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9화 (29/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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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백검이 노린 목표는 다미안의 다 리였다.

우선 놈의 도주를 막기 위해서였 다.

쨍!

한데 빙백검이 다미안의 다리를 잘 라내는 순간,방패 모양의 아지랑이 가 피어나며 빙백검을 막아 냈다. 다미안이 지닌 방어 스킬이거나, 보구의 능력인 듯했다.

강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방패를 베 어 냈다.

하지만 방패를 썰어 버리며 검격의 궤도가 살짝 틀어져 버렸다.

때문에 원래 노렸던 허벅지가 아닌 종아리 뒷부분을 베고 말았다.

“커억!”

다미안의 비명이 크게 메아리쳤다.

그럼에도 그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도망을 치려 했다.

쐐액!

순간,강현은 바로 뒤를 돌아보았 다.

다미안을 베던 사이,록스와 루카 스가 던진 창이 코앞까지 날아와 있 었다.

너무 뒤늦은 판단이었을까?

창이 당장이라도 강현을 꿰뚫어 낼 듯했다.

한데,강현이 몸을 살짝 비트는 것

만으로 두 자루의 창이 허무하게 빗 나가 버리고 말았다.

왜곡 스렛의 효과였다.

그 사실을 모르고 창의 적중을 확 신한 록스와 루카스가 눈을 동그랗 게 떴다.

“빗나갔어?”

“말도 안 되는 소리!”

그사이 다미안은 수풀 너머로 빠져 나가 버렸다.

“도망쳤나.”

강현은 놈을 추격하는 대신 다른 곳으로 신경을 나누었다.

다미안은 다리를 절룩이는데다 출 혈까지 있으니 금방 따라잡을 수 있 었다.

지금은 록스와 루카스가 제일 번거 로웠다.

“최강현부터 쳐라! 부상자들은 신 경 쓸 거 없다!”

록스와 루카스를 비롯한 기사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한편 한쪽에선 김혜림이 사신을 피 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강현은 빙백검 손잡이를 고쳐 쥐고 말했다.

“잠깐 동안 사신을 맡아.”

바닥을 굴러다니며 낫을 피하던 김 혜림이 먼지 먹은 소리로 외쳤다.

“얼마나요!”

“30 초.”

30초 만에 록스와 루카스를 처리

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록스와 루카스에게 이만한 치욕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눈썹을 꿈틀거리며 검에 마나를 부여했다.

“건방진 놈! 당장에 포를 떠 주 마!”

“목이 떨어져도 같은 소리를 지껄 여 보거라!”

강현도 빙백검에 마나를 씌웠다.

빙백검에 마나가 더해지며 마나 블 레이드가 펼쳐졌다.

선명해진 마나의 윤곽을 목격한 록 스와 루카스가 눈을 부릅떴다.

“마,마나 블레이드!”

“마나 마스터라고?”

하지만 벌써 거리는 좁혀질 대로 좁혀진 후였다.

마나 블레이드가 둘 중 앞쪽에 있 던 록스에게 닿았다.

록스는 급히 두 발을 땅바닥에 붙 이며 검을 가로로 들어 올렸다. 과 연 기사단장다운 날랜 반응이었다. 그러나 강현과의 힘의 격차가 너무 컸다.

빙백검이 록스의 검을 오오라째로 잘라 내고 가슴까지 베었다.

“크어억!”

강현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 다.

빙백검의 오오라가 부서지며 마나 폭검이 전개되었다.

마나 블레이드의 파편들이 뒤따르 던 기사들에게 쏟아졌다.

갑작스런 마나 파편 세례에 루카스 가 방패막이로 기사 한 명을 잡아당 겼다.

퍼퍼버벅!

마나 파편이 훑고 지나간 후 기사 들의 몸뚱이가 털썩털썩 바닥에 널 브러 졌다.

방패로 삼았던 기사가 쓰러지자 루 카스의 모습도 드러났다.

루카스는 주변에 그득한 아군의 시 체를 보고 안색이 퍼렇게 질려 있었 다.

쥐고 있던 검은 바닥에 떨어트렸고 다리는 사시나무마냥 떨어 댔다.

절대적인 무위를 직접 겪고 나서야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루카스가 두려움에 젖은 얼굴로 뒷 걸음쳤다.

“네,네 녀석…… 정말로 용병이 냐?”

강현은 대답 대신 빙백검을 들었 다.

루카스와 말을 섞을 틈조차 아까웠 다.

높이 올라간 빙백검이 떨어질 찰 나,루카스가 다급하게 협상을 하려 했다.

“조,좋아! 더 이상 널 건드리지 않겠다! 그러니 검을 거두……

서격!

강현은 루카스의 말에 흥미 한 점 비치지 않았다.

일개 용병에 불과한 자가 귀족가의 자제를 죽인 것이다.

이는 발데르 자작가는 물론이고 제 국의 모든 귀족들을 적으로 삼을 막 한 대역죄였다.

허나 지금의 경우는 딱히 문제될 게 없었다.

루카스가 강현에게 집착한 건 어디 까지나 공략 방해에 해당된다.

이미 루카스가 웨이브에 들어온 순 간부터 명분을 준 바나 마찬가지였 다.

그간의 정황들은 남은 부상자들이

알아서 증언해 줄 터.

강현은 다음으로 김혜림에게 시선 을 돌렸다.

그녀는 단검을 번갈아 가며 힘겹게 낫을 막아 내고 있었다.

“아이고,나 죽네! 아직 멀었어 요?”

강현은 널브러진 시신 사이를 가로 지르며 단숨에 사신과의 거리를 좁 혔다.

그리고 놈의 품 안에 파고드는 즉 시 허리를 비틀며 빙백검을 내질렀 다.

사신의 목에 빙백검이 적중했다.

그러나 사신에겐 반사 능력이 있었 다.

단번의 공격으로 놈을 쓰러뜨릴 수 는 없었다.

단 한 번의 공격이었지만 사신은 위험성을 느꼈음인지 낫을 강현에게 로 겨누었다.

김혜림이 뒤로 물러나고 강현과 사 신의 공방이 이어졌다.

차앙! 챙! 채앵!

검과 낫이 어지럽게 얽히고설켰다.

검의 궤적 위에 낫의 궤적이 포개 지고,낫의 궤적 위에 검의 궤적이 포개지길 반복했다.

동쪽 호수에서처럼 수차례 공방이 이어지나 싶더니 이내 곧 사신의 반 사 능력이 사라졌다.

반사 능력을 잃은 사신은 낫을 든

스켈레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 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신의 두개골도 다른 이들의 시신 옆을 구르게 되었 다.

사신도 처리가 끝나자 김혜림이 달 려왔다.

“다미안이 냇가에 뛰어들었어요! 물살을 타고 가려는 것 같아요!”

강현이 사신을 상대하는 사이 다미 안을 쫓은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눈 치 하나는 알아줄 만했다.

강현이 다미안이 도망친 방향을 향 해 달리며 말했다.

“부상자들 데리고 숲 중앙으로 가. 볼일을 마치면 그리로 가지.”

“그렇게 할게요. 나중에 봐요.”

부상자들을 김혜림에게 맡기고는 다미안을 쫓기 시작했다.

*

냇가까지 도망쳐 나온 다미안은 적 당한 크기의 나무 조각을 비트판 삼 아 물살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빠른 물살을 타고 내려가다 숲 중앙 부근에 다다랐을 즈음 물으 로 나왔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는 몸짓으로 근 처 바위에 주저앉았다.

추위와 출혈 상태가 겹치면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괴물 같은 놈. 구름 방패를 무시하고 베어 낼 줄이야.”

베이커 자작가에는 마나유저 초급 의 현지인으로 위장하고 입단했지만 사실 그는 이세계인이었다.

그리고 그가 가진 구름 방패는 마 나유저 상급의 공격도 막아 낼 높은 방어력의 A급 스킬이었다.

한데 강현의 경지가 설마 마나 마 스터일 줄이야.

그 말은 즉 강현의 공격 스텟이

200이상이라는 뜻이었다.

“그 레벨에 그 스렛이 가능할 리 없을 텐데……

보통 레벨 60대 중반이면 공격 스 렛이 60? 80쯤 된다.

밸런스를 위해 공격 스텟만 올리는 게 아니라 마나 스텟도 함께 올려야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영약을 서너 개를 습득한 자들이나 마나유저 상급에 들어설 수 있었다.

한데 최강현은 고작 60대 레벨인 데도 마나 마스터의 상징인 마나 블 레이드를 전개했으니…….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했다.

하지만 지금 강현의 정체를 팔 여 유는 없었다.

“한시라도 이곳을 벗어야 해.”

다미안은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한데 다미안이 숨은 바위 뒤편에서 다른 그림자가 솟아났다.

갑자기 오싹함이 등골을 타고 흘렀 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위를 보니 바 위를 밟고 누군가 서 있었다.

다미안의 표정이 새하얗게 얼어붙 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강현은 록스와 루카스뿐만 아니라 사신까지 상대해야만 했다.

분명 상당한 시간 소모가 필요했을 텐데…….

강현은 괴물 같은 놈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있 단 말인가!’

강현이 아래로 뛰어내리며 빙백검

을 내리쳤다.

빙백검이 다리를 가격하는 순간, 다미안은 재빨리 구름 방패를 전개 시켰다.

그러나 낙하 속도에 내리치는 힘까 지 더해진 빙백검의 검격이다.

구름 방패가 여지없이 갈라지고 다 미안의 다리가 잘려 나갔다.

팔이 베였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 전신을 타고 홀렸다.

“끄아아악!”

강현은 무표정으로 빙백검을 들이 밀었다.

“다음은 목이다.”

다미안은 분노 어린 눈길로 강현을 노려보았다.

“크으으,어디서 보낸 놈이더냐?”

강현의 실력은 일개 용병의 수준이 아니었다.

뒷배로 귀족이나 왕족이 있어 전폭 적인 지원을 받았을 것이었다.

“그게 중요하던가?”

강현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 다.

그 편이 정보를 캐내기 쉬웠다.

다미안은 강현이 나타난 곳을 잠자 코 생각하다 얼굴을 구겼다.

“발데르 시…… 그렇군. 이하나 그 계집이 날 팔았던 거였어. 빌어먹을 년.”

“그녀는 이미 죽었지.”

“목적이 뭐냐?”

“최진철.”

“나 같은 말단이 지부장의 위치를 알거라 생각하나?”

다미안은 조직의 뒤를 쫓는 어떤 집단에서 강현을 파견한 것이라 지 레짐 작했다.

그런 만큼 조직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여기 고 생각 없이 뱉은 것이었다.

강현이 소속을 애매하게 밝힌 것이 유효했다.

어쨌든 이 말로도 어느 정도 사실 을 유추할 수 있었다.

‘최진철은 적어도 지부장의 위치에 있다는 건가.’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조직 내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건 상관없다.

놈이 세상 끝에 있더라도 찾아낼 것이다.

강현은 빙백검을 겨누고 더욱 냉정 하게 밀어붙였다.

빙백검이 다미안의 목에 닿았다.

“할 말이 없다면 베는 수밖에.”

다미안은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가

다듬었다. 자신 역시 수차례의 사선 을 넘은 베테랑이다.

하지만 몸이 절로 두려움에 잠겼 다.

차갑게 닿는 강현의 시선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놈에게는 협상이 통하지 않

을 것이다.

차가워 보이는 인상은 오로지 목적 을 향해 나아갈 뿐인 화염차나 마찬 가지였다.

완전히 독한 놈에게 걸려 버렸다.

“하아하아,지부장급은 계속 신분 을 바꾸지. 게다가 직접 명령도 내 리지 않아.”

“하지만 넌 최진철의 본명을 알고 있지.”

신분을 계속 바꾸는데 본명을 안다 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만큼 최진철과의 친밀함에 대해 증언한 셈이다.

강현의 화술에 말려든 다미안은 할 말을 잃었다.

빙백검 끝이 다시금 다미안의 목 거죽을 저몄다.

목줄기에서 올라오는 싸늘함에 다 미안이 마른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 다.

“그,그가 지부장이 되기 전에 잠 깐 함께 행동했던 게 전부다. 지부 장이 된 후론 본 적 없어.”

“함께 행동했다?”

“예전 빌토르 백작령에 물건을 전 달하는 일이었지. 그때 열흘 정도 함께했을 뿐이야.”

빌토르 백작가.

얼마 전 올롬보르의 웨이브 공략을 실패한 두 기사단 중 하나였다.

그로 인해 생겨난 베킨스 던전을

자신이 공략하지 않았던가.

무려 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 는 기사단이다.

SS랭크 웨이브 공략 정도는 해낼 수 있는 전력인 셈이다.

그 정도 전력이 어째서 실패했나 했더니,역시나 조직이 개입한 모양 이었다.

‘빌토르 백작가가 웨이브 공략에 실패한 건 올롬보르 때가 처음일 텐 데……. 그렇다면 시간상으로는 한 두 달 이내였겠군.’

아마 1,2개월 전에 빌토르 백작가 에 있는 조직원에게 물건을 전달한 것 같았다.

그때까진 최진철이 다미안과 함께

움직였으니, 지부장이 아니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지부장이 된 건 최근의 일이라는 뜻이다.

무언가 높은 실적을 내서 가능한 승진이었을 터.

조직의 목적은 귀족들의 몰락이다. 그렇다면 최근 웨이브 등의 피해를 입은 귀족가를 중심으로 단서를 찾 으면 된다.

‘말단치곤 제법 많은 단서를 얻었 군.’

더 이상 다미안에겐 볼일 없었다. 목적을 이룬 강현이 그의 목을 치 려 했다.

“잠깐!”

단편적인 정보만 뱉으며 빠져나갈 기회를 엿보던 다미안이었다.

한데 생각보다 강현의 질문이 짧았 다.

다미안이 이를 갈며 말했다.

“어째서 현지인들 따위의 부림을 받는 거지? 우린 선택받은 자들이 다. 이곳의 새로운 지배자로서 신에 게 선택 받은 존재란 말이다.”

강현이 귀족가 또는 황족 소속이라 고 믿는데서 오는 힐난이었다.

신의 선택이라…….

그것이 바로 조직의 이념인 듯했 다.

강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 다.

대신 단번에 다미안의 목을 베어 냈다.

툭!

다미안을 처치한 강현이 무덤덤하 게 내뱉었다.

“그렇다면 신이란 놈은 얼빠진 녀 석이겠군.”

기껏 선택한 자들이란 게 우리 같 은 이세계인들이라면 말이야.

강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최진철에 대한 단서를 얻음으로써 볼일은 끝났다.

이젠 웨이브에서 나가는 일만 남았 다.

방금 다미안의 처치로 보스 등장 조건이 충족되었다.

‘록스와 루카스 무리 7명에 다미안 까지 해서 8명,게다가 사신까지 잡 았었지.’

19, 050포인트에서 사신 한 마리, 사람 8명이 추가로 죽었다.

포인트로 환산하면 11, 000포인트 다.

하늘의 유리구슬에는 ‘30, 000/30, 000’ 이란 수치가 새겨져 있었다.

조건 충족에 따라 유리구슬에 균열 이 일어나더니 이내 곧 산산이 부서 졌다.

유리 파편들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구슬 안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갸악!”

집채만 한 몸집,검은 날개와 붉은 안광,몸 주위에서 피어나는 검은 오오라,그리고 세 개의 머리.

칼바람을 일으키는 날개와 세 가지 능력을 가진 까마귀.

S랭크 웨이브에서 나타나는 보스 몬스터 중 가장 악명 높은 지옥까마 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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