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4화 (24/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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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에엑!”

빙백검이 번뜩이자 맨티코어 한 마 리가 옆으로 쓰러졌다.

맨티코어의 몸이 바닥과 마찰하면 서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

놈의 옆구리에는 녹아내린 상처가 있었다.

애시드 에로우에 적중당한 흔적이 었다.

김혜림이 먼저 일격을 가했고 그 후에 강현이 벤 참이었다.

강현은 흙먼지 사이로 맨티코어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번에도 전리품은 없군.”

혹시 모를 반격에 대비해 활시위를 재고 있던 김혜림이 활을 내리고 졸 래졸래 다가왔다.

“보스 몬스터가 아니면 전리품이 없나 보네요.”

“아니면 아주 낮은 확률이거나. 아 직은 사냥한 개체수가 너무 적어.”

“확실한 건 개별 사냥 포인트에도 기여도는 적용된다는 거네요.”

이번 웨이브에 참가하면서 상태창 에도 변화가 생겼다.

상태창 하단에 임시로 개별 사냥 포인트 항목이 생긴 것이었다.

현재 강현의 개별 사냥 포인트는 65, 김혜림의 개별 사냥 포인트는 45 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강현은 40, 김혜 림은 20이었는데 중형급 몬스터인 맨티코어를 잡자마자 각각 절반씩 포인트가 올랐다.

맨티코어의 숨통을 끊은 건 강현이 지만 그 전에 일격을 가한 김혜림의 기여도가 인정된 셈이었다.

강현은 해의 위치로 시간을 가늠했 다.

“들어온 지 얼추 1시간이 지났겠 군.”

“사신은 보이지 않았네요.”

“적어도 우리 둘 다 최하위는 아니 라는 거겠지.”

베이커 자작가의 기사 중에 하나이 거나,아니면 우리보다 늦게 들어온 자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강현은 유리구슬을 보았다. 유리구슬의 숫자는 어느새 ‘550/30, 000’이 되어 있었다.

1시간 전에 220이었고 강현과 김 혜림이 110을 올렸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220포인트 를 올린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 치면 공략을 시작 한 지 2시간은 지났다는 거겠군.”

“이 페이스대로라면 48시간 안에

30, 000포인트는 힘들겠는데요.”

“그 부분은 나중에 대형 몬스터를

사냥해서 충당하면 그만이야. 사신 은 피한 것 같으니 슬슬 기사들을 찾아야겠군.”

기사들 중에 조직원이 있으니 놈을 색출해 내려면 베이커 자작가 기사 들을 찾아야만 했다.

강현은 김혜림과 숲을 뒤지며 기사 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냇가에서 걸음이 멎었다.

“여기서 전투를 벌인 모양이군.”

자갈밭에 핏자국과 찢겨진 옷 조각 등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강현과 김혜림은 자갈밭으로 내려 가 흔적들을 살폈다.

김혜림이 옷 조각에 묻은 피를 손 가락으로 훑으며 말했다.

“아직 덜 말랐어요.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여기서 몬스터의 습격을 받은 걸까요?”

“아마도 그렇겠지.”

“몬스터 발자국이 없는 걸로 봐선 비행형 몬스터인 것 같아요.”

“과연 그럴까?”

순간,강현이 팔을 뻗어 그녀를 뒤 로 밀쳤다.

그와 동시에 강현의 검이 검집에서 뽑혀 나왔다.

눈앞에서 푸른 검신이 번쩍이는 광 경에 김혜림이 당황하는 찰나,빙백 검의 궤도가 급격하게 꺾이며 측면 을 베었다.

서격!

빙백검 검날이 무언가를 베어 냈 다.

물속에서 튀어나오던 투명 악어를 벤 것이었다.

수중 몬스터인 크리스탈 엘리게이 터였다.

두 동강난 크리스탈 엘리게이터가 도로 물속으로 떨어지며 물살에 휩 쓸려 떠내려갔다.

강현은 빙백검을 검집에 넣으며 말 했다.

“무엇의 습격을 받았는지 확실해졌 군.”

김혜림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도 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큰일 날 뻔했네요. 고마워 요.”

“포인트를 쌓으려고 사냥했을 뿐이

야.”

“그건 그거,이건 이거니까요. 고마 워해야 할 건 해야죠.”

“그럼 장부에 달아 두지.”

“아! 은근슬쩍 빚 달아 두기예요?”

“그만한 값어치는 되지 않나?”

“흐응? 뭘 시키려고 빚을 달아 두 시는 걸까나.”

“밤이 되면 시킬 일이지.”

밤이라는 말에 김혜림이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 안았다.

같이 다니다 보니 그럴 마음(?)이 생긴 건가 싶었다.

다른 이도 아닌 그 무뚝뚝한 최강 현이 말이다.

“뭐,뭘 시키려고요?”

“저번에 만든 김치찌개 끓여 놓도 록”

“역시 강현 씨도…… 엥? 네?”

“나쁘지 않더군.”

김혜림은 눈을 가늘게 여미며 다른 의미로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그럼 그렇지.”

강현은 냇가 상류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묵직하게 한 마디 찔러 넣었 다.

“음란마귀가 잔뜩 끼었군.”

그의 말에 김혜림의 얼굴이 시뻘겋 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발끈하며 괜히 목소리를 높 였다.

“아니거든요!”

김혜림이 부정하든 말든 강현은 기 사들의 흔적을 찾는 데에만 집중했 다.

부상자가 생겼다면 안전한 장소를 찾아 베이스캠프를 만들어 두려 할 터.

숲 속에서 베이스캠프를 만들 만한 장소는 한정적이었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동굴이 적격 이겠지.

냇가 상류에 솟아오른 절벽 지대가 있으니 그리로 갔을 가능성이 높았 다.

아니나 다를까,냇가 상류 쪽에서 다급한 외침들이 들려왔다.

“진형을 갖춰! 부상자들은 뒤로 물

러나고!”

“크아악!”

“멕셀! 이런 망할! 멕셀을 구해야 한다! 전원 공격해!”

전투가 벌어지는 듯 비명 소리와 쇳소리 등이 연달아 이어졌다.

냇가 건너편에서 나는 소리에 강현 과 김혜림은 냇가 너머로 달려갔다. 우거진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자 절 벽을 끼고 있는 넓은 공터가 나타났 다.

절벽 아래에는 동굴이 있었는데 그 동굴 입구에서 열댓 명쯤 되는 기사 들이 몬스터를 둘러싸고 있었다. 푸른 비늘에 날개 달린 도마뱀의 모습,오우거 급의 크기를 지닌 대형 몬스터.

바로 블루 드레이크였다.

이제는 멸종된 드래곤과 닮은 몬스 터로 레벨은 70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었다.

“쿠오오오!”

블루 드레이크가 포효를 내지르며 날개를 퍼덕이자 서리 바람이 휘몰 아쳤다.

기사들은 바람을 거스르며 꾸역꾸 역 블루 드레이크에게 접근했다. 그 리고 마침내 거리를 좁히자 각자 무 기를 휘두르며 공격을 시작했다. 블루 드레이크와 기사들 사이에 난 전이 펼쳐졌다.

자작가의 기사들은 평균 50레벨대

였다.

시간만 들이면 충분히 블루 드레이 크 정도는 사냥할 수 있을 터였다. 본인들도 그 사실을 아는지 난전 속에서도 꿋꿋이 공격만을 외치고 있었다.

“물러서지 마! 한 명이 물러서면 옆의 동료들이 당한다!”

“진형을 유지해라! 놈에게 쉴 틈을 줘선 안 된다!”

하지만 시간과 희생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

기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선 조직원을 찾기 힘 들겠군.’

놈의 목적이 공략 실패인 이상 지

금과 같이 몬스터와 소모전을 계속 하는 건 바라던 양상일 거다. 그렇다면 여기서 블루 드레이크를 공략할 만한 강자가 등장한다면 어 떨까?

그리되면 조직원으로서는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었다.

강현이 빙백검을 뽑으며 김혜림에 게 말했다.

“내가 놈을 몰아붙일 테니 날개를 노려.”

“알겠어요.”

김혜림의 대답하는 사이,강현은 이미 싸움판 속으로 난입해 있었다. 갑작스런 강현의 등장에 깜짝 놀란 기사들은 진형을 흐트러뜨리고 말았다.

“뭐야? 이봐! 신원을 밝혀라!”

강현은 고래고래 소리치는 기사를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그러곤 흐트 러진 진형 사이로 파고들며 단숨에 블루 드레이크와의 거리를 좁혔다. 블루 드레이크가 서리 섞인 콧김을 내뿜나 싶더니 입에 푸른 기운을 머 금었다.

아이스 브레스의 축소판이라 불리 는 아이스 버스터의 전조 단계였다. 강현은 블루 드레이크의 무릎을 밟 고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밑에서부 터 블루 드레이크의 턱을 쳐 올렸 다.

마나 저항력을 지닌 비늘 때문에

빙백검은 약간 박히는 정도에 그쳤 다.

허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강현이 힘껏 검을 밀어 올리자 블 루 드레이크의 턱이 위로 밀려 을라 갔다.

자연스레 블루 드래이크의 주둥이 또한 위쪽을 향하면서 아이스 버스 터가 허공으로 방출되었다.

과우우우우!

강현의 움직임은 거기서 멈추지 않 았다.

바닥에 착지하면서 빙백검을 빼내 었다. 그리고 직후,몸을 반 바퀴 회전시키며 블루 드레이크의 아랫배 에 빙백검을 쑤셔 박았다.

블루 드레이크의 몸뚱이에서 유일 하게 비늘이 덮이지 않은 부분이었 다.

놈의 아랫배에 빙백검이 파고들면 서 파괴 스렛의 효과가 발동했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에 블루 드레이크가 거친 포효를 내질렀다.

“크워어어!”

강현과의 근접전은 위험하다 여겼 는지 블루 드레이크가 날개를 펼쳤 다.

그렇게 배에 빙백검을 박은 채로 놈이 날아오르려는 순간이었다. 저편의 나무 사이에서 화살 한 발 이 날아들었다.

강현의 지시대로 김혜림이 날개를

겨냥하고 쏜 애시드 에로우였다.

애시드 에로우가 블루 드레이크의 날개 피막에 적중하며 좁게나마 피 막 일부를 녹여 냈다.

하지만 효과는 충분했다.

치이익!

날개에 손상을 입은 블루 드레이크 가 도로 바닥에 추락했다.

빙백검이 배에 깔리기 전에 강현이 검을 뽑아냈다. 그러곤 곧장 낮아지 는 블루 드레이크의 목에 그대로 빙 백검을 찔러 넣었다.

꾸드드득!

빙백검의 검신이 절반쯤 파고들었 을 때,마나를 한껏 불어넣으며 파 괴 스텟의 효과를 발동했다.

꾸르르르릉!

몸속이 진창이 되면서 블루 드레이 크의 가느다란 눈동자가 마구 뒤흔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블루 드레이크 목 이 힘없이 툭 꺾였다.

사냥 완료였다.

사냥을 마치자 등 뒤에서 쏟아지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강현은 뒤를 돌아보았다.

기사들 모두가 입을 쩌억 벌린 채 강현을 보고 있었다.

“블루 드레이크를 이리 쉽게…… 자네는 누구인가?”

아까까지만 해도 신경질적으로 ‘이 봐’라고 부르던 게 ‘자네’로 바뀌어 있었다.

강현을 소홀히 대해선 안 되는 자 란 걸 알게 된 것이다. 기사들에게 제대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덕분이었 다.

강현은 가슴팍에 단 베이커 자작가 의 브로치를 톡톡 두드렸다.

“최강현이라 합니다. 베이커 자작 님의 허가를 받고 웨이브 공략에 참 가했습니다.”

기사들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생각해 보면 웨이브 입장은 자작가 가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자작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여기 있을 수 없었다.

당황한 탓에 기본적인 사실조차 잊

고 신경질을 낸 게 부끄러울 따름이 었다.

기사들 중 몇몇은 강현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지 알은척을 했 다.

“혹시 을롬보르에서 SS랭크 던전을 공략했다는 그 최강현인가?”

“상당한 실력자라 들었네만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군. 잘 부탁하네.”

강현으로선 기사들의 반응 따윈 아 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보다 조직원을 색출해 내는 게 중요했다.

그를 위한 계획은 이미 진행 중이 었다.

다시 한 번 상기하자면 조직원의

목적은 웨이브의 공략 실패 유도다. 당연히 자신의 가세를 달갑지 않게 여길 거다.

자신이 웨이브를 공략할 분위기를 보인다면 분명 방해하려 들 터. 그래서 블루 드레이크를 베어 공략 을 성공시킬 만한 능력이 있음을 어 필해 둔 것이었다.

다들 강현의 가세를 반가워하는 가 운데 과연 언많은 기색을 드러내는 한 기사가 있었다.

“다들 조용히 해라! 기사란 것들이 용병 앞에서 무슨 추태더냐!”

큰 호통이 떨어지자 기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강현에게 다가선 그는 고압적인 눈

빛을 띠었다.

투구에 깃이 달린 걸로 보아 기사 단장인 모양이었다.

“베이커 기사단의 기사단장 록스 다.”

“최강현입니다.”

“네가 자작님의 허가를 받고 들어 왔다는 건 알겠다. 허나 이번 공략 의 지휘권은 내게 있음을 명심하도 록”

강현이 지휘권에 간섭하는 것을 경 계하는지 초장부터 으름장을 놓는 록스였다.

한낱 용병에게 지시를 받게 되는 것 자체가 기사의 자존심에 흠이 되 는 거라 여기고 있었다.

록스의 태도가 과연 그 자존심에서 근거한 건지,아니면 조직원이라 강 현을 견제하는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강현은 록스를 용의자로 둘지를 위 해 미끼를 던졌다.

“그럴 필요는 없을 겁니다. 저희는 저희대로 따로 사냥하도록 하죠. 그 편이 더 효율적일 테니까.”

조직원으로선 자신이 계속 신경 쓰 일 거다.

어지간해선 강현의 움직임을 눈 안 에 두려고 할 터.

록스가 조직원이라면 강현을 붙잡 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

였다.

“확실히 그게 낫겠군. 훈련도 받지 않은 녀석들이 끼어들어 봤자 진형 만 흐트러질 뿐이니.”

괜한 혹을 달고 다니긴 싫은 듯했 다.

게다가 대놓고 강현을 자극하는 말 만 보아도 신중함이 부족한 자임을 알 수 있었다.

강현을 자극해도 득이 될 게 없는 데 바득바득 자존심만 세우는 록스 였다.

‘단순히 어깨에 힘주길 좋아하는 녀석이군. 어쨌든 당초의 목적은 달 성했으니 됐나.’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것까진

성공했다.

이제 급속도로 사냥 포인트를 높이 면 알아서 강현을 방해하려 들 거 다.

당분간은 기사단과 떨어져 사냥에 전념하면 된다.

한데 강현이 베이커 기사단과 떨어 지려는 때였다.

수풀 사이에서 다수의 인영이 아른 거렸다. 그리고 그늘진 나무 사이에 서 일단의 기사들이 걸어 나왔다.

개중 무리 중앙에 있던 화려한 갑 옷의 청년이 강현을 발견하더니 눈 을 크게 뜨며 고함을 질렀다.

“저놈이 최강현이렷다! 당장 저놈 을 죽여라!”

강현으로선 처음 보는 청년이었지 만 그의 갑옷에 새겨진 문양은 제법 눈에 익었다.

바로 발데르 자작가의 문양이었다.

발데르 자작가의 추격대가 웨이브 까지 쫓아온 것이다.

청년과 함께 나타난 발데르 기사들 이 순식간에 강현을 에워쌌다.

그에 그치지 않고 청년은 베이커 기사단에게도 명령조로 말했다.

“베이커 자작가의 기사들이여! 난 발데르 자작가의 루카스이니라! 거 기 있는 그놈은 발데르 자작가에 중 범을 저지른 범죄자이니 당장 목을 베어라!”

베이커 기사단은 혼란스러워 했다.

강현이 착용한 브로치는 베이커 자 작가의 브로치다.

베이커 자작의 허락을 받은 용병이 지 않은가.

한데 갑자기 나타난 루카스가 강현 더러 범죄자라 하니,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상황파악이 안 되는 와중에 루카스 의 말이 이어졌다.

“무엇을 망설이느냐! 그놈을 죽이 면 사냥 포인트 또한 1, 000점이 오 르니 웨이브 공략에도 도움이 될 것 이다!”

“사냥 포인트 1, 000점?”

“1, 000점짜리 물음표는 인간이었단 말이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실이 있 었다.

던전 입구 표지판에 적혀 있던 ? 항목이었다.

루카스의 말은 그 ? 항목이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즉시 록스가 적의 어린 눈으로 강현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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