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화
공략을 마치자 12시,3시,9시 방 향에 각각 문이 나타났다.
3시와 9시 방향은 옆방으로 이어 졌고,12시 방향은 2층으로 가는 문 이었다.
당연히 강현은 3시 방향의 문을 택했다.
최진철이 있는 2-D구역으로 가려 면 1-D구역을 거쳐야 했다. 전리품들과 4개의 링을 챙기고 문 으로 향했다.
[1-D 구역]
[난이도 : B랭크]
[획득가능 링 : 3개]
[입장 인원 무제한(공략완료)]
입장 인원에서 변경점이 보였다. 공략이 완료된 구역은 입장 인원 제한이 풀리는 모양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1-D구역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지 나치는 동안 전리품을 확인했다.
[위치 되감기(등급 : S)]
[1 분 내에 사용자가 지나쳐 온 자
리로 되돌아갈 수 있다. 단,되감을 수 있는 건 위치뿐이다. 이동하려는 위치에 다른 물체가 있으면 이동할 수 없다. 재사용대기시간 1분.]
[가드문의 진액]
등급 : A
타입 : 영약
특성 : 들개의 미궁 입구를 지키는 방패 모양 달에서 뽑아낸 진액. 섭 취하면 실드 스렛 30이 증가한다.
둘 다 꽤 쓸 만하다.
스킬북과 영약을 습득하고 상태창 을 확인했다.
[최강현 (lv.96)]
파괴 : 251
실드 : 39
왜곡 : 176
정제마나 : 111
회복 : 46
보너스 포인트 : 24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 (S),마나폭검 (S),석상 호 걸의 갑옷(S),쉐도우 리퍼의 외갑 (SS), 명계의 서(?),위치 되감기 (S) 요 며칠 사이 또 레벨이 올라서 보너스 포인트 24가 들어와 있었다. 요즘은 계속 공격 쪽으로만 투자를 하고 있었다.
2차 각성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 해 투자를 하고 있었으니 파괴 스텟 300을 목표로 했다.
강현은 이번에도 모든 포인트를 파
괴 스텟에 투자했다.
이로써 파괴 스텟은 275.
레벨이 세 번 더 오르거나 공격 스렛을 올려 주는 영약을 얻으면 2 차 각성을 할 수 있었다.
전리품 정리를 마칠 즈음,다음 방 으로 이어진 문 앞에 도달했다.
끼이익.
석문을 밀자 경첩 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렸다.
가장 먼저 저레벨 몬스터인 고블린 시체가 가득 널브러져 있는 게 보였 다.
1-D 구역은 난이도가 B 랭크였던 걸로 기억했다.
기껏해야 고블린 사냥이 전부였던
듯했다.
널브러진 고블린 시체를 지나 12 시 방향에 생겨나 있는 문으로 다가 갔다.
12시 방향의 문에는 다음 방에 대 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2-D 구역]
[난이도 : S랭크]
[획득가능 링 : 3개]
[입장 인원 1/6명]
이미 2층에 1명의 사람이 있었다.
최진철…….
머릿속에 놈과 떨어졌던 마지막 모 습이 떠올랐다.
12시 방향의 문을 열자 나선형 계 단이 나타났다.
평지를 달리듯 빠르게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빠른 몸놀림 덕택에 2층에 도달하 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2-D구역으로 이어 지는 석문을 열었다.
끼이 익!
경첩 소리와 함께 석문 중앙이 벌 어지며 물 냄새가 물씬 풍겨 왔다. 이윽고 문이 완전히 젖혀지면서 넓 은 연못이 눈에 들어왔다.
공간의 9할 정도를 차지하는 넓은 연못이 었다.
발을 디딜 수 있는 땅은 입구 근
처의 일부와 12시 방향 일부뿐이었 다.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연못 안에 는 피라냐 모습을 한 몬스터가 잔뜩 있었다.
육고기는 물론이고 마나까지 뜯어 먹는 물속 도적들.
소을 피쉬였다.
연못 안에는 어림잡아도 수백 마리 의 소을 피쉬가 무리 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연못 수면에는 검은색 바위로 이루 어진 징검다리가 있었는데,징검다 리 중간 즈음에 한 명의 사내가 서 있었다.
강현은 그를 알아보는 즉시 빙백검
을 뽑아 들었다.
“1년 반만인가. 최진철.”
최진철도 뒤를 돌아보았다.
1년 반 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
었다.
표정엔 강한 오만함이 깃들어 있었 으며,몸짓에선 여유가 배어 나왔다.
최진철은 몸을 돌리며 차가운 투로 재회의 첫 마디를 내뱉었다.
“결국 왔군.”
“변명은 벤 후에 듣도록 하지.”
“변명할 만한 짓을 한 적은 없다.”
“그래서 벤 후에 듣겠다고 말했을
텐데?”
“못 보던 사이에 성질이 많이 급해 졌군.”
최진철이 주머니에서 물건 하나를 꺼내서 발치에 던졌다.
팔각형 모양의 돌,소환석이었다. 소환석에서 원형 방패에 팔다리가 달린 모습의 몬스터가 소환되었다. 오로지 방어 능력만을 가지고 있는 초수비형 몬스터,가드 실드였다. 가드 실드가 라운드실드 형태의 몸 을 짝악 펼치며 징검다리 중앙을 가 로 막았다.
몬스터로 바리게이트를 쳐 놓고 거 리를 벌릴 셈인가.
누가 놓칠까 보냐.
강현은 주저할 것 없이 마나폭검을 전개했다.
빙백검에 깃든 마나 블레이드가 부
서지면서 대량의 마나파편이 가드 실드에게로 쇄도했다.
투두둑! 툭둑!
가드 실드의 몸체에 마나파편이 알 알이 박히면서 걸레짝이 되었다. 지옥까마귀의 윈드커터에도 홈집 하나 나지 않는 방어력을 지닌 가드 실드다.
그런 가드 실드가 단 한 번의 공 격만으로 절명했다.
최진철에게 현재의 강현이 얼마나 강한 공격력을 지녔는지 알려 주는 지표였다.
부서진 가드 실드가 옆으로 나자빠 지며 물속에 빠져 버렸다.
소환석 하나가 고스란히 증발했지
만 최진철은 시종일관 오만한 표정 이었다.
“가드문 소환석은 꽤나 비싼데 말 이지.”
강현은 대답 대신 두 번째 마나폭 검을 준비했다.
헌데 마나 블레이드를 만들었음에 도 불구하고 마나폭검이 전개되지 않았다.
‘어째서지?’
원인은 금방 알아챘다.
최진철이 자신을 향해 팔을 뻗고 있었는데,그의 손에 마나가 깃들어 있었다.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진철의 마나가 자
물쇠 문양을 띠었다.
한 번 본 스킬 하나를 일정 시간 봉인하는 스킬인가.
가드 실드를 소환한 것 자체가 미 끼였던 거군.
강현이 원거리 공격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만약 원거리 공격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그 스킬을 봉인하기 위해 먼저 가드 실드를 소환한 것이었다.
원거리 공격 스킬만 봉인하면 시간 을 벌 수 있다 여기고 취한 전략일 거다.
그리고 그 전략은 유효했다.
최진철의 의도대로 강현의 유일한 원거리 공격 스킬은 봉인되었다.
강현은 직접 공격을 하기 위해 징 검다리 쪽으로 달렸다.
그러면서 연못 앞에 박혀 있는 표 지판을 힐끗 확인했다.
[소을 피쉬의 연못]
[난이도 : S]
[획득 가능한 링의 개수 : 3개]
[연못에는 소을 피쉬들이 살고 있 다. 소을 피쉬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자를 공격한다. 소을 피쉬를 사냥했 을 경우에 나오는 ‘소을 피쉬의 비 늘’을 소지한 자는 소을 피쉬에게 공격당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12시 방향의 땅에 도착한 3명에게 링이 주어진다.]
강현이 징검다리 위에 을라서자, 기다렸다는 듯 물속에서 소을 피쉬 들이 튀어나왔다.
소을 피쉬들이 등장하는 동시에 빙 백검이 호를 그리며 소을 피쉬들을 반 토막 냈다.
소을 피쉬의 레벨은 평균 30? 40.
무리 지어 공격해 와서 성가실 뿐 이지,감당할 수만 있으면 경험치 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소을 피쉬의 토막들이 마구 쏟아졌다.
후두둑! 투두둑!
조각난 소을 피쉬들이 물속으로 가 라앉고,개중 몇몇의 시체가 푸르게 빛났다.
전리품 반응이었다.
전리품을 추출하면 표지판에서 언 급한 ‘소을 피쉬의 비늘’이 나올 것 이었다.
비늘을 소지하면 그 즉시 소을 피 쉬의 공격이 멈추겠지만 그럴 시간 조차 아까웠다.
앞쪽에선 최진철이 이미 징검다리 를 3분의 2이상 주파하고 있었다. 강현은 다음 징검다리를 밟음과 동 시에 검을 휘두르며 이동과 사냥을 한 동작으로 해결했다.
쉬잉!
그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그냥 뛰는 것과 베면서 뛰는 것에 큰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뛰는 속도 역시 빨랐기에 최진철과의 거리가 빠른 시간 안에 좁혀졌다.
그러나 최진철이 이미 주파한 거리 가 있었기 때문에 먼저 12시 방향 의 물가에 도달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물가에 닿은 최진철이 뒤를 돌아보 았다.
강현도 어느새 징검다리를 절반가 량 주파하고 있었다.
소을 피쉬 따위는 전혀 장애가 되 지 못했다.
최진철이 입을 열었다.
“확실히 강해졌군. 그 힘을 복수
따위에 쓰는 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가 몸담고 있는 소인배 모임을 말하는 거냐?”
“아니,네 작은 그릇에 한탄하고 있는 거다. 언제까지 예전 일에 얽 매여 있을 생각이지?”
강현은 또 한 번 소울 피쉬를 베 어 냈다.
우수수 떨어지는 소을 피쉬 조각 사이에서 강현의 차가운 얼굴이 드 러났다.
“널 벨 때까지.”
최진철은 대답 대신 12시 방향에 있는 세 개의 천사 석상을 보았다. 세 개의 천사 석상 가운데 하나가 부서지면서 링 한 개가 나왔다. 최진철은 링을 주우며 비릿한 조소를 머금었다.
“그래,넌 예전부터 쓸데없는 일에 목숨 거는 놈이었지. 그런데 그거 아냐? 연못 안에 소을 피쉬 말고도 제법 거대한 녀석들 셋이 있더군.”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현의 발치 아래 물속에서 거품이 뽀글뽀 글 올라왔다.
그러고는 곧 거품의 양이 삽시간에 불어난다 싶더니, 수면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솟구쳐 올랐다.
푸영!
수면에서 새롭게 나타난 것은 거대 한 크기의 잉어 몬스터였다.
럽!
머리에 뿔 달린 잉어 몬스터가 펄 쩍 튀어 오르면서 징검다리와 강현 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푸영!
그러고는 다시 물속으로 빠져들자 물기둥이 크게 치솟았다.
표지판 어디에도 소을 피쉬‘만’ 살 고 있단 말은 없었다.
링을 얻은 자가 생겨날 때마다 거 대 수중 몬스터가 한 마리씩 깨어나 는 방식이 2-D구역의 함정이었다. 두 번째,세 번째 링을 얻기 위해 조급해진 자들을 처리하도록 짜여진 구조이리라.
최진철은 흩어져 가는 물기둥을 보
며 비웃었다.
“버려진 것에서 배운 게 없나 보 군. 날 배겠다고? 나라면 조직을 좀 더 이용했을 거다.”
정말로 최진철에게 복수하고 싶었 다면 조직에 가입해서 조용히 접근 하는 게 나았을 거다.
조직과 부딪칠 대로 부딪치며 자기 위치를 노출한 게 강현의 패인이었 다.
최진철은 자신이 링을 얻자마자
12시 방향에 문이 생긴 걸 확인했 다.
[3-D 구역]
[난이도 : S랭크]
[획득가능 링 : 3개]
[입장 인원 0/3명]
[특이사항 : 2-D구역에서 링을 획 득한 자만 입장 가능]
선착순 미션인 만큼 먼저 링을 얻 은 자는 다음 방으로 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최진철은 먼저 링을 얻었기에 다음 방으로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조소를 머금은 최진철이 3-D구역으로 이어지는 문에 손을 올린 찰나였다.
별안간 스산한 느낌이 등줄기를 타 고 흘렀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믿을 수 없
는 광경이 그의 눈동자에 반사되었 다.
어느새 강현이 바로 지척까지 가까 이 와 있는 게 아닌가!
검을 뻗으면 충분히 닿는 거리로, 빙백검은 이미 자신의 목을 향해 호 선을 그리고 있었다.
시종일관 오만했던 최진철의 표정 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큭! 어떻게……
최진철이 건틀릿을 착용한 팔을 들 어 급히 목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빙백검이 건틀릿과 함께 오 른팔을 잘라 냈다.
찌걱!
건틀릿에 실드 효과라도 있었는지
깔끔하게 잘리지 않았고,검격의 궤 도도 틀어졌다.
그 때문에 검 끝도 최진철의 목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그래도 치명상을 입히는 데엔 성공 했다.
“크으옥!”
팔이 잘린 최진철이 신음을 흘리며 비틀거렸다.
강현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치는 최 진철을 놓치지 않고 다리를 걷어찼 다.
퍼억!
최진철이 허우적거리며 바닥에 엎 어 졌다.
“왜 조직을 이용하지 않았냐면
강현이 그의 목에 빙백검을 겨누고 서슬 퍼런 목소리로 말했다.
“굳이 소인배 모임 따윌 이용하지 않아도 네놈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 지.”
방금 전,강현은 잉어 몬스터에게 삼켜지지 않았었다.
삼켜지기 전에 위치 되감기 스킬을 전개해서 뒤쪽 징검다리로 몸을 옮 긴 것이었다.
최진철이 그를 알아채지 못한 이유 는,잉어 몬스터가 솟아오르며 만들 어 낸 물기둥 때문이었다.
강현은 그 물기둥을 이용하여 모습
을 감춘 것이었고,최진철이 방심한 틈을 타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강현이 빙백검으로 만든 마나 블레 이드를 더더욱 최진철의 목에 가까 이 붙이며 말했다.
“큰소리치며 날 버린 것치곤 보잘 것없는 짓이나 하고 있군.”
팔의 잘린 단면이 얼어붙으며 더욱 고통이 가중된 최진철이 일그러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리도 복수를 하고 싶었나?”
“10년. 우리가 친구로 지낸 햇수 지. 하지만 증오만 남기까지는 1년 도 채 안 걸리더군.”
“우정이란 부질없는 것이지. 특히
우리 사이에선 더더욱.”
15살 때,강현은 부모님 두 분이 돌아가시고,최진철은 아버지가 빚 을 지고 도망간 탓에 매일 빚쟁이들 이 찾아오던,각자 현실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가혹한 나날들.
같은 반 내에서 나날이 얼굴이 어 두워져 가던 두 사람이 동질감을 느 낀 건 어쩌면 필연이라 할 수 있었 다.
동정은 싫다. 하지만 가슴에 뚫린 구멍은 메우고 싶다.
동정을 대신하기 위한 동질감.
그 또한 우정이라 할 수 있을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둘 사이 는 일그러진 형태의 친구였다 할 수 있었다.
강현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도 넌 날 버려선 안 됐어.”
“네가 내 입장이었다면 똑같이 행 동했을걸.”
“그건 알 수 없지. 나는 네가 아니 니까.”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군. 네가 생각하는 만큼 이 세계는 작지 않 아. 변방의 작은 마을에서 노닥거리 고 있을 틈 따윈 없었어. 알고는 있 나? 우리를 이곳에 데려다 놓은 테 라 시스템의 진실을.”
테라 시스템과 웨이브.
이세계인은 테라 시스템을 이용하 여 현지인보다 강해질 수 있고,웨 이브를 공략할 수 있게 됨으로서 재 산,직위,명예를 확보할 수 있었다. 허나 이 시스템이 이세계인들의 출 세를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닐 터. 강현은 최진철이 거래를 트려 한다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실을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 군.”
“알고 싶다면 알려 주지. 이 검을 치워 준다면 말이야.”
밀당을 시도하는 최진철이었다.
자신의 목숨과 맞먹을 정도의 값어 치가 있는 정보라는 듯 호기심을 자 극하려 들었다.
그러나 강현의 대답은 단호했다. 강현은 빙백검으로 최진철의 목을 그으며 무심히 말했다.
“네가 알아낸 거라면 나도 알아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