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화
과직!
요란한 소리가 터졌다.
그러나 오브렌은 뻗은 주먹에서 아 무런 손맛도 느끼지 못했다.
애당초 갑옷이 발동된 상태의 주먹 이 적중하면 뼈가 부러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폭발하듯 사지가 분해되는 게 정상 이었다.
한데 강현은 멀쩡하기만 했다.
순간,강현의 입속에 푸른 조각을 목격한 오브렌이 크게 소리쳤다.
“운디네의 눈물인가!”
오브렌의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 판
단한 강현이 순간적으로 운디네의 눈물을 복용한 것이었다.
공격무효화 능력으로 오브렌의 공 격을 견뎌 낸 강현이 빈손을 짧게 휘둘렀다.
아무것도 없던 손에 제왕의 화염검 이 소환되며 오브렌의 양쪽 건틀릿 을 쳐 냈다.
제왕의 화염검이 지닌 마나 소각 능력이 건틀릿에 맺힌 마나 건틀릿 을 태우기 시작했다.
화르륵!
“으앗! 뜨거!”
양손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당황한 오브렌이 땅을 박찼다.
알바트로스의 신발 효과로 오브렌
의 신형이 뒤로 크게 물러났다.
오브렌과 거리가 벌어지자 강현은 즉시 마나폭검을 전개했다.
터영! 텅! 터영!
굵직하게 쪼개진 마나 파편들이 오 브렌의 갑옷을 두드렸다.
아까 강현의 마나 블레어드를 한 번 받아 내며 실드가 다소 약화된 오브렌이다.
이번에 날아든 마나 파편들이 오브 텐의 실드를 완전히 소멸시켜 버렸 다.
게다가 이어지는 증폭 스렛 효과로 일어난 후폭풍이 갑옷에 균열을 일 으켰다.
“커억..!”
오브렌은 속이 뒤집어지며 역류한 핏물을 가까스로 삼켜 냈다. 그러곤 급히 정수정화란 스킬로 팔에 붙은 불길을 꺼트렸다.
하나,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사이 강현이 바로 맞은편까지 도 달해 있었다.
바로 지척에서 빙백검이 날아들었 다.
온몸에 오한이 일어나는 건 비단 빙백검의 냉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빙백검을 뻗는 강현의 무심한 표정 이 오브렌으로 하여금 섬쩟함을 느 끼게 했다.
갑옷의 균열 사이로 날아드는 빙백 검을 목격한 오브렌이 욕지거리를 뱉었다.
“이런 젠장……
푸욱!
빙백검의 날이 오브렌의 가슴을 꿰 뚫고 등까지 관통했다.
강현은 빙백검을 반 바퀴 비틀면서 거칠게 뽑아냈다.
살얼음 낀 핏조각이 강현의 주변을 수놓았다.
모조 루비마냥 빛바랜 광채를 내던 핏조각들이 힘을 잃으며 바닥을 알 알이 적셨다.
동시에 오브렌의 시신이 붉은 점의 모자이크 위로 쓰러졌다.
강현은 빙백검에 묻은 핏방울을 털 어 내며 뒤를 보았다.
마침 빅터가 크로스 기사단 기사
2명을 쓰러뜨린 참이었다.
“이쪽은 끝났습니다.”
“이쪽도 마찬가지야.”
빅터는 멀쩡한 강현과 쓰러진 오브 텐을 번갈아 보며 어깨를 으쏙였다.
“오브렌 경도 일단은 마나 마스터 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운디네의 눈물까지 써 버 렸지.”
“아까 나무 구멍에서 꺼낸 걸 썼습 니까? 그럼 플러스 마이너스 1이니 까 결국 3개 그대로군요.”
“속단하긴 이르지 않나?”
강현이 죽은 오브렌의 파우치를 거 둬들였다.
아공간 보관 보구였다.
파우치에 손을 넣고 머릿속에 이미 지를 그리자 3개나 되는 운디네의 눈물이 딸려 나왔다.
이로써 운디네의 눈물 수량은 원래 가지고 있던 3개와 합쳐 총 6개가 되었다.
6개라면 광통의 포효 2회차,3회차 를 버틸 수 있었다.
강현과 빅터는 동굴로 되돌아가며 앞일에 대해 논했다.
“하워드 경도 오브렌 경처럼 우릴 없애려 들 겁니다. 그 작자는 오브 렌 경보다 더 상태가 불안해 보였지 않습니까.”
“걱정할 거 없어. 과녁을 잘못 겨
누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 주면 그뿐 이야.”
하워드와의 결전을 각오하며 내달 리는 두 사람이었다.
어느덧 김혜림이 숨어 있는 동굴에 도착할 즈음.
동굴 입구 쪽에서 무거운 타격음이 들려왔다.
투응!
더불어 바닥에 검은색,하얀색 타 일이 체스판 마냥 깔려 있었다.
발을 디딘 자리에 흑백의 타일이 깔리는 몬스터는 하나뿐이다.
쉐도우 리퍼가 동굴을 습격한 게 틀림없었다.
강현이 무성한 수풀을 헤치며 동굴 입구에 다다랐다.
동굴 입구 앞에선 사마귀 형태의 모습을 지닌 쉐도우 리퍼가 낫처럼 생긴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우두둑!
팔짓 한 번에 아름드리나무가 깔끔 하게 잘려 쓰러졌다.
물론 오두막이나 지어 주려고 휘두 르는 팔짓이 아니다.
나무가 쓰러지는 자리 주변으로 일 단의 무리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복장으로 보건대 퀵실버 기사단 기 사 4명과 김혜림이었다.
김혜림이 퀵실버 기사단 기사들에 게 지시를 내렸다.
“검은색 타일 위에서만 공격하세 요! 안 그러면 공격이 반사돼요!”
“혜림 양 말대로 검은색 타일 위에 서만 공격해!”
“커헉! 그런 건 빨리 말하라고!”
“치유 화살 날릴 테니까 가만히 있 어요!”
퀵실버 기사단 기사들이 쉐도우 리 퍼를 공격하고,김혜림이 치유의 화 살로 지원하는 상황이었다.
참으로 이질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토록 벤젠 기사단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자들이 아니던가.
자리를 비운 사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앞뒤 사정은 동굴 앞 인테리어 공 사 중인 사마귀를 처리한 후에 들을 수 있을 듯했다.
퀵실버 기사단 기사들이 일정 이상 데미지를 준 탓에 쉐도우 리퍼가 발 을 구르며 광분했다.
“키에에엑!”
쿵! 쿵! 쿵!
바닥 타일이 부서지며 반사 효과를 지닌 흑백의 타일이 뒤섞였다. 이제부턴 쉐도우 리퍼에게 마나 공 격을 하든,일반 공격을 하든 모든 공격이 반사된다.
그러나 강현에겐 무관한 이야기였 다.
반사 데미지를 무시할 수 있는 쉐
도우 리퍼의 외갑 스킬이 있지 않은 가.
강현이 퀵실버 기사단 기사들 사이 로 끼어들며 한껏 뛰어올랐다.
쉐도우 리퍼가 단두대마냥 팔을 내 리쳤지만 강현의 빙백검이 더 빨랐 다.
마나 블레이드의 날이 쉐도우 리퍼 의 팔을 동강 냄과 동시에 연계 동 작으로 마나폭검까지 펼쳐지며 쉐도 우 리퍼의 머리를 꿰뚫었다.
퍼벅! 퍼버벅!
강현이 착지했을 땐 쉐도우 리퍼의 몸뚱이가 옆으로 기울기 시작한 후 였다.
강현은 쓰러지는 쉐도우 리퍼를 뒤
로하며 퀵실버 기사단 기사들에게 빙백검을 겨누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듣고 싶군.”
표면적으로만 동료일 뿐,평소에도 계속 적대적이었던 두 기사단이다.
왜 갑자기 협력하고 있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들었으면 했다.
다소 살벌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김 혜림이 쪼르르 뛰어오며 강현을 말 렸다.
“설명할 테니까 일단 검부터 내려 요.”
김혜림이 강현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일어난 일을 모두 설명했다.
하워드가 은신 스킬로 벤젠 기사단 을 미행했던 것부터,회의감을 느낀 퀵실버 기사단 기사들이 협력하자고 설득한 것,하워드를 제압하려다가 그가 바위에 깔린 것까지.
지목의 설원에서부터 조짐은 보였 었다.
웨이브의 희생양으로서의 죽음.
이는 길거리의 부랑배가 돌 맞고 죽는 것보다도 못한 최후였다. 엘리트임이 분명한데도 제물이 되 었다는 것 하나 때문에 값어치가 한 없이 추락한다.
거사를 치른 후의 상태가 된 것마 냥,자신을 이루고 있다 생각되었던 명예며 업적이 모두 초라하게 느껴 졌을 거다.
강현은 빙백검을 검집에 넣으며 입
을 열었다.
“동행을 허락하지.”
“후우,믿을 수 없다고 쫓아내면 어쩌나 싶었어요.”
“저들에게 남은 건 목숨뿐이니까. 이제 기사 생명은 끝났으니 배신할 이유가 없지.”
“기사 생명이 끝나요?”
“그 정도는 쉽게 계산할 수 있지 않나.”
퀵실버 기사단은 하워드를 비롯해 대부분의 기사들이 죽었다.
황궁으로선 퀵실버 기사단을 존속 시킬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하워드가 말도 안 되는 명 령을 내렸다곤 해도,법적으로는 하워드의 명령에 불복종한 셈이다. 웨이브를 나간 후에 퀵실버 기사단 기사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좌천 혹 은 기사직 박탈밖에 없었다.
퀵실버 기사단 기사들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각오한 일입니다.”
강현은 퀵실버 기사단 기사들에게 석화의 마안을 걸어 석상으로 만들 어 주었다.
이어서 2회차 광룡의 포효가 시작 되었다.
강현,김혜림,빅터는 운디네의 눈 물을 먹어 2회차 광룡의 포효를 넘 겼다.
포효가 가라앉을 즈음,김혜림이
한 가지 사실을 지적했다.
“잠깐만요. 여기 오기 전에 크로스 기사단을 전멸시켰다고 했죠?”
“그랬지.”
“퀵실버 기사단까지 사라지면 사실 상 연합 기사단 해체 아녜요? 조직 을 치려면 황궁에 남아 있어야 하 고,황궁에 남으려면 연합 기사단이 지속되어야 하잖아요.”
“디벨롭도 바보는 아니야. 절대 이 대로 돌려보낼 리가 없지.”
굳이 남으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황궁의회나 조직이 알아서 남길 방 법을 궁리해 줄 거다.
이번 웨이브까지 공략해 내고 나면 강현의 명성은 더욱 높아진다.
기껏 불러 놓고 명성만 잔뜩 키워 준 후 돌려보내 줄 리가 있겠나. 특히 조직 입장에선 강현에게 당해 연락체계까지 붕괴됐으니 결코 살려 보내지 않으려 할 거다.
그게 강현이 바라는 것임을 알면서 도 말이다.
강현을 비롯한 세 사람은 멋모르고 찾아든 몬스터를 잡으며 시간을 보 냈다.
어느덧 또다시 1시간이 지나면서
3회차 광롱의 포효가 펼쳐졌다.
“쿠오오오!”
세 사람은 운디네의 눈물을 섭취했 다.
이로써 남아 있는 운디네의 눈물은
모두 소진했고,광롱의 포효 패턴을 무사히 넘겼다.
김혜림은 석화 해제 포션을 꺼내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전 사람들을 깨울게요. 두 사람은 광롱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해 주세 요.”
강현은 포효의 메아리가 옅어지는 걸 느끼며 산봉우리를 보았다. 산봉우리에선 광롱을 묶고 있던 대 형 쇠사슬이 갈기갈기 쪼개지고 있 었다.
이윽고 봉인이 풀리면서 광롱이 몸 을 일으켰다.
웅크려 있을 땐 몰랐는데 몸을 일 으키고 날개를 펼치니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흡사 산 하나가 통째로 움직이는 듯 거대하기 짝이 없었다.
광롱은 찌뿌둥한 몸을 풀듯 허리를 구부렸다 펴며 숲을 오시했다.
이내 곧 광롱의 입안에서 강렬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강현은 팔짱을 낀 채로 서선 무심 한 표정으로 광롱의 패턴을 읽었다.
“브레스군.”
강현의 중얼거림을 들은 빅터가 깜 짝 놀라 강현의 팔을 잡아끌었다.
“지금 감상이나 하실 때입니까! 브 레스면 얼른 피해야죠!”
드래곤 계열의 종족들이 쓸 수 있는 기술 중 최강이라 불리는 기술이다.
브레스 한 방이면 도시 하나가 통 째로 날아간다고 한다.
도시 하나 크기면 광룡의 숲 전체 와 맞먹으니 사실상 브레스를 피할 수 있는 장소는 없었다.
강현은 좌우를 둘러보며 이용할 수 있는 게 없나 살펴보았다.
‘골드 드래곤은 소멸의 브레스를 쓴다 했었나. 동굴 안에 들어가도 동굴과 함께 소멸될 거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브레스라는 게 대량의 마나를 소모 하는 기술이니 한 번만 잘 넘기면 어떻게든 싸울 구색은 갖춰질 거다. 광범위 공격을 피할 수 있으면서도 소멸당하지 않는 곳.
찾아야 한다. 찾지 못하면 공략은 커녕 광룡 발톱 하나 건드리지 못하 리라.
재빨리 두리번거리던 중 강현의 눈 에 나무 사이를 통통 튀어 다니는 녹색 액체가 보였다.
저거라면……!
강현이 녹색 액체를 향해 달려감과 동시에 동굴 안의 김혜림에게 지시 를 내렸다.
“김혜림. 풀려난 사람들 데리고 따 라와.”
“네? 동굴 안에 숨는 게 아니고 요?”
“설명할 시간 없어. 시키는 대로 해.”
뒤늦게 동굴 안의 기사들이 와르르 뛰어나오던 중.
어느덧 브레스 장전을 마친 광룡이 골드 브레스를 내뿜었다.
과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