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31화 (31/381)

31

지옥까마귀 사체 뒤편으로 출구가 생겨났다.

웨이브 공략이 끝난 것이다.

김혜림이 부상자들을 추스르는 사 이,강현은 지옥까마귀에게서 전리 품을 추출했다.

난이도가 높다곤 하나 그래 봤자

S랭크 웨이브에서나 나오는 몬스터 다.

여태껏 강현이 얻어 왔던 것들에 비해 떨어지는 전리품들이 나왔다.

[쉬아나의 모자] 등급 : A

타입 : 모자

특성 : 거목숲의 마녀 쉬아나가 사 용했다던 모자. 모자를 쓰고 있는 동안 나무 계열 스킬에 소모되는 마 나가 2할 줄어든다.

[크로우 보우]

등급 : A

타입 : 활

특성 : 지옥까마귀의 부리를 연마 하여 만든 활. 강도는 미스릴에 버 금가며 사용자의 마나 소모량을 2할 줄여 준다. 단,마나소모량 감소 효 과가 적용되는 건 화살 스킬뿐이다.

강현이 가진 빙백검의 속성은 물

계열에 속한다.

나무 계열 스킬에만 효과가 적용되 는 쉬아나의 모자는 당장 필요하지 않았다.

후에 다른 물품으로 교환하거나 상 점에 파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또 다른 전리품인 크로우 보우를 살펴보고 있는데 옆에서 애절한 시 선이 느껴졌다.

김혜림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강 현을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물거리 는 입 모양만으로도 그 속을 알 수 있었다.

강현은 그 시선에 아랑곳 않고 아 공간 주머니에 크로우 보우를 반쯤 밀어 넣었다.

그러자 김혜림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나 활 부러졌는데……

꾸물거리는 말투에서 코맹맹이 소 리가 섞여 나왔다.

활을 가지고는 싶은데 달라고는 못 하겠고.

흡사 강아지가 귀를 접고 꼬리를 내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강현은 활을 밀어 넣다가 말했다.

“가지고 싶나?”

다시 김혜림의 표정이 해맑아졌다.

“네! 주세요!”

“경험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도 내 활…… 아! 맞다!”

김혜림이 문득 떠올랐다는 듯 배낭 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펼쳤다.

“혹시 몰라서 부상자들한테서 서면 받아 놨어요. 잘했죠?”

“글쎄.”

“아이 정말! 그놈의 글쎄! 저 이번 에 사신을 몇 번이나 붙잡아 뒀는지 알아요?”

“세 번이었지.”

활을 주니 마니를 두고 밀당이 이 어지고 있었다.

이쯤 되니 김혜림도 놀리고 있음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농락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김혜림이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손을 내밀었다.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죠?”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활을 빼 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세 번이나 사신을 붙잡아 두었던 그녀다.

울라임 숲에서 많이 고생한 것임은 분명했다.

활을 받을 자격은 충분했다.

‘덕분에 명계의 서를 얻기도 했고.’ 무엇보다 강현은 명계의 서라는 귀한 스킬북을 얻었다.

명계의 서란 경험치 스킬을 얻은

이상 누구도 강현의 레벨 업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필요 경험치가 얼마든 간에 3일마

내밀었다.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죠?”

강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활을 빼 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세 번이나 사신을 붙잡아 두었던 그녀다.

울라임 숲에서 많이 고생한 것임은 분명했다.

활을 받을 자격은 충분했다.

‘덕분에 명계의 서를 얻기도 했고.’ 무엇보다 강현은 명계의 서라는 귀한 스킬북을 얻었다.

명계의 서란 경험치 스킬을 얻은

이상 누구도 강현의 레벨 업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필요 경험치가 얼마든 간에 3일마

다 1레벨씩 오르는데 누가 따라붙을 수 있겠는가.

한편 미뤄 두었던 의문이 다시금 떠올랐다.

‘히든 시스템은 뭘까. 대체 누가 무엇을 위해 만든 거지?’

각성의 서를 얻음으로서 적용된 히 든 시스템.

알고 있는 거라곤 테라 시스템을 부정하는 점으로 가득하다는 것뿐이 다.

어쨌든 강현의 레벨 업에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마음껏 활용해 줄 생각이 었다.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한다.

그게 이 세상,아니 그 위에 있는 것일지라도.

강현은 의문을 가슴 한켠에 밀어 두며 김혜림,부상자들과 함께 웨이 브 밖으로 나갔다.

*

웨이브 공략을 마치고 나온 강현과 김혜림은 베이커 자작과 조우했다. 베이커 자작은 강현을 목격하자 잔 뜩 경계심을 드러냈다.

“강현 군. 내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네.”

“루카스에 관한 이야기입니까?”

“그래,자네도 알고 있군. 루카스는

자네를 극악무도한 범죄자라 하였 네. 근데 확인해 보니 발데스 시에 지명수배서가 붙었다가 다시 떼어졌 다더군.”

강현이 웨이브에 입장한 직후,루 카스가 도착해선 베이커 자작에게 온갖 거짓을 늘어놓았다.

강현이 얼마나 악독한 놈이며,그 를 반드시 처단하기 위해 여기까지 쫓아왔다느니 하는 말들을 말이다. 베이커 자작은 신중한 성격인지라 전후 사정을 정확하게 확인하고자 했다.

강현은 짧게 루카스와의 관계를 설 명했다.

“단순한 은원관계였습니다.”

“은원은 해결되었나?”

“그 부분은 기사들에게 듣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강현이 뒤를 돌아보자,부상자들이 앞으로 나서 그간의 사정을 사실대 로 보고하였다.

베이커 자작은 동료를 서슴없이 희 생시킨 록스,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루카스의 얘기를 듣고 눈에 띄게 실 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흐음,록스 경이 그랬단 말인가. 허,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건만. 루카스의 일은 내가 처리함세. 다만 극진한 대접은 무리겠군. 이유는 말 하지 않아도 알 거라 믿네.”

강현이 웨이브 공략을 해 준 것은

맞다.

허나 영지의 안위가 걸린 일에 개 인적인 은원을 끌어들인 것 또한 사 실이 었다.

베이커 자작은 사례금을 내밀고 말 했다.

“300골드일세. 받고 바로 떠나게 나. 자네는 이 영지의 웨이브 공략 에 참가하지 않았던 걸로 하세.”

강현의 웨이브 공략 사실을 침묵한 다.

이는 곧 루카스가 웨이브 공략을 돕다가 사망한 걸로 치자는 뜻이었 다.

강현은 뒤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 고,베이커 자작도 뒤처리를 하기 쉬워지는 방책이었다.

웨이브를 해결해 준 강현에게,베 이커 자작이 해 줄 수 있는 최대의 배려였다.

강현으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

강현과 김혜림은 바로 베이커 영지 를 떠났다.

그리고 며칠 동안은 계속 움직이며 베이커 영지에서 멀어지는 데에만 집중했다.

이동하는 내내 베이커 자작령의 웨 이브와 루카스의 사망에 관련된 소 문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 어떤 소문에도 강현은 거론되지 않았다.

베이커 자작이 일을 잘 처리한 모 양이었다.

“헤헤,새 활이다.”

베이커 영지에서 남쪽으로 떠나는 내내 김혜림이 헤실헤실 웃어 댔다. 새 활을 얻은 게 무척 좋은지 자 꾸만 등에서 꺼내 살살 살펴보길 계 속했다. 심지어 손때라도 탈까 싶어 장갑까지 새로 샀다.

“헤헤,내 첫 보구 무기라네? 크로 우 보우라네?”

습관적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김혜림이었다.

기분 좋을 때마다 나오는 소리다.

강현은 걷는 속도를 높였다.

평소 같으면 종종걸음으로 따라올 텐데 활에 정신이 팔려 강현과의 거 리가 멀어지는 것도 모르는 김혜림 이었다.

50미터쯤 거리가 벌어지고 나서야 김혜림이 헐레벌떡 다가와선 볼을 부풀렸다.

“말도 없이 먼저 가면 어떻게 해 요?”

“평소대로 걸었어.”

“아하,제가 활에만 신경 써서 그 런 거죠? 강현 씨한테도 좀 더 신 경 써 드릴까요?”

“평소보다 헛소리가 심해졌군.”

“그나저나 이제 어디로 갈 거예

요?”

“몽발리.”

“이번에는 대도시로 가는 거네요.”

몽발리는 빌로스 제국 북부에서 가 장 큰 도시이자 메델 후작이 관할하 는 도시였다.

연일 시장이 설 정도로 상업이 발 달했으며 기사 아카데미와 마법사 길드,시립 도서관 등 교육시설부터 극장,박물관 등의 문화시설까지 구 축되어 있었다.

시설이 다양하고 인구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정보도 많다는 게 된 다.

“거기서 정보를 얻어서 최근 급격 하게 가세가 기운 귀족가를 찾는다.”

“이번에는 정보 수집이 주목적이군 요.”

“확인 차 물어두지. 또 따라올 생 각인가?”

“뭘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어느덧 김혜림의 레벨은 48에 달 했다.

이제는 A급 활과 A급 스킬도 있 으니 자작가의 기사단 정도는 들어 갈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사단에 들려는 기 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강현은 굳이 동행하는 이유를 묻진 않았다.

묻고 싶지도 않았고 물을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한 마디는 해야 될 것 같 았다.

“쏘기도 전에 닮아 없어지겠군.”

또 활을 꺼내 감상하던 김혜림이 뜨끔하곤 얼른 등에 매었다.

*

어느 백작가 저택 안.

별채에 마련된 독실에 제복 복장의 사내가 들어섰다.

방금까지 영지 회의에 있었던 사내 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가 무색하게,독실

에 들어서는 순간 더할 나위 없이 차가운 인상으로 바뀌었다.

사내는 등불에 불을 붙이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사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림자 에서 사람이 솟아났다.

전신에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 이었다.

그가 제복 사내에게 서신을 건넸 다.

“급전입니다, 지부장님.”

제복 사내가 밀랍 봉인을 확인했 다.

봉인에는 네 마리의 용 문양이 찍 혀 있었다.

조직에서 보안을 구분하는 문양이 다.

최대 다섯 마리로 보안성을 표현했 다.

용이 네 마리라는 건 그만큼 중요 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뜻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제복 사내는 봉인을 뜯어 서신의 내용을 확인했다.

[최강현이란 자가 이하나와 다미안 을 척살했다. 조직을 노리고 움직이 는 게 확실하다. 귀족 혹은 왕족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나 마스터의 경지라고 하니,각 지부장 은 놈이 관할 구역에 접근시 섣불리 제거하지 말고 배후를 캐내도록.]

최강현이란 이름 석 자가 유달리 눈에 들어왔다.

사내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리나 싶 더니 이내 곧 제자리를 되찾았다.

“서신은 확실히 수령했다. 명령대 로 움직이겠다고 전해라.”

“네. 그리고 부단장께서 계획은 어 떻게 되어 가는지 궁금해하셨습니 다.”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 아뢰도 록、”

“알겠습니다.”

로브 사내가 고개를 조아리고 다시 그림자를 통해 사라졌다.

제복 사내는 유리병 안에서 은은하

게 흔들리는 등불을 보며 눈을 가늘 게 여몄다.

“살아 있었나,최강현.”

사내는 알고 있었다.

강현은 조직을 노리는 것이 아니 다.

단순히 복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을 뿐.

친구라며 미적지근하게 들러붙던 무지렁이가 독을 품은 모양이다. 하지만 제복 사내,아니 최진철에 겐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는 조직에 들어옴으로서 더 큰 야망이 생겼다.

오래전에 버린 쓰레기 따위에 할애 할 여유 따윈 없다.

유리병 안에 서신을 집어넣자 삽시 간에 타들어 갔다.

서신이 재가 되어 촛물에 녹아들 즈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도미닉 경. 시간 괜찮으신가요?”

도미 닉.

현재 최진철이 뒤집어쓴 가명이었 다.

‘경’이란 호칭에서 그의 잠입 신분 이 기사임을 알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아가씨.”

밤늦게 기사의 침실에 찾아온 백작 가의 아가씨.

체면을 불구하고 먼저 침실을 찾아

올 정도로 최진철에게 빠져 있는 여 자였다.

단순히 최진철에겐 임무의 일환으 로 꼬신 것일 뿐이지만 말이다.

최진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

베이커 영지에서 몽발리까지는 열 홀이 걸렸다.

관광 도시인 발데르도 제법 크다 여겼는데 몽발리에 비교하면 시골 수준이었다.

그 정도로 몽발리의 규모는 어마어 마했다.

거리에는 5층 건물은 물론이고 10 층 건물들이 즐비했다.

곳곳에는 엘프,드워프 등 인외종 족까지 활보하고 있었으며,치안 또 한 타 영지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강현과 김혜림 둘 다 대도시는 처 음이었다.

강현은 변함없이 무뚝뚝한 반면 김 혜림은 감탄하기 바빴다.

“강현 씨 강현 씨. 저기 봐요. 드 워프예요. 나 인외종족은 처음 봤어 요.”

“커피 파는데도 있네요. 까르르,이 름이 스타박스래요. 저거 분명 이세 계인이 주인일 거예요.”

“엘프도 있네. 어찜 저리 예쁘지? 앞만 보지 말고 한번 보라니까요.”

“관심 없어.”

“예쁜 여자한테 관심 없어요?”

“너한테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

지 않나?”

김혜림은 잠시 동안 강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나름대로 강현의 말뜻을 해 석하곤 입이 크게 귀에 걸렸다.

“저 엘프급이에요?”

강현은 한심하단 눈빛으로 김혜림 을 보았다.

“긍정도 그 정도면 병이군.”

“방금 자기가 그렇게 말해 놓고.”

“내 눈엔 오징어나 열대어나 똑같 은 물고기로 보인다는 말이지.”

“설마 제가 오징어는 아니겠죠?”

“그럼 엘프 보고 오징어라 할까?”

귀에 걸려 있던 입꼬리가 순식간에 원위치로 돌아갔다.

대신 여느 때처럼 그녀의 볼이 빵 빵하게 부풀었다.

김혜림의 볼이 부풀어 오르는 걸 보고 복어라 할까 싶었지만 딱히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그보다 몽발리에 도착했으니 미뤄 왔던 일부터 처리해야 했다.

강현은 거리를 걷다가 이발소로 들 어섰다.

“머리 자르려고요? 아직 그렇게 긴

것 같진 않는데.”

“염색.”

“아? 다시 흑발로 한다고 했었죠. 그럼 전 숙소를 잡아 둘게요.”

말을 마친 김혜림이 손을 불쑥 내 밀었다.

숙소를 포함한 모든 여행 경비는 각각 부담했기에 숙소비를 달라는 것이었다.

강현은 50실버를 주었다.

1박에 50실버 이하의 숙소를 잡으 라는 뜻이었다.

늘 있는 일이기에 김혜림은 50실 버를 손에 쥐고 숙소를 찾아갔다. 그녀와 떨어진 강현은 도로 흑발로 염색을 했다.

변장을 위해 잠깐 동안 금발로 염 색했지만 역시나 흑발이 더 익숙하 고 편했다.

염색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말을 탄 제복 차림 사내들이 다가왔다. 사내들 중 갈색 콧수염의 중년인이 강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자네가 최강현인가?”

강현은 사내의 제복에 새겨진 문양 을 보았다.

문양을 본 순간 이곳을 다스리는 몽빌라 후작의 기사단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붉은 실로 수놓은 사슴뿔 문양.

제국 10대 기사단 중 하나를 보유 한 빌토르 백작가의 기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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