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화
바실리스크의 입이 어찌나 큰지 마 치 커다란 동굴을 눈앞에 둔 듯했 다.
검으로 막니 마니 할 만한 크기가 아니었다.
한데 강현은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바실리스크의 입안으로 뛰어들었다. 눈으로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이는 명백한 자살행위나 다름없었 다.
새장 안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런 머저리 같은! 기껏 새장 밖 으로 나가 놓고 스스로 먹히면 어쩌잔 거야!”
“바실리스크는 타액에도 석화 능력 이 있다고!”
바실리스크의 마안에만 석화 능력 이 있는 게 아니다.
입안의 타액에도 석화 능력이 있어 서 놈의 내부에 들어가 타격을 준다 는 건 불가능했다.
바실리스크도 제 스스로 먹히러 들 어온 강현을 비웃듯 곧바로 입을 닫 아 버렸다.
게다가 입안에 갇힌 강현을 고스란 히 삼키려는지 목을 높이 들어 올렸 다.
한데 그 순간이었다.
“쉑! 쉑!”
갑자기 바실리스크가 고통스러워하 며 구역질을 해 댔다.
동시에 입 밖으로 강현이 보란 둣 이 빠져나오는 게 아닌가?
바닥을 굴러 낙법으로 충격을 완화 시킨 강현이 몸을 일으켰다.
몸 여기저기가 바실리스크의 타액 으로 젖어 반들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현은 돌로 변 하지 않았다.
S급 스킬인 ‘석상 호걸의 갑옷’ 효 과로 석화 능력에 면역인 덕분이었 다.
그 사실을 모르는 다른 두 기사단 은 아리송할 따름이었다.
자신들이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나
싶을 지경이었다.
“바실리스크 타액에는 석화 능력이 있는 게 아니었나?”
“문헌의 내용이 잘못된 것이었나 보군.”
강현의 능력을 인정하긴커녕,그저 자신들의 편의대로 해석하는 두 기 사단이었다.
한편 강현의 수족인 벤젠 기사단도 내심 혀를 내둘렀다.
‘저 인간은 독도 안 통하고,불에 도 안 타잖아. 근데 석화 능력도 안 통한단 말이야?’
‘사람인 거 맞긴 하지?’
각양각색의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에도 강현은 바실리스크와 전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입안에 상처를 입은 바실리스크는 머리와 꼬리를 이용해 강현을 깔아 뭉개려 했다.
쿠응! 쿠응!
강현은 위치 되감기로 놈의 공격을 피하고 되려 떨어진 꼬리로 올라탔 다.
그러곤 바실리스크의 몸 위를 달리 며 놈의 머리통을 향해 마나폭검을 전개했다.
파파파팍!
마나 블레이드가 부서지면서 쏘아 져 나간 마나 파편들이 바실리스크 의 머리에 직격했다.
바실리스크의 단단한 비늘에 자잘
한 균열들이 가득 일어났다.
강현이 쏘아 내는 마나폭검의 위력 을 감안하면,비늘의 강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현은 연이어 마나폭검을 쏘아 내 며 바실리스크의 몸통 위를 주파했 다.
바실리스크는 강현을 떨쳐 내기 위 해 몸을 좌우로 뒹굴거렸다.
강현은 파도처럼 물결 모양으로 꼬 인 바실리스크의 몸 중에서 위로 휘 어 오른 부위로 올라 높이 몸을 날 렸다.
그러곤 낮게 휘어 내린 부위로 뛰 어내리며 빙백검을 역수로 쥐었다.
“흐읍!”
짧은 기합과 함께 역수로 쥔 빙백 검에 크고 두꺼운 마나 블레어드가 솟아나며 비늘 사이에 틀어박혔다. 과드드득!
못으로 벽을 뚫듯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마나 블레이드가 비늘을 가르 고 파고들었다.
동시에 증폭 스렛의 효과와 빙백검 본연의 냉기 능력이 한껏 발휘되었 다.
바실리스크의 몸 안에서 발생한 후 폭풍이 야들야들한 속살을 갈기갈기 찢어발겼고,빙백검의 냉기 능력은 찢어진 상처를 알알이 얼리며 회복 불가능 상태로 만들었다.
입안의 부상과 더불어 몸통 한가운
데에 치명타를 입은 바실리스크다. 약이 바짝 오를 수밖에 없었다. 고통도 고통이려니와 공격이 통하 지 않자 바실리스크가 크게 분노하 며 이마의 마안을 개안했다.
이마의 마안이 정면으로 강현에게 향하며 보라색 빛을 뿜어냈다.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쬐듯 보라색 빛이 강현을 집중하여 조명했다. 하나 강현은 마안과 눈을 마주치고 도 태연하게 놈의 몸통에 박혀 있던 빙백검을 뽑아 올렸다.
마안의 능력을 한껏 발휘한 탓에 움직임이 멎은 바실리스크다. 그야말로 방어를 하지 않겠다고 선 언한 셈이 아니겠는가.
강현이 제왕의 화염검을 소환하여 빙백검이 꽂혔던 자리에 고스란히 꽂아 넣었다.
쑤욱! 화르륵!
빙백검으로 만든 구멍에 재차 화염 검을 박은지라 아까보다 검신이 더 욱 깊이 들어갔다.
제왕의 화염검이 바실리스크의 몸 속을 사정없이 불태웠다.
얼어붙어 있던 속살이 녹으면서 단 층처럼 갈가리 찢겨 있던 상처가 더 욱 벌어지고, 그 틈으로 열기가 파 고들며 껍질 아래의 지방층에 불을 일으켰다.
몸 안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바실 리스크가 바닥에 머리통을 박고 마구 비틀었다.
“쉐에엑! 쉐에엑!”
강현은 바닥을 문대고 있는 바실리 스크의 머리통을 향해 뛰어내렸다. 그러곤 여전히 열려 있는 마안을 향해 마나폭검을 날렸다. 굵직굵직하게 조각난 마나 파편들 이 우수수 마안에 틀어박혔다.
마안이 터지면서 보라색 체액이 콸 괄 뿜어져 나왔다.
바실리스크의 약점이라 불리는 마 안이다.
마안이 파괴됨과 동시에 바실리스 크의 눈이 뒤집어지며 길디긴 몸체 가 추욱 늘어졌다.
그리고 놈의 사체로부터 전리품 반
응이 새어 나왔고,더불어 희생의 새장이 사라졌다.
강현은 바실리스크의 몸에 대고 추 출을 행했다.
“추출.”
SSS랭크 웨이브라 그런지 보상 또 한 각별했다.
[석화의 마안(등급 : SS)]
[습득 시 석화의 마안 스킬을 사용
할 수 있게 된다. 석화의 마안 스킬 을 발동하면 눈이 마주친 대상을 돌 로 만들 수 있다. 한 번 사용하면 재사용대기시간 10분을 가진다. 마 나를 대량으로 소모하며 마나 스렛 100 이상인 자만 사용할 수 있다.]
[고대미 경단]
등급 : SS
타입 : 영약
특성 : 고대의 성녀가 신께 바치기 위해 직접 빚었다는 경단. 섭취할 경우 모든 스렛이 10퍼센트 상승한 다.
강현이 전리품을 살펴보고 있는데 새장에서 나온 기사들이 다가왔다. 강현은 하워드가 보자기를 새장이 있던 자리에 두고 온 걸 확인하곤 대뜸 입을 열었다.
“전리품은 전부 이쪽이 가지도록 하지.”
이번 구간에서 전력손실을 입은 오 브렌과 하워드로선 납득할 수 없는 말이었다.
“자네 지금 혼자 이 구간을 공략했 다고 생각하는 겐가?”
“우리 기사들이 희생한 덕분에 공 략할 수 있었다는 걸 알아야지. 얻 은 스킬북과 영약은 먼저 직속상관 인 황궁의회에 전달하고 그 뒤에 황 궁의회에서 적절히 분배하는 게 원 척일세.”
공략이 끝날 때까지 스킬북과 영약 을 보관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두 사 람이 었다.
그러나 강현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내가 바로 나왔기 때문에 이만한
희생으로 끝난 거 아니던가?”
“안 그래도 그 부분에 관해선 한
가지만 묻고 싶군. 자넨 어떻게 새 장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거지?”
“스킬. 마나 없이 아군에게 이동할 수 있는 스킬이지.”
“그렇다면 처음에 실더가 선정되었 을 때..
“내게 충성을 맹세한 자에게만 이 동할 수 있다만?”
군단의 서에서 군단장과 군단원 관 계를 맺으려면 정말 충성 맹약을 맺 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기사 맹약처 럼 거창한 건 아니더라도,군단의서 효과로 만들어 낸 마법진 위에서 무릎을 꿇고 선서를 해야만 했다. 강현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크로스 기사단과 퀵실버 기사단이 강현에게 무릎을 꿇겠는가.
겉모양만 취하는 거라도 자존심이 허락지 않으리라.
그래서 오브렌과 하워드 둘 다 입 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전리품을 가지고 실랑이를 하는 사 이,강현은 모여 있는 기사들 어깨 너머로 김혜림에게 눈길을 주었다.
‘보자기.’
보자기 안에는 여전히 이름 적힌 동전이 담겨 있다.
보자기를 풀면 이름이 중복된 동전
이 섞여 있음이 밝혀진다.
구간 공략이 끝난 마당에 동전 가 지고 시시비비를 따지고 싶은 생각 은 조금도 없었다.
강현은 전리품 논쟁으로 모두의 시 선을 끌었고,김혜림은 몰래 보자기 를 처분했다.
여러 논쟁이 오갔지만 결국 전리품 은 강현이 가지기로 했다.
더하여 한 가지 규칙이 정해졌다.
세 기사단이 함께 공략하는 경우에 한하여,기여도가 가장 높은 쪽이 전리품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희생의 새장 구간의 경우,두말할 것도 없이 강현이 모든 기여도를 가 졌다.
스킬북과 영약 모두 강현이 습득하 기로 했다.
강현은 먼저 스킬북을 익히고 스텟 창을 확인했다.
[최강현 (lv. 131)]
증폭 : 300 반사 : 112 수정 : 376 정제마나 : 151 회복 : 46보너스 포인트 : 132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S),마나폭검(S),석상 호 걸의 갑옷(S),쉐도우 리퍼의 외갑 (SS), 명계의 서(?),위치 되감기(S),개화의 서(?),제왕의 화염검 (S),군 주의 서(?),석화의 마안(SS) 특수능력 : 간파스렛 간의 밸런스를 생각하면 슬슬 회복에도 투자해야 할 것 같았다. 여태까지야 포션으로 때워 왔지만, SSS랭크의 특성상 포션을 먹을 틈 도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앞으로 SSS랭크 웨이브가 발생하 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으니,회복 스렛도 각성시켜 두는 게 나을 거 다.
강현은 모든 보너스 포인트를 회복 스렛에 투자했다.
더하여 고대미 경단까지 섭취해서
모든 스렛을 10퍼센트씩 상승시켰 다.
[최강현 (LV. 131)]
증폭 : 330 반사 : 123 수정 : 413 정제마나 : 166 리필 : 195 보너스 포인트 : 0 보유스킬 : 각성의 서穴),세이덴의 독주머니 (S),마나폭검 (S),석상 호 걸의 갑옷(S), 쉐도우 리퍼의 외갑 (SS), 명계의 서(?),위치 되감기(S), 개화의 서(?),제왕의 화염검 (S),군 주의 서(?),석화의 마안 (SS)
특수능력 : 간파
[리필(회복 스렛 1차 각성)]
[사용자의 마나량을 100퍼센트로 회복시켜 준다. 리필 사용 이후 회 복 스텟의 효과가 2배로 상승하며 1회 사용하면 재사용대기시간 24시 간을 가진다.]
하루에 한 번 쓸 수 있는,마나 완 벽 회복 포션 같은 느낌이었다. 강현의 정제마나 스텟은 166포인 트.
일반 마나 스텟으로 환산하면 332 포인트만큼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현지인의 마나 계산법에 따르면 무려 332년 분량의 마나를 가지고 있 는 셈이다.
리필 스텟의 효과를 사용하면 실질 적으로 664년 분량의 마나를 마나 포션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 이 나왔다.
강현이 가진 마나 포션 및 보이드 의 위장덫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마 나 걱정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전리품 정리와 사망자 시신 처리를 하는 사이,공간 12시 방향에 문이 생겨났다.
세 기사단은 문을 통해 다음 구간 으로 넘어갔다.
*
다음 구간에 도착하자마자 차가운 칼바람이 피부를 할퀴고 지나갔다. 전방에 넓게 펼쳐져 있는 너른 설 원.
눈밭으로 뒤덮인 설원 곳곳에 3개 의 기둥이 먼 간격을 두고 세워져 있었다.
세 기사단은 설원 앞에 공략 문구 가 적힌 표지판이 있는 걸 확인하곤 표지판부터 읽어 내렸다.
[지목의 설원(SSS랭크)]
-공략자 중 무작위 3명에게 ‘설원 의 저주’가 부여된다.
-설원의 저주에 걸린 자는 시간
당 10마리 이상의 몬스터를 사냥하 지 않으면 죽는다. 기여도가 50퍼센 트 이상이어야만 1마리로 집계한다. -지목의 설원에선 몬스터가 끝없 이 소환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한 몬스터가 소환된다.
-설원의 저주에 걸린 자를 모두 발견하여 그들을 모두 기둥에 묶으 면 클리어.
-저주에 걸린 자는 산 채로 묶어 도 상관없고,시체로 묶어도 상관없 다. 단,살아 있는 자가 기둥에 묶 일 경우 설원의 저주가 냉롱의 저주 로 바뀌면서 10초 내에 얼어 죽는 다.
-단 한 명이라도 저주에 걸린 자
가 아닌 다른 자를 기둥에 묶으면 클리어 실패.
[강제클리어 조건 : 설원 내의 시 체가 10구 이상 쌓이면 지목의 설 원 구간이 강제 클리어된다.]
모두가 표지판을 끝까지 읽었을 무 렵.
각자의 머릿속에 일련의 안내음이 홀러들어왔다.
[당신은 설원의 저주에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