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82화 (82/381)

82

늘상 유들유들한 표정만 짓던 디벨 롭의 얼굴에 주름이 잡혔다.

쉐인의 보고를 들은 직후 생겨난 표정 변화였다.

별안간 드리안 공작파와 케이델 공 작파가 조직의 연락책을 토벌하기 시작했다는 게 아닌가.

보고를 위해 제2별궁을 찾아온 쉐 인은 계속 말을 이었다.

“벌써 연락망의 절반이 당했습니 다. 나머지는 혹시 몰라 모두 대피 중입니다.”

“공작파에 생포된 자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대부분은 자결했지만 몇몇이 잡혀 서 어디론가 끌려갔습니다. 아마 드 리안 공작가 소유의 수용소에 끌려 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조직이 제아무리 제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해도 결국은 암중 세 력이 다.

전체적인 머릿수와 무력은 황제파 나 두 공작파가 월등히 높았다. 그 래서 온갖 전략으로 각 세력을 약화 시켜 온 것이고 말이다.

디벨롭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라면 조직의 연락망이 순식 간에 붕괴당하고 말 거다.

“두 공작파가 우리 조직의 존재를 알아차렸나?”

“그건 아닙니다. 저희 조직원들을 공국의 연락책으로 오인하고 잡아들 이고 있습니다.”

“공국의 연락책? 흐음……. 그래, 그런 것이었어. 대강 윤곽이 보이는 군.”

“윤곽이 라시면……?”

“최강현이다. 놈이 잔머리를 굴린 거야. 그놈이 메이아 황녀에게서 일 기를 탈취한 건 이걸 위해서였나.”

최강현이 일기를 미끼로 꽂았다.

그리고 그 미끼를 공국으로 운반 중이라는 정보를 흘렸다.

당연히 두 공작파는 일기를 되찾으 려 했다.

일기에는 그들이 내전을 획책했다

는 증거가 남아 있었다.

자신들이 잡아들이는 조직원들이 공국의 연락책이 아닌,조직의 연락 책인 것도 모르고 말이다.

두 공작파는 조직의 존재를 모르니 까 착각해도 이상할 게 없다.

어쨌든 문제는 두 공작파가 어떻게 조직의 연락책을 찾아내느냐다.

“연락책들이 이렇게 쉽게 발각될 리 없는데,대체 어떻게 찾아내는 거지?”

“지금 두 공작파에 심어 둔 조직원 들에게 그 방법을 알아내라고 지시 해 두었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예상 에 따르자면 아마 최강현 측에서 연 락책을 색출해 내는 방법까지 찾아 내 두 공작파에 홀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이 이만큼 꼬였다면 어설픈 방법 으론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반대로 말하면 디벨롭이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강현의 작전이 효과적이 란 셈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텔레포트 좌표 재 점검부터 시작된 작전이다.

그 텔레포드 좌표 재점검은 디벨롭 의 좌표 조작 계략으로부터 비롯된 건이고 말이다.

부메랑이 돌아와도 제대로 돌아왔 다.

디벨롭은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현재의 연락망은 모조리 파기한

다. 그리고 살아남은 연락책들은 다 른 나라로 피신시킨다.”

“그리하면 제국 내의 조직 활동이 중지되고 맙니다.”

“그 중지를 시키라는 것이다. 이해 하지 못했나?”

“아,알겠습니다. 한데 공국이 일기 를 사용하게 되면 메이아 황녀님까 지 곤란해질 텐데,그 부분은 어떻 게 할까요?”

일기가 공표되면 슈타인 백작가 사 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만 다.

그리되면 먼저 두 공작이 역모를 꾸몄다는 게 증명될 것이다.

그리고 두 공작을 두둔했던 메이아

까지 왕위계승자 자격을 박탈당할 게 분명했다.

그나마 다행이랄 게 드래코프는 메 이아에 비해 사건에 적극적으로 가 담하지 않았다.

두 공작파를 묶어 둘 수 있는 일 기를 굳이 메이아에게 맡긴 것도 일 이 틀어졌을 경우 그녀에게 죄를 뒤 집어씌우기 위함이었다.

조직 입장에선 둘 중 누군가를 남 긴다면 드래코프를 남기는 게 나았 다.

꼭두각시는 멍청한 편이 좋다.

쉐인은 디벨롭의 지시를 빠짐없이 머릿속에 새기고 고개를 조아렸다.

“그럼 지시대로 행하겠습니다.”

“또 달리 보고할 게 있으면 즉시 보고해라.”

“네.”

인사를 마친 쉐인이 그림자 이동 스킬을 발휘해 그림자 속으로 녹아 들었다.

혼자 남은 디벨롭은 주머니에서 보 석을 꺼내 쥐었다.

어떻게든 최강현만은 제거해야 한 다.

그를 위해 ‘경계 너머’에 있는 조 직원들에게 웨이브 보석을 보내 달 라 했다.

슈타인 백작가에서 찾아낸 ‘웨이브 봉인술’로 봉인한 웨이브 보석을 말 이다.

S랭크 웨이브를 의미하는 붉은색 도,SS랭크를 의미하는 보라색도 아 닌 ‘검은색 보석’이었다.

*

디벨롭과 헤어진 쉐인은 그림자 상 태로 서둘러 이동했다.

한데 쉐인이 향하는 방향은 황궁 바깥이 아니었다.

그림자 상태로 황궁 안을 빙 둘러 움직이던 쉐인은 이윽고 제1별궁에 다다랐다.

그가 최종적으로 도달한 곳은 메이 아의 침실이었다.

쉐인은 메이아의 침실에서 본래 모

습으로 돌아와서는 한쪽 무릎을 꿇 었다.

“황녀님,디벨롭의 의중을 확인했 습니다.”

화장대에 앉아 있던 메이아는 화장 대 거울에 비치는 쉐인의 모습을 보 며 말했다.

“그 붉은 머리 꼬마가 뭐라고 하 던?”

“일기가 공표되면 메이아 황녀님을 버릴 거라 했습니다.”

“시건방진 꼬마 같으니. 여태껏 잔 재주 하난 쓸 만하길래 놔뒀는데 뭐 가 어째?”

드래코프야 조직이 자신하고만 손 을 잡은 줄 알고 있지만 메이아는 아니다.

조직이 자신과 드래코프 두 사람 모두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 는 메이아였다.

그래서 야금야금 조직의 핵심인물 들을 포섭해 왔다.

쉐인도 그중 한 명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메이아는 보석함에서 진주 목걸이 를 꺼냈다.

손으론 아름다운 보석을 만지면서 도 입으론 살벌한 소리를 내뱉었다.

“시체는 얼마나 모였지?”

쉐인의 또 다른 장기인 시체술로 모은 시체를 말하는 것이었다.

쉐인은 머릿속으로 대강 숫자를 가

늠하며 대답했다.

“쓸 만한 녀석들로 50구쯤 모았습 니다.”

“슬슬 사용하는 게 좋겠지.”

“안 그래도 썩어 문드러지기 직전

에 사용해야 된다고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디벨롭을 제거해.”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최진철

도 함께 데려가겠습니다.”

여태껏 쉐인은 조직 내의 정보를 메이아에게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수에 이르는 강자들의 시체를 모 아왔다.

언젠가 조직과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쉐인이 도로 그림자 속에 스며들고 방에는 메이아 혼자 남았다.

메이아는 목에 걸었던 진주 목걸이 를 풀고 힘껏 쥐어뜯었다.

투두둑!

진주 목걸이의 끈이 끊어지며 진주 알이 산산이 흩어졌다.

메이아는 어지럽게 흩어진 진주알 을 짓밟으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 다.

“황제가 되는 건 나야. 누구에게도 그 자리를 빼앗길 순 없어.”

*

벤젠 기사단 숙소에 활 하나가 배

달되 었다.

강현의 부탁으로 S급 활을 수배하 기로 했던 에르델이 물건을 찾아 보 내 준 것이었다.

[가이아 보우]

등급 : s

타입 : 활

특성 : 최초의 흙으로 빚어낸 활. 강도는 아다만티음에 버금가며 활의 길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시 위를 당기면 사용자의 공격 스텟, 마나 스텟이 일시적으로 2배 증가한 다.

S급 활답게 매우 뛰어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현재 김혜림의 공격 스텟은 50. 활시위를 당길 때에 한정하여 김혜 림은 마나유저 상급 수준의 공격 스 렛을 지니게 되는 셈이었다.

마나 스렛도 2배로 늘어나니 사실 상 가이아 보우를 쓰면 마나유저 상 급이라 봐도 무방했다.

김혜림은 가이아 보우를 받으며 주 변을 두리번거렸다.

활 손질 도구를 찾는 것이었다.

“어디 보자,헝겊이 어디 있더라.” 강현은 김혜림이 활을 붙들고 방에 틀어박히기 전에 그녀를 붙잡았다.

“손질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

“아차,소켓 뚫는 걸 깜빡할 뻔했 네. 소켓 생성기 주세요.”

김혜림에게 소켓 생성기와 마법석 을 맡겨 두었다간,고새를 못 참고 크로우 보우에 박을 걸 알기에 강현 이 맡아 두고 있었다.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소켓 생 성기와 마법석을 꺼내 건네주었다.

“활 안쪽 면에 박아 둬. 정면에 박 았다가 깨지면 곤란하니까.”

“그 정도는 저도 알아요. 제가 뭐 어린애인 줄 아시나.”

“소켓에 마법석을 박고 나면 훈련 장으로 따라와. 위력을 시험해 둬야 지.”

“조정부터 하고요. 어떤 줄을 걸지

못 정했어요.”

“기본적으로 달려 있는 걸 쓰면 되 는 거 아닌가?”

“순정이 좋다고 해서 튜닝 안 하는 건 아니잖아요. 크로우 보우도 다른 활줄을 썼는걸요.”

소위 말하는 ‘손맛’이 좋은 줄을 걸어 주겠노라며 활 손질 도구를 가 지러 가는 김혜림이었다.

새 활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김혜 림이니 너덧 시간은 족히 걸릴 거 다.

지금쯤 제 방에 돌아가서 헤실거리 는 표정으로 활을 만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훈련장에는 한참 뒤에나 갈 수 있

겠군.’

기다리는 동안 강현은 가볍게 책이 나 읽어 둘까 하여 흔들의자에 앉았 다.

황립 도서관에서 가져온 대륙 역사 책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대륙 역 사에 대해 공부해 두고 있었다.

역사와 간판을 중요시하는 세계이 다 보니 역사 공부는 곧 정치 공부 나 다름없었다.

요람처럼 흔들리는 의자 위에서 책 장을 넘기고 있는데 빅터가 찾아왔 다.

“단장님,이번 작전 중간보고입니 다.”

강현은 책을 접어 테이블 위에 두 고 고개를 들었다.

“조직의 연락망이 급속도로 무너지 고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거의 붕괴까지 간 것 같습니 다.”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군.”

“두 공작파가 작정하고 나선 모양 입니다.”

“아니,그렇게 감안해도 너무 빨라. 조직에서 스스로 연락망을 붕괴시키 기 시작한 건가.”

“그랬다간 조직 활동에 큰 타격을 입지 않겠습니까? 지부장급은 몰라 도 말단 조직원들은 대거 조직을 이 탈하게 될 겁니다.”

점 조직은 은신의 강점이 큰 대신 붕괴하기도 쉽다.

정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말단 조직원들은 조직이 붕괴하고 있다 여기고 미리 발을 빼려 할 거 다.

연락망 붕괴는 조직이 제 스스로 세력을 깎아 내는 행위나 마찬가지 였다.

한데도 제 몸을 깎아 내기 시작했 다면,말단들의 이탈을 감수하더라 도 지부장급 이상은 안전을 도모하 겠다는 궁여지책이었다.

“디벨롭도 급했나 보군.”

“하지만 저쪽도 가만히 앉아서 당 하지만은 않겠지요.”

“굳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웨이 브로 수작을 부리는 것 정도겠지.”

“저번처럼 좌표 조작을 하진 않겠 죠?”

“똑같은 수법으로 나오면 똑같은 방법으로 타개하면 그만이야.”

“으으,기력 포션 중독에 걸릴까 봐 걱정입니다.”

농지거리에 가까운 대화가 이어지 던 증.

문 밖에서 띔박질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급하게 찾아왔다.

“최강현 단장님! 황궁에서의 호출 입니다! 웨이브가 발생했다고 합니 다!”

누군가 했더니 웨이브 발생을 알리

러 온 황궁의 병사였다.

늘 그렇듯 웨이브는 불시에 발생한 다.

강현은 풀어 두었던 아공간 주머니 와 빙백검을 챙기며 빅터에게 눈짓 했다.

“단원들 로비로 모아.”

“네!”

빅터가 다른 단원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급히 뛰어나갔다.

열린 문틈으로 안절부절못하는 황 궁 병사의 모습이 보였다.

황궁 병사는 실례인 걸 알면서도 강현을 재촉했다.

“서둘러 주십시오. 이번에 출몰한 웨이브 보석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합니다!”

웨이브 보석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이상하다고 해 봤자 슈타인 백작가 에 출몰한 것처럼 주변 사람을 강제 입장시키거나 하는 정도이리라. 하지만 이어지는 황궁 병사의 말에 서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출몰한 웨이브 보석의 색 깔이 검은색이라 합니다! 황궁에선 SSS랭크 웨이브라 추정하고 있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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