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화
강현이 가세했다곤 하나 에르델 황 녀 측은 고작 5명이다.
반면 암살자들의 숫자는 대략 4, 50명.
그러나 암살자들은 주춤주춤 물러 섰다. W배나 되는 머릿수 차이가 있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푸,푸른 검신……! 빙검의 용병 인가!”
“빙검의 용병? 빙검의 용병이 어째 서 여기에?”
강현의 검에 맺힌 마나 블레어드는 머릿수의 차이를 무색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정말로 강현이 배에 탄지 몰랐는 듯 모두가 서로 눈치를 보았다. 무기를 든 자들이 상인 차림의 괴 한들을 힐끗힐끗 보았다.
이 몸짓으로 상인 복장의 괴한들이 책임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조무래기들은 베어도 상 관없었다.
강현은 가까운 놈들부터 베어 나갔 다.
싁! 쉬식!
빙백검의 궤적에 걸리자 갑옷이건 방패건 할 것 없이 잘려 나갔다.
이미 가장 강한 마스크헬름 거한을 쓰러트린 마나 블레이드를 감당할 자는 누구도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완전히 반전되었음 에도 상인 차림의 암살자들은 어떻 게든 목표 제거를 명령했다.
“황녀라도 베어라! 몇 명이 죽든지 상관없어! 어떻게든 황녀만이라도 죽 이란 말이다!”
피해 손실은 이미 논외였다.
어떻게든 황녀만은 척살할 작정이 었다.
적이 두 무리로 나뉘었다.
그리고 각각 강현과 에르델을 압박 했다.
하나,그 광경을 두고 볼 강현이 아니었다.
에르델 황녀를 노리던 암살자들에 게 마나폭검이 쏟아졌다.
파바바밧!
무수히 쏟아지는 마나 파편이 암살 자들을 찢어발겼다.
강현은 뒤이어 자신에게도 달려드 는 자들을 단순 검술만으로 썰어 넘 겼다.
적들의 공격은 왜곡에 의해 빗나갔 고 강현의 동작은 물 흐르듯 이어졌 다.
검신에 부딪친 달빛이 산산이 부서 질 때마다 허공에 피가 튀었다.
삽시간에 오십여 명의 병력이 절반 으로 줄어들었다.
적들은 널브러진 동료들의 시신에 서 자신의 미래를 보곤 겁에 질렸 다.
“저게 정녕 사람의 힘이란 말인 가.”
“무,무리야. 저런 괴물을 어떻게 넘어가란 말이야.”
강현은 암살자들이 주춤하는 틈을 타 그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러곤 순식간에 상인 괴한과의 거리를 좁 혔다.
상인 괴한이 허우적거리며 검을 뽑 으려 했으나 강현의 움직임은 상상 을 초월했다.
그야말로 찰나간에 면전 앞까지 붙 어서는 검집으로 얼굴을 후려쳤다. 빠각!
상인 괴한의 고개가 홱 돌아가며 누런 치아가 우수수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한 방으로 갑판에 드러 눕더니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 버렸 다.
정보를 가진 자를 확보했으니 나머 지에겐 볼일 없었다.
다시 마나 블레이드를 펼치고 특유 의 건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물고기 밥이 될 기회는 남아 있다만.”
계속 싸우겠다면 베어 버리겠다.
강현의 뜻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되었다.
압도적인 전력 차를 실감한 암살자 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하나 둘 무기를 떨어뜨렸다.
모두가 전의를 상실한 지 오래였다.
항복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괴한들의 입에서 의외의 말 이 튀어나왔다.
“살려 주십시오. 마나 마스터를 상 대로 어떻게 이깁니까. 마나 마스터 가 있단 말은 없었지 않습니까!”
“나리도 당했지 않습니까! 저희로 선 무리입니다! 할 만큼 했단 말입 니다!”
살려 달라고 비는데 뭔가 말이 이 상했다.
마나 마스터가 있단 말은 없었다? 나리란 자가 당했다?
누군가의 명령에 억지로 습격한 것 처럼 들렸다.
심지어 무릎을 꿇고 비는 자도 있
었다.
“죄,죄송합니다. 다시는 수적질을 하지 않을 테니 제발 살려 주십시 오.”
말소리로 보건데 원래 수적이었던 자들 같았다.
그러던 중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 다.
저들의 눈길이 자신이 아닌,어깨 너머를 지나쳐 허공을 쫓는 게 아닌 가?
강현은 그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로브를 뒤집어쓴 자의 모습 이 눈에 들어왔다.
‘저놈이 명령을 내린 놈이로군.’
강현은 그가 바로 이번 일의 주범 임을 직감했다.
수적들의 눈길이 허공에 닿은 이유 는 놈이 허공중에 떠 있어서였다.
‘마법인가? 아니,비행 능력 스킬 일지도.’
플라이 마법을 쓴 건지,아니면 부 유 스킬을 쓴 건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다른 데 있 었다.
로브 괴한의 손에 심상치 않은 기 운의 구체가 소환되어 있던 것이다. 놈이 마나를 더욱 불어넣자 구체의 크기가 삽시간에 불어나며 집채처럼 부풀었다.
구체의 기운으로 보아 공격 스킬이
나 공격 마법인 것만은 확실했다. 놈의 의도를 읽어 낸 강현이 발검 을 준비했다.
“배를 통째로 날려 버리려는 건 가.”
수적들이 실패하자 본인이 직접 나 선 것이다.
처음에 수적을 내세운 것은 자신의 개입을 감추기 위함이었으리라. 하지만 강현의 등장으로 암살이 실 패했다.
그리고 그 결과 본인이 나설 수밖 에 없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배를 통째로 가라앉히 는 극단적인 수법까지 펼쳤다.
모든 증거와 증인 인멸을 위한 철
저한 실행력이었다.
과우우우!
직후,검은 구체가 요란한 폭풍을 일으키며 날아들었다.
강현은 발검과 동시에 마나폭검을 전개했다.
파파파파파팍!
마나 블레이드의 위력을 실은 마나 파편들이 일제히 로브 괴한에게 적 중했다.
“컥!”
고스란히 마나폭검에 직격당한 로 브 괴한이 끈 떨어진 연처럼 추락했 다.
하지만 검은 구체는 제거되지 않았다.
이미 전개가 펼쳐졌다는 증거였다.
‘이건 막을 수 없겠어.’
강현은 빙백검을 회수하고 뒤편으 로 뛰었다.
어느새 갑판 위로 올라온 김혜림이 검은 구체를 보고 펄쩍 뛰었다.
“강현 씨! 저게 무슨 일이에요?!”
대답할 시간이 있겠냐. 당장 배가 난파되기 직전인데.
강현이 김혜림은 물론이고 황녀 일 행에게 말했다.
“강으로 뛰어.”
“강으로 뛰는 걸로 피할 수 있어 요?”
“글쎄.”
“이 상황에도 글쎄란 말이 나와 요?”
어찌 됐든 검은 구체는 코앞까지 다가왔고 배 위에 피할 곳은 없었 다.
그렇다면 배 바깥으로 뛰는 수밖 에.
결국 강현을 비롯한 모두가 일제히 갑판 밖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검은 구체가 적중하며 커 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과과과과과과!
굉음과 폭발력이 번지면서 등이 화 끈거렸다.
그러나 다행이 등에 불길이 닿기 전에 몸이 물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하지만 물속도 안전하지 않았다. 선박의 파편이나 짐더미 따위가 유탄마냥 물속에 처박혔다.
게다가 폭발의 여파로 물의 흐름이 뒤엉키는 바람에 헤엄치기가 쉽지 않았다.
강현은 자맥질로 무너지는 선박과 의 거리를 벌렸다.
그러던 중 물살에 휘말린 김혜림이 보였다. 기절해 버린 건지 몸에 힘 이 풀려 있었다.
강현은 그녀를 붙들고 수면 위로 올라갔다.
쿠쿠쿠쿠쿠쿠!
수면 위에선 불길에 휩싸인 배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뒤이어 에르델 황녀와 기사들도 머 리를 드러냈다.
살아남은 자는 강현 일행이 전부였 다.
그중에도 호위기사는 라디스트를 포함하여 3명뿐이었다.
에르델 황녀가 헤엄을 치며 외쳤 다.
“각자 물가로 가요! 후속 공격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강현은 후속 공격이 없으리 란 걸 알았다.
로브 괴한은 마나폭검에 직격당했 다.
그런 그가 살아 있을 리 없었다.
검은 구체에만 신경이 쏠려 그 사 실을 모르는 다른 생존자들은 물가 를 향해 헤엄치느라 바빴다.
그나마 근처에 강으로 뻗어 나온 나루터가 있어 금방 물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강현은 나루터에 김혜림을 올린 후 자신도 올라섰다.
“어이,정신 차려.”
김혜림은 좀처럼 깨어나지 않았다. 물을 삼켜도 과하게 삼킨 모양이었 다.
옆에서 거친 호흡을 가다듬던 에르 델 황녀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그 녀의 입과 코에 손을 붙여 보았다.
“숨을 안 쉬는 것 같아요. 인공호 흡을 해야 해요.”
그러더니 자리를 비켜 주는 에르델 황녀 였다.
강현과 김혜림을 연인으로 알았기 에 인공호흡을 맡긴 것이었다.
순간,인공호흡이 거론되자마자 김 혜림의 입꼬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걸 보자마자 강현이 김혜림을 발 로 밀어 도로 물속에 떨어뜨렸다. 기절한 척하던 김혜림이 냅다 연기 를 집어치우고 허우적거렸다.
“어푸어푸! 살려 줘요,강현 씨!”
“헤엄쳐.”
“헤엄 못 쳐요! 꾸르륵! 잘못했어 요! 다신 안 까불게요!”
제대로 혼쭐이 난 김혜림은 싹싹 빈 후에야 나루터로 돌아올 수 있었 다.
강현은 살아남은 자들을 살펴보았
다.
라디스트가 어깨를 크게 다친 것 빼곤 그럭저럭 무사했다.
라디스트는 일그러진 얼굴로 겨우 겨우 입을 열었다.
“당장 근처의 귀족가로 피신하셔야 합니다. 언제 또 다른 습격이 있을 지 모릅니다.”
잠자코 그의 말을 듣고 있던 강현 이 무심하게 한 마디 날렸다.
“머리가 나쁘군.”
“뭐라고? 지금 내게 한 소리더냐?”
강현은 에르델에게 눈길을 주었다.
에르델은 강현의 말을 이해했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진정하세요,라디스트 경.”
“황녀님. 이 작자 덕에 살아나긴 했지만 더 이상의 무례는……
“안타깝지만 라디스트 경의 의견은 별로 좋은 수가 아니에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감 히 황녀님을 습격한 자들입니다. 당 장 수배를 내려야 합니다!”
“제가 살아 있는 걸 알면 또 다른 습격을 해 올 수도 있으니까요. 차 라리 여기서 죽은 척하고 슈타인 백 작가로 가는 게 유리해요.”
배가 침몰하면서 모든 단서가 사라 졌다.
라디스트의 의견대로 수배를 하기 에는 상대의 정보를 아무것도 몰랐 다.
게다가 피신을 한다면 상대에게 황 녀의 생존을 밝히는 셈이 되고 만 다.
크레데릭 강의 골칫거리라는 수적 들까지 이용하는 놈들이다.
황녀의 생존을 알게 되면 무슨 짓 을 할지 몰랐다.
하여 차라리 죽은 걸로 위장하고 조용히 움직이는 게 더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강현이 머리가 나쁘다고 말한 것은 이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했기에 나 온 말이었다.
강현은 라디스트를 보며 말했다.
“검으로도 못 지키고,머리로도 못 지키는군.”
“크옥,더 이상 나를 모욕하면 가 만있지 않겠다.”
“그러든지. 그게 황녀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라디스트는 으르렁거리듯 이를 갈 았다.
하지만 섣불리 검을 들지 못했다.
마스크헬름 거한과의 싸움으로 어 깨가 완전히 뭉개졌다.
가까운 신전에서 치료 받더라도 며 칠간은 요양을 해야 할 만큼의 중상 이었다.
라디스트 외의 기사들도 경중의 차 이가 있을 뿐 다들 치료가 시급했 다.
“황녀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그
럼 부상을 치료할 겸 후발대를 기다 릴 곳을 정해야겠군요.”
그러나 에르델 황녀는 고개를 저었 다.
“아뇨,전 이쪽의 강현 씨,김혜림 양과 함께 먼저 떠나겠어요.”
“네? 그럼 저희는……
“치료를 하셔야죠. 치료가 끝나면 라디스트 경은 후발대와 함께 수적 의 본거지를 찾아 주세요. 어쩌면 우릴 습격한 자들의 단서가 있을지 도 몰라요.”
에르델의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기사들의 회복을 기다려서 시간을 버리느니 먼저 출발하는 게 나았다. 게다가 단순 전력도 호위기사 전원보다 강현이 훨씬 강했다.
전력은 올라가고 인원은 줄어드니 이만한 효율은 없었다.
한데도 라디스트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그럼 저라도 동행하겠습니다. 조 사는 다른 인원과 후발대에 맡기겠 습니다.”
“라디스트 경. 지금 제 명령에 못 따르겠다는 건가요?”
“황녀님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저놈이 배에서 한 일을 보십시오. 황 녀님의 목숨이 위험한 중에도 흥정 을 앞세우던 놈을 어찌 믿겠습니까.”
“그때는 계약 전이었죠. 지금은 슈 타인 백작가까지 절 지켜 주겠다는 계약을 맺었고요. 안 그런가요,강현 씨?”
갑판 위에서 지켜 주는 대가로 이 것저것 받기로 했었다.
어차피 슈타인 백작가에 잠입하려 면 황녀가 필요하고 말이다.
강현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다치지는 않을 겁니다.”
울화통에 가슴을 때리는 라디스트 와 달리 에르델 황녀는 마냥 웃기만 했다.
“후후,참 듬직한 말이네요.”
“아니,적어도라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라디스트 경. 강현 씨는 분명 절 무사히 슈타 인 백작가까지 데려다 줄 테니까요.”
“후우……
에르델 황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 니 뭐라 말은 못하겠고 계속 한숨만 쉬는 라디스트였다.
결국 라디스트를 포함한 기사들은 황녀의 명령을 따르기로 했다. 기사들을 제외한 강현,김혜림,에 르델 황녀만 슈타인 백작가로 향하 기로 정해진 것이다.
강현은 에르델과 김혜림을 데리고 나루터에서 빠져나왔다.
*
강현 일행이 떠나고, 기사들은 응 급처치를 하며 말했다.
“라디스트 경,정말로 황녀님을 보 내도 괜찮을까요?”
강현을 완전히 믿을 순 없다. 제아무리 마나 마스터라지만 그 근 본은 일개 용병에 불과했다.
전적으로 믿고 호위를 맡기기엔 기 사의 자긍심이,높은 콧대가 허락지 않았다.
그들 역시 라디스트라도 뒤따라가 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라디스트는 응급 처지를 마치며 벗 어 둔 제복을 발로 짓눌렀다.
젖은 제복에서 주르륵 물기가 빠져 나오는 가운데 라디스트가 입을 열 었다.
“이 근처에서 가까운 귀족가가 어
디더냐.”
“아마 바티치 남작가가 가까울 겁 니다.”
“바티치 남작가에서 병력을 충원하 고 황녀님을 따라간다. 수적 본거지 수색은 후발대에게 맡기겠다.”
“네? 그러면 명령위반이 되어 버림 니다!”
“상관없다. 황녀님의 신변에 문제 가 생긴다면 네놈이 책임질 테냐?”
“그,그건..
“따라가는 정도로는 모자라. 놈이 보인 모습을 생각하면 온갖 모욕죄 를 적용해도 모자랄 터.”
강현과의 마찰로 자존심이 바닥까 지 떨어진 라디스트다.
단순히 황녀를 따라가는 정도가 아 니라 어떻게든 강현을 끌어내릴 심 산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가까운 귀족가부터 찾아야 했다.
그런데 라디스트 일행이 움직이기 직전,나루터 아래에서 자맥질 소리 가 들려왔다.
첨벙첨벙!
“음,또 다른 생존자가 있었나?”
“확인해 보겠습니다.”
기사 하나가 생존자 확인을 위해 나루터 아래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 순간,그의 머리통으로 메이스 가 날아들었다.
빠각!
메이스 떨어지자 기사의 머리가 수 박처럼 박살났다.
이어서 메이스의 주인이 물속에서 나루터 위로 나타났다.
라디스트를 비롯한 남은 기사들이 그를 목격하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부,분명 강현 놈에게 베였던 게
..!”
아니나 다를까,메이스의 주인은 마스크헬를 거한이었다.
그는 분명 강현의 마나 블레이드에 베여 쓰러졌었다. 아니,베인 것도 모자라 선박의 그 폭발 속에서 살아 남았단 말인가.
빙백검에 당해 갈라진 갑옷 사이로 는 치명상의 흔적 없이 멀쩡한 몸뚱이가 내비치고 있었다.
‘벌써 상처가 아물었단 말인가!’
몸이 정상적일 때도 상대가 안 되 었다.
부상 중에 당해 낼 상대가 아니었 다.
마스크헬를 거한이 경악에 물든 라 디스트와 기사들을 향해 메이스를 내리쳤다.
과직! 과지직!
순식간에 시체 두 구가 추가되었 다.
마스크헬를 거한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중얼거렸다.
“황녀는 도망쳤군.”
뒤이어 물속에서 로브 괴한도 올라
서며 물에 젖은 로브를 벗었다. 그러자 창백한 피부에 갈색 머리칼 의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년이 실실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푸른 검신. 소문의 마나 마스터로 군요. 역시 나리에게도 마나 마스터 는 벅찼던 모양이죠?”
“입 조심해라,쉐인. 머리통이 몸통 에 박히고 싶으냐.”
“이거 무서워서 말이나 하겠습니 까. 그나저나 황녀한테 빙검의 용병 이 붙었으니 섣불리 건드리기 힘들 게 됐습니다.”
“놈들이 슈타인 백작가에 도착하기 전에 친다. 그뿐이다.”
“융륭에게 지원 요청을 하지요.”
마스크헬름 거한이 냅다 메이스를 내리꽂았다.
쉐인이 풀쩍 물러났다.
쿠응!
그가 서 있던 자리로 메이스가 떨어 지며 나루터 바닥이 크게 뭉개졌다.
거한이 마스크헬름 사이로 노기 어 린 눈빛을 내비치며 으르렁거렸다.
“한 번만 더 날 우롱했다간 진짜로 죽여 버리겠다.”
마나유저 상급인 거한이다.
전력으로 따지면 마나 마스터인 강 현을 이길 리 없었다.
하지만…….
쉐인이 힐끗 거한의 어깨를 보았 다.
갑옷의 어깨 부분에 까마귀 문양이 있었다.
저 갑옷을 착용한 채라면 얘기가 다르다.
쉐인은 거한의 자신감이 갑옷으로 부터 비롯되었음을 알아차리곤 입꼬 리를 비틀어 올렸다.
“후후,뭔가 했더니 저주의 갑옷이 었군요.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지요.”
“이미 놈은 저주에 걸렸어.”
“흐음…… 다 좋은데 병력이 좀 아 쉽습니다.”
거한은 쉐인의 스킬을 알고 있었 다.
단번에 말뜻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 다.
“네 스킬로 보충해라.”
쉐인이 빙글거리며 수면을 향해 손 가락을 까딱였다.
쉐인의 손짓에 맞춰 수면에 둥둥 떠 있던 시체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