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44화 (44/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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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철이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마나를 끌어올렸다.

최진철의 손에 있던 팔찌가 부서지 면서 그의 몸에 푸른빛이 덧씌워졌 다.

보구를 발동시킨 것이다.

하지만 강현은 개의치 않았다.

보구의 효과가 발휘되기 전에 베면 그만이다.

최진철의 목 언저리에 있던 빙백검 이 가차 없이 목을 베어 냈다.

서격! 툭!

일그러진 표정의 최진철의 목이 이 내 바닥을 굴렀다.

마침내 모든 복수를 끝낸 것이다.

강현은 긴 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끝났군.’

복수를 마친 지금,어깨를 짓누르 던 모든 짐이 떨어져 나간 기분이 들었다.

더불어 줄곧 기억 한편에 남아 있 던 나약했던 때의 자신도 산산이 흩 어 졌다.

여태껏 과거에 묶여 있었으나 이제 는 미래를 향한 걸음을 딛을 수 있 게 되었다.

목표를 달성함으로 안도감에 잠기 는 것이 아니라,오히려 더 감이 날 카로워지고 완숙한 분위기가 배어 나왔다.

이제부터 어떻게 움직일까.

복수 이후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 은 건 아니다. 여러 방향의 선택지 가 있긴 하다.

어쨌든 지금은 당장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었다.

일단 웨이브 공략부터 해야겠군.

강현은 최진철이 가진 링을 수거했 다.

최진철이 가지고 있던 링은 2개로, 이곳에서 얻은 링 1개와 1-D에서 얻은 링 1개였다.

여기에 12시 방향의 땅에 세워져 있던 천사석상 하나가 무너지면서 2-D구역의 두 번째 링이 떨어졌다. 강현이 미션을 해결함으로 나온 링이었다.

1-E구역에서 4개,최진철의 링 2 개,지금 천사 석상으로부터 1개. 이로써 7개나 되는 링을 확보했다. 웨이브의 홀에서 보았던 기둥들에 는 ‘사홀 동안 3개의 링을 소유했던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했었다.

그 문구대로라면 조건을 클리어하 고도 링이 남아돌았다.

필시 그 문구에는 숨겨진 다른 뜻 이 있을 터.

문제는 이 링이 어디에 쓰이냐는 것이다.

'링을 모은다고 던전보스가 나오는 것도 아냐. 그렇다면 링을 따로 사 용할 수 있는 용도나 장소라도 있다는 건가.’

링의 용도를 알기 위해서라도 3층 으로 가 봐야 할 것 같았다.

강현은 3층으로 가기 전에 히든 지도를 펼쳤다.

3층에 비밀방이 숨겨져 있기에 위 치를 확인함과 동시에 다른 방의 공 략 상황을 살폈다.

2층의 방들은 거의 전부 공략이 완료되어 있었고,대부분이 3층을 공략하는 중이었다.

3층까지 공략 중인 것으로 보아 다들 어느 정도는 실력을 갖추고 있 는 것 같았다.

강현은 3층에 올라감과 동시에 비 밀방부터 들르고자 했다.

‘비밀방은 3-D구역. 바로 위층이 군. 3층을 공략하는 김에 비밀방에 도 들러야겠어.’

링들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고 3층 으로 향했다.

석문을 열자 당연하다는 듯 나선계 단이 나타났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 3층에 도달 할 수 있었다.

3층의 넓이는 이미 지나쳐 온 1층, 2층과 다를 게 없었다.

풍경으로 말하자면 벽과 천장은 동 굴인데 바닥만 메마른 모래가 깔려 있었다.

모래 입자가 제법 고운 것이 마치 사막의 모래 같았다.

너른 공간 안에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고,모래 사이에 표지판이 꽂혀 있는 게 전부였다.

[모래거미의 방]

[난이도 : S랭크]

[획득 가능한 링의 개수 : 3개]

[모래 아래 10마리의 모래거미가 숨어 있다. 모래거미를 사냥하면 전 리품으로 링을 준다. 10마리 중 링 을 품고 있는 모래거미의 숫자는 3 마리다. 링은 전리품을 추출한 자에 게 귀속되며 다른 이에게 양도할 수 없다.]

모래거미 10마리 중 3마리가 링을

가지고 있다.

그 3마리에게서 링을 얻어 내려면 전리품 형식으로 링을 추출해야만 했다.

전리품을 추출한 자에게 링이 귀속 된다는 룰.

그게 의미하는 바는 단순했다.

먼저 추출하면 장땡이라는 소리다.

내분을 조장하기 위한 룰이겠지만 어차피 강현은 혼자 공략하기에 아 무래도 상관없었다.

마나를 끌어올리고 모래밭 위에 발 을 디뎠다.

몇 걸음 더 옮기자 모래가 꿈틀거 리더니 커다란 거미가 튀어나왔다. 무려 사람만 한 크기였다.

푸확!

모래를 헤치고 나온 거미가 강현을 발견한 즉시 녹색 액체를 뿜어냈다. 강현은 영 좋지 않은 예감이 들 어 옆으로 몸을 날렸다.

녹색 액체가 곁을 지나치며 바닥에 떨어졌다.

치지직!

녹색 액체가 떨어진 모래 바닥이 부식되며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 다.

산성 액이었다.

강현은 측면으로 몸을 빼내며 모습 을 드러낸 거미를 빙백검으로 베었 다.

찌걱!

마나 블레어드가 단단한 피부를 두 부 자르듯 가르면서 모래거미를 두 동강 내었다.

첫 번째 모래거미에게선 전리품 반 응은 없었다.

이어서 모래밭을 돌아다니며 모래 거미가 나올 때마다 베어 넘겼다.

두 번째,세 번째,네 번째……. 다섯 번째 모래거미를 베어 넘겼을 때 처음으로 모래거미의 몸체가 푸 른빛을 띠었다.

강현은 곧바로 전리품을 추출했다.

“추출.”

모래거미의 몸에서 푸른빛이 빠져 나오면서 강현의 팔목을 둘렀다. 그리고 잠시 후,빛이 걷혀 나가자 온전한 링 하나가 팔목에 감겨 있었 다.

다른 링과 달리 풀리지 않는 것이, 강현만 착용할 수 있게 들러붙은 것 같았다.

‘이래서 귀속이라는 거군.’

이로써 지금까지 확보한 링은 총

8개.

강현은 잠시 숨을 돌렸다.

밟으면 푸석거리며 발자국이 찍히 는 모래 위에는 자신의 발자국과 모 래거미가 파 놓은 구멍들이 가득했 다.

그사이에서 마른 공기를 폐부 깊숙 이 눌러 넣으며 생각에 잠겼다.

‘난이도가 S랭크라서 공략하는 건

어렵지 않아. 다만 비밀방으로 들어 갈 방법이 보이지 않는 게 마음에 걸리는군.’

지도에 따르면 지금 있는 방의 12 시 방향 벽 너머에 비밀방이 있었 다.

지금껏 다섯 마리의 모래거미를 베 면서 12시 방향의 벽을 살펴보았지 만,문은커녕 작은 틈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난 명계의 서를 얻을 때는 비밀 유적이 호수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 었다.

그렇다면 이번의 비밀방 또한 모습 을 감추고 있는 걸까?

빙백검으로 벽을 베어 보았다.

벽 자체는 평범한 돌벽이기에 마나 블레어드가 닿을 때마다 갈라졌다. 드드득! 카가각!

벽이 부서지는 소리가 이어지면서 강현의 로브 위로 뽀얀 흙먼지가 내 려 앉았다.

검으로 벽을 가르는 횟수가 많아질 수록 로브에 쌓이는 흙먼지의 양도 많아졌다.

하지만 어깨에 흙먼지가 수북이 쌓 이도록 벽을 갈라 보아도 비밀방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강현은 벽을 가르는 게 정답이 아 님을 직감했다.

‘이 비밀방에도 입장을 위한 열쇠 가 필요한 걸까?’

베이커 영지에서 일어난 웨이브인 울라임 숲에서는,사신을 처치하고 놈의 전리품인 ‘사신의 영혼석’을 획득해야만 유적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마도 히든 시스템에 의해 생성된 히든 공간은,해당 웨이브 안에 있 는 키워드를 찾아야만 들어갈 수 있 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곳 스타폴 미궁의 비밀 방 또한 그 키워드를 찾아야만 할 터.

3-D구역에 있는 만큼 3-D구역 내 에서 키워드를 찾는 게 맞을 거다. 강현은 단서를 찾기 위해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있는 거라곤 귀속 링과 고운 모래, 모래거미 정도려나.

단서를 수집하던 중 모래거미가 튀 어나오면서 생긴 구멍들에 시선이 멈추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구멍 안에도 공간이 있을지도.’

강현은 모래거미가 만든 구멍 중 하나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구멍 안엔 지하통로가 있었다.

모래거미들이 뚫어 놓은 통로였다.

'벽이 아니라 지하통로를 이용하 는 것일지도 몰라.’

통로 안은 모래거미의 홈그라운 드나 마찬가지다.

더불어 빛조차 들지 않으니 위험

을 감수해야 한다.

망설일게 무에 있겠나.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다.

여차하면 위치 되감기로 빠져나오 면 될 거다.

판단을 내린 강현은 구멍을 통해 지하통로로 내려섰다.

두더지굴마냥 뚫린 지하통로는 아 무런 빛도 없어 매우 어두웠다.

따로 햇불을 챙겨 두었던 것도 아 닌지라 마나 블레이드를 형광등 삼 아 길을 비춰 나갔다.

세상에서 가장 호사스런 형광등이 었다.

그렇게 마냥 12시 방향을 향해 걷 다 보니 통로 끝에 문이 하나 나타났다.

과연 문에는 조건이 새겨져 있었 다.

[비밀방에 발을 들이려는 자. 업화 의 불꽃이 담긴 링,지옥의 불꽃이 담긴 링을 홈에 넣어라. 그리하면 링의 해방을 열쇠 삼아 문이 열릴지 니.]

업화의 불꽃과 지옥의 불꽃이 담긴 링.

두 가지를 얻어야 열린다라…….

지금 가진 링으로 만들어야 하는 건지,아니면 다른 성격의 링이 있 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문을 열 수 없다.

강현은 일단 왔던 길을 되돌아 나 왔다.

나오던 도중에 지하통로를 지나치 고 있던 모래거미 한 마리와 마주쳤 다.

“쉐엑!”

모래거미는 강현을 발견하자마자 대뜸 산성액부터 내뱉었다.

좁은 공간이라 아까처럼 몸을 옆으 로 날려서 피하는 건 무리였다. 강현은 뒤로 멀찍이 뛰어서 산성액 을 피해 냈다. 그러곤 빙백검을 휘 둘러 마나폭검을 전개했다. 최진철에게 당했던 스킬 봉인은 이미 풀린 지 오래였다.

마나 파편 소나기가 모래거미를 갈 기갈기 찢어 버리며 단번에 숨통을 끊어 냈다.

모래거미가 죽으면서 푸른빛을 띠 었다.

‘이 녀석도 링을 가지고 있었군.’ 모래거미에게서 전리품을 추출하 니,팔목에는 2개의 귀속 링이 둘러 지게 되었다.

총 9개째 링을 확보하고 다시 바 깥으로 나가려는데 지하통로 사방에 서 거미들의 기척이 들려왔다.

샤사사삭!

방금 전투를 벌이면서 일어난 소리 가 통로 곳곳에 퍼지면서 다른 모래 거미가 몰려오는 것이었다.

동굴 같은 통로에 거미들의 기척들 이 사방에서 메아리치니,실로 소름 이 끼쳐 올 정도였다.

하지만 강현은 산책이라도 나온 양 유유자적 걸으며 가까운 구멍을 향 해 다가갔다.

다가오는 모래거미들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숨죽이고 오는 것도 아니고 잔뜩 기척을 드러내고 있으니 겁낼 필요 가 없었다.

그렇게 차례차례 통로를 통해 나타 나는 모래거미들을 베어 냈다.

마나 블레이드를 덧씌운 빙백검이 궤적을 그릴 때마다 모래거미의 시체가 늘어갔다.

서격! 서격!

마지막 열 마리째 모래거미를 베었 을 때에는 통로로 들어왔던 구멍 아 래에 도달해 있었다.

강현은 마지막 열 마리째 모래거미 에게서 전리품 반응을 확인할 수 있 었다.

‘이제 이 방에 있는 링은 다 모았 군.’

귀속 링 3개,일반 링 7개.

이로써 총합 10개의 링을 확보했 다.

여전히 웨이브 공략이며,비밀방으 로 들어가는 열쇠에 대한 의문은 풀 리지 않은 채였다.

그러나 의문이 풀리기까진 얼마 걸 리지 않았다.

강현이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별안간 귀속된 링의 표면에 경고 문이 새겨졌다.

[공략 시작 24시간 경과. 생존자 1 차 선별이 시작됩니다. 업화의 불꽃 을 피하기 위해선 링 1개가 필요합 니다.]

경고문이 새겨짐과 동시에 방 안 가득 붉은 불꽃이 가득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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