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60화 (60/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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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의 검 끝이 강현과 김혜림에 게로 향했다.

김혜림은 태평하게 밀크티를 홀짝 이며 강현에게 말을 걸었다.

“이 사람들 벨 거예요?”

“글쎄……. 필요하다면.”

“으음……. 일이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만약 부드럽게 달랬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요?”

“아니,저렇게 불도저 같은 성격이 라면 결과는 마찬가지였겠지.”

“하긴,그건 그것대로 얕보였겠네 요. 그가 다시 돌아올까요?”

“보란 듯이 조피스에게 농락당한

후에 돌아오겠지.”

“그럼 기다리면 되겠네요. 아,기사

분들. 밀크티 다 마셨는데 한 잔 더 주시겠어요?”

기사들로선 어이가 없었다.

이리도 살기등등하게 위협하고 있 는데 이 무슨 태평함이란 말인가. 자신들의 위협 따윈 문제가 아니라 는 듯 이리도 태연한 모습이라니. 정녕 대공국의 기사들이 두렵지 않 단 말인가!

게다가 대놓고 네베르의 실패를 운 운하다니!

이는 감히 좌시할 수 없는 모욕이 었다.

“말조심하지 못할까! 더 이상 네베

르 경을 욕보인다면 가만두지 않겠 다!”

김혜림이 여전히 빈 찻잔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강현이 일어났다. 기사들은 겨누고 있던 검을 더더욱 내밀었다.

이미 경고한 이상,더 이상 모욕을 좌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강현이 태연하게 기사들 앞 으로 다가섰다.

그러자 촘촘하게 드리워진 검날들 이 자연스레 강현과 맞부딪쳤다.

터영! 텅!

강현의 반사 실드가 검에 담긴 마 나 오오라에 부딪치며 마나 덩어리 로 치환되었다.

반사 실드에 의해 튕겨 나온 마나 덩어리를 얻어맞은 기사들이 분분히 튕겨 나갔다.

강현은 걷고만 있을 뿐인데 절로 길이 열리는 광경이 펼쳐졌다. 기사들이 저린 손을 부여잡으며 다 급히 태세를 정비했다.

허나 영문 모를 타격 때문에 쉽사 리 강현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거리 를 둔 채로 드센 목소리를 뱉었다.

“이놈! 어딜 가는 것이냐!”

강현은 빈 찻주전자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부엌.”

*

공국 왕궁의 왕궁회의장.

공왕과 왕궁의원,대신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근 석 달 만에 귀환한 벤젠 기사 단의 네베르가 중대발표를 할 게 있 다 하여 긴급회의가 소집된 것이었 다.

단상 위에는 공왕 엘리오스 킨 바 르가스가,단상 아래로는 왕궁의원 과 대신들이 양옆으로 줄지어 있었 다.

공왕 바르가스는 단상 정면에 부복 한 네베르를 내려다보았다.

“올해 처음으로 경의 얼굴을 보는 구려.”

“제가 어찌 지내는지는 정기보고서 에 매번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허허,자주 얼굴을 비추지 않는 걸 두고 말한 걸세. 여전히 네베르 경은 딱딱하구먼.”

“농담에 약한 걸 아시지 않습니 다.”

“내 오랜만에 복귀한 게 반가워서 농을 한 것이니 진지하게 받아들이 지 말게나. 그건 그렇고 보고할 것 이 있다지?”

네베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를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제국에 잠입한 벤젠 기사단 소속 라르손이 보고를 해 왔습니다. 그 내용은 제국에 있는 조직 상층부에 대한 정보 를 입수했다는 보고로,저희 벤젠 기사단은 조직의 정보가 담긴 서신 을 수령하기 위해 국경으로 향하였 습니다. 그러나 그 서신 전달 과정 중에 조직의 추격대와 충돌했고,서 신은 놈들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습 니다.”

타르손 이야기부터 조직의 추격대 와 싸운 것까지는 진실이었다. 그러나 서신이 강현의 손에 넘어갔 다는 이야기는 생략되었다.

여기서 강현을 언급하면 여태껏 강 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까지 모두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되면 귀족들에게 비웃음을 사

는 건 물론 네베르 본인의 수사 능 력을 의심 받을 수도 있었다.

그 꼴을 보일 수는 없기에 강현 이야기만 쏙 빼놓고 보고한 것이었 다.

보고 도중 왕궁의원들이 입을 열었 다.

“그럼 자네는 그 중요한 서신을 잃 었다고 보고하러 온 건가?”

“물론 아닙니다. 저희 기사단은 만 약을 대비해 서신을 추적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어 두었습니다. 그를 통 해 서신을 추적했고,추적 내내 마 주친 조직원들을 척살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그 서신이라는 건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있다면 어 서 꺼내 보게.”

말투가 꽤 공격적이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왕궁의회는 조직이 존재한다고 믿 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이란 건 단순한 음모론에 불과 하며,벤젠 기사단은 단순히 공왕이 직속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 만든 명 분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는 왕에게 지나친 권력이 집중 되기 위한 걸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의회가 공왕과 줄다리기나 하고 있 는 실정이다.

네베르는 빅터에게서 건네받은 오 버로드의 수정을 꺼내 보였다.

“이건 서신에 달려 있는 봉인의 썰 을 추적할 수 있는 보구입니다. 최 종적으로 서신은 왕궁 안에 있는 누 군가에게 전달되었지요. 아시겠습니 까? 왕궁 안에 조직의 간부가 있습 니다. 그것도 공왕 전하와 아주 가 까운 곳에 말입니다.”

공격적으로 나서던 왕궁의원들이 주줌거 렸다.

왕궁 안에 조직의 간부가 있다니?

이는 보통 큰일이 아니었다.

조직의 간부가 누구냐에 따라 어마 어마한 파장이 일어날 터.

왕궁의원들이 긴장하며 간부의 정 체를 물었다.

“그래서 그자가 누구인가?”

네베르는 바로 좌측을 바라보았다.

좌측에는 집무관 신분으로 왕국의 행정을 집행하는 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네베르의 손가락이 줄지어 서 있는 귀족들 사이의 젊은 사내,조피스를 지목했다.

“조피스입니다.”

네베르의 지목에 장내가 크게 술렁 거렸다.

안 그래도 공주와 약혼하며 큰 파 장을 일으켰던 조피스이다.

어렵사리 약혼이 성사되어 겨우 자 리를 잡아 가던 중이건만 제대로 한 건 터져 버렸다.

왕궁회의장 내의 귀족들은 물론이

고,공왕 바르가스마저도 믿지 못하 겠는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런데 정작 조피스는 묵묵히 입을 다문 채로 서 있기만 했다.

이윽고 장내가 진정되면서 모두의 시선이 조피스에게로 쏟아졌다.

그 이목들을 받아 내며 조피스가 입을 열었다.

“재미있는 말씀이시군요. 제가 조 직의 간부라 하셨습니까?”

네베르가 조피스를 노려보며 살기 등등한 기세를 품었다.

“서신이 왕궁에 도착했습니다.”

“그 추적 수단이란 걸 보고 싶군

요. 정확하게 제 처소에 다다랐습니 까?”

“안타깝지만 오버로드의 수정은 그 렇게까지 세세히 위치를 알려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왕궁 안까지 도달 했다는 건 확인했습니다.”

“그런데도 마치 제가 범인이라고 단정 지어 말씀하시다니,근거가 너 무 빈약하군요.”

“증거라면 있습니다. 에메랄드 산 맥에서 근무하던 코바란 자를 아실 텐데요.”

“코바? 대체 누굴 말씀하시는 건 지?”

“이걸 보고도 그런 말씀이 나오실 는지요.”

품에서 코바의 편지를 꺼내 당당히 펼쳐 드는 네베르였다.

펼쳐진 코바의 편지에는 조피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네베르는 몰아붙이듯 편지를 조피 스의 코앞까지 들이밀었다.

“서신을 추적하던 중에 마주친 조 직원이 쓴 편지입니다. 고맙게도 조 피스님과 내통하고 있단 증거를 남 겨 두었더군요. 이래도 발뺌하실 겁 니까?”

한데 조피스는 비장의 무기라 여겼 던 코바의 편지지를 보고도 일절 동 요하지 않았다.

“이제야 기억나는군요. 분명 작년 에 잠깐 인사를 나누었던 친구지요. 저와 친해졌다 착각하고 제게 청탁 을 하려 했던 모양입니다.”

“끝까지 부정하실 생각이십니까?”

“이 편지 어디에 제가 조직원이라 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계속되는 부정에 네베르는 성질을 이겨 내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

“코바가 조직원이었다지 않습니 까!”

결국 큰소리까지 나오게 되자 바르 가스가 중재에 나섰다.

“네베르 경. 진정하게.”

“하지만 공왕 전하……!”

“일단 자네가 증거라 주장하는 편 지부터 확인토록 하지.”

코바의 편지는 네베르에게서 바르 가스에게로 전달되었다.

바르가스는 한참 동안 편지를 읽어

내리더니 단상 아래의 귀족들에게도 편지를 돌렸다.

편지가 회의장 내를 한 바퀴 돈 후.

바르가스가 귀족들의 의견을 물었 다.

“그대들은 편지를 보고 무슨 생각 이 들었나?”

“개인적인 소견으론 등지에 파견된 기사가 왕궁으로 불러 달라고 청하 는 것 같았습니다. 이 편지를 두고 조직과 관련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 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이 편 지를 보고 조피스를 조직원이라 생 각하는 건 억측이나 다름없습니다.”

네베르는 분위기가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어느새 조피스에게로 향해 있던 싸 늘한 눈빛은 자신에게로 옮겨져 있 었다.

마치 네베르가 허언을 하는 양 되 고 있지 않은가.

네베르는 어떻게든 상황을 뒤집어 보려 했다.

“조피스가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전하! 조피스가 머무르는 제3별궁 수사 허가를 내려 주십시오. 타르손 의 서신이 나오면 모든 게 명백해집 니다!”

조피스도 가만있지 않고 바로 치고 나왔다.

“네베르 경. 벤젠 기사단이 만들어 진 지 어언 1년이오. 그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단체를 수색한다는 명목 하에 많은 비용이 들어갔습니 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성과라곤 없었지요. 성과에 쫓기는 건 알지만 위증을 하는 건 보기 좋지 않군요.”

“위증? 지금 위증이라 하셨습니 까?”

왕궁의원들도 조피스를 거들었다.

“지난 1년 사이에 벤젠 기사단에 들어간 예산이 무려 3, 000골드입니 다. 그 대부분이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소만.”

“솔직히 코바란 자가 조직원이라는 말도 의심스럽군. 정말 조직원이었다면 그를 생포하여 이 자리에서 증 언하게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그건……

“전하,이쯤 되면 벤젠 기사단의 운용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일입 니다. 소란을 일으킨 네베르 경을 근신 처분하시고 정기회의에서 벤젠 기사단의 존속에 대해 논했으면 합 니다.”

주둥이만 살은 늙은이들이라 생각 했던 왕궁의원이 독사마냥 네베르를 물어뜯고,조피스는 철의 가면을 쓴 채로 증거 하나하나를 둥개 버렸다.

네베르는 마지막 희망을 담아 바르 가스를 보았다.

그러나 바르가스도 고개를 저었다.

네베르의 준비가 부족하여 아무것 도 해 줄 수 없음을 의미하는 고갯 짓이었다.

어느덧 장내에는 네베르의 근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애당초 네베르 백작령을 계속 비 워 두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영지 로 돌려보내 자택 근신을 명해 주십 시오.”

“전하,아무래도 네베르 경에겐 심 신의 휴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상황은 결국 바르가스가 막아 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렸다.

그 정도로 네베르의 행동은 너무나 도 경솔했다.

여기서 바르가스가 네베르를 두둔

하면 벤젠 기사단의 무능함을 인정 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바르가스는 허탈해하는 네베르를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 을 내렸다.

“네베르 경은 수도의 자택에서 근 신하게. 다음 정기회의는 예정된 주 제로 진행하고,다다음 정기회의에 서 벤젠 기사단의 존속을 논하도록 하지.”

실패자마냥 허탈해하던 네베르는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굳이 다음 정기회의가 아닌 다다음 정기회의 때 논하겠다는 건 네베르 에게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다다음 정기회의는 보름 뒤.

보름 안에 방법을 찾으라는 메시지 나 다름없었다.

네베르는 얼른 머리를 굴렸다.

과연 보름 안에 조피스를 몰아넣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네베르의 머릿속에 한 인물이 떠올랐다.

조직을 공공의 적으로 두고 있고, 지능적인 수 싸움에도 능한데다,무 력까지 겸한 자.

강현의 도움이 필요했다.

*

고향으로 쫓겨나는 것만은 면한 네 베르는 수도에 있는 자택으로 강현을 불렀다.

그러곤 강현에게 왕궁에서 있던 일 에 대해 말해 주고 자신의 경솔함을 사과했다.

“내가 생각이 짧았네. 자네의 말이 옳았어. 제발 도와주게.”

강현은 밀크티가 담긴 찻잔을 내려 놓으며 턱을 살짝 치켜 올렸다.

“좀 더 정중하게 부탁하면 고려해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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