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9화 (39/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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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적들은 마치 시체마냥 부 패해 있었다.

곳곳에 피부가 썩어 있었으며,심 한 악취까지 풍기는 게 정말로 시체 같았다.

숫자는 대략 열댓 명.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외모가 뭉개 졌지만 무기나 행색이 1등선에 타고 있던 수적들의 것과 같았다.

김혜림은 이것이 적의 능력 중 하 나임을 직감했다.

‘시체 조종 스킬이려나. 시체를 다 루는 스킬은 흑마법과 같다 해서 습 득이 금지되었을 텐데……

빌로스 제국에선 흑마법을 금기로 분류했다.

스킬북에도 흑마법과 비슷한 것들 은 당연히 금지되었다.

한데도 금지 스킬을 서슴없이 펼쳐 보였다는 건 이 자리에서 강현 일행 을 반드시 척살하거나,혹 실패해도 단서를 남기지 않겠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김혜림은 이를 악물었다.

섣불리 등을 보였다간 바로 메이스 가 날아들 것이다.

활은 놓고 왔기에 지금 가진 무기 라곤 단검뿐이었다.

김혜림은 허리춤에서 두 자루 단검 을 뽑고 말했다.

“저기요,아저씨. 황녀 취급해 주는 건 고맙지만 정말로 사람 잘못 보셨 거든요?”

거한도 그 몸놀림으로 김혜림이 싸 움에 익숙하다는 것을 읽었다. 그러 나 그녀가 황녀가 아니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럼 먼저 네년을 죽이고 황녀를 죽이면 되겠군.”

“너무 자신만만한데 과연 뜻대로 될까요?”

김혜림이 단검을 늘어뜨렸다. 포위 된 상황에도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양 당당했다.

거한이 대답 대신 메이스에 마나를 부여했다.

그와 동시에 김혜림도 행동을 취했 다.

“도와줘요,강현 씨! 아이고! 김혜 림 나이 스물셋에 죽게 생겼네!”

그 순간,메이스에 맺힌 마나 오오 라가 흔들렸다.

근처에 강현이 있을 거란 착각으로 생긴 동요였다.

거한이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보일 리가…….

그저 허겁지겁 몸을 내빼는 김혜림 만 보일 뿐.

뒤늦게 그녀가 강현을 팔아먹었음 을 알아첸 거한이 계곡물을 박찼다.

“이년이 어디서 장난질이더냐!”

단숨에 계곡을 주파한 거한이 메이

스를 내리쳤다.

“칫!”

김혜림은 옆으로 몸을 날려 가까스 로 피했다. 그러나 억지로 몸을 틀 어 뛴 터라 낙법을 하지 못하고 바 닥을 뒹굴고 말았다.

게다가 그녀가 굴러간 방향에는 이 미 구울들이 포진해 있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시체들의 창 칼이 틀어박힐 터!

그 순간이었다.

수풀 너머에서 마나 파편이 날아들 었다.

파팍! 파파파파팍!

구울들이 마나 파편에 갈기갈기 찢 기며 길이 열렸다.

열린 길로 나타난 강현이 김혜림을 내려다보았다.

“자기소개 한번 요란하더군.”

김혜림은 피부가 까져 쓰린 와중에 도 미소 지었다.

“안 그랬으면 강현 씨가 함정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돌아가서 황녀를 지키라.”

“알겠어요.”

에르델에겐 늑인 석상을 붙이고 보 이드의 위장덫을 깔아 두었다. 거기 에 김혜림이 가세하면 어느 정도 방 어 구색은 갖춰지리라.

혹 다른 습격이 있더라도 돌아갈 때까지는 충분히 호위 역할을 해낼 터.

김혜림이 빠져나가려 하자 거한이 메이스를 휘둘렀다.

“도망가게 놔둘 성싶더냐!”

채쟁!

그러나 빙백검이 메이스를 가로막 았다.

메이스를 튕겨 낸 강현은 구울 무 리와 거한을 번갈아 확인했다.

구울 무리는 시체고 거한은 살아 있는 인간이었다.

분명 여객선에서 갑옷째로 몸통을 베었는데.

보구 같은 걸로 치료를 한 모양이 군.

“적어도 그쪽은 시체가 아닌가 본 대?”

“배 위에서와 같은 거라 생각하지 마라.”

“그렇겠지. 이번에는 목을 벨 테니 까.”

직후,다시금 빙백검과 메이스가 충돌했다.

광쾅!

째앵! 광! 광!

순식간에 요란한 충돌이 수차례 이 어 졌다.

충돌이 이어짐에 따라 거한의 메이 스에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빙백검의 효과였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 손까지 얼어 붙었다.

냉기 때문에 손에 힘이 풀린 중에

빙백검과 부딪치자 메이스가 튕겨 나갔다.

강현이 빙백검을 비틀어 거한의 팔 뚝을 베어 냈다.

사가각!

거한의 완갑이 갈라지고 팔뚝에 기 다란 혈선이 생겼다.

그러나 그는 부상에 개의치 않았다. 손을 바꿔 메이스를 쥐고는 재차 공격에 나섰다.

“흐읍!”

강한 기합과 함께 다시 충돌이 계 속되었다.

채재쟁!

그사이 거한의 마스크헬름에 달린 깃이 흔들거리며 녹빛 기운이 일어나더니,검상에 스며들었다.

그러자 S급 포션이라도 바른 양 상처가 아물었다.

여객선에서 강현에게 베이고도 멀 찡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거한이 메이스에 체중을 실으며 더 더욱 압박해 왔다.

“아까의 기세는 어디 갔지? 어디 그 잘난 마나 블레이드를 꺼내 보아라.”

강현이 스렛 감소 저주에 걸린 걸 알면서도 비꼬는 것이었다.

게다가 적은 거한만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구울들도 무기를 내질러 왔다.

강현은 피하는 대신 셀로리아의 반 지를 사용했다.

저주에 걸린 이후 생기는 스텟 변 화에는 저주가 적용되지 않았다. 스렛이 150으로 고정되면서 실드 스렛이 반사로 각성했다.

반사 실드가 효과를 발휘하며 날아 들던 구울들의 공격을 전부 반사시 켰다.

투응! 퉁!

제 힘에 반격당한 구울들이 와르르 튕겨 나갔다.

거한도 예외가 아니었다.

메이스로 누르는 힘만큼의 데미지가 반사되자 거한도 뒤로 튕겨 나갔다. 그가 마스크헬름 사이로 콧김을 길 게 내뿜었다.

“반사 실드인가? 같잖은 재주를 가

지고 있군.”

거한이 강현에게서 거리를 두나 싶 더니 메이스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메이스의 추에 마 나 오오라가 모여들었다.

스킬을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강현은 눈을 찌푸렸다.

반사 능력을 보고도 공격할 셈인 가.

거한이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지 냅다 메이스를 내리쳤다.

그는 확신했다.

‘반사 실드도 실드 브레이커 앞에 선 종잇장만도 못하지.’

실드 브레이커는 실드 자체를 부수 는 S급 스킬이었다.

본디 반사 실드는 ‘전개 대상자가 입을 피해를 반사’한다는 개념이다. 한데 전개 대상자가 아닌 실드를 공격하는 스킬이니 반사 효과에도 무효했다.

강현은 급히 몸을 틀었다.

메이스에 담긴 스킬의 위험성을 감 지해서 였다.

“크크,이제 와서 알아차려도 이미 늦었다.”

몸을 틀었다곤 하나 기껏해야 반 발자국 움직인 게 전부다.

머리에 떨어질 게 어깨로 떨어지는 걸로 바뀌었을 뿐.

그런데 예상 밖의 전개가 펼쳐졌 다.

내리치던 메이스가 별안간 틀어지 더니 강현의 어깨를 스쳐 떨어졌다.

거한의 눈에 당혹하는 빛이 어렸 다.

이 거리에서 빗나가? 어째서?

게다가 동작이 큰 공격을 한 만큼 품이 크게 열려 버리고 말았다. 강현은 이미 빙백검을 허리까지 당 기고 있었다.

“이노오옴!”

거한이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눈 을 부릅뜨는 순간,강현이 허리를 비틀며 팔을 힘껏 휘둘렀다.

과지직! 과득!

빙백검이 갑옷과 마스크헬를 사이 로 휘어 들어가며 목을 베어 냈다.

자갈밭이 피로 얼룩지고 그 위로 거한의 몸통이 쓰러졌다.

육중한 몸뚱이만큼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

거한을 쓰러트리자 주변에 있던 구 울들도 뒤이어 쓰러졌다.

강현은 차가운 눈길로 주변을 쓸어 보았다.

감각을 곤두세웠지만 아무런 기척 도 느껴지지 않았다.

“도망쳤나.”

누군가 구울들을 조종했다.

구울들의 움직임이 너무 소극적이 었던 것이다.

아마도 거한의 공격을 방해하지 않 기 위함이었을 터.

그리고 거한을 쓰러트리자 구울들 을 방치한 채 도망을 친 것 같았다. 한데 놈의 행동은 뭔가 수상했다. 왜 구울들을 황녀 쪽으로 보내지 않았을까?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다면 차라리 황녀 쪽으로 빼는 게 나았을 텐데. 아무래도 구울 조종자가 전력을 다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이미 도망가 버린 놈의 의 도를 추측해 봐야 의미 없었다.

그보단 거한에게서 단서를 얻어내 는 게 먼저였다.

강현은 거한의 시체로부터 몇몇 물 건을 끄집어냈다.

갑옷 안쪽에서 다량의 신분증이 나

왔다.

신분증마다 이름과 신분이 제각각 이었다.

이를 통해 거한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조직의 지부장 중 하나였나.”

베이커 영지의 웨이브에서 색출한 조직원,다미안은 말했었다.

조직의 지부장은 여러 개의 신분을 지니고 있다고.

“지부장급은 계속 신분을 바꾸지. 게다가 직접 명령도 내리지 않아.”

신분이 워낙 다양하여 원래 어떤 자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황녀 제거 임무를 내린 게 조직인 것만은 확실해졌다.

황녀가 슈타인 백작가로 가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황녀가 결혼식에 참석하면 두 공 작가가를 이간질시키려는 계획에도 지장이 생기겠지. 그렇다면 임무에 장애를 없애겠다고 최진철이 제 발 로 걸어 나올 수도 있겠군.’

에르델을 반드시 슈타인 백작가에 데려가야 할 이유가 늘었다. 신분증은 어차피 거한이 아니면 쓸 모가 없기에 버렸다. 대신 거한이 쓰고 있던 마스크헬름을 벗겼다. 마스크헬름은 베지 않았기에 보구 로서의 능력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강현은 마스크헬름을 물에 담가 핏 물을 씻어 낸 후 감정서를 붙여 보 았다.

그런데 감정서에 반응이 없었다.

마스크헬름이 보구였던 게 아닌가.

강현은 마스크헬름에 달린 녹색 깃 털에 감정서를 붙였다.

그러자 감정서에 반응이 나타났다.

[그린버드의 깃털]

등급 : A

타입 : 장신구

특성 : 라이프트리를 지키는 수호 자인 그린버드의 꼬리깃털. 깃털에 마나를 부여하면 S급 포션의 기운이 홀러나와 상처를 치료한다. 사용 횟 수 5회를 소모하면 효력은 사라진 다. (남은 사용횟수 : 2회) 마스크헬름이 아닌 깃털 쪽이 보구 였다.

사용 횟수가 2회밖에 남지 않았지 만 셀로리아의 반지 대용으로 쓰기 에는 충분했다.

치료가 필요할 때면 셀로리아 반지 대신 그린버드의 깃털을 사용하면 될 것이었다.

강현은 그린버드의 깃털을 아공간 에 넣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여전히 별이 머물러 있는 산등성이를 보았다.

‘저곳만 넘으면 녀석이 있다는 거 군. ,

크라이머 던전 입구에서 좁혀져 가 던 문.

그사이로 자신의 절망을 바라보던 녀석의 얼굴.

던전에서 맛보았던 몬스터 고기의 역겨움이 아직도 입 안에 맴도는 듯 하다.

산등성이를 응시하던 강현은 조용 히 걸음을 떼었다.

*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던 계곡에서 강현이 사라진 후.

한참이 지난 뒤에 수풀에서 청년 한 명이 걸어 나왔다.

여객선에서부터 거한과 함께 움직 이며 구울들을 조종하던 쉐인이었 다.

쉐인은 싸늘하게 식어 가는 거한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비틀었 다.

“나리,정말이지 입만 살았군요.”

임무에 실패했지만 전혀 실패한 자 의 표정이 아니었다.

조직,아니 쉐인에게 있어 이번 임 무는 오히려 실패하는 게 나았다.

쉐인은 거한의 가슴에 대고 검지를 까딱였다.

그러자 거한의 시체가 일어나며 메

이스를 거머쥐었다.

목은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목이 없어도 마나유저 상급의 능력은 발 휘할 테니까.

쉐인은 소환석을 꺼내 들곤 마나를 불어넣었다.

소환석의 형태가 변신하며 작은 비 둘기 한 마리가 소환되었다.

쉐인이 비둘기에게 속삭였다.

“최진철,황녀는 무사히 슈타인 백 작가에 도착할 거다. 플랜A대로 진 행하지.”

최진철과 쉐인.

둘 다 조직원으로서 활동하고 있지 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조직이 이세계인들을 모아 부리고

있다면,역으로 이세계인 중에서도 조직을 이용하려는 자가 있는 건 당 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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