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63화 (63/381)

63

네베르가 이름을 밝히자 괴한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주춤거렸 다.

네베르라면 분명,공왕으로부터 직 접 근신 처분을 받지 않았던가.

그런 그가 어째서 이곳에 나타났단 말인가!

놀란 건 공주의 호위대도 마찬가지 였다.

“네베르 경? 근신 처분을 받은 당 신이 왜 여기에?”

네베르는 손에 쥔 검에 마나 블레 이드를 펼치며 호통을 쳤다.

“공주님의 안위가 걸린 일이다! 시

선은 적을 향해야 할 게 아니더냐!”

근신 처분을 받았다지만 네베르는 공국에 단 둘뿐인 마나 마스터다. 공국의 기사들에게 있어 동경의 대 상이며 기사의 표본이 바로 그였다. 네베르의 한 마디에 기사들의 절망 이 걷히며 꺼져 가던 전의가 다시 불타올랐다.

“알겠습니다,네베르 경! 저희는 후방을 맡을 테니 부디 전방을 맡아 주십시오!”

기사들이 눈짓으로 전방 너머에서 지원스킬을 쓰는 자를 가리켰다. 마나 회복을 시켜 주는 자가 있는 만큼 전방에 있는 괴한들의 화력이 더 강력한 편이었다.

마나 회복 스킬과 자신들의 화력을 믿었음인지 전방의 괴한들은 네베르 의 가세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강행 했다.

마차로 달려드는 괴한 무리의 돌진 에 네베르가 송곳니를 드러냈다.

“내 분명 경고했거늘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것들이로구나.”

몰려오는 괴한들에게 맞서 네베르 가 단신으로 마주 나아갔다.

괴한 무리 중 가장 선두의 괴한이 쥐고 있던 사슬낫을 힘껏 집어 던졌 다.

보구의 능력인지,스킬의 효과인지 낫이 여러 개로 늘어나며 분쇄기처 럼 날아들었다.

네베르는 그에 맞서 낫을 아슬아슬 하게 피해 내며 사슬 부분을 검면으 로 두드리는 곡예를 선보였다. 잘그락!

낫이 늘어났다곤 해도 연결되어 있 는 사슬은 하나뿐이다.

가벼운 타격만으로 사슬이 흔들리 며 낫의 궤도가 불규칙하게 뒤흔들 렸다.

그 탓에 원래는 네베르를 향해 날 아가야 할 사슬낫이 주변의 다른 괴 한들을 덮쳤다.

부푸푹!

“크악!”

“으윽! 이 머저리 같은 자식! 아군 에게 맞히면 어떡해!”

“내,내 잘못이…… 으억!”

괴한들이 서로를 탓하는 사이,네 베르가 검으로 사슬낫 괴한을 내리 찍었다. 그러곤 쓰러지는 괴한을 발 로 걷어차며 그 반동으로 몸을 튕긴 후 검을 횡으로 그었다.

괴한들이 무기로 막으면 무기째로, 갑옷이 걸린다면 갑옷째로.

네베르의 마나 블레어드가 사냥감 을 물어뜯는 개의 이빨마냥 지나치 는 모든 것을 베어 냈다.

일격 일살.

괴한들은 손 쓸 틈도 없이 베여 나갔다.

마나 보충 지원스킬은 이미 무소용 이었다.

어마어마한 실력차로 쓰러져 버리 니,마나를 채우는 기술 자체가 의 미가 없었다.

지원스킬을 쓰던 괴한은 일이 수틀 렸음을 느끼곤 퇴각명령을 내렸다.

“크옥! 공국의 사냥개만 아니었다 면…… 공주는 포기한다! 모두 퇴각 해라!”

네베르의 무력에 짚단처럼 썰려 나 가던 괴한들이 황급히 퇴각에 나섰 다.

전방에 있던 자들이 물러남에 따라 후방에서 기사들과 싸우던 괴한들도 후퇴했다.

가까스로 적을 물린 호위대는 마차 주변으로 모여들어 네베르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네베르 경. 네베르 경 이 아니었다면 큰일이 벌어졌을 겁 니다.”

“인사는 됐으니 부상자 파악부터 하도록.”

“네.”

기사들을 물린 네베르는 마차 창문 에 노크를 했다.

창문이 열리면서 프라넬라가 모습 을 드러냈다.

프라넬라는 진한 혈향 때문에 어지 러워하면서도 가까스로 품위를 유지 했다.

“지원 감사드려요,네베르 경.”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

다.”

“아바마마의 지시로 따라온 건가 요?”

“뭐…… 일단 표면상으로는 제 마 음대로 따라온 것입니다.”

“습격한 자들은 누구죠?”

“이제부터 알아볼 참입니다.”

“네베르 경,절 배려하기 위해 숨

기는 거라면 그만두세요. 저도 그 정도 눈치는 있답니다. 솔직하게 말 해 주세요. 어제 긴급회의 때 조피 스에게 조직 간부라고 했던 것,그 것과 관련이 있는 일이죠?”

프라넬라는 조피스를 사랑하고 있 었고,그렇기에 약혼까지 했다. 자신의 약혼자가 사실은 조직 간부이고 습격을 명했다는 걸 알면 상처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네베르는 가능한 진실을 알 려 주지 않으려 했다.

허나 조만간 알게 될 일이고 본인 도 어느 정도는 눈치첸 마당에 마냥 숨길 수만은 없었다.

네베르는 시선을 낮추며 유감을 표 했다.

“지금쯤 왕궁 안에선 조피스의 거 처를 수색하고 있을 겁니다.”

“서신이 나오는 건 확정 사항인가 요?”

“유감스럽겠지만 확정된 일이라 봐 도 무방합니다.”

프라넬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약지에 낀 약혼반지가 유달리 빛바 래 보이는 건 그늘진 마차 안이라 그런 것일까.

프라넬라는 눈을 비비듯 손가락으 로 눈가를 훔쳐 냈다. 그러곤 손가 락에 끼고 있던 약혼반지를 빼내 마 차 바깥으로 떨어뜨렸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했 다.

네베르는 프라넬라가 복잡한 심정 으로 반지를 했다는 걸 알곤 조심스 레 입을 열었다.

“공주님,괜찮으십니까?”

“저 역시 일국의 공주예요.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죠. 일정은 그대로 소화하겠어요.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호위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어떤 놈이든 공주님 께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 습니다.”

“고마워요.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 네요. 혼자 있게 해 주세요.”

아마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여태껏 사랑이라곤 모르던 프라넬 라가 처음으로 마음을 주었던 사람 이었으니까.

허나 어쩌겠는가.

첫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들 하니.

이 또한 지나가리.

네베르는 조직 간부를 쳐내기 위해 서라곤 하나 다소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차 창문이 닫히고,안쪽에서 천 막을 치며 마차 안쪽이 가려졌다. 동시에 부상자 파악을 마친 기사들 이 보고해 왔다.

“네베르 경,경상 7명,중상 1명에 사망자 W명입니다. 시신 수습은 약 식으로 하고 떠나야 할 것 같습니 다.”

“그러도록 하지.”

“그럼 공주님께도 보고를……

프라넬라에게도 보고를 하려던 기 사들이었으나,네베르가 팔을 뻗어 제지했다.

네베르는 기사들을 향해 고개를 저 으며 아련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지금은 두드리지 말 거라. 세상에 서 가장 무거운 것이 떨어지고 있으 니.”

*

왕궁 안에선 벤젠 기사단이 제3별 궁 수색에 나섰다.

제3별궁 바깥에선 조피스가 병사들 에게 둘러싸인 채로 대기하고 있었 다.

겉으로는 애써 덤덤한 척하고 있지 만 속은 타들어 가는 조피스였다.

‘서신을 비밀 공간에 숨겨 두었으 니 어지간해선 발견당할 리 없겠지 만……;벽 틈새를 깎아 내고 만든 비밀 공간이다.

투시 스킬이 없는 이상 서신을 찾 아낼 수 없으리라.

그리고 자신이 알기로 벤젠 기사단 에는 투시 스킬을 지닌 자는 없었 다.

하지만 불안감이 싹 가시지는 않았 다.

강현이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톡톡 히 느끼지 않았던가.

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만큼 방심은 금물이었다.

최소한 공주만이라도 확보하면 걱 정이라도 덜 수 있을 텐데……. 공주를 확보하면 연락책으로부터 신호가 올 텐데,그마저도 감감무소 식이다.

‘공주를 습격하기로 한 시간으로부 터 한참 지났어. 그런데도 신호가 없다는 건 역시 실패했다는 것인 가……

조피스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와중이 었다.

제3별궁 안에서 커다란 소음이 들 려왔다.

콰앙! 콰아앙!

조피스의 거처가 있는 최상층 끝 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마치 강한 힘으로 벽이라도 때려 부수는 양 거처가 있는 외곽 쪽 벽 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찌나 마나 조절이 세심한지 언뜻 듣기에도 요란한 굉음이건만 주변 방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 다.

오로지 조피스의 거처만이 파괴되 고 있었다.

난데없는 소란에 회의장 안에 있던 왕궁의원들이 와르르 뛰쳐나왔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조피스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이 엉거주춤 대답했다.

“저희도 정확한 건 잘…… 장부 수 색의 일환이 아닐지.”

“장부를 찾는데 왜 별궁을 부수는 것이냐! 완전히 미쳤군. 네베르보다 더한 미친개가 들어왔어.”

왕궁의원들이야 사정을 모르니 미 쳤다고 투덜거릴 뿐이지만,조피스 로선 엉덩이에 불이 붙어 버렸다. 강현의 입장에서는 서신이 조피스 의 방에 있다는 것만 알면 귀찮게 이곳저곳 들출 필요가 없었다.

봉인의 썰 때문에 서신은 방이 붕 괴돼도 파괴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방 자체를 없애 버리면 결국 남는 건 서신밖에 없다는 거 다.

간단한 방법이긴 해도 실제로 행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까.

조피스는 자신의 수단이 모두 붕괴 되었음을 직감했다.

‘안 돼. 이대로 있다간 여기서 내

인생이 끝나 버리겠어. 어떻게 여기 까지 왔는데. 여기서 끝이라고? 최 소한 도망이라도……

다행히도 아직 범죄자 신분이 아닌 지라 마나 봉인 수갑이 채워지진 않 았다.

모두가 조피스는 단순한 집무관이 며 전투 능력은 없다 여기고 있지 만,사실 그는 70레벨 수준의 고레 벨 이세계인이었다.

거기에 S급 스킬도 3개나 지니고 있어서 병사들을 뚫는 건 어렵지 않 았다.

'이대로 서신이 발각되면 정식으로 체포당해 버려.’

그렇다면 최소한 서신이 들키기 전

에 도망쳐야만 했다.

조피스는 병사들의 시선이 제3별궁 에 쏠린 틈을 타서 공격 스킬을 발 동했다.

지이엉!

조피스가 번개의 창을 소환하여 병 사들을 향해 던졌다.

날아든 번개의 창이 병사 한 명에 게 적중하여 감전을 일으켰다. 동시에 번개의 창이 사방으로 번갯 불을 뻗어 내며 다른 병사들도 감전 에 휘말렸다.

파지지직!

“꾸르르륵!”

“크륵! 크,큰일났……

포위망 일각을 무너뜨린 조피스는

열린 공간을 통해 내달렸다.

뒤늦게 병사들이 산개하며 확산되 는 번개를 피해 냈지만 그만큼 추격 이 늦어졌다.

조피스는 병사들이 동요하는 틈을 타서 왕궁 성벽을 향해 달렸다. 성벽까지만 도달하면 이동 스킬로 성벽을 넘어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성벽에 도달하기도 전에 제 3별궁 최상층에서 마나 파편이 날아 들었다.

퍼버버벅!

마나 파편이 정확하게 조피스의 다 리에 적중했다.

마나 파편에 맞은 다리가 한순간에 걸레짝이 되면서 조피스가 바닥을 굴렀다.

“크아악!”

땅바닥에 나자빠진 조피스를 병사 들이 둘러싸면서 창대로 몸을 짓눌 렸다.

고통은 고통대로 가중되었으며 갑 작스러운 대량 출혈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마나 파편을 날린 자가 누구인지는 보지 않아도 알 일이었다.

어느덧 제3별궁에서 나온 강현이 병사들 사이로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조피스의 눈앞에 봉인의 썰이 붙은 서신을 흔들며 말했다.

“외통수로군.”

*

조피스가 조직 간부임이 밝혀지면 서 공국 왕궁 내에 큰 파장이 번져 나갔다.

더불어 왕궁의원들도 재조사를 받 게 되었다.

조피스의 정체를 몰랐다고는 하나, 본의 아니게 조직 간부를 두둔한 셈 이니 재조사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조피스에게 뇌물을 받 은 건 물론이고,평소에 벌여 왔던 부정행위가 속속들이 적발되었다.

조피스 하나를 잡기 위한 작전이 결과적으로 의회 청소까지 겸하게 된 셈이었다.

왕궁 내부가 시끌벅적해진 가운데 바르가스와 강현이 따로 자리를 가 졌다.

“결국 벤젠 기사단 단장이 된 게 신의 한 수였던 셈이군.”

“단장 자리를 맡겨 주신 덕분입니 다.”

“앞으로는 어쩔 셈인가? 개인적으 로는 계속 벤젠 기사단 단장을 맡아 주었으면 하네만.”

강현이 단장직을 맡은 건 어디까지 나 이번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함이 었다.

빠른 일처리를 위해 기사 맹세를 생략한 터라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 둘 수 있었다.

네베르도 단장직에 복귀할지,백작 작위를 계승하여 다른 형태로 조직 을 공략할지는 강현의 판단을 보고 결정한다 했다.

기존의 벤젠 기사단 기사들도 어느 덧 강현을 인정하는 분위기였고 말 이다.

강현은 밀크티를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그리 간절히 원하시니 당분간은 단장직을 맡겠습니다.”

“간절히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가만 보면 자네도 한 자존심 하는 것 같군.”

“그럴 만한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 각합니다만.”

“그리 시원하게 말하니 오히려 할 말이 없어지는구먼.”

여태껏 기사직을 거부해 온 강현이 지만 벤젠 기사단 단장 정도면 충분 히 해 볼 법하다 여겼다.

먼저 공국 소속인 만큼 제국 귀족 들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었 고,이번 일로 대강 내부 청소가 된 터라 자질구레한 내부 싸움을 염려 하지 않아도 되었다.

게다가 벤젠 기사단의 기사들은 전 부 조직에 대한 증오심으로 뭉친 자 들이 다.

조직에 가담할 일이 없는 자들로 구성된 기사단이니 단장을 맡을 만 한 가치가 있었다.

가장 큰 용건을 마쳤으니 이번 일 의 성과를 확인할 차례였다.

바르가스는 조피스에게서 취득한 서신과 개봉의 썰을 차례대로 꺼냈 다.

“이제 조직의 상층부에 대한 서신 을 열어 보도록 하지. 자네도 처음 에는 서신 안의 내용이 목적이었다 했던가?”

“그렇습니다.”

“열어 보겠네.”

개봉의 씰을 봉인의 썰 위에 겹쳐 서 붙이자 봉인의 씰이 사라졌다. 마무리로 개봉의 썰을 떼어 내자 봉인되어 있던 서신 입구가 열렸다. 바르가스는 강현과 동시에 볼 수 있게 테이블 중앙에 서신을 펼쳤다. 그러자 제국 내에 있는 조직의 간 부들 명단이 상세하게 드러났다. 간부의 이름은 물론이고 현재 어떤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는지까지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명단을 본 순간,강현과 바르가스 는 조직을 상대하기 쉽지 않음을 예 감했다.

“이거 상당히 골치 아프게 됐군.”

간부 중에서도 윗선에 해당하는 자

그들은 제1황녀와 제2황자의 측근 들이었다.

예전에 강현은 조직이 제1황녀나 제2황자 둘 중 한 명과 손을 잡고 있으리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둘 중 하나가 아니었다. 조직은 제1황녀와 제2황자,모두와 손을 잡고 있던 것이다.

강현은 왜 여태껏 제국이 공국의 조직 수사 요청을 거절했는지 알 수 있었다.

“상대는 거의 제국 그 자체라 봐도 무방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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