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46화 (46/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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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를 본 순간 강현의 눈빛이 차 갑게 가라앉았다.

“링을 먹여야만 제한시간이 늘어나 는 구조였군.”

현재 남은 제한시간은 1시간.

셋째 날까지 아직 45시간이나 남 았다.

링 한 개당 제한시간이 1개씩 늘어 난다는 걸 감안하면,최소한 라그나 로스에게 링 45개는 먹여야만 했다. 문제는 어떤 링을 먹이느냐에 달렸 다.

일반 링을 제외한 불꽃 링들은 전 부 라그나로스를 강화시킨다.

함부로 불꽃 링을 먹였다간 라그나 로스가 대폭 강해져서 공략하기 힘 들어진다.

그렇다고 마냥 일반 링만 먹일 수 도 없는 노릇이다.

일반 링은 최소한의 생존 조건 아 니던가.

누구도 자신이 가진 링을 선뜻 내 놓지 않으려 할 거다.

강현의 옆에서 제한시간 문구를 유 심히 보던 김혜림이 입을 열었다.

“업화의 불꽃 링이 60개라는 건 현재 생존자가 60명이라는 거죠?”

“그렇겠지.”

업화의 불꽃이 피어났을 때,가지 고 있던 일반 링 하나가 업화의 불꽃 링이 되었다.

즉,업화의 링 수량이 60개라는 건 불꽃이 일어난 당시 일반 링을 1개 이상 소유한 자가 60명이었다는 뜻 이다.

링을 가지지 못했던 자들은 지금쯤 잿더미가 되어 있을 것이다.

“처음에 150명 정도가 들어왔으니 벌써 절반 이하만 남은 셈이네요.”

“앞으로 더 줄어들겠지.”

남은 ‘일반 링’의 개수는 40개.

앞으로 두 번의 선별을 더 버틴다 고 가정하면, 최대 20명까지 살 수 있다.

그러나 강현은 최대 20명까지 살 수 있을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주구장창 불꽃 링만 먹일 순 없 어. 너무 강해지면 나중에 처리하기 힘들어지니까.”

“제 생각도 그래요. 어느 정도는 일반 링을 먹여야겠죠. 그렇다면 누 구의 링을 먹이느냐가 관건이겠네 요.”

“아마 당분간은 슈타인 백작가 측 에서 링을 먹이겠지.”

“아무래도 그렇겠죠? 본인 영지에 서 생겨난 웨이브니까.”

“그래.”

“근데 먹인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요? 1층 홀에 있다는 걸 봐선 1층 홀에 가장 많은 링이 있다는 것 같 은데 말이죠.”

라그나로스가 나타나면서 홀에 있 는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들이 가진 링은 전부 바닥에 나 동그라져 있을 터다.

한데도 라그나로스는 홀에 있는 링 들을 먹지 않고 그냥 방치하고 있었 다.

웨이브의 제한시간이 늘어나지 않 았다는 것이 그 증명이다.

아마 링을 먹이는 것에도 조건이 있는 게 분명했다.

“바닥에 떨어진 건 먹지 않는다는 거군. 라그나로스의 위치를 알려 주 는 걸로 봐선 직접 찾아가서 먹여 줘야 하는 방식인가.”

라그나로스는 공격하기 전에 커다

랗게 숨을 들이마신다.

그 타이밍에 맞추어 링을 던져 빨 아들이게 해야 될 것 같았다.

링을 먹이는 방식을 들은 김혜림이 익살스레 어깨를 으쏙였다.

“고거 참 몬스터 주제에 되게 깔끔 떠네요. 떨어진 건 안 먹고 떠먹여 줘야 먹어?”

아주 틀린 말도 아닌지라 가만히 듣고 있던 에르델이 고개를 끄덕였 다.

어쨌든 당분간은 소강상태가 지속 될 듯하니 휴식을 취해 두는 게 나 을 듯했다.

“이쯤에서 쉬는 게 좋겠군.”

김혜림은 반사적으로 불 피울 준비

를 하며 말했다.

“식사는 늘 먹던 걸로 할까요?”

“두말할 필요 있나?”

강현과 김혜림은 익숙하게 각자 자 기 할 일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르델은 영거 주춤하게 앉았다.

웨이브에 들어온 내내 급박하기 그 지없었는데 갑자기 여유가 생기자 적응이 안 되었다.

잠시 동안 어색하게 앉아 있던 에 르델은 공기가 이완되는 것을 느끼 곤 뒤늦게 긴장을 풀었다.

“후우,듣던 것 이상으로 힘드네요. 한번 실수하면 그대로 목숨이 날아 가는 판이니.”

“그렇게 보자면 정계도 별다를 건 없지.”

“하긴 치사하고,더럽고,긴장을 늦 출 수 없는 점까지…… 다를 게 없 네요. 그래도 여기 입장했을 때 혜 림 양을 찾은 덕에 살 수 있었어요. 저 혼자였다면 애저녁에 죽었을 거 예요.”

대화 도중 문득 강현의 시선이 김 혜림 손에 머물렀다.

김혜림의 손에 못 보던 반지가 끼 워져 있어서였다. 빛바랜 묵빛 보석 이 박힌 반지였다.

반지의 고리 부분에 고대어가 새겨 진 것이,예사 물건이 아님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원래는 에르델이 끼고 있었던 반지 임을 기억해 내곤 눈을 가늘게 여몄 다.

“호위 대가로 받은 물건인가 보 지?”

강현과 에르델의 호위 계약은 끝난 지 오래다.

당연 김혜림으로서도 에르델을 지 킬 이유가 없다.

한데도 어째서 전투 능력도 없는 에르델을 데리고 다니나 했더니,자 신이 없는 사이 둘만의 거래가 있던 모양이다.

김혜림은 일부러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곤 자랑하듯 들어 보였 다.

“예쁘죠?”

“돼지 목의……

“그 뒷말은 안 하는 게 좋지 않을 까요? 반지 낀 손으로 맞는 게 얼 마나 아픈지 아시죠?”

“그럼 때려 보든지.”

“싫어요. 때리기도 전에 반격당할 거잖아요.”

강현의 말에도 김혜림의 볼은 그대 로였다.

여느 때 같으면 복어마냥 부풀었을 텐데 말이다.

반지 때문에 기분이 좋은 모양이 다.

김혜림의 입꼬리가 내내 올라가 있 는 것만 봐도 좋은 효과를 지닌 보구임을 알 수 있었다.

“이거 무슨 반지인 줄 알아요? 힌 트는 고대어.”

“글쎄……. 원산지 표시인가.”

“아까부터 자꾸 돼지 취급하실래 요? 차라리 오징어로 해 줘요!”

“오징어면 괜찮은 건가.”

본인이 길들여지고 있다는 자각조 차 없는 건지 오징어로 만족하는 김 혜림이 었다.

“돼지보단 낫죠. 아 정말,자꾸만 이야기가 딴 데로 새네. 그게 아니 라 보구라구요,보구. 아공간 반지예 요.”

뭔가 했더니 아공간 주머니와 같은 보관함 타입의 보구였다.

아공간이란 이름이 붙은 보관함 타 입 보구는 대개 A급이었다.

에르델에게서 A급 보구를 보상으 로 그녀를 지켜 주기로 했던 것이 다.

강현은 에르델에게로 시선을 옮겼 다.

“그럼 저도 받을 권리가 있겠군 요.”

이제부터는 강현에게 보호를 받아 야 할 처지에 놓인 에르델이다. 김혜림 혼자 라그나로스로부터 에 르델을 지킬 수 있겠는가.

선별을 피할 ‘일반 링’ 역시 강현 에게 있으니 강현과도 계약 갱신을 하는 게 옳다.

지쳐서 넋 놓고 있던 에르델이 화 들짝 놀라 엉덩이를 들썩였다.

“네? 잠시만요. 연장 호위의 대가 는 혜림 양한테 지불했어요. 강현 씨도 동료니까 당연히 계약 연장에 포함되는 거 아니에요?”

“애완동물에게 먹이를 준다 해서 주인까지 배부른 건 아니지요.”

“지금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혹시 절 물주로 보는 건 아니죠?”

약 3초간 아무 말도 않던 강현이 나지막하게 한 마디 읊조렸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에르델은 손가락으로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었다.

*

잠시 후,강현의 예상대로 제한시 간이 늘어났다.

늘어난 제한시간은 23시간.

슈타인 백작가에서 23개의 링을 라그나로스에게 먹인 것이었다.

각 구역에 표시된 남은 링 개수를 확인하니 일반 링은 30개,업화의 불꽃 링은 47개였다.

일반 링 10개,업화의 불꽃 링 13 개가 소모된 셈이었다.

‘기존 제한시간 1시간에 23시간 추 가. 이걸로 24시간은 확보된 셈이 군.’

김혜림과 에르델은 지친 나머지 완 전히 곯아떨어졌다.

무리도 아니다.

선박 침몰 이후 밤을 새며 슈타인 백작가까지 왔고,그 뒤에 또 30시 간이 넘도록 웨이브 안에서 활동했 다.

체력적 한계는 이미 진즉에 다다랐 을 터다.

강현은 장비를 점검하며 불침번을 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모닥불이 꺼지고 남은 잿불이 차갑 게 식어 갈 즈음.

3시 방향 석문이 열렸다.

석문을 통해 나타난 건 4명의 기 사였다.

갑옷에 새겨진 문양으로 보건데 슈 타인 백작가 소속의 기사들이었다.

기사들의 시선이 자고 있는 에르델 에게 향하나 싶더니 이내 검을 뽑았 다.

“저기 황녀가 누워 있군.”

“드디어 찾았다. 빨리 끝내 버려.”

기사들끼리의 대화 일부가 들려왔 다.

에르델에게 존칭을 붙이지 않을뿐 더러 검을 뽑아 든 자세에서 적의가 전해져 왔다.

더불어 9시 방향 쪽에서도 기사들 이 문을 열고 나타났다.

이번에는 빌토르 백작가 소속 기사 들이 었다.

그들 역시 에르델의 모습을 발견하 더니 검을 뽑았다.

강현은 그것만으로도 상황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결국 이렇게 나왔나.’

기사들의 습격으로 두 백작가 모두 에르델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이 증 명되 었다.

에르델도 이번 결혼식 뒤에 숨겨진 두 공작파의 암계를 파악했을 거다. 에르델이 여기서 살아나가게 되면 황궁에 보고를 올릴 터.

슈타인 백작가가 은밀하게 웨이브 를 봉인해 둔 것만으로도 추궁할 여지는 충분했다.

황궁이 이를 본격적으로 추궁한다 면 두 공작가는 슈타인 백작가와 빌 토르 백작가를 도마뱀 꼬리 자르듯 이 자를 거다.

즉 에르델이 살아 있으면 가장 곤 란한 건 이 두 백작가란 소리다. 그래서 두 백작가는 결혼식이 무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당장 살아남 기 위해 일시적으로 손을 잡은 것이 었다.

에르델만 제거하면 이 결혼식에 숨 겨진 암약이 보고될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더욱이 갑작스레 일어난 웨이브에 휘말려 황녀가 죽었다 하면, 명분까지 깔끔했다.

강현은 검을 뽑음과 동시에 뒤꿈치 로 두 여자를 툭툭 건드렸다.

“적이다. 일어나.”

에르델과 김혜림이 화들짝 놀라 벌 떡 일어났다.

그 순간 기사들이 땅을 박차며 쏘 아져 왔다.

“놈의 실력을 모르니 산개해서 친 다.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백작가쯤 되면 레벨 50? 60이상의 이세계인이나,마나유저 중급 이상 의 실력자를 기사단으로 들이고는 했다.

여태까지 상대한 자들과 다르게 일 사불란한 움직임과 노련미를 내뿜고 있었다.

우측에서 4명,좌측에서 4명.

누가 이세계인이고,누가 현지인인 지 알 수 없다.

어떤 스킬과 보구가 있는지도 모른 다.

그렇다면 기선제압이 필수일 터.

강현은 좌측으로 늑인 소환석을 던 짐과 동시에 우측으로 마나폭검을 전개했다.

파파팟!

빙백검에 얼핏 마나 블레이드가 맺 혔다가 이내 산산조각 나며 우측의 기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나 블레이드 를 목격한 기사들이 표정을 굳혔다.

“마나 블레이드? 마나마스터였나!”

하나,놀란 와중에도 기세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강현이 쥐고 있는 푸른 검신을 알 아채곤 기세를 다잡은 것이다.

“당황하지 마라! 아마 놈은 빙검의 용병일 터! 집단 공격엔 익숙하지 않을 거다!”

우측의 네 기사 중 방패를 든 자 가 앞으로 나서며 스킬을 발동했다. 그의 방패에 사자 문양이 생겨나며 실드 오오라가 일어나더니 사방으로 확장되었다.

일시적으로 실드 능력을 대폭 상승 시키는 스킬이었다.

rz rz tz tz rz I

ㄱ-一I~I-一I~?!

강현이 전개한 마나 파편들이 그 실드 오오라에 상쇄되었다.

실드 오오라를 부수기는 했으나 뚫 지는 못한 것이다.

방패를 든 기사가 득의양양하게 웃 었다.

“내 방패가 그깟 마나 부스러기에 부서질 것…… 쿨력!”

우줄거리던 방패 기사가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왈칵 피를 토했다. 마나 파편을 막긴 했지만 파괴 스 렛의 효과가 방패를 타고 전해져서 몸 내부를 진탕시킨 것이었다.

서격!

어느새 방패 기사 앞까지 다가간 강현이 축 늘어진 방패 너머로 기사의 목을 베었다.

쓰러지는 방패 기사의 뒤편으로 뒤 따라오던 세 기사가 무기를 내질렀 다.

강현의 마나 블레이드와 세 기사의 무기가 번갈아 부딪쳤다.

챙! 채쟁! 차앙!

세 기사는 단 한 번의 공격을 받 아 내는 것도 벅차서 뒤로 밀려났 다.

한데 그 순간,세 기사 중 한 명이 스킬을 발동했다.

“어스 홀드!”

스킬을 쓴 자의 앞쪽에 부채꼴 모 양의 작은 늪이 생겨났다.

본인을 중심으로 일정범위 내의 바

닥을 늪처럼 만드는 스킬인 듯했다. 강현도 범위 안에 있었던 터라 발 이 늪지대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동시에 스킬을 쓴 기사가 외쳤다.

“놈을 최대한 붙잡아 둘 테니 황녀 를 베도록 해!”

설사 강현에게 죽는다 하더라도 에 르델만 베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강현의 앞에 있는 세 기사는 조금이라도 강현을 붙잡아 두는데 전력을 다했다.

강현은 진흙에 빙백검을 찔러 넣어 얼린 다음 단단해진 발판을 밟아 진 흙탕을 빠져나왔다.

그 시간은 고작 수초에 불과했지만 기사들 입장에선 그걸로도 충분했다.

우측의 기사들이 강현을 붙잡아 두 는 A|이,좌측에선 이미 녹인 석상 이 부서지고 있었다.

고작 늑인 석상 하나로 다수의 고 레벨 기사들을 막는 것은 역시 무리 였다.

녹인 석상을 부숴 버린 빌토르 기 사들이 곧장 에르델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우리를 원망하지 마시오,황녀!”

이제 에르델을 지킬 수 있는 사람 은 김혜림뿐이었다.

이제 막 50레벨에 오른 그녀에게 네 명의 기사들은 벅찬 상대였다. 한데 무슨 영문인지 김혜림은 자신 만만했다.

“설레발치긴 아직 이르죠.”

김혜림이 마나를 끌어올리더니 새 로운 스킬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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