편하게 공략할 수 있었다면 난이도
SSS랭크란 꼬리표가 붙지도 않았을 터.
일단 닥치는 대로 공략해 보는 수 밖에.
강현은 광룡 앞발과 꼬리 공격을 피하며 옆구리만 계속 가격했다.
까득! 까드드득!
“크릉!”
광통이 4개의 발을 굴려 대며 강 현을 짓밟으려 했지만,김혜림과 빅 터가 앞뒤에서 공격을 날려 광룡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광롱이야 몇 대를 맞든 긁힌 자국 이 나는 게 전부다.
반면 강현은 한 번이라도 직격을 맞으면 위험했다.
반사 실드로 받아 낼 수 있는 데 미지엔 한계가 있다.
드래곤쯤 되는 덩치의 몬스터에게 밟히면 실드는 금방 바닥날 거고,곧바로 치명상을 입을 것이었다. 강현은 접근과 회피를 반복하며 최 대한 신중하게 공격을 계속했다. 줄타기 같은 아슬아슬한 공격이 계 속되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공략 진 척이 보이지 않았다.
‘광룡을 공격하고 있는 건 나를 포 함한 1조뿐인 건가. 다른 조는 뭘 하고 있지?’
광롱의 움직임에 집중하였기에 주 변 파악을 다소 소홀히 했다.
한데 아까부터 강현,김혜림,빅터 만 광롱을 공격하고 있었다. 힐끗힐끗 주변을 살피니 다른 조는 전부 공격무효화 능력이 있는 몬스 터를 유인하는 중이었다.
어쩐지 다른 몬스터들이 덤비지 않 더라니.
굳이 세부전략을 짜 주지 않아도 알아서 강현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 여 주는 기사들이었다.
덕분에 나름대로 공략하기 쉽게 판 이 짜여졌다.
하지만 갖은 노력에 비해 진척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여전히 광롱의 비늘에는 긁힌 자국 만 늘어나는 게 전부였다.
이런 속도로는 제한시간 안에 공략 하지 못한다.
어디선가 공략 포인트를 찾을 필요 가 있다.
‘비늘이 없는 곳을 찾아야 하는
데……;
비늘이 없는 곳이라 해 봤자 배 일부와 입 안쪽이 전부다.
하지만 광룡이 배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몸을 낮게 깔고 있어 배를 공략하는 건 힘들 듯하다.
필연적으로 남은 약점은 입안밖에 없다.
강현은 광롱의 뒤쪽 넓적다리를 디 딤대 삼아 밟으며 광롱의 등에 올라 탔다.
그러곤 불안정한 광롱의 등 위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며 광룡의 머리 쪽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생각 외로 광롱의 저항이 적었다.
등골에 신경이 없는 것도 아닐 텐 데??????.
그 이유는 곧 알아챌 수 있었다.
전방에서 광롱의 신경을 분산시키 던 김혜림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 다.
“이 녀석 또 브레스 쏘려 하고 있 어요!”
첫 브레스를 내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
회복력이 얼마나 높길래 벌써 마나 가 다 찼단 말인가.
벤젠 기사단 2조,3조 그리고 퀵실 버 기사단 기사들은 유인하던 몬스 터 뒤에 숨으면 된다.
그러나 강현을 비롯한 김혜림과 빅
터는 몬스터들 뒤에 숨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이대로라면 브레스에 직격당하고 말 터.
생각해 내야 한다.
분명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 을 거다.
순간,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강현은 자신이 광룡의 아가리 쪽으 로 가고 있음을 상기했다.
‘입 안쪽에 브레스가 장전되고 있 다면……
광롱의 등을 지나쳐 목덜미 부근에 다다랐을 쯤.
강현은 광롱의 불룩 솟은 승모근을 밟고 입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곤 삐죽 솟아 있는 광룡의 수 염을 잡고 원심력 이용해 입 근처에 다다랐다.
살짝 벌어진 광롱의 입안에는 어느 덧 상당량의 빛 무리가 모여 있었 다.
‘역시 마나가 모여들고 있었어!’
숲 하나를 소멸시키고도 남을 양의 마나다.
광롱의 입 속은 화약고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대량의 화약이 모인 곳에 불씨를 지핀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광룡 네놈이 몸소 확인 해 봐라.
강현이 재빨리 제왕의 화염검을 소
환해 냅다 광롱의 입안으로 찔러 넣 었다.
고밀도로 응축되어 있던 마나 덩어 리에 제왕의 화염검이 틀어박혔다. 이는 정유소에 방사기를 들이댄 격 이었다.
브레스를 위해 한데 모였던 마나가 한꺼번에 타오르면서 광룡의 입 안 가득 불길이 일어났다.
불길은 광롱의 입 안팎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왔다.
강현은 광롱의 턱을 발로 차며 입 을 닫음과 동시에 위치 되감기로 광 룡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크르르르!”
직후,광룡의 머리가 강렬한 불길
에 휩싸였다.
겉으로는 머리만 불길에 휘말린 것 같지만,몸 내부까지 시커떻게 타들 어 가고 있을 거다.
이성이 마비되었다고 감각까지 마 비된 건 아니다.
광롱이 격하게 몸부림을 치며 바닥 에 머리를 찧어 댔다.
쿵! 쿵!
“크워어어!”
워낙에 덩치가 큰 나머지 타 죽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불구경하는 양 지켜보다 보니 어느 덧 광룡이 시커먼 혀를 내밀고 마침 내 숨이 끊어졌다.
구간이 클리어되면서 남아 있던 몬
스터들은 전부 소멸되었다.
강현은 죽은 광룡에게 다가가 전리 품을 추출해 냈다.
전리품은 3개였다.
[황금왕의 토시]
등급 : SS 타입 : 토시
특성 : 골드 드래곤 카이젤에게 매 년 세 대의 수레로 황금을 바친 자 가 조공의 대가로 받은 토시. 마나 를 불어넣으면 2초간 공격무효화 능 력이 발동한다. 30분의 재사용대기 시간을 가진다.
[광룡의 드래곤하트]
등급 : SS
타입 : 영약
특성 : 미쳐 버린 골드 드래곤의 드래곤하트. 세월이 흐르며 탁기가 정화되지 않은 탓에 온전한 드래곤 하트보단 효율이 떨어진다. 섭취할 경우 마나 스렛 100 증가.
[엘레멘탈 웨펀(등급 : SS)]
[용마전쟁 시절 드래곤이 만들어 냈다던 무기술. 사용시 수,화,토, 풍의 네 가지 속성을 무기에 부여할 수 있다. 속성에 따라 특수효과가 존재한다.
-화 속성 : 공격 적중 시 3초간 화룡의 낙인을 남긴다. 낙인이 새겨진 상대에게 공격을 가하면 공격의 위력이 1.2배 증가한다.
-수 속성 : 공격 적중 시 3초간 수룡의 낙인을 남긴다. 낙인이 새겨 진 상대에게 공격을 가하면 상대의 마나가 0.5초 동안 동결되어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토 속성 : 공격 적중 시 3초간 토룡의 낙인을 남긴다. 낙인이 새겨 진 상대에게 공격을 가하면 상대의 움직임이 3초간 느려진다.
-풍 속성 : 공격 적중 시 3초간 풍룡의 낙인을 남긴다. 낙인이 새겨 진 상대에게 공격을 가하면 상대의 몸이 뒤로 밀려난다.
각 속성은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사용할 수 있다.]
SS급 보구와 영약, 스킬북 중 어느 하나 빠짐없이 효과가 탁월했다. 강현은 전리품을 모두 아공간 주머 니에 넣어 뒀다.
영약이며 스킬북 습득은 나중에 해 도 늦지 않다.
지금은 더 중요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웨이브 출구가 열리면서 김혜림이 나가자는 뉘앙스로 말을 걸어왔다.
“후우,이번 일은 사후처리가 더 복잡하겠네요. 나가서도 당분간은 바쁘겠어요.”
단장인 강현이 나가야 단원들도 뒤
따라 나가지 않겠나.
모두가 강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강현은 죽은 광통의 비늘 하나를 떼어 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잠깐 볼일 좀 보고 을 테니 먼저 나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