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47화 (4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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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림의 손에서 녹색빛이 흘러나 오더니 이내 곧 전신을 감쌌다.

뿐만 아니라 녹색빛은 옆에 있던 에르델까지 휘감았다.

그러고는 곧 빛에 둘러싸였던 두 여자의 모습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 라졌다.

힘껏 검을 치켜들었던 빌토르 기사 들이 크게 주춤했다.

“사라졌어! 이동 스킬인가!”

“침착해! 감지 스킬로 찾아도 늦지 않는다!”

빌토르 기사들 중 한 명이 눈을 감으며 감지 스킬을 시전하려 했다.

그런데 얼마쯤 떨어진 곳에서 갑자 기 화살이 날아왔다.

푹!

“컥!”

감시 스킬을 준비하던 기사의 가슴 에 화살이 틀어박혔다.

빌토르 기사들이 즉시 화살이 날아 온 곳으로 무기를 내질렀다.

하지만 손에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김혜림과 에르델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던 것이다.

“바닥!”

그러던 중 기사 한 명이 바닥을 가리켰다.

“바닥?”

“발자국을 쫓으라고!”

모래밭에 김혜림과 에르델의 발자 국이 선명하게 찍히고 있었다.

그로 인해 이동 스킬이 아니라 단 순 은신 스킬임을 알아차린 기사들 이었다.

“윽,벌써 들켰나.”

김혜림이 은신 스킬을 풀고 애시드 에로우를 날렸다.

“홍,이깟 화살쯤!”

기사 하나가 검짓 한 번으로 화살

을 날려 버렸다.

한데 그 순간,산성액이 흩어졌다. 애시드 애로우는 산성액으로 이루 어진 화살이었다.

그래서 검격에 부서진다 해도 후속

타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흩뿌려지는 산성액에 기사들이 분 분히 방어 자세를 취했다.

치지직!

다들 실드 스렛이 어느 정도는 되 는지 산성액이 갑옷 겉면을 녹이는 걸로 그치고 말았다. 중요한 때에 스텟 차이가 걸림돌이 되었다.

“쳇,귀찮은 잔재주를 부리다니.”

“저 여자는 우리가 맡는다. 넌 황 녀를 처리해!”

김혜림의 공격력이 그리 높지 않다 는 걸 깨달은 기사들이 2명,1명으 로 나뉘며 거리를 좁혔다.

김혜림이 재장전을 할 시간조차 없 을 정도로 간결한 움직임이었다.

기사들이 삽시간에 지척까지 다가 왔다.

그에 대응하여 김혜림이 취한 행동 은 기사들 어깨 너머를 가리키는 것 이었다.

“그보다 뒤나 신경 쓰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뭐?”

기사들이 무의식중에 흘깃 뒤를 보 았다.

등 뒤편에서 빙백검을 치켜 올린 강현이 서 있었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슈타인 기사 들과 싸우고 있었건만 대체 어느새! 강현이 서슴없이 빙백검을 사선으 로 떨어뜨렸다.

먼저 강현과 맞닿아 있던 두 명의 기사가 몸을 돌리며 무기를 겹쳤다. 어떻게든 둘이서 힘을 합쳐 막아 낼 셈이었다.

그러나 급하게 자세를 바꾼 탓에 곳곳에 빈틈이 생겨났다.

강현이 사선으로 떨어뜨리던 빙백 검을 손목 힘만으로 비틀어 기사들 을 베어 냈다.

“크어어억!”

“으허억!”

마나 블레이드를 덧씌운 검격에 기 사들의 갑옷이 짚단처럼 잘려 나갔 다.

김혜림에게 달려들던 두 기사를 처 리하고 곧바로 몸을 틀었다.

그사이 남은 기사 하나가 어떻게든 에르델을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강현 의 빙백검이 그의 옆구리를 길게 그 었다.

푸싁!

빙백검이 긋고 지난 자리로 붉은 금이 생겨나더니 깊은 검상이 생겨 났다.

치명상을 입은 기사가 균형을 잃고 바닥을 굴렀다.

“크헉!”

이로써 8명의 기사 중 7명이 죽고 남은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승부가 기울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뭐 이런 괴물 같은…… 네 녀석의 레벨은 기껏해야 70 언저리였던 게……

기사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강 현을 보았다.

벌써 90레벨을 넘긴데다 남들보다 보너스 포인트를 4배 이상 받는 강 현이다. 지금의 강현은 레벨로 논하 기엔 너무나도 고스텟이었다.

그를 알 리 없는 기사는 강현이 괴물처럼 느껴질 따름이었다.

강현이 떨고 있는 기사의 가슴에 빙백검을 박아 넣었다.

상황 종료였다.

상황이 마무리되자 에르델이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김혜림이 수통을 건네며 에르델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잠깐 현기증이 왔을 뿐 이에요. 조금 쉬면 나아질 거예요.”

황족의 생활을 해 오던 에르델에게 웨이브 안에서의 일은 그야말로 아 수라장 그 자체일 거다.

눈 깜짝할 사이 늘어나는 시체와 역겨운 잔향들,긴장을 풀 수 없는 매 순간.

모든 게 정신적인 피로를 불러일으 킨다.

호의호식하는 황족임을 감안하면 이처럼 버티는 것도 대견하다 할 수 있었다.

강현은 모래밭에 남은 김혜림의 발 자국을 보며 말을 꺼냈다.

“새로운 스킬을 얻은 모양이군.”

“네. 강현 씨가 혼자 떠나고 저도 다른 방을 공략했었거든요. 거기서 얻었어요. 후후,어떤 스킬인지 가르 쳐 줄까요?”

그녀의 얼굴에는 가르쳐 줄까 말까 애태우며 놀리려는 기색이 다분했다. 그러나 강현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 했다.

“투명화 스킬이거나 위장 스킬. 둘 중 하나겠지.”

“둘 중에서 어느 쪽이게요?”

“맞추면 상이라도 있나?”

“원한다면 드리죠.”

“안 하는 게 낫겠군.”

강현이 관심을 거두자 김혜림의 볼 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위장술이고,B급 스킬 카모플라쥬 예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와,치사해라. 몰랐으면서.”

“글쎄.”

“정말 쌀쌀맞다니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

“그나저나 두 백작가가 손을 잡았 네요. 솔직히 결혼식이 무산되면서 서로 싸울 줄 알았어요.”

“황녀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일 시적으로 뭉친 거지.”

강현은 조직이 어째서 결혼식 전에 에르델을 암살하려 했는지 알아차렸 다.

에르델이 웨이브에 휘말리면서 두 백작가가 싸우지 않고 연합하게 되 었다.

두 백작가가 웨이브 안에서 서로 싸우고 부딪치며,관계가 더더욱 악 화되길 바랐는데 에르델 때문에 무 산된 것이다.

에르델도 나름대로 각오를 다진 둣 결의에 찬 모습을 보였다.

“이대로 죽어 줄 순 없죠. 반드시 살아 나가겠어요.”

“그러려면 더더욱 제 말을 잘 따라 주셔 야겠지요.”

“공략 경험은 강현 씨가 월등히 앞 설 테니 그 부분은 이견이 없어요. 그래서 묻는 건데,이제부터 어떻게 하는 게 나을까요?”

이동하거나,가만히 있거나.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 했다.

어느 쪽이 더 나을지 생각하기도 전에 강현의 시선이 기사들의 시체 에 머물렀다.

기사들의 목 뒤에 노란 문양이 빛 나고 있는 게 보였다.

가호 타입의 보구인가?

즉시 문양에 감정서를 붙여 보았 다.

[컨디션 링크]

등급 : B

타입 : 가호

특성 : 총 30장으로 이루어진 썰. 썰을 붙인 자들끼리 서로의 위치와 생사 여부를 알 수 있다. 씰을 붙인 자들 사이의 거리가 30km 이내일 경우 효력이 유지된다. 지속 시간은 24시간이다.

만약을 대비해 기사들끼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보구를 착용했던 것 이었다.

게다가 생사 여부를 알려 준다는 특성이 거슬렸다.

그렇다면 제일 처음 방패 기사를 베었을 때부터 생사 여부에 대한 신호가 전해졌을 터.

이곳에서 격전이 일어났음을 다른 자들이 충분히 알고도 남았을 것이 었다.

아니나 다를까 9시,3시,6시 방향 의 문 모두가 열리면서 기사들이 들 이 닥쳤다.

그 수만 어림잡아도 3, 40명에 달 했다.

그들이 에르델을 확인하고 말했다.

“역시 여기에 황녀가 있었군.”

“푸른 검신? 빙검의 용병인가! 앞 서 온 자들이 당한 게 이해가 되는 군.”

“상대는 마나 마스터다! 전원 방심 하지 마라!”

강현을 알아본 기사들이 경계심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앞서 온 8명의 기사들과 별다를 게 없는 반응이었다.

유일하게 다른 게 있다면 숫자가 거의 5배에 달한다는 점이었다. 강현은 아까보다 훨씬 많은 머릿수 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라그나로 스가 나타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앞서 벤 녀석들도 링은 없었던 걸 로 보였지. 행동의 제약을 피하기 위해 링을 빼놓고 다니는 거군.’ 강현은 침착하게 6시 방향의 석문 위를 보았다.

그러곤 모래거미가 파 놓은 구멍을 향해 뛰며 김혜림과 에르델에게 고갯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구멍으로 뛰어.’

별다른 설명이 없었지만 둘은 확실 히 알아들었다.

강현을 비롯한 두 여자는 곧바로 모래거미가 파 놓은 구멍으로 뛰어 들었다.

강현은 어두운 바닥에 착지한 직 후,둘을 데리고 비밀방 문 앞까지 뛰어갔다.

강현이 막다른 길로 들어서는 걸 보곤 두 여자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 다.

“여긴 막다른 길이잖아요!”

“기사들도 구멍 안으로 들어왔어 요! 이제 나가려 해도 못 나가요!”

동요하는 둘과 달리 강현은 태연한 얼굴로 마나 블레어드를 만들어 냈 다.

“물러나. 방해돼.”

그리고 잠시 후,좁은 통로로 기사 들이 차례차례 들이닥쳤다.

아주 생각이 없는 건 아닌지 방패 를 든 자들이 1차 라인을 형성하고 전진해 왔다.

그 뒤로 2차 라인,3차 라인,4차 라인 등이 전개되며 공격 진형이 갖 추어졌다.

“놈들은 독 안에 든 쥐다! 어차피 도망갈 곳은 없으니 압사시켜라!”

어떻게든 막다른 길에서 끝장을 볼 생각인 듯했다.

앞 라인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쉴 틈 없이 밀어붙이면 제아무리 마나 마스터라도 밀려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지구전을 목적에 둔 전략 이었다.

강현은 당연히 그 생각대로 순순히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에겐 셀로리아의 반 지가 있었다.

1분간 반사 능력을 두르는 것만으 로도,저 진형을 무너뜨리는 건 어 렵지 않았다.

즉시 셀로리아 반지의 실드 상승 능력을 발동시키고 몸을 날렸다.

쉬익!

마나 블레이드가 맺힌 빙백검이 겹

겹이 맞물려 있는 방패들과 부딪쳤 다.

빙백검을 방패에 맞댄 상태로 파괴 스렛의 효과를 발동하였다.

마나 블레어드가 섬세한 진동을 일 으키면서 방패 너머까지 진동이 전 달되 었다.

우우응!

파괴 스텟의 효과가 방패 기사들의 내부를 흔들었다.

“쿨력! 지금 무슨 일이……

방패를 든 기사들이 영문도 모르고 피를 토하며 자세가 흐트러지자,금 방 진형에 균열이 생겼다.

강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빙백 검을 깊숙이 찔러 넣으며 기사들을 하나둘 베어 냈다.

전방이 무너지는 즉시 기다렸다는 듯 후속 병력이 공격해 왔다.

“몰아붙여!”

“정비할 틈을 줘선 안 된다!”

기사들이 쓰러진 자들을 짓밟으며 창과 검을 내질렀다.

게다가 기사들의 후방에서도 활을 든 자들이 스킬을 전개하며 원거리 공격까지 해 왔다.

강현은 개의치 않고 쇄도하는 검과 창을 쳐 내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사이, 스킬로 전개된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팅! 티딩!

적중할 거라 여겼던 화살들이 보이

지 않는 막에 부딪친 듯 튕겨 나갔다. 뿐만 아니라 강현에게 입혔어야 할 화살 데미지가 마나덩어리로 환산되 어 반사 데미지로서 방출됐다.

퍼버버버벅!

기사들의 2차 라인이 그 반사 데 미지를 얻어맞고 양옆으로 밀려났 다.

순식간에 2차 라인이 무너져 내렸 다.

그러자 이를 대비하고 있던 3차 라인의 기사들이 마나를 끌어 올렸 다.

어두운 통로에서 서로의 무기에 부 여된 마나의 불빛만을 의지하며 난 전이 펼쳐졌다.

푸른 불빛들이 뒤엉킬 때마다 누군 가의 비명 소리가 메아리쳤다.

난전 속에서도 강현의 마나 블레어 드는 계속해서 선명하게 빛을 발했 다.

마나 블레어드의 선은 직선에서 점 점 곡선으로 변해 갔으며,잔상은 또 다른 잔상과 겹쳐 한 편의 검무 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게 절반쯤 되는 병력을 베어 냈을 즈음.

갑자기 빙백검에 맺힌 마나 블레어 드가 사라졌다.

강현이 즉시 뒤로 물러나자,그를 본 기사들은 승기를 잡았다고 여겼 다.

“마나가 다 떨어졌군. 그리 마나 블레이드를 난사해 댔으니 말이야.”

“마나가 없는 마나 마스터는 마나 유저 초급보다도 못하지. 슬슬 마무 리를 짓자고.”

기사들의 말대로 강현의 마나는 고 갈되 었다.

당장 마나를 채울 수단도,빠르게 마나가 회복될 정도의 회복 스텟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강현은 마나통이 텅 비었음에도 불 구하고 태연하게 말했다.

“여기선 시계가 보이지 않지.”

그러면서 팔을 살짝 들었다.

팔을 덮고 있던 로브의 소매가 스

르륵 내려가면서 귀속 링이 드러났 다.

드러난 귀속 링에는 경고문이 새겨 져 있었다.

[공략 시작 48시간 경과. 생존자 2 차 선별이 시작됩니다. 지옥의 불꽃 을 피하기 위해선 링 1개가 필요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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