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49화 (49/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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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던 라그나로스의 불꽃이 빙 백검과 마찰을 일으켰다.

눈보라와 불길이 부딪치며 요란하 게 수증기가 일어났다.

어제 베어 냈던 불주먹과는 확실히 달랐다.

지금 부딪치는 불꽃은 라그나로스 의 몸체 그 자체인지라 공격무효화 능력이 걸려 있었다.

벤다고 생각하기보단 밀어낸다는 기분으로 막아 내야 한다.

빙백검의 냉기와 라그나로스의 열 기가 서로를 밀어내려고 경합을 이 루었다.

치이이이이익!

서로 기세가 어찌나 대단한지 경합 지점의 벽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 했다.

강현은 급속도로 마나가 줄어감을 느꼈다.

‘앞으로 길어 봐야 20분 정도가 한 제겠군.’

기사들과의 대규모 전투 이후 마나 를 2할가량 회복했다지만 그것으로 는 턱도 없었다.

현재 강화된 라그나로스와 자신의 공격력은 엇비슷했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냉기와 열기 의 경합만 봐도 할 수 있다.

서로 같은 출력의 엔진을 가지고

있다면 연료량에서 승부가 난다. 현재로선 마나량이 모자란 강현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으음,위장덫을 쓸 수 있으면 해 볼 만할지도.’

베킨스 던전에서 획득한 보이드의 위장덫을 떠올렸다.

보이드의 위장덫에는 덫에 걸린 대 상의 마나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었 다.

타입은 함정이고,계열은 저주 계 열에 해당되었다.

저주 계열은 조건만 충족시키면 무 조건 상대방에게 적용되었다.

‘저주 계열이라면 공격무효화 능력 이 있어도 적용되겠지. 조건만 충족시킬 수 있다면……

보이드의 위장덫이 효과를 발휘하 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 다.

첫째,무조건 바닥에 깔아야 하며, 둘째,상대방이 밟아야만 효과가 적 용되 었다.

한데 과연 몸체가 불로 이루어진 라그나로스에게도 ‘밟는다’라는 개념 이 있을까?

예상이 실패한다면 얼마 남지 않은 마나량만 버리는 실책일 수 있었다. ‘아니,고민은 필요 없어.’

하나 이내 고민을 지워 버렸다.

해 보지도 않고 고민만 해서는 아 무것도 할 수 없다.

방법을 떠올렸으면 그에 따른 행동 력도 필요했다.

강현은 즉시 아공간 주머니에서 보 이드의 위장덫을 꺼낸 뒤,라그나로 스의 불꽃 아래로 전개했다.

푸쉬식!

보이드의 위장덫이 바닥에 떨어지 자 마치 그림자마냥 바닥 표면에 깔 렸다.

위장덫 위로는 여전히 라그나로스 의 불빛이 일렁거렸다.

과연 덫이 적용될까?

하지만 좀체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 다.

그 무반응에 차선책을 떠올리려던 찰나.

보이드의 위장덫이 불꽃 속에 스며 들었다.

그와 동시에 강현은 서서히 마나가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주가 먹혀들었다.’

보이드의 위장덫은 저주가 적용되 는 24시간 동안 상대방의 마나를 조금씩 흡수할 수 있었다.

여기서 조금씩이라는 건 상대방이 지닌 ‘마나량의 일부분’이었다. 한데도 현재 강현의 마나량은 순식 간에 3할을 유지하고 있었다.

강화된 라그나로스의 마나량이 그 만큼 어마어마하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물러날 이유가 없지.’ 일차적으로 연료 걱정이 사라진 강현은 곧바로 위치 되감기 스킬을 전 개했다.

지잉!

강현의 몸이 1분 전에 있던 위치 로 되돌아갔다.

통로로 내려오기 전인,3-D구역 6 시 방향의 문 앞이었다.

다시 3층으로 되돌아온 강현은 빙 백검을 고쳐 쥐었다.

통로 안쪽에서 강현을 놓친 라그나 로스가 크게 포효했다.

“구어어어!”

몸체를 어찌나 꾸역꾸역 밀어 넣었 는지 통로 가득 불꽃이 꿀렁거렸다. 흡사 통로 안에 화재가 일어난 듯 한 광경이었다.

강현은 꿀렁거리는 불꽃을 향해 마 나폭검을 날렸다.

마나 파편이 통로 안으로 날아 들 어가며 불꽃에 적중했다.

공격무효화 능력 때문에 아무런 데 미지를 입히지 못했지만,라그나로 스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라그나로스가 농락당했다 여겼는지 통로를 도로 빠져나와 원래의 형태 로 돌아갔다.

화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라그나로 스가 강현을 내려다보았다.

“와라.”

그런 놈을 향해 빙백검 끝을 내밀 고 말했다.

“크르르르..”

라그나로스는 강현을 보며 울음소 리를 홀렸다.

무려 SS랭크 웨이브의 던전 보스 이자 불의 화신이다.

몸에 닿는 그 무엇도 태워 버릴 수 있는 재앙 그 자체.

심지어 공격무효화 능력까지 있었 다.

그런데 이 건방진 인간은 겁을 상 실했음인지,시비까지 걸어왔다.

감히 이 몸이 무섭지 않은 건가. 바란다면 그까짓 몸둥아리,한낱 재로 만들어 주리.

“쿠워어어!”

라그나로스가 크게 포효했다.

그에 맞선 강현은 태세를 가다듬었

다.

앞으로 24시간.

24시간을 더 버텨야 제왕의 불꽃 이 일어난다.

도망쳐서 24시간을 버는 방법이 있다지만,싸워서 24시간을 버티는 방법도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강화된 라그나 로스는 24시간 내내 강현에게 마나 를 흡수당하고도 남을 만한 마나량 을 가지고 있다.

즉 걸어 다니는 마나 급유기나 다 름없었다.

그렇다면 원 없이 마나를 써 보자.

이것도 기회라면 기회였다.

강현은 24시간을 버틴다가 아닌,

24시간을 수련한다는 기분으로 빙 백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안절부절못하며 제자리를 빙빙 돌 던 에르델이 입을 열었다.

“너무 늦어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강현과 떨어진 지도 어느덧 3시간 이 지났다.

잠깐 시간을 끄는 것치곤 너무 오 랜 시간이 지났다.

에르델의 말을 들은 김혜림이 나름 대로 강현의 상황을 추측해 보았다.

“라그나로스를 막을 방법을 찾아낸걸 거예요.”

“그런 방법이 있을까요? 상식적으 로는 없을 것 같은데.”

“그 사람에게 상식을 적용하면 이 쪽만 머리 아파져요. 불장난 하고 온다 했으니 불장난 중이겠죠.”

“좋아하는 사람이 위험할지도 모르 는데 걱정되지 않으세요?”

“에이,그렇게 생각했으면 이미 도 우러 갔죠.”

과연 틀린 말이 아닌지라 에르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렇게 마냥 기다리고만 있어도 될까요?”

“라그나로스는 전적으로 그 인간한 테 맡겨 두는 게 상책일 것 같아요.

어설프게 도우려다 오히려 발목만 붙들 수 있어요. 그보다 3차 선별이 문제예요.”

“그러네요. 지금 강현 씨는 링이 없으니까요.”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강현의 링은 비밀문을 열 때 모두 소진되 었다.

더불어 두 여자 역시 소지 중인 일반 링이 없었다.

지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강현 이 숨겨 놓은 일반 링을 회수하는 것이었다.

김혜림은 강현에게 들었던 말을 하 나하나 더듬다가 말했다.

“저번에 강현 씨가 남은 링들은

2-D구역에 숨겨 놓았다고 하지 않 았어요?”

에르델을 노린 기사들의 습격 있기 전,일행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가 법게 정보를 공유했었다.

라그나로스의 등장을 조정하기 위 해 링의 개수와 위치 등을 어느 정 도 파악해 둘 필요가 있어서였다. 그때,강현이 남은 링들을 2-D구 역에 묻어 두었다고 한 말을 떠올린 것이었다.

“여기에 링을 숨길 만한 장소라 면…… 설마 물속?”

“아뇨,강현 씨 성격에 회수하기 힘든 장소에 숨겨 두진 않았을 거예 요. 기껏해야 바닥에 묻어 놨겠죠

“설마 일일이 땅을 파 봐야 한다는 건……

“아직 20시간 정도 남았으니 시간 은 충분해요.”

웨이브 안에서 고운 손 따윈 필요 없다. 손이 흙투성이가 되고,손톱이 부러진다 한들 찾아내야만 한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김혜림과 에르델은 소매를 걷어붙 이고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라그나로스와 전투를 벌이는 동안 강현은 모든 걸 다 해 보고 있었다.

여태껏 마나량에 신경 쓰느라 못 해 봤던 것을 마음껏 시도해 보았 다.

3-D구역은 그을린 자국, 파인 자 국 등으로 엉망이 되었지만 강현의 움직임은 더더욱 생기를 띠었다.

뒷일 같은 걸 신경 쓰지 않고 마 음껏 싸워 본지가 언제던가.

고됨은 어느 순간부터 쾌감이 되었 고,정신력은 모루 위의 달군 쇠마 냥 견고해져 갔다.

그렇게 한참을 싸우던 중 문득 현 실감을 되찾으며 시간을 확인했다. 정신 없이 싸우느라 몰랐는데 어느 덧 3차 선별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몇 분 남지 않았군. 슬슬 링을 찾 으러 가 볼까.’

2-D구역에 5개의 일반 링을 묻어 두었었다.

아직 김혜림과 에르델이 2-D구역 에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다.

남아 있더라도 일반 링을 찾았으리 란 보장은 없다.

다른 자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상당히 깊숙하게 묻어 놨었다. 확인을 위해서라도 이쯤에서 2-D 구역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런데 그 때였다.

2-D구역으로 이어지는 6시 방향 의 문에서 김혜림이 나타났다.

“강현 씨! 링 가져왔어요!”

김혜림의 손은 온통 흙투성이였다. 자신을 기다리는 내내 바닥에 묻어 둔 링을 찾은 흔적이 역력했다. 덕분에 굳이 2-D구역까지 내려갈 필요성이 없어졌다.

“흐엇! 완전히 찜통이잖아.”

김혜림이 강현에게 다가오려다 뜨거운 공기에 놀라 헛숨을 들이켰다. 강현이야 빙백검의 냉기로 열기를 밀어내고 있었지만,김혜림은 아니 었다.

섣불리 방에 발을 들였다간 삽시간 에 익어 버릴 터.

“던질 테니까 받아요!”

김혜림이 링 하나를 불끈 쥐곤 투 구 자세를 취했다.

“어이,던지면 안……

그녀의 몸짓을 본 강현이 외치려는 순간,김혜림이 냅다 링을 힘껏 던 졌다.

강현이 던지지 말라고 말하려 했지 만 링은 이미 그녀의 손을 떠난 후 였다.

“아차!”

김혜림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 달았다.

그녀가 던진 링이 라그나로스의 들 숨에 휘말려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 다. 라그나로스가 링을 흡수해 버린 것이다.

김혜림이 다급히 여분의 링을 꺼냈 다.

“직접 줄게요! 기다려요!”

“기다려. 내가 그쪽으로 가지.”

3차 선별까지 남은 시간은 1분.

강현은 빙백검의 냉기 효과를 한껏 발휘하며 김혜림에게로 내달렸다. 그러나 라그나로스도 바보는 아니 었다.

놈이 먼저 6시 방향으로 손을 내 리 쳤다.

화르륵!

라그나로스의 손이 먼저 떨어지면 서 강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50초,49초,48초"?….

초를 다투는 시기에 링을 얻을 길 이 막혀 버렸다.

라그나로스의 입가에 불꽃이 옅게

펼쳐지며 찢어지는 입꼬리를 그렸 다.

비웃는 듯한 표정에서 라그나로스 의 조롱이 묻어났다.

재롱 피우느라 고생했구나.

이제 남은 시간은 30초도 채 남지 않았다.

공격무효화 능력 때문에 손을 걷어 낼 수도,통과할 수도 없었다.

무엇을 하든 공격무효화 능력에 막 히고 마는 것이다.

한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라그나로스가 내리친 손 위로 화살 한 발이 솟아올랐다.

공중으로 솟아올랐던 화살이 급격 하게 강현 쪽으로 내리꽂혔다.

화살에는 꽤 무게가 나감직한 두꺼 운 화살촉과 1개의 일반 링이 매달 려 있었다.

이어서 김혜림의 외침이 들려왔다.

“강현 씨! 화살에 매달아서 보냈어 요!”

화살촉에 무게가 쏠린 화살이 거의 일직선으로 떨어졌다.

강현이 도움닫기를 하며 위로 뛰어 올랐다.

그사이 일반 링에 막 경고문이 새 겨지기 시작했다.

[공략 시작 72시간 경과. 생존자 3 차 선별이 시작됩니다. 제왕의 불꽃 을 피하기 위해선 링 1개가 필요합니다.]

강현이 아슬아슬하게 화살을 붙잡 으려던 순간,화살에 달린 링의 존 재를 알아차린 라그나로스가 들숨을 들이 켰다.

고오오오!

들숨에 의해 화살 궤도가 틀어지면 서 강현의 손끝을 스치고 말았다.

툭!

손가락 끝에 스친 화살이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그와 동시에 3차 선별이 시작되었 다.

순식간에 사방으로 제왕의 불꽃이 피어났다.

강현은 멀어져 가는 링을 보며 재 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 가다간 링을 놓치고 만다. 팔을 다시 뻗는 걸론 모잘라. 좀 더 긴 것이 필요해.

빙백검? 아니,빙백검으로도 모자 랄 터.

강현은 순간적으로 긴 물건을 떠올 려 냈다.

‘그거다!’

생각이 번뜩임과 동시에 아공간 주 머니에서 한 가지를 빼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한철 장창이 었다.

크라이머 던전에 갇혔을 때 혹시 몰라 챙겨 두었던 장창이었다.

강현은 장창을 꺼냄과 동시에 주욱 뻗었다.

그 순간,검은 불꽃이 강현을 뒤덮 었다.

화르륵!

검은 불꽃이 공간을 뒤덮으면서 순 식간에 어둠이 사방을 잠식했다. 그리하여 사방에 불이 가득한데도 밤처럼 컴컴한 역설적인 풍경이 펼 쳐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돌연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 졌다.

“크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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