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86화 (86/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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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의 머릿속에 안내음이 들려왔 다.

[당신은 설원의 저주에 걸리지 않 았습니다.]

이걸로 강현이 기둥에 매달리게 될 일은 없어졌다.

지목의 설원 일반 클리어 조건은 저주에 걸린 자 3명을 기둥에 매다 는 것.

저주에 걸린 자는 설원 내에 몬스 터가 소환될 때마다 W마리 이상의 몬스터를 죽여야 한다.

심지어 몬스터 한 마리를 죽일 때 기여도가 50퍼센트 이상이어야,1마 리로 인정되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사냥해야 된다.

그러나 무차별적으로 몬스터를 사 냥할 수만도 없다.

몬스터 처치에 집중하면 저주에 걸 린 것으로 판단되고 기둥에 묶일 터.

산 채로 기둥에 묶이면 냉롱의 저 주로 10초 내에 얼어 죽게 된다.

즉 저주에 걸린 감염자가 살아남으 려면,기둥에 묶이는 것을 피하며 설원 내의 시체 10구가 생길 때까 지 들키지 않도록 연기를 펼쳐야만 했다.

그 반면인,저주에 걸리지 않은 비 감염자는 몬스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지기 전에 감염자를 찾아 내서 기둥에 묶어야 했다.

그래야 희생자를 한 명이라도 줄이 고 공략을 완수할 수 있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저주에 걸린 자가 바로 자수하는 것이다.

때마침 오브렌이 손을 들며 모두의 이목을 모았다.

“저주에 걸린 자는 거수해라. 다들 웨이브 공략에 목숨을 걸고 왔으니 클리어를 위해 희생하도록.”

1초,2초,3초…….

그러나 시간이 홀러도 그 누구 한 명 손을 들지 않았다.

오브렌은 거수하는 자가 한 명도 없는 걸 보곤 얼굴을 구겼다.

“설마 동료 10명이 먼저 죽길 바 라는 것이냐! 본인 스스로 부끄럽지 도 않나? 제국의 안전과 동료의 안 전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게 우리의 사명 아니더냐!”

사명?

연합 기사단의 7할 이상이 이세계 인이다.

기사도니,충성이니 해도 이세계인 들에게 기사 작위란 출세 수단에 불 과하다.

안 그래도 희생의 새장에서 비참하 게 희생된 기사들은 본 마당에 누가 손을 들겠는가.

물론 강현이라면 저주에 걸린 자를 구분하는 건 어렵지 않다.

특수능력인 간파를 사용한다면 누 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직접 한 명씩 붙잡고 물어보면 거 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구분할 수야 있다만……

하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방법 이다.

한 명씩 붙잡고 물어볼 상황을 만 드는 것부터가 안 되거니와,설사 거짓말을 한 자를 가려낸다 해도 상 대가 부정하면 그만이다.

다른 두 기사단에게 거짓말을 구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말 해 봤자 믿어 줄 리 만무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눈치만 보며 분위기가 악화되어 갔다.

저주에 걸린 자가 자수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분노,타인을 의심하는 눈초리,금방 끝낼 수 있는 공략임 에도 금방 끝내지 않는 괴리감.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교차했다. 게다가 차분하게 추궁할 시간 또한 없었다.

“쿠오오오!”

기어이 몬스터 소환이 시작되었다.

지목의 설원 12시 방향에서 고를 린,끈끈이 슬라임,길티 래빗 등 소 형 몬스터가 60마리쯤 튀어나왔다. 세 몬스터의 평균 레벨은 기껏해야 20언저리.

연합 기사단의 수준이면 한 사람당 서너 마리는 너끈히 감당하고도 남 는다.

오브렌과 하워드는 추궁을 멈추고 몬스터부터 처리하고자 했다.

“저주 받은 자는 나중에 찾고 당장 은 몬스터부터 처리해야겠군.”

“끝없이 소환된다 했으니 빨리빨리 처리하는 게 관건이겠어.”

드디어 악마사냥꾼이라 불리는 오 브렌과 인간포대라 불리는 하워드의 실력을 볼 수 있었다.

먼저 하워드가 손을 등 뒤로 넘겨 아공간 배낭에서 활을 꺼냈다.

하워드의 활은 거의 공성포대라 해 도 좋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다.

그 길이만도 3미터는 될까.

하워드보다 2배는 길 법한 크기였 다.

하워드는 활 아랫부분을 땅에 박 고,한 발로 활고자를 밟아 고정한 채로 시위를 잡았다.

하워드에게 인간포대란 별명이 생 긴 이유 중 하나인 크라이시스 보우 였다.

이내 곧 크라이시스 보우에 마나가 깃들면서 푸른색의 화살이 소환되었 다.

화살의 굵기가 사람 팔뚝만 한 것 이 여간 위협적인 게 아니었다.

하워드는 몬스터들과의 거리를 가

늠하다가 시위를 놓았다.

시위에 걸려 있던 굵은 화살이 포 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더니 몬스터 무리 사이에 떨어졌다.

과아앙!

떨어진 화살이 마치 포탄이 떨어진 양 폭발을 일으켰다.

화살의 효과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폭발한 마나가 반구 형태의 빛 무 리를 이루더니 곧이어 폭발의 여파 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60마리의 몬 스터 중 절반가량이 가루가 되었다. 남은 30여 마리의 몬스터도 폭발 의 여파 때문에 삼삼오오 흩어진 상 태였다.

이번에는 오브렌이 흑빛의 건틀릿 을 장착하며 앞으로 돌진했다.

땅을 박차는 힘에 따라 가속도가 붙는 알바트로스의 신발 덕분에,땅 을 박찰 때마다 오브렌의 몸이 쭉쭉 쇄도했다.

삽시간에 몬스터 무리 앞까지 도달 한 오브렌이 가장 가까운 고블린에 게 주먹을 휘둘렀다.

“으람!”

기합 소리와 함께 주먹이 고블린의 머리를 가격했다.

파삭!

고블린의 단단한 머리가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증발해 버렸다.

고블린 한 마리를 죽이자 오브렌의

건틀릿 중앙에 박힌 게이지가 차올 탔다.

저 게이지를 모두 채웠을 경우 모 든 스렛을 3배로 올려 주는 갑옷을 착용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몬스터들이 저레벨이기도 하고,두 마나 마스터가 한껏 짜증이 난 상태 이기도 한지라,몬스터 60마리가 전 멸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저레벨 몬스터 60마리가 전멸함과 동시에 새로운 몬스터 60마리가 새 로 소환되었다.

뒤이어 소환된 몬스터들의 평균 레 벨은 방금 소환된 고블린 등등보다 약 2, 3레벨 높았다.

몬스터가 지속적으로 소환됨이 확

인되면서 모든 기사들이 전투에 합 류했다.

“지금부터 크로스 기사단은 오브렌 단장님의 좌우 측면과 후방을 엄호 한다! 단원들은 모두 십자 대형을 유지해라!”

“우리도 백병전에 돌입한다! 몬스 터는 각자 2인 1조로 맡도록! 저레 벨 몬스터라고 방심하지 마라!”

벤젠 기사단도 마찬가지로 몰려드 는 몬스터를 향해 돌격했다.

미리 짜 놓은 대로 3인 1조로 흩 어지며 각자 특기를 살려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강현은 두 번째로 소환된 몬스터인 놀 무리를 앞두고 빙백검에 마나 블레이드를 덧씌웠다.

곰의 몸통에 개의 머리를 합쳐 놓 은 듯한 몬스터인 놀이 이빨을 드러 내며 목을 노렸다.

“크워영! 커영!”

강현은 피할 것도 없이 놀의 머리 를 직격으로 내리쳤다.

입을 쩍 벌린 채로 다가오던 놀의 머리가 세로로 쪼개지며 기울어졌 다.

이어서 쓰러지는 놀의 몸통을 밟고 뛰어오른 강현은 체공 중인 채로 뒤 따라 달려들던 놀마저 베어 냈다.

“깨갱!”

빙백검에 베인 놀마다 앓는 소리를 내며 고꾸라졌다.

강현은 사냥을 하는 틈틈이 주변을 살펴보았다.

남아 있는 공략 인원은 27명.

몬스터는 한 번 소환될 때마다 60 마리가량 소환되었다.

즉 한 번 소환될 때마다 한 사람 당 2, 3마리씩 사냥하는 셈이다. 저주에 걸린 자는 1시간마다 10마 리씩 사냥해야 되니 남들보다 더 열 심히 사냥에 임할 터.

강현은 유달리 필사적으로 사냥하 는 자가 있는지 관찰해 보았다.

‘아직은 구분하기 힘들군.’

다들 저레벨 몬스터 정도는 일격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인지라,굳이 실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차곡차곡사냥 숫자를 늘려가고 있었다.

두 번째로 소환된 60마리를 모두 사냥하자 또다시 저레벨 몬스터가 소환되었다.

세 번째로 소환된 몬스터는 평균 레벨 25? 27쯤 되는 몬스터들인 레 드 슬라임과 리자드맨이었다.

강현은 레드 슬라임과 리자드맨의 숫자를 눈대중으로 가늠해 보았다.

‘아까보다 숫자가 줄어든 것 같은 데……

1,2회차 소환 때는 60마리가 소 환되었는데,지금은 그보다 너덧 마 리 적게 소환된 것 같았다.

일일이 세어 볼 시간은 없는지라 정확히 얼마나 줄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소환 숫자가 차츰차츰 줄어드는 듯했다.

갈수록 저주에 걸린 자를 찾아내기 쉽도록 소환되는 몬스터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리라.

강현이 용암을 토해 내는 레드 슬 라임을 베어 넘기려던 찰나,뒤편에 서 김혜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현 씨! 숙여요!”

목소리를 듣고 머리를 숙인 순간, 강현의 머리 위로 두 자루의 검이 지나쳐 갔다.

난전 중에 리자드맨 두 마리가 달 려와서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동시에 애시드 에로우가 날아들었 다.

애시드 에로우가 뭉쳐 있던 리자드 맨 두 마리를 동시에 꿰뚫으며 녹아 내렸다.

치이익!

강현은 도로 머리를 들며 김혜림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멀리서 김혜림이 엄지를 척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활을 들어 다른 몬스터를 쏘기 시작했다. 강현은 가라앉은 눈빛으로 김혜림 을 보다가 다시 검을 들었다.

마침내 1시간쯤 지났을까.

5회차에 소환된 평균 레벨 30-32 가량의 몬스터를 모두 전멸시키자 소환 현상이 멎었다.

1시간 주기로 약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휴식 시간이 라기보다 저주 걸린 자 추궁 시간에 가까웠다.

오브렌은 건틀린 사이에 낀 피딱지 를 털어 내며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아까 하던 이야기를 다시 하도록 하지. 아직 솔직하게 말할 생각이 없나?”

저주에 걸린 자들에게 자수하라 말 하는 것이었다.

전투에 집중하느라 잠시 가라앉았 던 의심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 다.

기사들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서로 를 보기 시작했다.

하워드가 크라이시스 보우를 강하 게 들었다가 놓으며 고압적인 투로 말했다.

“의심스러운 놈들 몇 명이 있더군. 혹시 모른다고 발뺌하진 않겠지?”

“나 역시 몇 명 발견했네. 내 입으 로 말하기 전에 자수하는 게 좋을 게야.”

오브렌과 하워드의 시선이 벤젠 기 사단의 기사들에게로 향했다.

벤젠 기사단 기사들은 당연하게도 불쾌한 반응을 내비쳤다.

“왜 저희를 보고 말씀하십니까? 마 치 우리 중에 저주 받은 자가 있다는 듯이 보입니다?”

“전투 중에 눈여겨보니 아주 필사 적으로 10마리 이상을 사냥하려는 자가 보이더군. 안 그런가,빅터 경?”

의심 받게 된 빅터가 눈살을 찌푸 리며 발끈했다.

“전 저주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억 측으로 사람을 저주 받은 자로 몰지 마십시오!”

“순순히 자백하게. 전투 도중에 자 네가 숫자를 세는 걸 희미하게나마 들었다네. 저주 받은 자가 아니고서 야 죽은 몬스터의 숫자를 셀 필요가 없지.”

“그건 보구의 재사용대기시간을 재

고 있던 겁니다.”

“핑곗거리 한번 좋군.”

“그렇게 따지면 하워드 경도 이상 하지 않습니까. 처음에 저렙 몬스터 에게 그리 강한 공격을 퍼부어야 할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마치 초장에 몬스터 사냥 숫자를 확보해 두려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뭣이? 일개 기사 주제에 감히 누 굴 의심하려 드는 건가!”

하워드와 빅터 간에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다른 기사들은 최대한 말을 아끼려 는 기미를 보였다.

각자 의심 가는 사람이 있긴 했으 나,함부로 말을 꺼냈다간 역으로 자신이 지목될 것 같아서였다. 강현은 적어도 하워드와 빅터는 저 주 받은 자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저 둘의 목소리에는 노이즈가 섞 이지 않았어. 둘 다 거짓말을 하고 있진 않군.’

둘 중 한 명이라도 거짓을 말했다 면 간파 능력이 발동했을 거다.

하워드와 빅터 둘 다 저주 받은 자가 아니었다.

단지 하워드는 어떻게든 벤젠 기사 단 기사를 희생시키고 싶어서,빅터 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언쟁을 벌 일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오브렌이 김혜림을 보 며 말했다.

“난 저 여기사가 의심되는군. 활을 쓰는 자는 보통 동료를 향해 쏘지 않는 걸로 아는데 말이지. 중간에 몬스터를 잡느라고 최강현에게 화살 을 쏜 걸 보았네만.”

김혜림은 자신이 지목되자 발끈하 며 부정했다.

“강현 씨가 아니라 몬스터를 왔어 요. 함부로 범인으로 지목하지 말아 주셨으면 하네요.”

“저주 받은 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나?”

“당연하죠!”

김혜림의 말이 귀에 전해진 순간, 강현은 감지할 수 있었다.

삐-

본인은 저주 받은 자가 아니라는 김혜림의 말에 노이즈가 섞여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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