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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52화 (52/381)

52화

사내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지 미 간을 좁혔다.

출혈이 꽤 심했는지 안색은 창백하 다 못해 백짓장 같았으며,더욱이 드러난 손목엔 시퍼렇게 핏줄이 돋 아나 있었다.

출혈뿐만 아니라 몸에 독까지 퍼진 듯했다.

하나 강현은 그의 몸 상태보다 다 른 데 집중했다.

사내가 내뱉은 말 때문이었다.

'조직’에 대해 언급했을 뿐만 아니 라 ‘쫓아왔나’라는 말로 보아,쫓기 는 모양이었다.

강현이 말했다.

“적어도 조직원은 아니다만.”

“어디서 어설픈 거짓말이냐!”

지나친 추격 때문일까?

사내는 강현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강현을 추격자로 여겼음인 지 다짜고짜 쥐고 있는 단검을 투척 했다.

쉬이익!

엉뚱한 방향으로 대충 던졌건만, 단검이 방향을 틀면서 정확히 강현 을 노리고 날아왔다.

어떻게 쏘아 내든 상대에게 적중하 는 유도 스킬임이 분명했다.

절대 빗나가지 않는다는 면에서 대 단한 스킬임은 확실하지만,단점 또 한 분명했다.

모든 공격이 적중한다는 건 견제의 기능이 없다는 것이었다.

즉,허수가 없는 솔직한 움직임이 란 거다.

그저 막아 내기만 하면 별다른 위 협이 될 수 없는 스킬이었다.

물론 막을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내릴 수 있는 판단이다. 강현에겐 그만한 능력이 있었다.

쟁!

어느새 손에 쥔 빙백검이 날아드는 단검을 반으로 토막 냈다.

단검에 담긴 마나가 증발하자 유도 능력도 사라지고 바닥으로 떨어졌 다.

단검을 처리한 강현은 곧바로 질척 한 땅을 박차고 동굴로 몸을 날렸 다.

강현의 돌파를 깨달은 사내가 다시 금 단검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다시 단검을 투척하지는 못 했다.

기어이 한계가 왔음인지 휘청거리 며 무릎이 꺾였다.

순식간에 동굴까지 주파한 강현이 쓰러지는 사내를 부축했다. 그러곤 조심스레 그를 바닥에 뉘어 주었다. 자신을 해치우기는커녕 조심스런 손길에 사내가 당황하며 말했다.

“어,어째서 죽이지 않지?”

“조직원이 아니라고 했을 텐데?”

강현은 사내의 몸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가까이에서 보니 목 끝까지 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독에 중독된 지 꽤 지난 듯했다.

되도록 해독을 시켜 주고 정보를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린버드의 깃털이나 셀로리아 반 지는 상처 치료가 가능할 뿐 해독 능력은 없었다.

독에 중독된 지 오래되어 다른 응 급처치도 불가능했다.

사내도 자기 몸 상태를 잘 알았음 인지 치료약이나 약재를 찾지 않았 다.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도망치게. 곧 극악무도한 놈들 이…… 올 걸세. 여기 있다간 무사 하지…… 못하네.”

“그건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지.”

“……이야기?”

“어째서 조직에게 쫓기고 있었지?”

조직이란 말은 흔히 쓰였다. 그리 고 대개는 조직이란 명칭만으로는 어떤 집단을 가리키는 건지 몰랐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강현의 말에는 자신이 아는 조직과 짙은 동일성이 느껴졌다.

그 어감을 통해 강현 역시 조직을 알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적어도 적이 아니라는 것만 은 분명했다.

그랬다면 조직에 대해 묻는 게 아 닌,목숨을 취했을 것이었다.

“자네는 누구인가?”

“최강현.”

“최강현이라면…… 그 빙검의……

“썩 좋아하는 별명은 아니지.”

“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지금이라면 감사라도 하고 싶군. 이 렇게 빙검의 용병과 마주칠 줄…… 쿨럭쿨력!”

통증이 심해졌는지 사내가 채 말을 잇지 못하고 거친 기침을 뱉었다. 기침을 할 때마다 핏물이 올라오는 걸로 보아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 듯했다.

사내도 그걸 알기에 억지로라도 목

소리를 쥐어짜며 말했다.

“나,나는 브리니아 공국의 기사 타르손일세. 공왕 전하의 명령으로 조직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지. 보고 를 위해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놈들 의 추격이 따라붙어 이리 되었네.”

브리니아 공국.

빌로스 제국 동쪽에 있는 제국의 제후국이 었다.

공국 국왕은 빌로스 황족인 엘리오 스 가문의 일원으로,족보상 빌로스 황가와는 친척지간이었다.

강현은 공국에서 직접 조직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했다.

“제국과 공국은 친척지간인데 굳이 공국까지 돌아가서 보고할 필요가 있었나? 제국 황가에 보고해도 됐을 텐데?”

“공국은 그 정도로 제국을 신뢰하 지 않는다네. 공국에 몇 번이나 일 어난 참사 때문에 제국에 협조를 요 청했지만 모조리 무시당했지.”

공국은 연이은 웨이브 공략 실패로 골치를 썩고 있었다.

그리고 웨이브 공략 실패로 인한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면밀 하게 실패원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조직적으로 웨이브 공략 실패를 유도하는 자들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공국은 당연히 제국에도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제국은 ‘증거불충분’이란 명목으로 그 의견을 무시하고 협조 를 거부했다.

안타깝게도 공국은 제국이 요구하 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공국으로서도 조직의 존재만 짐작 할 뿐,그 실체는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공국에선 증거 수집을 위 해 수많은 기사를 파견했다.

여기 있는 라르손 역시 그 조사를 위해 파견된 기사 가운데 한 명이었 다.

타르손은 간략하게 사정을 설명한 후 용건을 꺼냈다.

“큽! 아무래도 길게 말할 시간은

없을 듯하니 본론부터 말하겠네. 내 대신 공왕 전하께 이 서신을 전해 주지 않겠는가? 부디 부탁하네.”

타르손이 떨리는 손으로 품 안에서 서신을 꺼내 들었다.

봉인을 하는 썰에 특이한 문양이 있는 걸로 보아 보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정서를 붙여 봐야 더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특정조건을 충족해야 만 서신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강현은 서신을 받아 들며 말했다.

“제국은 믿지 않는데 나는 믿는 건 가?”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빙검의 용병은 조직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다네. 피차 공공의 적을 둔 처지이 니 이해관계는 일치할 거라 생각하 네.”

조직이 눈에 불을 켜고 추격할 정 도의 정보를 수집한 사내다.

강현이 조직에 어느 정도 피해를 줬는지,조직이 강현을 어떻게 생각 하는지도 알고 있으리라.

지금까지의 모든 말에 거짓은 존재 하지 않았다.

간파 능력을 통해 진위여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일치하단 말엔 동의할 수 없었다.

“내가 이걸 전해 주면 무엇을 얻을 수 있지?”

“그 안에 조직의 상층부에 대한 정 보가 들어 있네. 서신은 공국 왕실 의 썰을 맞물려야만 열리지.”

“공국에 이 서신을 전해 주면 내게 도 정보를 알려 주겠다?”

“정보가 필요 없다면 다른 사례라 도 요구하게. 공왕 전하께선 적어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분은 아니라네.”

강현은 서신을 아공간 주머니에 집 어 넣었다.

“뭐,나쁜 제안은 아니군.”

“공국에 지원요청을 해 두었으니 칼덴 협곡까지만 가면 기사단이 기 다리고 있을 걸세. 그럼…… 부탁하 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라르손이 숨을

거두었다.

벌어진 망토 사이로 단검 거치대가 드러났다.

무려 30자루는 보관할 만했는데 모조리 비어 있었다.

유도 스킬로 회수가 가능했을진대 단검을 모두 소모한 것으로 보아, 지금까지 심한 격전을 해 온 듯했 다. 단검을 회수할 틈도 없이 도주 에 급급하였으리라.

강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하늘 계단을 밟은 자를 염두 에 둘 여유는 없었다.

동굴 밖에서 쏟아지던 빗줄기는 점 점 가늘어지고 있었다.

잠시 지나던 소나기였던 듯했다.

라르손이 말한 칼덴 협곡이라면 이 곳으로부터 이틀거리.

바로 출발하면 금방 닿을 수 있을 터였다.

강현이 서슴없이 발길을 돌리려던 때였다.

갑자기 싸늘함이 등줄기를 타고 흘 렸다.

기민한 감각에 재빨리 뒤를 돌아보 았다.

한데 뒤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지? 착각이었나?

예상 밖의 광경에 의아함이 일어나 는 찰나,목에서 둔탁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파앙!

시야 밖에서 날아온 기습이 반사 실드에 의해 튕겨 나갔다.

긴장감에 미리 실드를 끌어올렸기 에 망정이지,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뻔했다.

강현의 목을 노렸던 기습은 반사 실드의 효과로 마나 덩어리로 환산 되어 반사되었다.

반사된 마나 덩어리가 동굴 바깥의 나무 한 그루에 직격했다.

과지직!

아름드리나무가 나무젓가락 부러지 듯 꺾여 쓰러졌다.

최소 마나유저 상급 수준의 공격력 을 증명하는 광경이었다.

강현은 눈알만 굴려 주변을 훑었다.

여전히 상대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자신의 목 근처에 가느다 란 실이 닿아 있는 걸 알아챘다. 마치 피아노 줄처럼 가늘고 예리한 와이어 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와이어 끄트머리 는 양옆 벽면에 박혀 있었다.

이 와이어가 알아서 설치되지는 않 았을 터.

‘설치형 보구로군. 조종 방식은 원 격인가. 마나오오라가 깃들어 있진 않았어. 보구 자체에 위력을 조절할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건가.’

일단 아까부터 목 주변의 반사 실 드를 까득까득 긁어 내는 와이어부 터 잘라야 했다.

빙백검으로 펼친 마나 블레어드로 와이어를 끊어 냈다.

마나 블레어드가 궤적을 그리자 마 치 손가락으로 거미줄을 끊듯이 손 쉽게 끊어졌다.

마나 블레이드까지 견뎌 내는 강도 는 아니라는 뜻.

자를 수만 있다면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옆에선 김혜림이 아공간 반지에서 활을 꺼내 동굴 바깥을 겨누고 있었 다.

그녀가 긴장을 곤두세운 채로 물었 다.

“적의 공격 수단은요?”

“와이어. 원격조종이 가능한 설치

형 보구처럼 보이는군.”

“쩝,성가시네요. 타르손을 추격하 던 자들이겠죠?”

“이젠 우릴 추격하는 자들이지.”

“당연히 싸울 거죠?”

“물론. 적이 정면에만 있으리란 보 장은 없어.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다른 통로가 있는지 확인해 봐.”

“알겠어요.”

동굴에 다른 통로가 있어서,그곳 으로 추격대가 나타난다면 이대로 협공당하고 만다.

그래서 동굴 안쪽 확인을 지시한 것이었다.

김혜림이 고개를 끄덕이고 동굴 안 쪽으로 들어갔다.

반면 강현은 마나 블레이드를 덧씌 운 빙백검을 눈앞에 곧추세우고 동 굴 바깥으로 달렸다.

혹여나 추가로 설치된 와이어가 있 다면 빙백검에 먼저 걸리게 될 것이 었다.

턱! 티턱!

과연 동굴 바깥으로 나가는 동안 와이어가 잘려 가는 감촉이 느껴졌 다.

설치된 와이어를 절단하며 동굴 바 깥으로 나서자 희미한 시선이 쏟아 졌다.

그리고 그 시선의 숫자는 삽시간에 불어났다.

촉촉하게 젖은 수풀 사이에서 은신

중이던 검은 잠행복의 사내들이 암 기를 투척했다.

싁! 쉬릭!

사사사삿!

단검,비수,화살,슬링샷 등.

다양한 종류의 투척 무기가 한꺼번 에 날아들었다.

반사 실드로 튕겨 내고 적들 사이 로 파고들까?

‘아니, 너무 성급한 판단이야.’

어떤 무기에 어떤 능력을 지닌 보 구인지,어떤 것에 어떤 효과의 스 킬이 부여됐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상황에 반사 실드만 믿고 돌 진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강현은 동굴 입구의 측면으로 달리며 피해야 할 투척 무기의 개수를 최대한 줄였다.

그러곤 왜곡으로 빗길 수 없는 것 들은 빙백검을 이용하여 쳐 냈다.

서격! 쨍강!

스킬이나 보구의 효과를 방지하려 면 투척 무기를 아예 동강 내는 게 최선의 판단이었다.

검을 최대한 짧게 잡고 휘두르며 투척 무기들을 모조리 절단했다. 그렇게 1차 공격을 뿌리쳤을 때에 는 벌써 측면에 진을 친 적들과 마 주할 수 있었다.

강현의 돌파에 2차 공격을 준비하 던 추격자들이 분분히 근접용 무기 들을 손에 쥐었다.

꽤 빠른 대응속도가 이들의 뛰어난 실력을 증명했으나,강현의 몸놀림 이 훨씬 빨랐다.

빙백검이 섬광을 일으키며 푸른 잔 상을 남겼다.

쉬잉!

“크아악!”

“빙검의 용병? 어째서 놈이 여기 에…… 크악!”

잔상이 사라진 자리에선 여지없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근접전에 돌입한 이후부터 강현의 몸짓은 거침이 없었다.

토끼우리에 사자를 풀어 놓은 양 빙백검이란 성난 발톱이 추격대를 찢어발겼다.

빙백검이 휩쓸고 지난 곳들은 조직 원들이 손도 못 쓰고 베여 나갔다. 하지만 강현은 방심하지 않았다.

격투는 일방적으로 자신이 우세했 지만,이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놈들이 아니야. 아까 선공을 취 한 놈은 어디 있지?’

이놈들 중에는 와이어를 쓰는 놈이 없었다.

최소 마나유저 상급 이상의 실력자 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다.

동굴에서 반사 실드에 의해 튕겨 나간 와이어에는 분명 마나유저 상 급의 수준의 공격력이 담겨 있었다. 그놈이 바로 이 추격대를 이끄는 수장이 리라.

‘부하들을 미끼 삼아 빈틈을 노리 는 건가.’

그렇다면 더더욱 경계를 늦출 순 없다.

티잉!

수풀 사이를 넘나들던 중에 어깨 쪽에서 무언가 튕겨 나가는 소리가 났다.

또다시 와이어가 날아들어 강현을 가격한 것이다.

이번에도 반사 실드 덕에 막아 내 긴 했지만 여전히 적의 위치를 가늠 할 수 없었다.

‘공격이 보이지 않으니 막을 수가 없군. 일단은 반사 실드로 버틸 수밖에.’

강현이 조직원들을 베어 나갈 때마 다 와이어가 빈틈을 노리고 날아들 어 반사 실드에 부딪쳤다.

푸욱!

“으억!”

이윽고 육안으로 보이는 자들 중 마지막까지 버티던 자가 빙백검에 꿰뚫렸다.

이번 전투 중에 와이어가 날아든 횟수만 하더라도 십수 번에 이르렀 다.

반사 실드는 예전에 효과가 다하여 벗겨진 지 오래였다.

적의 수장은 부하들을,강현은 반 사 실드를 잃은 상황.

지금이 서로에게 있어 승부처였다. 강현이 적을 찾기 위해 주변을 날 카롭게 둘러보던 찰나.

뭐지?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전신이 굳어 버린 듯했다. 그와 동시에 머리 위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빙검의 용병도 썩 대단하진 않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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