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41화 (4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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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은 저택 전체가 흔들리는 와중 에 땅울림의 원인을 알아냈다.

1층 로비의 창문 너머로 갈라지는 저택 뒷산이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산기슭 부분이 갈라지나 싶더니 팔 각형 모양의 보랏빛 보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웨이브 보석이었다.

“SS랭크 웨이브인가.”

보라색은 SS랭크를 의미했다.

옆에서 김혜림이 잔뜩 긴장한 목소 리로 말했다.

“웨이브가 일어난 걸까요?”

“그렇다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절묘 해.”

신부,그러니까 슈타인 백작의 딸 이 사라짐과 동시에 웨이브 보석이 나타났다. 그것도 금지 구역에서.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원래 웨이브 보석은 공간이 비틀어 지며 나타난다. 한데,이번에는 공간 의 비틀림이 없었다.

마치 원래부터 웨이브 보석이 산속 에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어서 복도 너머에서 슈타인 백작 과 빌토르 백작이 뛰쳐나왔다.

두 백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웨 이브 보석을 보자마자 안색이 창백 해졌다.

“어째서 봉인이 풀렸지? 설마 나리 야,그 아이가……?”

“슈타인 백작,이게 어찌된 건가. 그 아이는 지금 이렇게 사용되어선 안 된단 말일세.”

“내가 지시한 일이 아닐세! 그보다 얼른 움직여야 하네!”

“자네가 한 일이 아니면 나리야가 왜 봉인을 풀있겠는가!”

“실랑이할 시간 없네! 저 웨이브 보석은 사람들을 강제 참가시킨단 말일세!”

격해진 감정으로 두 백작의 목소리 가 점점 거칠어졌다.

그러나 그 실랑이는 오래가지 못했 다.

별안간 웨이브 보석이 번쩍이나 싶 더니 보라색 빛이 사방으로 번져 나 갔다.

보랏빛은 삽시간에 저택마저 집어 삼켰다.

빛에 닿은 자마다 웨이브 안에 강 제로 빨려 들어갔다.

물론 강현과 김혜림도 마찬가지였 다.

강현은 웨이브에 강제 입장하게 되 었음에도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그런 거였나. 이제야 톱니바퀴가 맞아떨어지는군.’

사라진 신부,웨이브 보석의 등장, 두 백작의 대화.

최진철이 무엇을 노리는지,두 공

작파 사이에 무슨 계약이 오갔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웨이브 안은 지옥이 될 것이 다.

허나 알고는 있는 걸까.

강현의 본바탕이 용병이라는 것을.

던전과 웨이브야말로 강현의 주 활 동 무대였다.

조직의 목적은 이룰 수 있을지 몰 라도 최진철은 제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었다.

강현은 웨이브 안으로 들어가며 빙 백검을 거머쥐었다.

'차려 준 밥상을 마다할 필요는 없 지.’

*

흐트러졌던 시야가 정상적으로 돌 아왔다.

강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웨이브 입구는 운동장만 한 넓이의 너른 홀이었다.

신전마냥 굵은 기둥이 줄지어 늘어 선 가운데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있 었다.

결혼식 하객으로 모인 귀족과 상인 들,그들의 호위기사와 저택의 시종 등까지.

갑작스레 변한 환경에 그들은 당혹 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긴 어디야? 뭐가 어떻게 된 거

야?”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 당장 원인을 알아내라!”

“내가 왜 여기 있지? 방금까지 저 택에 있었는데?”

강현은 대충 머릿수를 세어 보았 다.

‘대략 백오십 명 정도 돼 보이는 데……. 이 웨이브의 최대치는 백오 십 명인가.’

그사이 김혜림이 사람들이 사이를 비집고 다가왔다.

“휴우,겨우 찾았네. 대체 뭐가 어 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별거 없어. 금지 구역에 웨이브 보석이 봉인되어 있었다. 그뿐이야.”

“봉인? 웨이브 보석을 봉인할 수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요?”

“하지만 지금 보다시피 봉인되어 있었지.”

웨이브에 빨려들기 직전,분명 슈 타인 백작이 말했었다.

‘어째서 봉인이 풀렸지?’라고. 아마도 슈타인 백작가는 웨이브 보 석을 봉인하는 수단을 알고 있던 모 양이다.

그리고 그 봉인을 푸는 데에는 백 작가의 혈통이 필요한 것 같았다. 김혜림은 강현의 가설에 의문을 표 했다.

“봉인을 할 수 있다는 걸 왜 숨기 고 있었을까요?”

“일부러 그런 거겠지. 나중에 시행 할 어떤 계획을 위해.”

이번 웨이브 보석은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강제력이 있었다.

그런 강제력을 보이는 웨이브 보석 을,자신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풀어 버렸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 ‘장소’란 게 만일 황궁 이었다면?

강현은 어렵지 않게 결혼식에 숨은 암계가 엿보였다.

'내전을 일으킬 생각이었군.’

대략이나마 그간의 전말이 예상되 었다.

빌토르 백작은 말했었다.

‘그 아이는 지금 이리 사용되어선

안 된다’라고.

그 말은 백작의 딸인 나리야가 황 궁에서 봉인을 푸는데 사용됐어야 한다는 뜻이다.

황궁에서 웨이브를 일으켜 핵심인 물들의 손발을 묶는다. 그리고 두 공작파가 연합하여 내전을 일으킨 다.

즉,나리야는 내전의 시발점이 될 예정이었던 거다.

이 결혼식은 두 공작파의 동맹이나 다름없었다.

‘가설에 불과하지만 8, 9할은 맞췄 다고 봐야겠군.’

한편 조직은 두 공작파의 이간질을 꾀하고 있다.

그건 이미 성공했다.

SS랭크 웨이브에 두 공작파 소속 의 귀족들이 잔뜩 입장했다.

SS랭크 웨이브의 특성상 서로 물 어뜯고,싸우고,배신하길 반복하면 서 한없이 관계가 악화되리라.

또한 조직 입장에선 내전을 방치해 도 무관했다.

한데도 두 공작파를 충돌시키려는 것으로 보아 조직이 누구와 손을 잡 았는지도 예상되었다.

‘제1황녀나,제2황자 둘 중 하나와 손을 잡았군. 그렇다면 에르델을 제 거하려 한 것까지 모두 설명되지.’ 조직이 원하는 것은 두 공작파의 자멸이다.

그리고 에르델을 해치려 한 것은 황권 계승의 경쟁자를 없애기 위해 서일 것이다.

고작 웨이브 봉인이 풀린 것만으로 수많은 정보를 얻어 낸 강현이었다. 여전히 주변이 소란스러운 가운데 강현의 시선이 바쁘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기둥마다 새겨져 있는 글귀였다.

기둥마다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 다.

[방을 클리어하면 링이 주어진다. 사흘 동안 3개의 링을 소유했던 자 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어떻게 해야 보스를 만날 수 있는 지,웨이브 공략 제한시간이 얼마인 지 등은 언급이 없었다.

과연 SS랭크랄까.

공략법이 썩 친절하진 않았다.

나머지 부분은 알아서 알아내라는 거겠지.

강현은 문구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 보았다.

그러자 한 가지 이상한 부분이 보 였다.

링을 ‘소유했던’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다? 어째서 과거형인 걸까? 사흘 동안 링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 야 하는 건가.

단순히 링을 얻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듯했다.

‘일단 링을 확보해 둬야겠군.’ 공략법 외에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일정 간격으로 벽에 나 있는 문들이 었다.

아마 문을 통해 다른 구역으로 연 결되는 듯했다.

강현은 가까운 문으로 다가갔다. 문에도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1-A 구역]

[난이도 : S랭크]

[획득 가능 링 : 3개]

[입장 인원 0/6명]

그 옆의 문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

귀였다.

[1-B 구역]

[난이도 : A랭크]

[획득 가능 링 : 2개]

[입장 인원 0/8명]

문마다 랭크와 획득 가능한 링의 개수,입장 인원의 머릿수 등이 달 탔다.

웨이브 자체는 SS랭크였건만,각 방의 난이도는 B? SS랭크로 나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한된 입장 인원 에 비해 링의 숫자가 너무 적었다. 강현은 한번에 그 의도를 눈치챘다.

‘링 쟁탈전을 유도하는 방식이군.’ 그렇게 문을 하나하나 둘러보던 중 유독 다른 글귀가 추가된 문이 보였 다.

[1-D 구역]

[난이도 : B랭크]

[획득 가능 링 : 1개]

[입장 인원 1/1명]

벌써 한 명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도 다른 이가 들어가지 못하게 1명이 정원인 방이었다.

누가 먼저 선수를 쳤음인지는 쉽게 짐작되었다.

‘최진철은 이리로 들어갔나.’ 아니나 다를까,그 짐작에 확신을 주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리야! 나리야! 정신 차리렴!”

뒤편에서 슈타인 백작이 바닥에 쓰 러진 여인의 어깨를 다급히 흔들었 다.

그의 딸인 나리야였다.

잠시 후 그녀가 눈을 뜨고 말했다.

“으음…… 아,아버지?”

“정신이 드느냐?”

“아! 도미닉 경. 도미닉 경은 어디 있죠?”

일어나자마자 도미닉이란 자부터 찾는 나리야였다.

슈타인 백작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도미닉 그놈이 시켰느냐? 얼른 말 하거라!”

“그놈이라니요! 그이를 모욕하지 마세요. 전부 저를 위해 한 일이에 요.”

“그이? 허참,그이라고?”

나리야는 마냥 당당했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지도 몰랐 다.

“아버지는 항상 저를 정략결혼의 장기말로만 여기셨죠. 이제 그런 건 지긋지긋해요.”

“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나 알고 그런 망발을 지껄이느냐!”

“제국의 평화를 해치려는 아버지를 막으려고 하죠.”

“뭐라! 도미닉이 어떤 말을 지껄였 더냐! 넌 그 작자에게 속은 것이야! 그걸 왜 모르느냐!”

“모르는 건 아버지예요. 도미닉 경 은 내전이 불행만을 가져올 거라 했 어요. 그이는 진심으로 제국의 평화 를 위해 몸 바치려 한다고요.”

“그렇다면 그 도미닉은 어디 있느 냐? 널 두고 어디로 갔느냐 말이 다!”

나리야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도 미닉의 그림자조차 발견할 수 없었 다.

도미닉은 아마 최진철일 것이었다.

도미닉이란 이름은 놈이 썼던 가명

일 테고 말이다.

그를 찾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나 리야는 끝까지 제 고집을 꺾지 않았 다.

“먼저 이 웨이브를 공략하러 갔겠 죠. 위험하니까 절 두고 간 걸 거고 요.”

“허어,이런……!”

슈타인 백작은 어이가 없는 나머지 할 말마저 잃고 말았다.

부녀의 대화를 지켜보던 빌토르 백 작이 무거운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슈타인 백작. 일단 웨이브 공략부 터 하되,각자 따로 움직이지. 그리 고 결혼식은…… 처음부터 다시 이 야기해야 될 것 같군.”

말이 처음부터 이야기하자는 것이 지,사실상 파혼 선언이나 마찬가지 였다.

다른 남자에 홀려 대업을 그르친 여자와 결혼식을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는 곧 두 공작파의 동맹 또한 백지화된다는 뜻이었다.

빌토르 백작의 말을 들은 다른 귀 족들이 표정을 달리했다.

이제부터는 각자 살아남아야만 했 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즉시 귀족들끼 리 앞다투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B랭크,A랭크 문을 찾아라! 최대 한 빨리 링을 모아야 한다!”

방에 따라 편성된 링의 개수는 B 랭크 1개,A랭크 2개,S랭크 3개, SS랭크 4개였다.

난이도가 높다고 링의 개수가 확 뛰는 것도 아니니,최대한 낮은 난 이도를 선점하려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수많은 인원들이 벽 쪽으 로 몰려들었다.

김혜림도 조급해져서 강현을 재촉 했다.

“우리도 얼른 적당한 난이도로 들 어가요. 이러다 좋은 문 다 뺏기겠 어요.”

강현에게 있어 좋은 문이란 난이도 가 낮은 문이 아니다.

최진철을 뒤쫓을 수 있는 문이 좋

은 문이다.

최진철을 쫓으려면 당연히 놈이 들 어간 방과 가까운 문이 좋았다.

“난 여기로 가지.”

최진철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1-D구역의 옆에 난 문에 손을 뻗 었다.

일전의 베킨스 던전에서도 이렇듯 아라비아 숫자와 알파벳으로 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전례로 보아 방을 클리 어하면 옆의 구역으로 넘어갈 수 있 을 터였다.

김혜림이 강현이 선택한 문의 글귀 를 보았다.

[1-E 구역]

[난이도 : SS랭크]

[획득 가능 링 : 4개]

[입장 인원 0/1명]

입장 인원 제한이 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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