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50화 (50/381)

50

제왕의 불꽃이 차츰차츰 걷히기 시 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사위를 가득 집어삼 키고 있던 검은 불꽃 사이로,비명 의 주인이 드러났다.

라그나로스의 몸뚱이에는 빙백검이 틀어박혀 있었다.

그리고 강현의 팔에는 업화의 불꽃 링,지옥의 불꽃 링,제왕의 불꽃 링이 채워져 있었다.

공격무효화 능력을 무시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던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망설일 것이 없었다.

“금방 끝내지.”

라그나로스의 몸체는 불덩이라 그 런지 검을 찌른 느낌조차 들지 않았 다.

하지만 공격은 확실하게 유효했다.

라그나로스가 고통의 비명을 내질 렸다.

“크워어어!”

더불어 강현은 마나 블레이드를 박 아 넣은 상태로 파괴 스렛의 효과를 발동했다.

파괴 스텟의 효과인 진동 효과는 마나,무기물 등 그 어떤 것으로도 전달되었다.

몸체가 불로 이루어진 라그나로스 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이엉!

라그나로스의 몸 전체가 크게 흔들 렸다. 인간으로 치면 몸을 부르르 떠는 것과 같았다.

데미지를 입을수록 라그나로스의 몸집이 점점 작아져 갔다.

어느새 10미터에 달하던 몸체가 6 미터까지 줄어 있었다.

또한 몸체가 줄어들면서 라그나로 스가 내뿜던 열기 또한 한층 내려갔 다.

그렇게 힘을 잃는 중에도 라그나로 스가 발악하듯 불을 내뿜었다.

“구우우우!”

화르르륵!

화염방사기처럼 불꽃이 쏟아져 나 오며 강현을 떨쳐 내려 했다.

그러나 알고는 있는 걸까.

무려 만 하루 동안 라그나로스를 상대해 온 강현이다.

라그나로스의 공격 패턴 등은 이미 십수 번을 거쳐 보았다.

이젠 라그나로스의 공기 흡입량만 보아도 어떤 공격을 해 올지 알 수 있을 지경이었다.

강현은 위치 되감기로 뒤로 물러나 불꽃을 피한 후 재차 빙백검을 찔러 넣었다.

쑤욱!

빙백검이 틀어박히자 라그나로스의 몸체가 2미터로 줄어들었다.

강화되기 이전의 몸집,즉 첫 등장 때보다 더 작아진 셈이었다.

강현은 마무리로 빙백검을 뽑아내 며 몸을 한 바퀴 휘돌렸다.

원심력이 더해진 빙백검이 호쾌하게 라그나로스의 가슴을 썰어 버렸다. 짜자자작!

“쿠어어어어어!”

빙백검의 눈보라가 궤적을 그리자 라그나로스의 불길이 수증기로 증발 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라그나로스가 사라 진 자리로 붉은 보석이 떨어졌다.

라그나로스의 핵이었다.

핵 바깥으로는 전리품 반응을 의미 하는 푸른빛이 맴돌고 있었다. 강현은 붉은 보석을 주워 들며 목 을 좌우로 꺾었다.

“후우.”

긴 숨이 새어 나왔다.

수일 동안 쉬지 못한 피로가 한꺼 번에 몰려왔다.

손끝과 발끝이 저리다.

피로도 피로지만 열기를 밀어내느

라 계속 냉기를 쬔 탓도 있을 거다. 하지만 아직 긴장을 풀 때가 아니 었다.

휴식은 확실하게 일을 마무리한 다 음에 해도 늦지 않다.

일단 전리품을 확인하는 게 먼저였 다.

“추출.”

추출을 하자 스킬북 1개,보구 1 개,영약 1개가 나타났다.

“후우.”

긴 숨이 새어 나왔다.

수일 동안 쉬지 못한 피로가 한꺼 번에 몰려왔다.

손끝과 발끝이 저리다.

피로도 피로지만 열기를 밀어내느 라 계속 냉기를 쬔 탓도 있을 거다. 하지만 아직 긴장을 풀 때가 아니 었다.

휴식은 확실하게 일을 마무리한 다 음에 해도 늦지 않다.

일단 전리품을 확인하는 게 먼저였 다.

“추출.”

추출을 하자 스킬북 1개,보구 1 개,영약 1개가 나타났다.

[제왕의 화염검(등급 : S)]

[습득 시 제왕의 불꽃으로 이루어 진 검을 소환할 수 있다. 제왕의 화 염검은 타인의 마나를 태울 수 있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사용자의 능력 에 따라 강도와 위력이 변한다.]

[업화의 불꽃반지]

등급 : s

타입 : 장신구

특성 : 업화의 불꽃이 깃든 반지. 착용자는 모든 불 공격에 면역이 된 다. 단,용암과 마나를 태우는 종류 의 화염은 막아 낼 수 없다.

[화산의 심장]

등급 : s

타입 : 영약

특성 : 고대 사람들이 불을 뿜는 화산을 달래기 위해 제사 때 올렸다 던 약초 환단. 섭취할 경우 실드 스 렛이 50포인트 상승한다.

난이도가 난이도인지라 모든 전리 품이 S급이었다.

3개 전리품 모두 상당히 쓸 만했 다.

강현은 반지를 손에 끼우고 스킬북 을 습득했다. 그리고 화산의 심장을 섭취한 다음에 상태창을 확인했다.

[최강현 (lv.100)]

파괴 : 275 실드 : 89 왜곡 : 176 정제마나 : 111 회복 : 46보너스 포인트 : 48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 (S),마나폭검 (S),석상 호 걸의 갑옷(S),쉐도우 리퍼의 외갑 (SS), 명계의 서(?),위치 되감기(S), 개화의 서(?),제왕의 화염검 (S) 특수능력 : 간파 개화의 서에 따라 1차 특수능력인 ‘간파’가 개화되어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자 간파에 대한 설명 이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간파 : 다른 존재의 거짓말을 간 파할 수 있다.]

거짓말 간파라…….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한 특수능력 이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을 상대하기 위한 특수능력이 아닌가.

각성의 서,명계의 서가 던전이나 웨이브 공략을 위한 능력치 상승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개화의 서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 주를 둔 히든 스킬북이라 할 수 있었다.

그중 강현은 ‘다른 존재’란 표현에 주목했다.

‘다른 존재라……. 인간만을 상정 하고 만든 능력이 아니란 건가.’ 단순히 사람의 거짓말을 간파하기 위한 능력이라면 ‘다른 존재’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을 터다. 혹시 테라 시스템의 진실이라는 것 과 관련이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더불어 강현은 레벨업을 하면서 얻 은 보너스 포인트를 분배했다.

총 48포인트의 보너스 포인트 중 25포인트는 파괴에,남은 23포인트 는 실드에 투자했다.

[최강현 (lv.100)]

중폭 : 300 반사 : 112 왜곡 : 176 정제마나 : 111 회복 : 46 보너스 포인트 : 0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 (S),마나폭검 (S),석상 호 걸의 갑옷(S),쉐도우 리퍼의 외갑 (SS), 명계의 서(?),위치 되감기(S), 개화의 서(?),제왕의 화염검 (S) 특수능력 : 1차 특수능력(간파) 파괴 스렛이 ‘증폭’ 스렛으로,실드 스렛이 ‘반사’ 스렛으로 각성했다.

스렛이 각성하면서 그에 대한 정보 가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증폭(공격 스텟 2차 각성)]

[증폭 스렛의 효과를 발동하면 공

격의 여파를 확산시킬 수 있다. 증 폭 스렛에 의해 발생한 마나 파문의 위력은 증폭 스렛의 수치에 비례한 다.]

[반사(실드 스텟 1차 각성)]

[반사 스텟의 효과를 발동하면 몸

주변에 반사 실드를 두를 수 있다. 기존 방어 스렛의 효과는 그대로 유 지 된다.]

정리를 마친 강현은 감았던 눈을 떴다.

어느새 에르델을 데리고 온 김혜림 이 눈앞에 서 있었다.

눈 안 가득 생글거리는 미소가 들 어오나 싶더니 그녀의 입이 열렸다.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창문 연 채 로 자고 싶네요. 안 그래요?”

김혜림의 손가락이 12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라그나로스가 죽으면서 12시 방향 에 문이 생겨나 있었다.

바깥으로 이어지는 출구였다. 강현은 문 너머로 보이는 빛을 보 며 건조하게 답했다.

“바보라서 감기 걱정은 없겠군.”

*

바깥으로 나온 강현 일행은 슈타인 백작가 저택으로 돌아갔다.

사홀 전만 해도 사람들로 바글거리 던 저택은 폐가마냥 썰렁했다. 웨이브에 강제입장하지 않은 자들 조차도 모두 도망간 후였다.

웨이브 공략이 실패했다면 이 근방 이 모두 던전화 되었을 테니,당연 한 반응이었다.

한데 그런 중에도 이곳을 지키는 자들이 있었다.

에르델의 호위기사들 중 여객선 티 켓이 없어 후발대로 편성되었던 두명의 기사였다.

두 기사는 저택 후문에 있다가 에 르델을 발견하곤 헐레벌떡 달려왔 다.

에르델이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한 나머지 예를 차리는 것도 잊 고 그녀의 안부를 확인했다.

“황녀님. 괜찮으십니까? 다친 곳은 없습니까?”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이리로 오던 중 변고를 당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아,이런! 황녀님 앞에서 이 무슨 추태를. 죄송합니다,무사하시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서 그만……

에르델이 허둥거리는 두 기사를 진

정시 켰다.

“전 괜찮답니다. 그보다 어떻게 된 일이죠? 후발대는 라디스트 경과 함 께 수적의 본거지를 수색하기로 되 어 있던 게 아니었나요?”

“네? 아,송구합니다만 황녀님. 오 는 길에 황녀님께서 습격을 당했다 는 장소에서 내려 수색을 했었습니 다. 그리고 그 결과 라디스트 경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에르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라디스트가 죽었다는 사실은 슈타 인 백작가에 도착했을 때 이미 들었 던 사실이다.

그 소식을 전파한 것이 이 후발대 기사 둘이었던 것이다.

한편 에르델의 뒤편에 있던 강현은 대충 예상했던 과정이었다.

마스크헬를 거한의 동선을 떠올려 보면 중간에 라디스트 일행과 맞닥 뜨렸을 것이다.

마스크헬를 거한이 강현을 다시 습 격한 것만 봐도,중간에 라디스트 일행을 죽이고 왔음을 짐작할 수 있 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에르델은 무사 하지만 측근 기사 다수를 잃고 말았 다.

에르델로선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 었지만 황녀라는 신분을 생각하면 침울해 있을 때가 아니었다.

“사망자 파악은 미리 끝내 놓았겠

죠?”

“물론입니다.”

“황궁으로 돌아가면 라디스크 경을 비롯한 사망자들의 순직 절차를 밟 도록 하죠. 일단 당장은 저택 안을 조사해 주세요. 이번 결혼식의 암약 에 두 공작가가 얽혀 있다는 증거를 찾아내야만 해요.”

침울함은 발목만 잡을 뿐이다.

애도는 나중에 해도 충분하니 지금 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였다.

에르델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한 것 이었다.

그에 있어서는 강현도 공감하는 바 였다.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린 에르델은

몸을 돌려 강현을 보았다.

“전 당분간 여기 남아서 황궁의 지

원을 기다릴 생각이에요. 그쪽은 어 떻게 하실래요? 기다렸다가 같이 황 궁으로 가서 약속된 보수를 받으실 래요?”

황궁까지 동행하는 것은 피곤했다. 에르델과 함께 황궁까지 가게 되면 ‘에르델 황녀가 빙검의 용병을 얻었 다’라는 소문이 돌 것이다.

에르델 역시 거기까지 염두에 두고 제안한 것이리라.

헛소문이라도 불필요한 오해는 사 양이었다.

“라벤더 상단 고르디 지부에 전해 두십시오. 제가 알아서 찾아가겠습니다.”

“섬세한 걸 넘어서 깐깐할 정도네 요. 혜림 양이 앞으로 많이 고생하 겠어요.”

김혜림이 어깨를 으쏙이며 익살스 레 웃어 보였다.

“뭐 어쩌겠어요. 이것도 팔자려니 해야죠.”

“곤란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찾 아오세요.”

“황녀님도 무사하시길 바래요. 후 에 꼭 다시 찾아뵐게요.”

같이 지내는 동안 꽤 친분이 쌓였 는지 마주 보며 작별 인사를 나누는 두 여자였다.

볼일을 마친 지금 더 이상 슈타인

백작가에 남을 이유가 없었다.

이번 사건은 빌로스 제국의 정계에 커다란 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그것이 강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은 강 건너의 일에 불과했다.

이별 인사를 마친 강현과 김혜림은 에르델과 헤어졌다.

일단 슈타인 백작령을 벗어나기 위 해 무작정 동쪽을 향해 걸었다.

걷던 중에 김혜림이 다음 행선지에 대해 물어 왔다.

“당초의 볼일은 모두 마친 셈이네 요.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예요?”

강현은 이제 막 동녘 지평선을 타 고 떠오르는 해를 보았다.

눈이 따가운 것은 햇살이 따갑기 때문만은 아닐 거다.

근 며칠 동안 밤을 지새우며 연이 은 전투를 강행했다.

강현도 사람인지라 노곤함이 몰려 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고로 다음 행선지는 말할 것도 없 었다.

“여관부터 찾아야지.”

*

슈타인 백작령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푸르름 따윈 사라진 고목 숲 한가 운데에서 한 사내가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퍼버벅!

사내가 추격자들에게 단도를 날리 자,단도가 유도탄처럼 유려하게 휘 며 추격자 몇몇의 미간을 꿰뚫었다. 한데 추격자들은 동료가 죽음에도 돌아보긴커녕 추격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사냥감을 몰듯 죄여 오는 압박에 쫓기는 사내의 숨이 눈에 띄게 거칠 어 졌다.

“허억,허억.”

죽을힘을 다해 달리느라 지친 나머 지 위액이 역류하는 듯했지만 사내 는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 멈추면 죽음뿐이었다.

될 때마다 펄럭이는 외투 아래로 핏자국이 번져 나왔다.

옆구리에 상처 때문에 띔박질만으 로도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사내는 힐끗 뒤를 보았다.

그토록 추격을 뿌리치려고 애썼건 만 여전히 추격자들의 숫자는 많았 다. 그 머릿수만 해도 십수 명. 눈으로 확인된 것만 그 정도니,실 제 추격 인원은 그 두 배 이상이라 해도 무방하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건 추격대를 이끄는 자였다.

저들의 수장을 떠올린 사내는 몸서 리를 쳤다.

‘젠장,잘못 걸렸군. 하필 융륭이

이 지역의 지부장이었을 줄이야.’ 부상을 입은 옆구리는 물론이고 다 리마저 감각이 없어지고 있었다. 독에 당했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절 명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자신은 반 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사내는 가슴팍에 손을 얹고 안주머 니에 있는 종이뭉치를 확인했다.

‘이 보고서를 공왕 전하께 전해야 만 해.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최소한 보고서를 전할 방법이라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리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수명을 담보로 내달리는 동안 사내

의 등 뒤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전해 져 왔다.

“고놈 참 묻힐 자리 한번 오래 찾 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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