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78화 (78/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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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력 포션을 물 마시듯 복용하며 싸웠기에 그 후폭풍이 한꺼번에 몰 려왔다.

강현과 벤젠 기사단은 살로만 남작 가 저택에서 내리 이틀을 자고 나서 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살로만 남작이 감사 인사와 더불어 극진한 대접을 해 주었기에 편히 쉴 수 있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강현은 벤젠 기사단을 이끌고 황궁 복귀행에 올 탔다.

살로만 영지에서 제국 수도 샹데르 까진 말을 타고 달려도 5일은 걸리는 거리였다.

강현은 살로만 영지에서 제공 받은 말을 몰며 말했다.

“급하게 갈 필요는 없겠군.”

모두가 막 회복한 지금,급하게 움 직여 봤자 몸에 무리가 갈 뿐이다. 벤젠 기사단은 말을 걷게 하며 다 소 느긋하게 이동했다.

그 와중에 김혜림이 슬그미니 강현 옆에 따라붙었다.

입술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하는 걸로 보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했다.

“할 말이라도 있나?”

“저…… 웨이브 안에서 한 약속 말 인데요.”

“약속한 거 있잖아요. 그 왜 둘이 서 1페이즈 별의 방 공략할 때

“기억나는군. 약속한 게 있었지.”

“맞죠? 기억나시죠?”

“네가 다시는 까불지 않겠다고 약 속했었지.”

“잠깐 이리 좀 와 봐요. 확 꼬집어 버릴라.”

뿔이 단단히 난 김혜림이 손톱을 세워 옆구리를 꼬집으려 했지만,강 현이 허리를 약간 숙여 가볍게 피해 냈다.

오히려 김혜림이 균형을 잃고 하마 터면 낙마할 뻔했다.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김혜림은 볼 을 부풀렸다.

“갈수록 놀리는 재주만 늘어난다니 까. 일부러 모르는 척하지 마요.”

“이제 기억나는군. s급 활을 구해 준다는 약속이었나.”

“처음부터 기억하고 있었으면서. 꼭 그렇게 놀려야 직성이 풀리겠어 요?”

“싫나?”

“아니 좋냐 싫냐로 말하면 그…… 아무튼 대답하기 애매하죠. 뭐랄까 조금 자제? 그래,자제해 달라고 말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자제하지. 다른 사람에게나 해야겠군.”

“아,정말! 다른 사람한테 똑같이 하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럴 거면 차라리 여태까지처럼 해요.”

“여태까지처럼이라면?”

김혜림은 입을 떼려다 말고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었다.

하마터면 유도심문에 넘어갈 뻔했다.

다른 사람을 놀릴 바엔 ‘여태까지 처럼 저만 놀리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김혜림은 고개를 숙인 채로 입을 조물조물 움직였다.

“여태까지……

“잘 안 들리는군.”

“우씨,말 안 해요. 어차피 이것도 괴롭힘일 게 뻔한데 내가 왜 맞춰줘야 한담.”

“그래서 자제한다고 하지 않았던 가.”

“홍,마음대로 해요.”

“언제나 마음대로 해 왔지.”

“거참 퍽도 잘나셨네. 그리 잘나신 분이 방청소는 왜 그리 못하실까.”

“방구석 모서리는 원래 잘 안 닦이 니까.”

“그럴 땐 대걸레 말고 손걸레로 닦 으면 되죠. 웨이브 공략법은 잘 눈 치채면서 청소는 왜 그 모양이람.”

“너야말로 음식물 쓰레기 같은 걸 뒷마당에 놔두는 게 제법 문제다만. 길고양이가 헤쳐 놓고 간 건 누가 치운다고 생각하지?”

평소 같으면 대충 넘어갔을 대화가 이상한 곳에서 꼬여 말다툼으로 번 졌다.

선두에서 강현과 김혜림이 시시콜 콜한 것 가지고 투닥거리기 시작했 다.

본인들끼린 한 마디도 안 지려고 난리였지만 멀리서 보기엔 애정싸움 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벤젠 기사단원들은 홍미진진하게 구경하며 은밀하게 은화를 주고받았 다.

“오늘은 혜림 양이 좀 세게 나가는 데? 난 혜림 양한테 1실버.”

“그래도 단장님한텐 못 이기지. 단 장님한테 3실버.”

“어차피 칼로 물 베기 아냐? 무승 부에 3실버.”

모처럼 한가로운 여행길이 되고 있 는 가운데 전방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다그닥! 다그닥!

구불구불 이어진 오솔길 사이로 1 기의 인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껏해야 지나가는 자이겠거니 했 는데 외모가 꽤 익숙했다.

약 보름 전,개별 임무를 지시했던 빅 터였다.

빅터는 강현을 발견하곤 급히 말을 멈춰 세웠다.

“단장님,여기 계셨군요. 놓친 줄 알았습니다.”

“황궁에서 합류하기로 한 거 아니 었나?”

“단장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벤젠 기사단을 추켜세우는 소문을 추적하 곤 황궁에서 합류하려 했었습니다. 근데 이 근처를 지나다가 살로만 영 지에 파견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향을 틀어 이리로 온 겁니다.”

“그래서 성과는 있었나?”

“역시 조직이 퍼뜨린 소문이었습니 다. 소문의 근원지를 거슬러 올라가 다가 우연히 조직의 연락책 한 명을 잡았습니다.”

원래 빅터는 정보원 역할을 맡기 위해 벤젠 기사단에 섭외된 인물이 었다.

입단 이후 실력을 인정받아 부단장 이 되었긴 했어도 여전히 정보 수집 능력은 살아 있었다.

소문의 근원지를 쫓던 빅터는 조직 의 연락책 중 한 명에게 닿았다. 그러곤 연락책을 생포하는 데까진 성공했으나 연락책이 갑자기 자결해 버려서 홀로 복귀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주 성과가 없는 건 아 니었다.

“연락책의 거처를 수색한 결과 흥 미로운 정보를 얻었습니다. 아시다 시피 조직은 점조직이고 조직원들조 차도 서로 얼굴 한 번 못 마주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연락을 취 하려면 무조건 근처에 있는 연락책을 통해야만 하는 구조더군요.”

“제국 전국에 퍼져 있는 연락책만 제거하면 조직의 연락체계가 완전히 무너진단 소리로군.”

“그 말대로입니다. 물론 조직의 연 락책은 다양한 형태로 위장해 있었 습니다. 제가 발견한 연락책은 거지 로 위장해 있었는데,정말 우연히 알아냈습니다.”

예전에 강현 역시 조직 상층부 정 보가 담긴 서신을 운반할 때 조직의 연락책을 이용했다.

당시에 조직원인 로스탱에게 미끼 를 물려 이용했던 연락책은 바텐더 로 위장해 있었다.

거지,바텐더,상인,용병 등등.

갖가지 직업으로 위장한데다,갖가 지 암호를 쓰는 연락책들을 일일이 찾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 다.

하지만 빅터의 얼굴에 자신감이 깃 든 걸로 보아 무언가 방책을 들고 온 듯했다.

“조직의 연락책을 찾아낼 방법을 찾았나 보군.”

“하하,좀 더 비장하게 꺼내 들려 했는데 얼굴에 다 묻어 나왔나 보군 요. 생포한 연락책이 자결하기 전에 좋은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일단 이 걸 봐 주십시오.”

빅터가 품 안에서 작은 도장 하나 를 꺼냈다.

봉인용 밀랍을 누를 때 쓰는 도장 이었다.

도장에는 용 문양이 새겨져 있었 다.

“조직에서 조직원들에게 보낼 서신 을 작성할 때 쓰는 도장입니다. 용 이 한 마리면 일반 공지,두 마리면 경고,세 마리면 위험,네 마리면 비상사태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연 락책들마다 이 물건을 하나씩 가지 고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연락책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다 라_??????.

그것은 곧 모든 조직의 연락책이 지닌 공통점이라는 뜻이다.

이 도장을 추적할 수만 있으면 조

직의 연락망을 붕괴시키는 것이 불 가능하지만은 않았다.

“이 도장을 추적할 수 있는 보구가 필요하겠군. 오버로드의 수정으로 추적할 수 있나?”

“오버로드의 수정은 보구만 추적이 가능합니다. 대신 c급 보구 중에서 다운타운의 수정이라고,먹인 물건 과 똑같은 형태의 물건을 추적할 수 있는 보구가 있습니다.”

세상에 똑같은 형태를 지닌 물건은 그리 많지 않다.

같은 나뭇가지에서 열린 열매마저 도 각각 형태가 다르지 않던가. 다운타운의 수정으로 찾을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열쇠나 주화,도장처럼 일괄적인 형태를 띠는 것뿐이었다. 평소에는 주화를 파내러 다니는 도굴꾼들이나 쓰는 보구지만,벤젠 기 사단에겐 조직의 연락책을 집어낼 수 있는 절호의 보구로 쓰일 수 있 었다.

빅터는 자신이 취한 도장을 강현에 게 내밀며 말했다.

“공국에 다운타운의 수정을 대량으 로 구하라고 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도장을 복사해서 다운타운의 수 정에 먹이면 그 자리에서 연락책 추 적 보구가 생기는 셈이지요.”

“수많은 연락책들을 쓸어버리려면 상당한 인력이 필요할 텐데?”

“공왕 전하께 인원을 대폭 증원해

달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국의 병력이 물밀듯 제국으로 유입되면 제국에서 잘도 가만있겠 군.”

“그래도 해야 합니다. 지금이 아니 면 또 언제 조직의 연락망을 부술 수 있겠습니까?”

확실히 조직의 연락망을 부술 경우 얻는 이득은 크다.

하지만 공국의 인력을 투입했다가 일이 꼬이면 제국과 공국의 전쟁으 로 번질 수도 있다.

조직에게 꼬투리 잡힐 만한 빌미를 제공해선 안 된다.

대량의 인력을 움직일 수 있으면서 도,조직과 시비가 붙어도 공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세력이 필요했 다.

이미 강현은 조건에 부합하는 세력 을 알고 있다.

“드리안 공작파를 이용해야겠군.”

“네? 드리안 공작파를 이용하다니 요?”

“해충은 해충으로 제압해야 하지 않겠나?”

“드리안 공작파로 하여금 조직의 연락망을 부수게 한다는 말씀이십니 까? 하지만 제가 알기로 드리안 공 작파는 조직의 존재조차 모르는 걸 로 압니다만.”

“움직일 이유만 만들어 주면 알아 서 움직이게 되어 있어.”

강현은 빅터와 김혜림을 한군데에 모아 낮은 목소리로 작전을 을었다. 강현이 생각하고 있는 큰 그림의 대략적인 구상도가 두 사람에게 전 달되 었다.

강현의 작전을 전해 들은 빅터와 김혜림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그렇게 생각대로 잘 풀릴까 요?”

“넘어야 할 관문이 너무 많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제1황녀,제2황자, 조직,두 공작파 모두가 한꺼번에 달려들 빌미를 제공하는 셈입니다.”

“어렵다고 시도조차 않을 건가?”

어려운 작전이라고 시도하지 말라 는 법은 없다.

애초에 제국 깊이 들어와 합법적으 로 활동하고 있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네베르 시절 땐 기껏해야 조직의 조무래기들과 싸우는 게 고작이었 다.

그랬던 벤젠 기사단이 제국의 초대 를 받아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웨이 브 공략을 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강현이 무리한 작전을 내세운다 한 들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빅터와 김혜림은 희미한 미소를 띠 고 익살스레 고개를 흔들었다.

“어쩔 수 없네요. 지휘관이 하자면 해야죠.”

“낙타라고 바늘에 들어가지 말란 법도 없으니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는 수밖에요.”

최종적으로 조직의 연락망을 부수 는 작전을 실행하는 걸로 결정되었 다.

빅터까지 합류하면서 벤젠 기사단 은 총원 9명이 전부 모인 상태로 상데르를 향해 이동했다.

다시 벤젠 기사단이 이동하려던 찰 나.

김혜림이 뒤따라오던 기사들을 쳐 다보곤 씨익 웃었다.

“강현 씨,아까 우리가 ‘평범’하게 대화했었잖아요.”

“그랬었지.”

“그 때 뒤에서 은화를 주고받는 것 같던데 어떻게 생각해요?”

김혜림의 말을 들은 기사들은 그대 로 안색이 굳어 버렸다.

정말이지 지옥 귀가 따로 없다. 그리 작게 소곤거린 소리를 들었단 말인가.

더 문제인 건 김혜림이 아니라 강 현이었다.

강현은 평소처럼 무덤덤한 얼굴로 기사들을 스윽 훑어보더니 한 마디 내뱉었다.

“요즘 훈련 강도가 조금 약해진 감 이 있었지.”

안 그래도 강현의 훈련 프로그램은 고되기 그지없는데 더 강도를 높이려는 셈인가.

벤젠 기사단원들은 뭐라 말은 못하 겠고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다만 단 한 사람.

막 기사들 틈바구니에 들어선 빅터 만이 무슨 사정인지 알 수 없어 눈 만 끔뻑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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