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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27화 (27/381)

27 화

빙백검이 사신의 팔을 강하게 내리 쳤으나 검날은 사신의 팔에 닿지 않 았다.

더하여 마나 블레이드의 힘이 그대 로 강현에게 반사되었다.

김혜림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강현이 언제부터 마나 블레어드를 사용할 수 있었지? 아니,그 사실은 둘째치더라도 마나 블레이드를 이룰 만큼의 힘이 강현에게로 반사되었 다.

제아무리 강현이라 해도 즉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눈을 떴을 때 김혜림의 예

상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퉁! 투응!

강현이 연신 빙백검을 휘두르며 사 신과 공방을 펼치고 있었다.

빙백검과 낫이 어지럽게 뒤섞이는 가운데 점점 강현이 사신의 몸을 가 격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한데 이상하게도 강현은 반사 효과 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격을 이어 갔다.

심지어 검을 휘두르다가 한 손을 뻗어 김혜림을 뒤로 밀어내기까지 했다.

“거치적거려.”

김혜림은 뒤로 물러나면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마나 블레어드를 쓰는 것도 모자라 반사 능력까지 무시한다고?

오늘 확인한 것만 해도 독 면역에 마나 블레이드,반사 능력 무효화다. 이 남자는 대체 얼마나 날 놀랠 셈인 거야!

김혜림은 가까스로 생각을 정리했 다.

가만 생각해 보니 반사 능력 무효 화를 어디서 얻었는지 감이 왔다.

‘베킨스 던전에서 얻은 거였구나. 도통 말을 안 해 주니 알 수가 있 어야지.’

그녀의 추측대로 반사 능력을 무효 화시키는 능력은 쉐도우 리프의 외갑 효과였다.

당시 사마귀를 닮은 던전 보스인 쉐도우 리프의 전리품으로,반사 데 미지 면역 효과가 있었다. 그사이에도 강현은 사신에게 공격 을 하나둘 적중시키고 있었다.

비록 사신의 반사 효과가 무효화되 고 있었지만,강현의 공격 역시 아 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그래도 계속 공격해야 했다.

반사 능력도 실드의 일종.

공격하다 보면 분명히 실드가 걷힐 것이었다.

그렇게 연이어 공격을 계속하던 중 마침내 빙백검이 사신의 팔을 잘라 냈다.

서격!

사신의 팔 절반이 잘려 나가고 잔 해가 떨어졌다.

드디어 반사 능력이 걷힌 것이다.

한쪽 팔이 떨어진 사신은 낫을 제 대로 들지 못했다.

낫 끝이 기울어지자 강현은 놈의 품 안으로 파고들며 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빙백검이 사신의 두개골에 닿았다.

검날이 아닌 검면으로 쳐냈기에 사 신의 두개골이 옆으로 돌아갔다. 강현이 사신의 움직임을 봉쇄한 채 김혜림에게 외쳤다.

“쏴 버려.”

한쪽에 물러나 있던 김혜림이 얼른

시위를 당겼다.

어째서 강현이 마무리를 양보하는 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로선 기여도 를 얻을 수 있기에 망설임 없이 애 시드 에로우를 날렸다.

퍼억!

애시드 에로우가 사신의 두개골에 적중했다.

치지직!

화살의 산성 효과에 두개골이 홀러 내리며 사신의 목숨이 끊어졌다. 놈을 쓰러트리자 백골이 와르르 무 너져 내리고 그 위에 사신의 망토가 펄럭이며 가라앉았다.

망토에 감도는 푸른빛에 손을 올리 고 전리품을 추출하자 손바닥 크기만 한 사각형의 푸른 보석이 나왔 다.

강현은 푸른 보석에 감정서를 붙여 보았다.

[사신의 영혼석]

등급 : 히든

타입 : 열쇠

특성 : 사신의 영혼이 갇힌 보석. 울라임 숲의 유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과연 전리품은 유적 문을 여는 열 쇠 였다.

경험치는 레벨 70대 중반의 몬스 터 정도로만 획득되었다.

반사 능력이 거슬릴 뿐,전투력이 그리 높지 않았으니 얼추 납득이 가 는 경험치였다.

전리품을 확인하는데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김혜림이 보였다.

“웬일로 기여도를 다 챙겨 주신 데.”

강현답지 않은 모습에 신기함과 기 대감으로 뒤섞인 얼굴로 대답을 기 다리는 김혜림이었다.

사실 강현으로선 유적 입구의 문구 가 신경 쓰여 마지막 공격을 미룬 것이었지만 굳이 속뜻을 알려 줄 필 요는 없었다.

“글쎄.”

“강현 씨는 항상 대답하기 싫을 땐

글쎄라고 하시더라.”

“글쎄.”

“아,아까 급해서 바보라고 한 거 때문에 일부러 놀리는 거죠? 맞죠?”

강현이 처음 사신을 공격할 때 김 혜림이 급하게 뱉은 말이었다.

그를 두고 심술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강현은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 김혜 림을 힐끗 보며 말했다.

“글쎄.”

뒤편에서 김혜림이 발끈했지만 강 현은 신경 쓰지 않고 물속으로 들어 갔다.

다시 유적 입구에 다가가 사신의 영혼석을 끼워 맞추니 문이 열렸다.

문틈이 살짝만 벌어졌음에도 몸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간이 뒤틀리며 시야 역시 흐트러 졌고,흐트러진 시야가 퍼즐 조각 맞추듯 재조립되더니 어느덧 유적 안에 들어와 있었다.

유적 내부에는 대리석 바닥에 높은 기둥이 늘어서 있었다.

그 외에는 휑하기 그지없는 곳이었 다.

유적 한가운데에는 거치대 하나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 위에 금색 표지 의 스킬북이 올려져 있었다.

강현은 스킬북을 펼쳐 내용을 확인 했다.

[명계의 서 (?)]

[습득할 경우 명계의 흐름이 적용 되어 시간당 경험치가 1퍼센트씩 오 튼다. 단,사신을 죽인 자는 사신의 저주를 받아 스킬북을 습득할 수 없 다.]

또 등급이 ?인 스킬북이 나왔다.

각성의 서도 등급이 ?였다.

여전히 어떤 등급인지 알 수 없지 만 각성의 서 때처럼 배배 꼬인 스 킬북인 건 적중했다.

유적에 들어오려면 사신을 죽여야 했는데,사신을 죽인 자는 명계의 서를 습득할 수 없다.

위험 부담 및 공략 시간을 낭비하

면서까지 들어왔는데 스킬북을 습득 할 수 없었다면 그야말로 헛수고였 다.

김혜림에게 마지막 일격을 내어 준 게 유효했다.

그건 그렇고 명계의 서의 효과는 제법 쓸 만했다.

‘시간당 1퍼센트라는 건 가만히 있 어도 100시간마다 레벨이 1씩이 오 론다는 건가.’

굳이 사냥을 하지 않아도 100시간 마다 레벨이 1씩 오른다.

애초 테라 시스템 자체가 몬스터를 죽여야만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구조 다.

한데 그냥 시간의 흐름만으로 레벨

이 오르는 효과였다.

각성의 서도 그렇고,‘? 등급’ 스킬 북은 테라 시스템을 부정하는 듯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강현은 ?등급에서 인위적인 냄새를 느꼈다.

‘히든 시스템은 테라 시스템과는 별개의 것일 수도. 어쩌면 테라 시 스템이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 음표로 표기되는 것일 수도 있어.’ 어째 됐건 강현에겐 더욱 높은 레 벨을 노릴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 만은 확실했다.

더하여 ?등급의 스킬북은 아나리스 의 가호가 적용되니 보너스 포인트 도 더 얻을 수 있다.

‘서로 윈윈이라 할 수 있겠군.’

김혜림은 경험치와 개별 사냥 포인 트를,강현은 스킬북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으니 윈윈이랄 수 있었다. 김혜림은 단지 강현이 자신을 챙겨 준 것이라 여기겠지만 말이다.

‘갈수록 레벨 업이 쉽지 않았는데 잘됐어.’

명계의 서를 펼쳐 스킬을 습득한 후 유적 바깥으로 나갔다.

호숫가로 돌아오니 김혜림이 불을 피워 놓고 있었다.

“흥흥흐응……

김혜림은 뭐가 좋은지 콧노래까지 홍얼 거리며 싱글벙글이었다. 경험치를 얻은 게 그렇게 좋았나?

강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딱히 중요한 사실도 아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김혜림은 강 현을 발견하더니 표정을 싹 바꾸고 새침하게 굴었다.

“아주 그냥 개선장군마냥 당당히도 돌아오시네.”

강현은 물에 젖은 몸을 불에 말리 기 시작했다.

“주변에 사람 있는지 확인하고 피 운 불이겠지?”

“당연하죠. 그나저나 유적에선 뭐 나왔어요?”

“글쎄.”

“좋은 거 나왔나 보네요. 그중에 활 같은 건 없었어요?”

김혜림이 부러지기 직전의 활을 들 어 보였다.

사신의 낫을 막으면서 갈라졌던 것 이,사신을 향한 마지막 일격으로 크게 손상된 것이었다.

강현이 고개를 젓자 김혜림은 입맛 을 다셨다.

“단검이라도 써야겠네. 쩝,단검은 적중률이 별론데.”

김혜림이 허리춤의 단검을 만지작 거리는 사이 강현은 하늘을 보았다.

“잠깐 사이에 또 누군가가 죽었나 보군.”

유리구슬에는 ‘19, 050/30, 000’이란 숫자가 떠있었다.

잠깐 사이에 사냥 포인트가 4, 000

이나 올랐다.

강현과 김혜림이 사신을 잡으면서 3, 000포인트가 올랐을 테니,나머지 1, 000은 말하지 않아도 기사단 측 인간이 죽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던전 보스 등장 조건까지 약 절반 정도 남았다.

‘입구의 표지판에는 사신 한 마리 당 3, 000이라 했으니,사신은 계속 되살아나는 몬스터라 보면 되겠군.’ 시간은 넉넉하고 사신을 사냥할 수 있는 것도 확인되었다.

사신 사냥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굳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사신만 나 타나 주면 시간당 3, 000포인트씩 얻 을 수 있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더 이상 김혜 림에게 사냥을 시키지 않고 그녀를 매개체 삼아 계속 사신을 불러들이 는 법도 있었다.

물론 그리될 경우 김혜림이 장부에 달아 두겠다느니 하는 반발이 생기 겠지만.

‘조직원도 유리구슬의 수치가 단번 에 3, 000이 오른 걸 봤겠지. 날 막 을 수 없다는 걸 알았을 테니 작전 을 포기하는 것을 고려해 볼지도.’ 강현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은 조직 원이 작전을 포기하는 경우다.

비장의 수였던 사신 작전도 무산되 었다.

사신까지 처리한 강현을 자기 손으

로 처리하는 건 무리라 여기고 공략 실패 유도를 포기할 수도 있었다. 이제부터 조직원은 철저히 평범한 기사인 척 연기를 펼칠 거다. 그렇다면 강현 쪽에서 그들을 찾아 야 했다.

‘이쪽으로서도 유인 작전은 못 쓰 게 되었군. 직접 수색에 나서는 수 밖에.’

당장 필요한 건 정보였다.

베이커 기사단의 생존자 숫자와 명 단,생존자 중 누가 내분을 유도했 는지 알아내야 했다.

강현은 말린 옷을 입으며 홁으로 모닥불을 덮었다.

간식용 마시멜로를 나뭇가지에 끼

우던 김혜림이 볼을 부풀렸다.

“아? 지금 마시멜로 구우려고 했 는데.”

“출발한다. 도로 넣어 놔.”

“어디로 가게요?”

“조직원 찾으러.”

어차피 자세한 설명은 없다는 걸 알기에 김혜림은 나름대로 강현의 의도를 파악해 보려 했다.

“내분을 유도한 자를 알아보려는 거군요.”

“그래야지.”

“최소한 50분 안에는 찾아내야 해 요. 다음 사신 등장 때도 저한테 붙 을 가능성이 높잖아요.”

“50분 수색,10분 휴식 로테이션으

로 가도록 하지.”

기사단과 마주쳤을 때 사신이 나타 나거나,사신을 사냥할 때 기사단이 뒤를 치면 곤란하다.

이왕이면 사신을 처리하고 다시 움 직이는 게 나았다.

그래서 강현과 김혜림은 실질적으 로 50분 수색하고 10분 대기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당장은 기사단이 있는 장소로 추정 되는 북동쪽으로 한참을 나아갔다. 한 30분쯤 움직였을까?

숲길을 달리던 강현이 걸음을 멈추 며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매복인가.”

김혜림도 따라 멈춰 서며 두 자루

단검을 양손에 쥐었다.

전방의 나무 사이에서 사람 그림자 가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매복이라기에는 너무 대놓 고 드러낸 움직임이었다.

강현은 곳곳에서 아른거리는 사람 그림자를 응시했다.

잠시 후,그곳에서 대여섯쯤 되는 기사들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 다.

선수필승이라 했던가.

먼저 김혜림이 단검을 던지려 했 다.

순간,강현이 팔을 뻗어 앞을 가로 막았다.

“기다려. 뭔가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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