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화
탐지 스킬을 쓸 수 있는 자들이 전부 석상이 된 게 컸다.
평소 같았으면 상대방의 은신 스킬 정도는 금방 간파했을 거다. 김혜림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슬금 슬금 허리띠 옆을 더듬었다.
최소한 통신 보구를 켜서 강현에게 목소리가 들리게끔 해야 한다.
‘강현 씨가 가진 군단의 서 효과라 면 바로 날아와 줄 수……
하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날아든 화살이 통신 보구를 꿰뚫었다.
퍼억!
어느덧 하워드는 크라이시스 보우
가 아닌 소형 보우건을 들고 있었 다.
하워드가 보우건에 화살을 재장전 하며 김혜림의 미간을 겨누었다.
“두 손을 들라고 했지 않았나?” 퀵실버 기사단 기사들이,석상으로 변한 벤젠 기사단 기사들 주변에 포 진해 있었다.
말을 따르지 않으면 바로 석상을 부술 기세였다.
김혜림은 두 손을 들며 눈꼬리를 매섭게 치켜 올렸다.
“퀵실버 기사단의 자긍심이란 게 결국 인질 잡고 협박이나 하는 건가 요?”
“계집,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아직까지 상황 파악 이 안 되나 보지?”
하워드가 보우건을 겨눈 채로 김혜 림에게 다가섰다. 그러곤 손가락으 로 김혜림의 턱선을 훑으며 끈적거 리는 눈빛을 띠었다.
“부하들은 모두 죽고 애인이 처참 한 꼴을 당하면 최강현 그놈의 표정 도 볼만해지겠지.”
턱에 닿는 손가락에서조차 끈적함 이 전해져 온다.
반격을 할까 싶어도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방심하는 것같이 보여도 충분히 방 어자세가 갖추어져 있다.
썩어도 준치라고 마나 마스터는 마
나 마스터란 건가.
하워드의 손이 점점 아래로 향하던 때.
석상 주변을 포위했던 퀵실버 기사 단 기사들이 말을 꺼냈다.
“저…… 하워드 단장님. 아무리 생 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욕망에 번들거리던 하워드의 눈빛 이 단번에 사나워졌다.
하워드가 고개를 돌려 기사들을 죽 일 기세로 노려보았다.
“지금 뭐라 지껄였지? 다시 한 번 말해 봐라.”
퀵실버 기사단 기사들은 잠깐 주춤 하면서도 소신껏 말했다.
“벤젠 기사단이 왜 스스로 석화에
걸렸겠습니까? 광롱의 포효를 피하 기 위함입니다. 이 방법이라면 우리 퀵실버 기사단은 물론이고 크로스 기사단까지 모두 살 수 있습니다.”
“공국의 기사 따위와 결탁하겠다는 것이냐!”
“결탁이 아니라 협력입니다. 저희 는 살고 싶습니다.”
“살고 싶다? 내 명령에 따르면 죽 는다는 것이더냐?”
“인정해야 할 건 인정해야 합니다. 방금 전 광롱의 포효로 4명이 죽었 잖습니까.”
어느덧 퀵실버 기사단의 머릿수는 5명으로 줄어 있었다.
몬스터와 싸우다가 죽은 것도 아니
었다.
운디네의 눈물을 섭취하지 못했다 는 것만으로 4명의 기사를 잃고 만 것이다.
지난 1시간 동안 찾아낸 5개의 운 디네의 눈물도 1회차 광룡의 포효를 피하느라 전부 소모했다.
희생된 동료들이 곱게 죽어 준 것 도 아니었다.
저주를 퍼부으며 죽어 가는 동료의 모습을 보는 것도 지겨웠다.
그저 벤젠 기사단과 협력하기만 하 면 되는 것을 왜 못한단 말인가.
하워드의 사리사욕에 손을 들어 주 기엔 자신들의 목숨이 너무나도 소 중했다.
그러나 하워드는 그 심정을 이해하 긴커녕 보우건의 방향을 틀어 부하 들을 겨누었다.
“석상이 된 이후에 원래대로 되돌 려줄 거란 보장이 어디 있지? 놈들 이 배신하지 않을 보장이 어디 있느 냐는 말이다!”
“적어도 최강현 단장은 무의미한 살생은 하지 않는 걸로 보입니……
“시끄럽다! 퀵실버란 이름에 먹칠 을 할 생각이라면 이 자리에서 내 손으로 끝내 주마. 어느 놈부터 죽 고 싶으냐?”
방아쇠에 걸린 하워드의 검지에 힘 이 들어갔다.
말뿐이 아닌 정말로 자신의 부하를
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하워드가 한 가지 잊고 있 는 사실이 있었다.
머리끝까지 열이 뻗친 탓일까.
등 뒤에 김혜림을 두고서 한눈을 판 것이었다.
실력 차가 있어도 너무 얕보면 봉 변을 당하는 법이다.
몸을 날린 김혜림이 하워드의 등 위에 올라타고,목에 팔을 감음과 동시에 무릎으로 하워드의 오금을 내리찍었다.
하워드의 다리가 풀림과 동시에 김 혜림의 팔이 하워드의 목을 옥죄었 다.
“커헉!”
“날뛰는 건 거기까지만 하시죠. 강 현 씨가 돌아올 때까지 잠들어 주셔 야겠어요.”
“크으옥, 이…… 빌어먹을 잡년 이……
김혜림이 바등거리는 하워드를 필 사적으로 억눌렀다.
갑작스런 전세 역전에 퀵실버 기사 단 기사들은 엉거주춤 머뭇거릴 뿐 이었다.
머리는 폼으로 달려 있는 게 아니 다.
여기서 누구 편을 들어야 살 수 있는지 계산할 머리는 가지고 있다. 김혜림을 제지하면 하워드가 이성 을 잃고 동굴 안의 전원을 죽여 버릴지도 몰랐다.
차라리 기절하게 놔두는 것이 나았 다.
그런데 갑자기 하워드가 동굴 천장 을 향해 보우건을 치켜 올렸다.
“작작…… 하란…… 말이다!”
보우건의 소형 화살에 마나 에로우 가 둘러지면서 동굴 천장을 향해 날 아갔다.
쉬쉬식!
마나 블레어드와 동급인 마나 에로 우의 위력은,비록 일부라지만 동굴 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머리 위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바 윗덩어리가 김혜림과 하워드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과르르르!
“바보 같은 짓을!”
김혜림이 재빨리 하워드를 놓으며 동굴 안쪽으로 몸을 굴렸다.
반면 하워드는 목이 졸린 탓에 산 소 부족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바위에 깔려 버리고 말았다.
하나,아직 끝이 아니었다.
바윗덩이에 깔렸건만 하워드는 멀 찡히 서 있었다.
피하는 게 불가능하자 실드를 끌어 올려 막아 낸 것이다.
김혜림은 얼른 가이아 보우를 꺼내 대지의 화살을 소환했다.
마나 유저 상급 수준의 대지의 화 살이 바위를 밀치고 나오던 하워드에게 틀어박혔다.
터영!
하워드는 재차 실드를 끌어 올려 대지의 화살을 튕겨 냈다. 그러곤 소형 보우건의 방아쇠를 빠르게 당 겼다.
피잉! 피잉! 피잉!
토막만 한 화살 세 발이 김혜림에 게로 날아들었다.
화살의 크기는 작지만 마나 에로우 가 둘러져 있기에 한 발 한 발의 위력은 철판도 뚫을 괴력을 품고 있 었다.
막아 내자니 너무 강하고,피하자 니 뒤편에 있는 벤젠 기사단원들의 석상이 파괴된다.
김혜림은 이를 악물고 자신 역시 연이어 시위를 세 번 당겼다.
피잉! 피잉! 피잉!
가이아보우로 소환된 대지의 화살 세 발이 거의 동시에 시위를 떠났 다.
활시위를 떠난 대지의 화살 세 발 이,놀랍게도 날아들던 하워드의 화 살들과 맞부딪쳤다.
근거리에서 쏘아진 화살을 화살로 맞추다니.
곡예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명중률이 었다.
물론 위력의 차이가 있는 만큼 대 지의 화살은 하워드의 화살을 상쇄 하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하지만 충돌의 충격으로 하워드의 화살 궤도가 틀어져 버리고 말았다. 화살은 그 성격상 궤도가 약간만 틀어져도 그 방향성이 멀어지게 마 련이 었다.
하워드의 화살이 김혜림이 아닌 동 굴 벽과 천장에 틀어박혔다.
대지의 화살과 맞부딪친 바람에 그 위력 역시 상당량 감소되었기에,동 굴이 무너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 았다.
그러나 이대로 싸움이 지속된다 해 도 하워드가 유리했다.
무력의 차이도 차이지만,김혜림은 지켜야 할 것들이 있었다.
어느새 하워드의 보우건엔 새로운
화살이 장전되어 있었다.
“건방진 짓을 한 대가를 톡톡히 치 르게 해 주마.”
피잉! 피잉!
소형 보우건을 떠난 화살들이 또다 시 날아들었다.
아까같이 운에 맡기는 곡예를 또 시도할 순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김혜림은 가이아보우를 땅으로 겨 누고 화염의 화살과 서리 화살을 동 시에 소환했다. 그러곤 시위를 짧게 당겨 동시에 두 개의 화살을 쏘았 다.
두 화살이 땅에 박히며 열기와 냉 기가 한껏 솟구쳤다.
피어오르는 열기와 냉기가 뒤엉키 자 순식간에 허연 수증기가 뭉게뭉 게 피어올랐다.
짙은 수증기 사이로 김혜림의 목소 리가 울려 퍼졌다.
“다들 안쪽으로 도망가요!”
더불어 소형 보우건의 화살이 적중 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퍼억! 퍽!
하워드는 김혜림에게 적중했으리라 여기곤 비웃음을 머금었다.
“큭크,멍청한 년. 어설픈 잔재주 따위가 통할 성싶으냐.”
날아간 궤적으로 예상컨대 김혜림 의 등에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
무려 마나 에로우가 부여된 화살이
니 몸을 꿰뚫고도 남았을 거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매서운 화살이 었다.
떨어지는 바위를 막느라 실드를 상 당량 소모했다지만 단 한 발로 내 실드를 걷어 내다니.
어쨌건 이제 남은 건 배반자들과 석상이 된 벤젠 기사단뿐이다.
하워드가 독기 어린 발짓으로 허연 수증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데 그때였다.
별안간 수증기 속에서 호리호리한 그림자가 일렁였다.
동시에 수증기 속에서 뻗어 나온 단검 한 자루가 하워드의 왼쪽 가슴 에 파고들었다.
푸욱!
“크억! 쿨력!”
이내 곧 수증기가 걷히면서 김혜림 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의 왼팔에는 두 발의 화살이 박혀 있었다.
화살의 위력 때문에 완전히 너덜너 덜해진 모습이었다.
하워드는 입가로 흘러나온 혈선 한 줄기를 물고 말했다.
“네 이년,도망쳤던 게……
“가끔은 거짓말도 나쁘진 않네요.”
“미친! 그럼 처음부터 왼팔을 내줄 생각으로……
“리스크 없이는 보상도 없다. 그게 우리 단장의 지론이라서요.”
혀를 놀림과 동시에 김혜림이 혼신 의 힘으로 몸을 던져 하워드를 자빠 뜨렸다. 그러곤 체중을 실어 단검을 힘껏 내리눌렀다.
“컥!”
하워드의 몸이 크게 요동치더니 이 내 힘을 잃고 추욱 늘어졌다.
마침내 하워드의 숨줄을 끊은 것이 다.
비록 큰 부상을 입었다지만,마나 마스터를 상대로 왼팔 하나만을 내 주었다는 건 천만다행이었다.
일단 상처 치료가 우선이었다.
김혜림은 단검으로 화살촉을 쳐내 고 화살대를 뽑아냈다.
엄청난 통증 때문에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으흑,나한테 당한 사람들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앞으론 되도록 한 방에 보내 줘야겠어.”
담담한 투로 살벌한 소리를 내뱉는 김혜림이었다.
이왕이면 포션보단 치유의 화살을 쏘고 싶었지만 한쪽 팔을 다친 탓에 시위를 당길 수가 없었다.
포션을 꺼내 와일드하게 입으로 뚜 껑을 따 내곤 왼쪽 팔에 괄콸콸 쏟 아부었다.
포션의 효과로 상처가 아물 즈음.
김혜림은 굳어 있는 퀵실버 기사단 에게 말을 건넸다.
“그쪽은 어떻게 할 거죠? 협력을
원한다면 제가 직접 강현 씨를 설득 해 주겠어요.”
하워드마저 죽은 마당에 더 이상 악바리를 쓸 이유가 없었다.
퀵실버 기사단 기사들은 벤젠 기사 단의 행동방침에 따르기로 하였다.
*
한편 강현과 빅터는 운디네의 눈물 을 찾아 사방팔방 헤매고 다녔다. 강현의 수중에 남아 있는 운디네의 눈물은 3개.
당장 광룡의 포효 2회차 때 강현, 빅터,김혜림이 살아남을 분량은 되 지만 3회차 때 쓸 분량으로 3개가 더 필요했다.
계속해서 하멜론의 쥐를 조종하던 빅터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찾았습니다. 전방 150미터 앞에 있는 나무 구멍 속입니다.”
강현과 빅터는 올가미처럼 지상 위 로 솟아난 나무뿌리를 뛰어넘으며 내달렸다.
150미터를 직진으로 주파하자 기 둥에 구멍이 뚫린 나무가 나타났다. 과연 나무 구멍 안쪽에서 운디네의 눈물이 뿜어내는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강현이 구멍 안에 손을 넣고 운디 네의 눈물을 빼냈다.
한데 뭔가 이상했다.
나무 구멍에서 손을 꺼내자 손등에 산양 머리 문양이 생겨나 있었다. 색깔도 검은색인 것이,영 좋지 못 한 기운을 풍겼다.
그리고 그와 동시였다.
나무 너머에서 거대한 기운이 일렁 거렸다.
과지직!
나무기둥이 부서지며 흑색 건틀릿 이 강현에게 날아들었다.
강현은 백스텝을 밟으며 수정 스텟 의 효과로 건틀릿을 흘려 냈다. 그리고 사방으로 흩날리는 나무 조 각들 사이에서 오브렌의 모습이 드 러났다.
“그걸 피하다니.”
강현은 로브에 묻은 나무 조각을 털어 내며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벌목이라면 다른 곳에서 하시지.”
“원망은 말거라. 좀 더 값어치 있
는 자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오브렌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기사의 명예와 제국의 평안을 부르 짖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본연의 야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의외로 체면치레가 심하군. 처음 부터 솔직하게 굴었다면 이쪽도 바 로 베어 줬을 텐데 말이지.”
“잘난 듯이 나불대는 것도 거기까 지다. 저주에 걸린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보자꾸나.”
나무 구멍에 운디네의 눈물을 놔둔
것부터가 함정이었다.
나무구멍 안에 접촉하면 저주에 걸 리는 보구를 설치한 것이리라. 현재로선 저주가 무슨 효과를 지녔 는지 알 수 없었다.
이리된 이상 속전속결로 끝내는 수 밖에.
강현이 빙백검에 마나 블레이드를 덧씌우고 휘둘렀다.
오브렌은 그에 맞서 오른손 건틀릿 에 마나 건틀릿을 부여하며 응수했 다.
카카칵!
건틀릿과 빙백검이 부딪치며 요란 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하나,오브렌의 공격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남아 있는 왼손의 건틀릿이 강현의 가슴팍으로 날아들었다.
부응!
강현은 수정 스렛의 효과로 왼쪽 건틀릿을 홀려 냈다.
동시에 빙백검의 날을 비틀며 한껏 체중을 실었다.
빙백검이 맞부딪치고 있던 오른손 건틀릿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가며 오브렌의 목을 향해 뻗어 나갔다.
“칫!”
오브렌이 급급하게 빙백검을 옆으 로 떨쳐 냈다.
간신히 목이 꿰뚫리는 걸 면한 오 브렌이 말했다.
“대체 뭐냐. 아까부터 이상하게 궤 도가 흐트러지는데?”
근접전을 펼칠 경우 강현이 훨씬 유리했다.
수정 스텟의 효과로 오브렌의 건틀 릿을 비껴 나가도록 조정한 덕분이 었다.
근접전만큼 공격 실패 이후 리스크 가 큰 전투도 없다.
강현은 내친 김에 오브렌을 몰아세 웠다.
그런데 양옆 측면에서 크로스 기사 단이 튀어나오며 전투에 가세했다.
“오브렌 단장님을 지원해라! 놈들 은 고작 두 명!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크로스 기사단 기사들은 하나같이 창을 쥐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강현을 상대하는 건 오 브렌이고,나머지는 사정거리가 긴 창으로 움직임을 방해할 셈이었다. 하나 강현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조무래기들의 공격은 반사 실드로 튕겨 내면 그만이었다.
어디까지나 오브렌만을 집중적으 로■?…
“.
퍼억!
반사 실드를 끌어 올리며 오브렌만 을 보고 있는데 창 하나가 허벅지를 후려쳤다.
허벅지 쪽에서 통증이 올라왔다.
창날이 아닌 창대 쪽으로 맞은 게
다행이랄까.
그보다 어째서 반사 실드가 작동하 지 않았지?
그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 었다.
“실드 스텟을 무력화시키는 저주로 군.”
그러지 않고서야 반사 실드가 작동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방어 능력을 없애면 이길 수 있다 고 여겨졌던가…….
아무래도 호락호락하게 보인 모양 이군.
위치 되감기를 사용해 포위망에서 벗어난 강현이 눈을 감았다가 뜨며 석화의 마안을 발동했다.
붉게 물드는 강현의 눈을 목격한 오브렌이 다급히 외쳤다.
“젠장,석화의 마안을! 놈과 눈을 마주치지 마라!”
오브렌을 비롯한 크로스 기사단 기 사들이 급급히 고개를 숙이는 등 눈 길을 피했다.
하나,강현은 이걸로 충분했다.
석화 능력에 걸리지 않아도 좋다.
잠시나마 시선을 돌린 것만으로도 석화의 마안은 제 역할을 해냈다. 크로스 기사단이 눈길을 거둔 틈을 타 가까운 기사들부터 베어 나갔다. 서격! 서격!
빙백검의 날에 걸리는 족족 기사들 의 사지가 절단 났다.
장창은 검과 달리 두 손을 다 써 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 만큼 방패를 쓰지 못함으로써 석화의 마안에 취약점이 드러난 셈 이었다.
삽시간에 4명을 베어 낸 강현이 등 뒤의 빅터에게 명령을 내렸다.
“빅터. 조무래기들을 처리해.”
“맡겨 두십시오.”
빅터가 기다렸다는 양 검을 내세우 며 남은 기사 2명을 상대했다. 그사이 강현은 자세를 가다듬는 오 브렌에게 빙백검을 뻗었다.
타이밍과 화력 모두 적절하게 가미 했다.
이번 검격으로 못해도 경상은 입힐
수 있을 거다.
경상만 입혀도 승기가 7할 이상은 기울 터.
그런데 갑자기 오브렌의 건틀릿에 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오 브렌의 전신을 휘감았다.
착용자의 모든 스렛을 3배로 올려 주는 칠흑의 갑옷을 착용한 것이었 다.
모든 스텟이 3배로 늘어났다는 건 실드 스텟도 3배로 늘어났다는 것. 빙백검이 오브렌의 실드를 뚫지 못 하고 마찰음이 터졌다.
채앵!
실드로 공격을 막아 낸 오브렌이 오른쪽 건틀릿 손등으로 빙백검을 쳐내며 강현에게 바짝 붙었다.
이리 빠짝 붙은 상태에선 궤도를 수정할 수 없었다.
강현은 빙백검을 휘두르는 대신 아 공간 주머니에 무언가를 빼냈다. 그사이 오브렌의 왼쪽 건틀릿에 3 배로 강화된 마나 건틀릿이 덧씌워 져 있었다.
오브렌이 승리를 확신한 듯 입꼬리 를 길게 늘어뜨렸다.
“묘비에는 주제 파악을 못해서 죽 었다고 새겨 주마.”
강하게 말아 쥔 마나 건틀릿이 강 현의 복부에 틀어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