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6화 (26/381)

26 화

한참 동안 전리품을 확인하고 있자 김혜림이 호기심에 뒤꿈치를 들며 어깨 너머로 감정서를 확인했다.

“지도,히든,아…… 안 보여. 좀 더 잘 보이게 펼쳐 줘요.”

김혜림이 그러거나 말거나 강현은 전리품에 집중했다.

감정서 내용에 따르면 공략과는 별 개의 다른 보상이 있는 듯했다.

울라임 숲의 몬스터를 잡았을 때 희박한 확률로 나온다라…….

내용만 보았을 땐 운 좋게 얻을 수 있는 물건처럼 보인다.

하지만 강현은 지도만으로 쉽게 보

상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여기지 않 았다.

히든이란 등급이 붙은 이상 상당한 보상이 있을 거다.

보상이란 값어치가 높을수록 그만 한 리스크를 동반한다.

무언가 함정 따위가 있을 게 분명 했다.

간신히 감정서의 내용을 확인한 김 혜림이 손뻑을 치며 호들갑을 떨었 다.

“와? 히든이래요. 히든 등급은 처 음 봤어요.”

호들갑 떠는 김혜림과 달리 강현은 신중했다.

히든 등급이라는 건 처음 봤다.

수많은 사람들이 던전이나 웨이브 를 공략하는데 딱 강현에게만 나타 날 리 없다.

‘……각성의 서를 얻으면서 히든 시스템이 적용됐었지. 그로 인한 영 향인가.’

각성의 서에서는 습득한 순간부터 히든 시스템이 적용된다고 했었다. 히든 시스템이 적용된 강현이 웨이 브에 등장함으로서 원래는 없던 히 든 스테이지가 생성된 것일 수도 있 다.

강현이 생각에 잠겨 있는데 김혜림 이 물었다.

“가 볼 거예요?”

“기왕 얻은 거니 가 봐야지.”

“근데 희박한 확률이라 표기된 것 치곤 너무 쉽게 나온 감이 있네요.”

강현은 생글생글 웃고 있는 김혜림 을 내려다보았다.

김혜림이 그 시선을 느끼곤 동그란 눈동자를 위로 치켜올리며 어깨를 으쏙였다.

“네네,제가 실언을 했네요. 누구 덕분에 쉽게 쉽게 사냥하고 있죠.”

“잘 알고 있군.”

김혜림이 사냥을 쉽게 느끼고 있는 건 전적으로 강현 덕분이었다.

기사단만 하더라도 20명이 넘는 머릿수가 몰려다니며 대형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었다.

반면 강현과 김혜림 쪽은 고작 2

명뿐인데도 20명이 넘는 인원보다 사냥 속도가 빨랐다.

그만큼 강현이 강하기 때문에 사냥 이 쉽다고 느껴지는 것이었다.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마.”

“알겠어요. 머릿속에 꼭꼭 새겨 둘 게요.”

지도에 따르면 유적은 숲 동쪽 끝 에 있었다.

강현과 김혜림은 어두운 숲을 가로 질러 동쪽으로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유리구슬의 숫자가 크 게 변했다.

강현이 룬 코브라를 사냥해서 4, 900 포인트가 되었었는데 그사이에 갑자 기 5, 900포인트로 올랐다.

1, 000점이 오른 걸로 보아 기사단 측에서 또 인간을 베어 낸 듯했다.

‘마지막 부상자를 벤 거겠지.’

블루 드래이크를 사냥할 당시 베이 커 기사단의 부상자는 3명이었다. 그들은 부상 때문에 사냥에 참가하 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개별 사냥 포 인트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기사들은 부상자에게 사신이 붙을 때마다 그들을 희생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부상자가 죽 은 것이리라.

‘이제부터 기사단끼리 눈치 싸움을 벌이겠군.’

발데르와 베이커가 기사들은 서로 머릿수를 남기려고 조금이라도 더 개별 사냥 포인트를 쌓으려 할 거 다.

두 기사단이 알아서 진을 빼고 있 을 동안 강현과 김혜림은 숲 동쪽에 도착했다.

냇가의 상류에 해당하는 숲 동쪽에 는 넓은 호수가 있었다.

저수지만한 크기에다 물이 맑고 깨 끗한 호수였다.

수면에는 수준급 작화마냥 빛이 맺 혀 있어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풍 경을 자아냈다.

강현은 호숫가에 서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어딜 봐도 호수와 숲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지도상으로는 여기가 맞는데 말이 지.”

무의식중에 옆을 봤는데 김혜림이 안 보였다.

항상 옆에 쪼르르 따라붙던 여자가 웬일로 안 보이나 싶었다.

뒤를 보니 약간 떨어진 곳에서 활 을 들고 경계 중인 모습의 김혜림이 있었다.

“안 오나?”

“혹시 또 크리스탈 엘리게이터가 나타날지도 모르잖아요.”

아까 냇가에서 기습을 당했다고 저 러는 것이었다.

“트라우마인가.”

“항상 긴장하라고 한 건 강현 씨

아니었어요?”

“그것도 그렇군.”

“그나저나 유적은 코빼기도 안 보 이는데요?”

강현은 대답 대신 수통을 꺼내 들 었다.

목이라도 축일 심산으로 수통을 호 수에 담그는데 물속 깊은 곳에 눈길 을 잡아끄는 형상이 있었다.

호수 물속 한가운데 석조 건물이 잠겨 있는 게 아닌가.

석조 건물은 신전을 축소시켜 놓은 듯한 형태였고,온통 물이끼로 덮여 있었다.

하지만 무심코 들어갈 수는 없었 다.

마치 경계를 서듯 유적 주변으로 수중 몬스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강현은 웃옷을 벗고 빙백검을 뽑아 들었다.

“들어갔다 오지.”

뜬금없이 옷을 벗더니 물속에 들어 간단다.

김혜림은 활을 든 채로 호숫가에 다가서선 물속을 보았다.

그녀도 물속에 있는 유적을 보고 강현의 말을 납득했으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수중 몬스터도 사냥해 본 적 있어 요?”

“아니.”

“대충 세어도 서너 마리는 되어 보

이는데 진짜 갈 거예요?”

“넌 가지 않을 건가?”

“안타깝게도 물속에서 활을 쏘는 재주는 없어서요. 이왕 갈 거면 허 리에 밧줄 묶고 가요. 여차하면 당 겨 줄게요.”

김혜림이 주섬주섬 배낭에서 로프 를 꺼냈다.

해녀들이 밧줄을 달고 바다에 가듯 줄을 묶고 들어가란 뜻이었다. 강현은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

제법 레벨이 높아졌지만 안전장치 를 무시할 만큼 자만하지 않았다. 강현은 허리에 밧줄을 묶고 물속에 뛰어들었다.

호수 안은 제법 차가웠지만 헤엄치

는데 지장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강현이 자맥질을 하며 유적 가까이 다가가자 수중 몬스터들이 반응을 보였다.

메기의 몸체에 가시가 달린 몬스 터,대형 크기의 전기뱀장어 몬스터, 거기에 크리스탈 엘리게이터까지. 가지각색의 수중 몬스터가 강현에 게 덮쳐 왔다.

가장 먼저 전기뱀장어 몬스터가 전 격을 뿜으며 강현을 감전시키려 했 다.

파지지짓!

강현은 즉시 셀로리아의 반지를 발 동하였다.

베킨스 던전 지하 2층의 세븐슬라

임으로부터 얻은 전리품이었다.

셀로리아의 반지는 7회에 한해,1 분간 스텟 150짜리 실드를 두르는 능력과 S급 포션을 바른 효과를 내 는 치유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강현은 그중 실드를 두르는 능력을 펼쳤다.

전류가 강현에게 적중했지만 실드 가 전격을 막아 냈다.

그런데 실드는 단지 막는 데에 그 치지 않고 전격을 도로 튕겨 내기까 지 했다.

튕겨 나간 전격은 애꿎은 메기 몬 스터에게 적중했다.

갑작스런 전류를 뒤집어쓴 메기 몬 스터가 바르르 몸을 떨었다.

‘반사되었어?’

분명 반사 관련 스킬이나 보구는 없는데.....

일단 놈의 움직임이 멎은 틈을 타 서 빙백검으로 메기 몬스터를 처리 했다.

메기 몬스터를 처리한 강현은 상태 창을 확인했다.

[최강현 (lv.88)]

파괴 : 192

반사 : 150(셀로리아의 반지 효과 적용 중)

왜곡 : 152 정제마나 : 111 회복 : 46

보너스 포인트 : 11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 (S),마나폭검 (S),석상 호 걸의 갑옷(S),쉐도우 리퍼의 외갑 (SS) 셀로리아의 반지 효과로 실드 스텟 이 100을 넘으면서 각성의 서가 적 용되 었다.

실드의 1차 각성은 ‘반사’였던 것 이다.

더불어 계속 사냥으로 레벨도 올라 있었다.

강현은 파괴 스텟에 포인트를 투자 하였다.

이로써 강현의 파괴 스렛은 203.

파괴 스텟이 200을 넘으면서 마나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서게 되었다. 강현은 빙백검에 마나를 좀 더 불 어 넣었다.

검 주변에 아른거리던 마나 오오라 가 굵은 선을 이루더니 마나로 이루 어진 검이 생겨났다.

마나 마스터의 전유물인 마나 블레 이드였다.

‘다음은 그랜드마스터인가.’ 공격 스텟 500이 넘으면 그랜드마 스터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

지금까진 이세계인 중에서는 아직 한 명도 나온 적이 없었다.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크리스탈 엘리게이터가 접근해 왔다.

강현은 입에 머금은 공기를 뱉어 내며 마나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서격!

마나유저 상급의 마나 오오라로도 충분히 베었던 크리스탈 엘리게이터 다. 그런 놈이 마나 블레이드를 버 텨 낼 재간이 있을 리가.

크리스탈 엘리게이터의 몸이 두 동 강 나면서 투명한 몸체가 물속 깊이 가라앉았다.

이제 남은 건 전기뱀장어 몬스터 뿐.

전기뱀장어 모습의 몬스터는 한 번 더 전기를 뿜어내려 했다.

강현은 놈이 전기를 방출하기 전에 마나폭검을 쏘아 냈다.

마나 블레이드가 부서지면서 더욱 강력한 위력의 마나 파편이 전기뱀 장어 몬스터에게 틀어박혔다.

퍼버벅!

마나 블레이드로 발한 마나폭검이 전기뱀장어 몬스터를 갈갈이 찢어 놓았다.

삽시간에 수중 몬스터들의 정리를 끝낸 강현은 유유히 유적 입구까지 헤엄쳐 내려갔다.

유적 입구는 돌덩이 재질이었고 여 닫이 형태의 문으로 막혀 있었다. 문을 힘껏 밀어 보았는데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빙백검에 맺힌 마나 블레이드로 베 어 버리려 해도 문에 닿는 순간 마나가 증발해 버렸다.

‘안티 마나 마법이라도 걸려 있는 건가.’

아무래도 문을 열려면 다른 조건이 있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문 중앙에 주먹만 한 홈이 패여 있었다.

무언가를 끼워 넣을 수 있는 모양 새였다.

홈 아래로는 어렴풋이 벽서가 새겨 져 있었다.

[유적의 문은 마법의 문. 열고자 한다면 사신을 죽여야 할 것이니.]

‘사신을 사냥해야 하나? 역시 쉽게

는 들어갈 수 없었군.’ 사신을 사냥할 수 있을 정도의 실 력자.

그 정도는 되어야 유적에 발을 들 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헌데 입구에 적힌 문구 중 ‘사신을 죽여야 할 것이니’란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문에 파인 홈에 사신을 사냥하고 나오는 전리품을 끼우는 것만은 틀 림없어 보였다.

한데 어째서 사신을 죽여야 한다는 애매한 표현을 썼을까?

강현은 각성의 서를 습득할 때를 떠올렸다.

그때처럼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

을 수도 있었다.

‘유적 안에 장난질을 해 놓았을 가 능성도 염두에 둬야겠군.’

강현은 몸을 돌려 수면을 향해 헤 엄 쳤다.

밧줄을 몇 번 당기면 김혜림이 끌 어올려 주겠지만 아직까지는 폐활량 이 넉넉했다.

헌데 수면으로 올라가던 어느 순 간,허리에 묶은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티잉!

신호를 보내 않았는데도 김혜림은 밧줄을 당기고 있었다. 아니,당긴다 기보단 흔드는 것에 가까운 느낌이 었다.

마치 강현에게 급히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하지만 물속에서는 알 수 없다.

얼른 물 위로 올라가 확인해 보는 수밖에.

강현은 속도를 높여 수면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자마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현 씨! 사신! 사신! 사신!”

급한 나머지 짧은 말만 연속되고 있었다.

눈썹에 맺힌 물방울을 닦아 내자 호숫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호숫가에서 김혜림이 힘겹게 사신 의 낫을 피하고 있었다.

김혜림에게 사신이 붙은 것이었다.

현재 개별 사냥 포인트가 가장 낮 은 게 김혜림이란 뜻이었다.

김혜림도 상당한 포인트를 쌓았건 만 대체 어찌 된 일인가.

강현은 재빨리 하늘을 보았다. 유리구슬에는 ‘15, 050/30, 000’이란 숫자가 떠 있었다.

‘룬 코브라를 사냥했을 때 분명 5, 900포인트였다.’

거기에 덧붙여 강현이 방금 사냥한 중형급 몬스터 세 마리를 더하더라 도 150에 불과하다.

즉 포인트는 6, 050이 되어야 정상 이다.

그렇다면 남은 9, 000포인트는 기사

단 측에서 쌓았다는 것인데…….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 뿐이었다.

‘내분이 일어났군.’

어느 쪽이 먼저 배신했는지는 모르 지만 서로 싸우다가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모양이었다.

‘언젠가 내분이 생길 거라 생각했 지만 예상보다 빨라. 조직원이 분란 을 일으킨 건가.’

가장 신빙성 높은 추측은 조직원이 내분을 유도했을 가능성이다.

강현을 제거하기 전에 두 기사단을 약화시키는 작전을 택한 듯했다. 기사들끼리 서로 죽이다 보면 자연 스럽게 고득점자만 남게 된다.

기사단의 평균 사냥 포인트가 높아 지는 만큼 강현 측의 포인트 순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공략 인원을 줄임과 동시에 강 현 측에 사신까지 붙일 수 있는 방 법이었다.

김혜림은 사신의 공격을 피해 내지 못하고 활을 들어 낫을 막아 냈다. 차캉!

“윽! 무슨 힘이……

사신의 힘에 밀리면서 김혜림의 몸 이 점점 낮아졌다.

더불어 낫이 미세하게 진동하면서 김혜림의 활을 파고들고 있었다.

활이 잘려 나가기 직전,강현이 싸 움에 가세했다.

사신의 측면에서 파고든 빙백검이 사신의 팔에 떨어졌다.

김혜림으로선 낫만 걷어 내 주길 바랐는데 사신을 직접 공격하자 바 로 소리를 질렀다.

“아악! 이 바보가! 반사 능력 있는 거 잊었냐고!”

어처구니가 없는 나머지 저도 모르 게 짧은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의 외침과는 무관하게 빙백검은 막대한 힘을 담은 채로 떨 어 졌다.

투응!

빙백검에 사신의 팔에 적중하면서 반사 능력이 발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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