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화
드리안 공작과 헤어진 강현은 벤젠 기사단을 이끌고 이동했다.
그리고 황궁으로 가기 앞서 고르디 에 들렀다.
이전에 에르델을 호위해 주고 받기 로 했던 보상을 라벤더 상단 고르디 지부에 넣어 달라 했었다.
고르디에 도착하자마자 라벤더 상 단에 들렀는데 약속대로 보상이 전 달되어 있었다.
강현은 200골드와 S급 영약을 수 령 했다.
[해머쉬룸 경단]
등급 : S
타입 : 영약
특성 : 망치 모양으로 생긴 거대 버섯으로 만든 경단. 해머와 머쉬룸 을 조합한 말장난 같은 이름으로 착 각들 하지만 사실은 저주를 푼다는 의미의 ‘해’가 붙어 생긴 이름이라 고 한다. 섭취할 경우 걸려 있는 모 든 저주가 풀리고,24시간 동안 저 주 면역 상태가 된다.
상처 치료나 해독과 달리 저주는 정말 풀기 어렵다.
저주 계열의 스킬들은 저주를 건 상대를 죽인다고 풀리는 것도 아니 며,포션류 중에서도 해주 효과를 가진 것이 매우 적다.
저주를 푸는 방법은 브리튼 교 사 제의 힘을 빌리거나,저주를 푸는 보구나 영약을 쓰는 것뿐이다. 그러나 저주를 푸는 보구나 영약은 대부분이 s급 이상이며 그만큼 수량 이 적은 편이었다.
해머쉬룸 경단과 골드를 챙겨 바깥 으로 나온 강현은 바로 벤젠 기사단 과 합류하고자 했다.
상단 밖으로 나오니 벤젠 기사단을 중심으로 인파가 형성되어 있었다. 강현은 모여든 인파를 목격하곤 좋 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인파 사이에 난 틈을 찾아 들어가
고 있는데,곳곳에서 사람들 목소리 가 들려왔다.
“저 사람들이 브리니아 공국에서 온 벤젠 기사단이래.”
“벤젠 기사단이 그리 실력이 좋다 며?”
“소문 자자하던 그 빙검의 용병이 단장으로 있다더라고. 이젠 빙검의 기사라 해야 되나?”
“황궁에서 직접 사람을 보내 초빙 할 정도이니까 실력은 보증된 셈이 구만.”
기사단의 명성이 제국까지 전해졌 음인지,구경꾼들이 몰려와 있었다. 오가는 말소리나 들뜬 목소리,환 영하는 분위기로 보아 벤젠 기사단에 대해 긍정적인 소문이 퍼져 있는 듯했다.
인파 너머에선 벤젠 기사단원들이 열을 맞춰 대기 중이었다.
편히 기다리라고 했는데도 각을 잡 고 있는 걸로 보아 나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양이었다.
강현은 인파 사이를 지나치며 기사 들과 합류했다.
강현이 다가서자 대기하고 있던 김 혜림이 매우 반겼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요.”
“물건만 찾으면 되는 거였으니까.”
“황녀님이 좋은 영약이라도 넣으셨 어요?”
“그럭저럭.”
강현이 합류하면서 인파의 술렁거 림이 더욱 커졌다.
소문으로만 듣던 빙검의 용병,아 니 이제는 빙검의 기사라 불리는 강 현을 목격하자 들뜬 반응이 터져 나 왔다.
강현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덤덤하 게 말에 올랐다.
벤젠 기사단 기사들 전원이 말에 을라 출발 준비를 갖추자 인파가 갈 라지며 길을 터 주었다.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보는 모습하 며,자신의 행보에 맞춰 길을 여는 광경은 가히 쾌감 그 자체였다.
왜 사람들이 권력에 연연하는지 알 것 같달까.
권력을 탐하는 자들은 이러한 순간 을 맛보기 위해 그리 이권을 지키려 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양 벤젠 기사단을 이끌고 고르디를 빠 져나갔다.
고르디에서 벗어나자마자 김혜림이 옆에 붙으며 말했다.
“벌써 우리 활약상이 여기까지 전 해졌나 봐요. 다들 얼마나 신기해하 던지. 아,물론 가장 유명한 건 강 현 씨였어요. 이젠 빙검의 기사라 불리던 걸요?”
“소문의 구체적인 내용은?”
“네?”
“구체적으로 어떤 소문이 돌고 있
었지?”
“잠시만요. 일단 가장 많이 들렸던 게 브리니아 공국에서 수많은 던전 을 공략한 기사단이라는 말이었고, 두 번째가 실력,인품 모두 뛰어난 기사단이라는 말이었어요.”
“너무 과장됐군.”
“소문이란 게 원래 과장되는 법이 잖아요.”
“우리가 소문이 돌 정도의 활동을 했던가?”
인기인이라도 된 양 좋아라 하던 김혜림은 강현이 정색하고 있음을 알곤 표정을 가라앉혔다.
똑같은 무표정이지만 정색하는 건 지 아닌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강현이 정색할 땐 뭔가 있다는 걸 알기에 김혜림 역시 진지하게 생각 했다.
“누군가가 일부러 소문을 퍼뜨렸다 고 생각해요?”
“가능성은 충분하지.”
“좋은 소문이잖아요. 그냥 부풀리 기 좋아하는 음유시인들로부터 비롯 된 게 아닐까요?”
“좋은 쪽이든,나쁜 쪽이든 사실과 다른 소문은 좋지 않아.”
그저 소문이 과장된 것에 불과하다 면 별 문제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일부러 소문을 부 풀려서 퍼트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 다.
무언가 의도가 있기 때문에 소문을 부풀린 것이리라.
강현은 돌다리도 짚어 보고 넘어가 고자 했다.
“빅 터.”
강현의 부름에 뒤따라오던 부단장 빅터가 말을 몰고 옆으로 왔다.
영국계 이세계인인 빅터는 레벨
63인데다 보구를 기반으로 한 정보 전달,구속 능력이 특기인 자였다. 성격이 둥글둥글하고 공과 사를 잘 구분하여 기사단 내에서 모든 단원 들과 원만하게 지내기에 부단장 직 위를 주었다.
강현은 빅터에게 개별 지시를 내렸 다.
“지금부터 따로 움직여서 소문의 근원지를 파악하도록.”
“언제까지 조사하면 될는지요?”
“보름 주지. 보름 동안 성과가 없 으면 합류해.”
“알겠습니다. 보름 안에 황궁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임무를 받은 빅터가 말머리를 돌려 기사단에서 떨어졌다.
강현은 빅터를 제외한 벤젠 기사단 을 이끌고 제국 수도로 떠나며 생각 에 잠겼다.
‘조직이 소문을 흘린 건가. 그런 거면 내가 저쪽을 낚은 게 아니라, 저쪽이 낚여 준 셈이 되는 건데 말 이지.’
조직을 낚기 위한 던전 순회,그 뒤에 숨겨진 의도를 읽어 낸 자가 있다.
조직에도 중분히 수 싸움에 능한 자가 있다는 뜻이다.
강현은 황궁 안에서의 싸움이 쉽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
일주일 동안 제국 내륙으로 이동한 결과 제국 수도에 도착했다.
제국 수도 샹데르는,원래 킬더 왕 국 시절 공작령이었던 곳을 제국 수 도로 선정하며 재개발한 곳이었다. 시가지부터 황궁까지 모두 오르비르 산의 드워프들이 제작해 준 터라 한 폭의 그림을 그대로 현실에 옮겨 놓은 듯했다.
가지각색의 건물이 사각 구획 안에 빼곡히 들어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함이 없었고,인도와 차도 사이 에는 견고한 화단이 세워져 가드레 일 역할을 대신했다.
이에 더해 발코니가 마당으로 조성 된 계단형 주택이 다수 건설되어 있 어,도시 내에 녹지가 가득했다.
먼 옛날 꽃의 나라였다던 킬더 왕 국의 문화와,빌로스 왕국 시절의 강건함이 어우러진 도시였다.
강현은 녹음 짙은 시가지를 지나 황궁에 다다랐다.
황궁 앞에 도착하여 문지기에 벤젠 기사단임을 알리자 안쪽에서 사람을 불러왔다.
그리고 잠시 후,마중을 나온 사람 은 1급 집무관 완장을 차고 있는 30대 중반의 사내였다.
“만나서 반갑네,체이서 자작이라 고 하네.”
“벤젠 기사단 단장 최강현입니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정식으로 대신들과 다 른 기사단을 만나도록 하세. 혹시 따로 요청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말하게나.”
“상관없습니다.”
“그러면 바로 자네들이 머무를 숙
소로 안내하겠네. 따라오게.”
황궁 소속의 기사나 2, 3급 집무관 이 나와도 될 일이건만,1급 집무관 이 직접 나와 맞이해 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1급 집무관이 직접 숙소까지 안내를 자처했다.
시작부터 상당한 예우를 해 주고 있었다.
체이서 자작은 벤젠 기사단을 황궁 외곽 북쪽에 있는 황궁 부속 숙소로 안내했다.
황궁에 찾아오는 각국 손님,지방 귀족,타 종족의 귀인들을 대접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었다.
어지간한 고급 여관보다 훨씬 시설 이 좋은 데다 황궁에서 고용한 미남미녀들이 시중을 돕고 있었다.
체이서 자작은 그 가운데에도 가장 좋은 숙소 앞에서 멈춰 섰다.
“연합 기사단으로 활동하는 동안 이곳에서 지내면 되네. 대욕탕과 전 용 식당을 비롯한 편의시설과 20명 의 시종들이 있으니 지내는데 불편 함은 없을 걸세.”
말이 숙소지 여느 백작가 저택 수 준의 시설이었다.
체이서 자작은 내일 늦지 않고 황 궁에 와 달라는 말을 덧붙여 남기고 돌아갔다.
강현을 비롯한 벤젠 기사단은 시종 들의 인사를 받으며 숙소 안으로 들 어갔다. 그러곤 각자 방을 하나씩 배정받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강현의 거처는 그중에서도 특실이 었다.
강현이 안으로 들어서자 하얀 벨벳 을 두른 여시종들이 자연스럽게 뒤 따랐다.
강현은 짐을 풀다 말고 여시종들을 보았다.
“누가 들어오라고 했지?”
“아,죄송합니다. 나가서 대기하고 있을까요?”
“대기할 것 없어. 원래 하던 일이 나 하도록.”
“저…… 원래 하던 일이 귀빈께 불 편함이 없도록 봉사하기 위해 항상 대기하는 것이라……
“나를 포함한 모든 기사들에게 시 중은 필요 없다. 다른 시종에게도 별도로 필요한 걸 요구할 때까지 멋 대로 방에 드나들지 말라 이르도 ■록
“네,그리하겠습니다.”
봉사라는 명목 하에 숨겨진 임무가 있으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 범주 안이었다.
게다가 강현 자신이나,기사단은 쓸데없이 대접이나 받자고 온 게 아 니다.
시종이 들락거리면 오히려 기사단 내부 사정이 밖으로 유출될 가능성 이 높았다.
정보 유출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봉
사를 받느니 쫓아내는 게 나았다. 시종을 내보낸 강현은 간단하게 짐 을 풀었다.
짐을 풀자마자 노크 소리가 들려왔 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기사들이 들어왔다. 그들 또한 극진한 대접에서 이상함 을 느꼈는지,최고급 숙소를 배정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안 좋 았다.
심상치 않은 기색을 읽은 기사들이 말했다.
“단장님,뭔가 이상합니다. 이 정도 로 대우가 좋을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조직 간부들도 우리가 조직 상층 부 정보를 얻었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왜 이리 융숭한 대접을 하는 걸까요?”
제국의 조직 간부들은 모두 1,2급 집무관이거나,황궁을 지키는 로얄 기사단 소속이다.
공국 기사단에게 이리 좋은 대접을 하는 것도 그들의 입김이 작용했으 리라.
이유 없는 호의 따위가 존재할 성 싶은가.
필시 이리 좋은 대접을 해 주는데 엔 숨겨진 흉계가 있을 것이었다. 강현은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라 여겼다.
“전원 방으로 돌아가서 도청이나, 감시 등 보구가 설치되어 있는지 철 저하게 확인하도록. 그리고 숙소에 비치된 편의시설과 고급품은 사용하 지 말 것. 여기가 적진임을 잊지 마 라.”
“네,단장님. 명심하겠습니다.”
기사들이 돌아간 후에도 강현은 여 러모로 고민이 깊어졌다.
단순히 벤젠 기사단의 긴장감이나 흩트리고자 이런 환대를 해 줄 리 없다.
분명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 생각 했다.
하나,그 의도를 추측하기엔 드러
난 정보가 너무 적었다. 지금으로서는 그 의도를 파악하기 가 어려웠다.
강현이 여러모로 고민에 빠져 있을 때,방문 너머에서 또다시 노크소리 가 들려왔다.
기사들은 벌써 다녀갔고 김혜림이 라면 노크 없이 나타났을 거다. 강현이 경계심을 높이는데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꽤 익숙한 목소리였다.
“최강현 단장. 에르델이에요. 들어 가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