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화
오른쪽에선 4개의 별이 쏟아 내는 네 가지 종류의 공격이,왼쪽에선 회전태양이 구르며 생겨난 화염이, 정면에선 문 슬라임이 파리지옥처럼 입을 벌리며 날아들었다.
그야말로 지옥의 하늘을 재현한 듯 기이하고도 살벌한 광경이었다. 강현은 곧바로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2조는 회전태양을,3조는 문 슬라 임을 유인하도록.”
벤젠 기사단은 강현의 지시를 따라 산개했다.
그와 동시에 벤젠 기사단이 산개하
여 회피한 자리에 별들의 공격이 쏟 아졌다.
즈과아앙!
4개의 별이 공격을 쏟아 낸 자리 로 바위 세례,화염,냉풍,독물이 한꺼번에 떨어지면서 쑥대밭이 펼쳐 졌다.
재빠르게 기사들이 산개한 덕분에 피해를 입은 자는 없었으나 다급한 상황인 건 여전했다.
방 각각에 군림하던 몬스터들만 해 도 성가신데 그것들이 한자리에 모 여 있다.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금방 진형이 무너질 거다.
이전의 포지션대로 2조는 회전태양
을,3조는 문 슬라임을 유인했다. 강현은 3배로 늘어난 공간 전체를 둘러보며 머리를 굴렸다.
‘세 부류의 몬스터를 동시에 상대 하면서 순서대로 처리해야 된다 라……. 종합선물세트가 따로 없군.’ 2페이즈는 달,태양,별 순서대로 처리해야 한다.
기사들은 문 슬라임 때문에 마나를 사용하지 못한 채로 각자 맡은 몬스 터에게 공격을 계속했다.
2조의 기사들은 무기를 휘둘렀으 며,3조의 기사들은 문 슬라임에게 보우건 방아쇠를 당겼다.
회전태양에게 떨어진 공격들은 공 격무효화 능력에 막힌 반면,문 슬라임에게 날아간 화살은 곧바로 적 중했다.
퍼퍽! 티잉!
상반된 두 가지의 반응이 동시에 펼쳐졌다.
문 슬라임의 공격무효화 능력은 풀 려 있었고,회전태양의 공격무효화 능력은 복구되었다.
1페이즈 땐 ‘별의 조각’을 태양의 방 12시 방향에 꽂아 회전태양의 공격무효화 능력을 해제했었다. 이번에는 ‘달의 조각’을 얻어 태양 의 방 12시 방향에 꽂아야만 하는 것이리라.
탐색을 마친 3조 기사들이 보고하 듯 강현을 향해 외쳤다.
“단장! 문 슬라임부터 처리해서 달 의 조각을 얻어야 합니다!”
“물이 차오르기 전에 끝내죠! 지금 이라면 문 슬라임을 즉시 처치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몬스터를 상대하던 기사들 이 일제히 문 슬라임을 처리하기 위 해 움직였다.
그 와중에도 강현은 계속 주변 지 형지물을 살펴보았다.
1페이즈 공략 당시,별의 방에 존 재했던 언덕은 소멸된 상태 그대로 였다.
'별의 방에 있던 언덕은 재생되지 않았어. 그러면 어떻게 별들을 공략 하라는 거지?’
“단장! 문 슬라임부터 처리해서 달 의 조각을 얻어야 합니다!”
“물이 차오르기 전에 끝내죠! 지금 이라면 문 슬라임을 즉시 처치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몬스터를 상대하던 기사들 이 일제히 문 슬라임을 처리하기 위 해 움직였다.
그 와중에도 강현은 계속 주변 지 형지물을 살펴보았다.
1페이즈 공략 당시,별의 방에 존 재했던 언덕은 소멸된 상태 그대로 였다.
‘별의 방에 있던 언덕은 재생되지 않았어. 그러면 어떻게 별들을 공략 하라는 거지?’
현재 4개의 별은 200미터 높이에 떠 있었다.
벤젠 기사단에서 가장 긴 사정거리 를 지닌 김혜림의 화살조차 닿지 않 는 곳이다.
언덕도 없이 어떻게 격추하라는 건 가.
적어도 높이 수십 미터 이상의 발 판이 필요하다.
3, 4미터의 사다리조차 기댈 곳이 없는 곳에서 어떻게 수십 미터짜리 발판을 만들 수 있겠는가.
그러던 차에 뇌리에 한 가지 생각 이 스쳐 지나갔다.
‘굳이 발판이 없어도 대신할 게 있 었군.’
강현은 문 슬라임에게 향하던 기사 들에게 외쳤다.
“2조! 3조! 원래 포지션으로 복귀 해!”
2조는 회전태양을,3조는 문 슬라 임을 계속 유인하라는 뜻이었다.
서서히 문 슬라임이 반달 모양으로 변해 가면서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참이었다.
물이 차오르면 체력이 금방 소진되 고,수중이라는 환경 탓에 활동에 제약이 생겼다.
그럴 바엔 한시라도 빨리 문 슬라 임을 처리하는 게 나았다.
그러나 벤젠 기사단은 자신의 판단 보단 강현의 명령대로 움직였다.
강현의 판단이 틀렸을 리 없다.
지금 당장 자세히 설명할 틈이 없 을 뿐,해답을 찾았기에 내린 명령 이리라.
2조와 3조가 각각 몬스터들을 유 인하는 사이,강현은 4개의 별을 유 인하기 위해 움직이며 김혜림에게 지시를 내려 두었다.
“너도 포함해서 단원들 전원 해독 포션을 먹어 두라고 전해.”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우리 모두 중독당할 예정인 거예요?”
“미리 먹어 두면 한동안은 괜찮을 테지.”
“전해 둘게요. 지금 다들 소리잔으 로 들을 여유는 없으니까 돌아다니면서 직접 전해야겠네요.”
먼저 김혜림이 지시사항을 전달하
기 위해 움직였다,
홀로 남은 강현은 4개의 별 아래 로 갔다.
전에 이미 확인했듯이 청성의 냉풍 은 화염검으로 태워 낼 수 있다. 강현은 제왕의 화염검을 소환하여 냉풍을 태워 내려다가 황급히 중단 했다.
‘제왕의 화염검은 안 돼. 마나를 쓰면 문 슬라임이 광역기를 펼칠 테 니.’
별 몬스터를 상대하든,태양 몬스 터를 상대하든 문 슬라임이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강현은 마나 사용에 주의하며 오로 지 실드와 업화의 불꽃반지, 세이덴 의 독주머니만으로 별 몬스터의 공 격을 버텨 냈다.
그사이 문 슬라임이 보름달 모양으 로 변하면서 공간 안에 물이 대량으 로 소환되었다.
문 슬라임이 위치한 바닥에서 펼쳐 진 마법진에서 연신 물이 뿜어져 나 오며 방 안을 채워 갔다.
좌아아!
회전태양은 물속에서도 계속 굴러 다녔으나 차오르는 물 때문에 불길 이 상쇄되었다.
더불어 수위가 높아지면서 벤젠 기 사단 모두가 자맥질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수위가
20미터 높이까지 이르렸다.
문 슬라임과 회전태양은 바닥을 기 어다니는 몬스터들이기에 강현을 비 롯한 벤젠 기사단을 공격하지 못했 다.
하지만 공중에 떠 있는 4개의 별 들은 여전히 벤젠 기사단에게 공격 을 쏟아 냈다.
첨벙! 첨벙!
그나마 다행이랄지,4개의 별들 증 냉풍과 화염은 서로 물을 얼리고 녹 이길 반복하며 상쇄되었다.
그러나 황성과 녹성의 바위 세례와 독물 세례는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바위 세례는 어찌어찌 피하면 그만인데,독물 세례는 물에 섞여 들어 어쩔 수 없이 중독될 수 밖에 없었다.
독액이 뒤섞인 물속에서 벤젠 기사 단원들은 강현의 예측에 감탄했다.
‘이래서 해독 포션을 먹어 두라 한 거구나!’
물이 차올랐을 경우 무조건 중독을 당할 테니 미리 해독 포션을 먹어 두라 한 것이었다.
물이 30미터 즈음 차올랐을 때,드 디어 강현에게서 공격 명령이 떨어 졌다.
“이제 처리하도록.”
질리도록 공격을 피하기만 했던 기 사들인지라 이토록 공격 명령이 반가을 수가 없었다.
기사들이 승냥이 떼마냥 우르르 몰
려가 문 슬라임을 공격했다.
마나 없이 공격한다손 쳐도 8명이 나 되는 엘리트 기사들이 합공을 펼 치는데 배겨 낼 리 없었다.
2조의 화끈한 근접공격과 3조의 끊임없는 견제공격,마무리로 강현 의 일격까지.
교대로 숨을 들이마셨다가 잠수하 며 공격한 결과 몇 분만에 문 슬라 임을 잡아 낼 수 있었다.
꾸르륵!
문 슬라임을 처치하자 전리품으로 금빛을 띤 달의 조각이 나왔다. 동시에 문 슬라임이 죽은 자리로 배구수가 생겨나며 차올라 있던 물 이 빠지기 시작했다.
벤젠 기사단원들이 물이 빠지면서 일어난 물살에 휩쓸리며 하염없이 떠돌아다녔다.
그 와중에도 기사단원들은 달의 조 각을 잡으려고 힘겹게 허우적거렸 다.
마치 퀴디치라도 하는 양 물 속에 서 금빛 구체를 잡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아! 거의 잡았는데!’
‘꾸륵,물 마셔 버렸어. 숨 좀 쉴 수 있게 누가 별들 좀 견제해 줘r 바디랭귀지는 만국공통,조건 불문 의 언어라 했던가.
절박한 표정과 몸짓에서 모두의 생 각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그 와중에 강현이 빙백검에 마나를 부여했다.
그러자 마치 솜사탕처럼 빙백검을 중심으로 얼음덩어리가 생겨났다. 강현은 빙백검으로 만들어 낸 얼음 덩어리를 받침대 삼아 힘껏 몸을 뻗 었다.
그러곤 때마침 머리 위를 지나던 달의 조각을 낚아챘다.
‘시간을 너무 지체했어. 물이 더 빠지기 전에 회전태양을 처리해야 돼/강현은 태양의 방이었던 공간의 12시 방향 벽으로 헤엄쳐 갔다.
때맞춰 웨인포드의 2조가 회전태양 을 유인하여 수월하게 달의 조각을 끼워 넣을 수 있었다.
달의 조각을 끼워 넣는 즉시 회전 태양의 공격무효화 능력이 해제됐 다.
아직 물속이라 회전태양의 불길은 일어나는 족족 꺼지기 일쑤였다. 화염을 소환하지 못하는 회전태양 은 그저 가시 달린 굴렁쇠에 불과했 다.
벤젠 기사단원들이 문 슬라임 때와 마찬가지로 회전태양마저 합공을 통 해 빠르게 잡아냈다.
물속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빠른 공략이었다.
벤젠 기사단 기사들은 태양의 조각 을 끼워 넣을 곳을 찾으면서 나름대 로 강현의 의도를 해석해 보았다.
‘고작 회전태양 하나 쉽게 잡자고 물속에서 싸운 건 아닐 텐데…… 공간에 물을 채워서 얻은 이득이라 곤 회전태양의 화염 소환을 막은 게 전부였다.
고작 회전태양 하나 봉쇄하자고 물 을 채운 거라면 너무나도 비효율적 이었다.
평상시 강현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강현의 의도에 의아해하던 중 태양의 조각을 박을 홈이 발견되 었다.
강현이 태양의 조각을 홈에 끼워 넣으면서 4개의 별들이 가진 공격무 효화 능력이 해제되었다.
동시에 강현이 뜻밖의 움직임을 보 였다.
빙백검으로 냉기를 연속적으로 뿜 어내며 얼음 덩어리를 만들기 시작 한 것이다.
쩌저적! 쩌저적!
물속에서 여러 개의 얼음 발판이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지며 수면을 향해 떠올랐다.
가장 먼저 강현의 의도를 파악한 건 김혜림이었다.
‘아! 이래서 물을 채워 넣었구나!’
현재 수위는 약 20미터.
20미터 높이의 수면에는 발을 디 딜 수 있는 얼음 덩어리들이 가득했 다.
즉 강현은 얼음 덩어리들을 이용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문 슬라임이 물을 채우도록 방치한 것 이었다.
강현이 쓴 방법이 2페이즈의 '진짜 공략법’이었다.
별의 방에 있던 언덕이 사라진 대 신 문 슬라임의 물을 채워서 별 몬 스터를 공략해야 했던 것이다.
만약 2페이즈가 시작하자마자 문 슬라임이 공략하기 쉽다며 바로 처 리해 버렸다면,발판을 확보하지 못 하고 마냥 별을 을려다보기만 했을 터였다.
김혜림 외에도 하나둘씩 강현의 의 도를 깨달은 자들이 늘어갔다.
‘아하! 높이 때문에 물을 채운 거 였군.’
‘수위가 점점 낮아지고 있어! 물이 빠지고 나면 발판을 만든 의미도 없 으니 빨리 처리해야겠군.’
‘원거리 공격 가능한 사람부터 서 둘러!’
중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기사들이 서둘러 수면으로 올라갔다.
강현이 만들어 놓은 얼음 덩어리들 로,수면 위는 마치 유빙이 떠다니 는 북극해만 같았다.
김혜림을 비롯한 중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기사단원들은 서둘러 얼음발 판으로 올라섰다.
4개의 별 몬스터 역시 가만히 두 고 보지만은 않았다.
4개의 별 몬스터 중 가장 공격 속 도가 빠른 청성이 푸른빛을 발하며 냉풍을 내뿜었다.
휘이엉!
가까스로 얼음발판 위에 올라간 기 사단원들에겐 가히 치명적인 공격이 었다.
그러나 냉풍이 채 기사들에게 닿기 도 전에 물속에서 강현이 튀어나왔 다.
강현이 불어닥치는 냉풍을 향해 제 왕의 화염검을 휘둘렀다.
화르륵!
제왕의 화염검의 불길이 냉풍에 깃 든 마나를 연료 삼아 퍼져 나가며 청성에게까지 타격을 주었다.
쉴 새 없이 냉풍을 내뿜던 청성이 화염으로 뒤덮였다.
청성은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더더욱 냉풍을 쏘아 냈지만, 마나가 깃든 냉풍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밖 에 되지 않았다.
청성이 냉풍을 더욱 강하게 내뿜을 수록 몸을 뒤덮은 화염은 거세져만 갔다.
강현은 불길에 휩싸인 청성을 등지 며 나지막이 명령을 내렸다.
“없애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