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화
십수 개의 날붙이들이 삽시간에 사 방을 에워쌌다.
날카롭게 벼려진 검과 창들이 하나 같이 강현을 겨냥했다.
“섣부른 짓을 하면 목이 달아날 줄 알거라.”
기사는 검에 마나 오오라를 부여하 며 강현의 움직임을 낱낱이 주시했 다.
검에 부여된 마나의 농도로 보아 마나유저 중급 수준 같았다. 손가락만 까딱해도 배겠다는 양 기 사는 대놓고 살의를 풀풀 날렸다. 그러나 강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빙백검을 쥐었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이구 나!”
강현의 움직임을 알아챔 기사가 가 차 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 움직임을 시작으로 병사와 용병 들도 무기를 내질렀다.
날아드는 날붙이들 사이에서 강현 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유달리 머릿수가 적은 쪽이었다.
기사도 보통 수준이 아닌지라 그 짧은 순간에 강현의 눈길을 눈치했 다.
‘이번에도 포위망을 뚫고 도주할 작정이군!’
기사가 내리치던 검을 틀어 측면에
서부터 검을 휘둘렀다.
강현이 바라본 범위까지 제한을 거 는 한 수였다.
한데 그 순간이었다.
강현이 눈길을 준 곳으로 몸을 기 울이긴커녕 제자리에서 검을 휘두르 는 게 아닌가!
빙백검이 전방에 호선을 그렸다. 은빛 궤적이 펼쳐지며 빙백검의 잔 상이 종적을 남겼다.
궤적에 닿은 모든 병사들의 갑옷이 갈라지며 피가 터져 나왔다.
“크헉!”
“으으윽!”
누구보다 강현과 가까이 있던 기사 도 궤적 안에 포함돼 있었다.
그는 그나마 급하게 몸을 틀었으나 중간에 무게중심을 바꾼 탓에 피하 는 동작이 늦고 말았다.
서격!
빙백검이 여지없이 기사의 손목을 잘라 냈다.
잘려 나간 손이 허공중에 치솟았 다.
“으허 억!”
섣불리 강현의 움직임을 추측했다 가 오히려 손을 잃고 말았다.
기사는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손을 보며 뒷걸음쳤다.
“크옥,도망치려는 게 아니었나!”
기사가 놀라는 중에도 강현은 이미 다음 동작에 들어가 있었다.
강현이 빙백검에 베여 쓰러지는 병 사들을 잡아끌어 뒤쪽으로 집어던졌 다.
뒤편에서 쇄도하던 창날들이 밀려 나는 병사들의 몸에 틀어박혀 봉쇄 당했다.
푸욱! 퍽!
투툭!
강현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곧이어 마나폭검을 전개했다.
파파파파팟!
빙백검에 맺힌 마나 오오라가 부서 지면서 마나 파편이 후방의 병사들 에게 날아갔다.
“이런 처죽일 놈!”
“젠장! 창이 안 빠지잖아!”
병사들은 시체에서 창을 빼내려고 끙끙거렸다.
당황한 나머지 본인들이 무방비라 는 것도 자각하지 못했다. 그저 무 기를 버리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조 차 못할 지경이었다.
이곳은 작은 전장이었다.
잘못된 판단은 곧 죽음으로 직결되 었다.
퍼버버벅!
마나유저 상급의 마나 파편에 병사 들의 갑옷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 다.
빙백검에 베인 병사건,마나 파편 에 꿰뚫린 병사건 한 몸처럼 바닥에 널브러졌다.
강현이 검을 이용한 공격은 단 두 차례뿐이었지만 포위망은 이미 무너 져 있었다. 아니,포위망을 뚫는 정 도가 아니라 아예 박살내 버린 광경 이었다.
강현은 남은 한 손으로 겨우겨우 검을 쥐고 있는 기사에게 빙백검을 겨누었다.
“수읽기가 어설프군.”
이제는 몸짓 하나에도 허수를 섞는 강현이 었다.
하지만 강현의 허수에 속았다는 건,그 역시 재주 부릴 수준은 된다 는 거다.
그러나 상대가 강현이라는 게 불운 이었다.
수읽기에 있어 지금의 강현을 넘어 설 자는 몇 없었다.
기사는 일그러진 얼굴로 거친 숨을 내뱉었다.
“하아하아,운으로 SS랭크 던전을 클리어한 건 아니로군. 하지만 발데 르 자작가를 적으로 돌리고도 무사 할 것 같으냐?”
“그럼 반대로 묻지. 지금 발데르 자작가란 이름이 네 목숨을 지켜 줄 수 있을까?”
“뭐?”
서격!
눈을 부릅뜨는 순간 그의 목이 바 닥을 굴렀다.
강현은 목 없는 몸뚱이를 지나치며
건조하게 중얼거렸다.
“이름값 따윈 종잇장만도 못하지.”
*
같은 시각,최상층에선 이하나가 화장대 의자를 밀쳐 내며 언성을 높 이고 있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 봐!”
“웬 사내가 다짜고짜 기사 분들과 병사들을 쓰러트렸다고요! 들어올 때 마담을 찾는다고 했었어요!”
이하나가 까득까득 손톱을 깨물었 다.
“기사들까지 졌다고? 말도 안 돼!
그 약골 자식이 그렇게 강할 리가!”
게다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정말이 지 터무니없는 짓의 연속이다.
일개 용병 따위가 귀족가를 적으로 두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발데르 자작가가 본격적으로 나선 다면 무려 수백에 달하는 병력이 움 직일 거다.
한데…….
“미친놈. 고작 나 하나 잡겠다고 귀족가와 척을 져?”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친 게 분명 했다.
이하나는 초조한 얼굴로 방 안을 빙빙 돌았다.
“복수에 미쳐서 뒷감당은 생각도
않는 건가? 고작 미친놈 하나 때문 에 일을 망칠 순 없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내야 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정말로 죽을 지도 몰랐다.
‘가장 좋은 건 저 새끼를 죽이는 건데.’
이하나에겐 진상손님을 쫓아내려고 고용한 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기껏 해야 건달 수준밖에 안 되는 수준 들.
기사들도 못 당해 낸 강현을 이겨 낼 리 없었다.
‘그렇다고 도망을 칠 수도 없고.’
이하나가 있는 방은 5층 복도의 끄트머리에 있었다.
도망칠 길이라곤 계단뿐인지라 제 발로 강현에게 찾아가는 꼴이었다. 차라리 창문으로 뛰어내려 버릴까 했지만,5층 높이는 결코 우습게 볼 게 아니었다.
잘못 떨어지면 오히려 자살당하는 건 자신이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고민 끝에 이하나는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더 이상은 시간이 없었다.
“넌 나가서 최강현이 나타나면 내 가 있는 방을 알려 주도록 해.”
“네? 그러면 마담이……
“어서!”
종업원을 내보낸 이하나는 강현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강현이 5층에 다다르자 겁에 질린 종업원과 맞닥뜨릴 수 있었다. 종업원은 피 묻은 빙백검을 보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복도 끝 방을 손가락질했다.
이하나가 있는 방이란 뜻이었다.
“저, 저기예요. 그러니까 저는 ,’강현은 종업원을 지나치며 복도 끝 방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서슴없이 방문을 열었다.
그 순간,강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욕정을 자극하는 붉은 조명이 눈을 찔렀고,정체 모를 과일 향이 코끝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 놓인 침대 앞 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진하디진한 화장과 은근히 속살이 드러나는 옷차림.
1년 전과는 백팔십도 뒤바뀐 모습 이긴 하나 강현은 그 속에도 이하나 의 인상을 찾아냈다.
“오랜만이군,이하나.”
이하나가 울먹이듯 어깨를 들썩였 다. 그러고는 감동의 재회라도 한 듯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현이야……. 너 정말로 살아 있었 구나.”
이하나가 털썩 쓰러지듯 두 무릎을 꿇었다.
“미안해,현아. 흐옥,정말이지……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널 버리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
강현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빙 백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연기가 많이 늘었군.”
강현의 한마디에 방 안 가득 찬 달달한 향내가 무색할 정도로 살벌 한 공기가 감돌았다.
피가 떨어지는 검 앞에서도 이하나 는 머리를 한쪽으로 쓸어 넘기며 목 을 내밀었다.
“용서를 빌 생각은 없었어. 내가 한 일을 생각하면 네가 이러는 것도 당연해. 하지만 내가 정말로 후회했 다는 것만은 믿어 줘.”
“암살자까지 보내 놓고 그따위 거 짓말이 통할 거라 생각하나?”
“그건 내가 보낸 게 아니야. 단지 네 소문을 듣고 발데르 가의 도련님 께 너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 을 뿐이었어. 암살자 일은 도련님이 질투해서 멋대로 벌인 일이야.”
이하나는 눈물을 쏟으며 강현을 바 라보았다.
이제 와서 강현이 자신의 말을 믿 어 줄 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한 거짓말을 하는 건 단순히 시간을 끌기 위함이 었다.
바로 자신의 스킬인 ‘매료’를 발동 하기 위한 시간을 말이다.
이하나의 스킬인 매료는 남자를 유 혹하는 스킬이었다.
매료에 당한 남자는 자신에게 홀딱 빠지게 되어 있었다.
루카스 역시 매료를 이용해 꾀어 낸 것이었다.
매료를 걸기 위해선 상대방에게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하나,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욕정 이 들게 할 것.
둘,30초 이상 눈을 마주칠 것.
방 안에 가득 찬 향에는 소량이지 만 미약 성분이 섞여 있는 데다,교 묘하게 옷매무새를 흐트러뜨려 살결 을 드러냈다.
이하나는 과거 10대 시절 당시,강
현이 자신에게 호감을 품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복수심에 차 있다곤 욕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남자라는 생물은 반드시 첫사랑을 가슴에 묻어 두기 마련이 다.
그것은 강현이라도 예외는 아닐 터.
모든 조건들을 충족시킨 이하나는 즉시 매료 스킬을 펼쳤다.
과연 스킬이 효과를 발휘했음인지 강현이 검을 내려뜨렸다.
이하나는 확신했다.
‘완벽하게 걸려들었어. 너도 어쩔 수 없는 남자란 거지.’
하지만 거두어졌다고 여겼던 빙백 검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허벅지를 꿰뚫었다.
단순히 베는 위치에서 찌르는 위치 로 바꾸려고 검을 당겼을 뿐이었다.
“끄아악!”
이하나가 다리가 끊어진 것 같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어째서…… 분명히 매료에 걸렸을 텐데……!”
“이제야 본성을 드러내는군. 그래, 마지막까지 이러는 게 너희들다운 모습이지.”
강현이 한 건 딱히 없었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막 피워 놓은 듯한 향내를 맡고 무언가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했을 뿐.
이하나 본인도 방 안에 있다는 걸 감안했을 때 독이나 수면향은 아닐 거라 예상했다.
유흥업소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미약성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세 이덴의 독주머니가 있기에 딱히 신 경 쓸 것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이하나를 찌르자 무슨 꿍꿍이였는지 알아서 나불거렸 다.
“으흐윽,어떻게 나를 찌를 수가 있어. 여자를 찌르다니…… 사람도 아니야. 흐으으,이 피도 눈물도 없 는 살인마 자식.”
고통이 이성을 초월했는지 급기야
발악하듯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본성을 드러낸 이하나의 모습은 추 하기 짝이 없었다.
배신과 이용만을 수단으로 삼아 온 자의 본모습.
진한 화장으론 구겨진 얼굴을 가릴 수 없었고,깊은 향을 써도 추악한 냄새를 지울 수가 없다.
일말의 동정심조차 생겨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강현은 허벅지에 쑤셔 박은 빙백검 을 비틀었다.
또 한 번 이하나의 비명이 터져 나오며 눈에 물기가 어렸다.
“최진철은 어디 있나.”
“흐으윽,그 자식이 어디 있는지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어?”
“더 고통스럽기를 바라는군.”
“아아악! 자,잠깐 기다려.”
이하나가 다급하게 손을 휘저으며 입을 꿈쩍거렸다.
그러나 고통 때문인지,아니면 시 간을 끌려는지 쉽사리 입을 열지 못 했다.
강현은 더 이상 말로 하지 않았다. 대신 허벅지에서 빙백검을 뽑아내고 는 높이 치켜들었다.
당장이라도 목을 가를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이하나가 그제야 다급하게 입을 열 었다.
“최,최진철이 어디 있는지는 몰
라! 하지만 관련된 정보라면 있어!”
강현은 검을 치켜든 채 차가운 눈 길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1분 주지.”
“고작 1분?”
“그럼 지금 죽든가.”
빙백검을 쥔 손에 핏대가 돋아났 다.
이하나는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정말로 벨 것이다.
어설프게 말할수록 더더욱 용서가 없다.
무시무시한 공포감이 그녀를 지배 했다.
강현의 강경함 앞에,악에 받친 분 노마저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이하나는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겨 우 입을 열었다.
“조,조직이 있어. 최진철은 그 조 직에 속해 있어.”
“조직……?”
“정확하게 어떤 조직인지는 몰라. 저,정말이라고. 나도 최진철을 찾다 가 우연히 접촉하게 됐어. 내가 가 진 매료 스킬도 그들에게 받은 거 야.”
최진철에게 버려지고 돈 한 푼 없 이 방황하게 된 이하나가 쉬이 스킬 을 얻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누군가에게 받은 것만은 확실할 터.
루카스에게도 매료를 펼친 것이 분
명하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루카스를 꾀는 데 성공했으면 차라 리 그 배경을 이용해 귀부인이 되는 게 나았을 텐데,어째서 이처럼 일 게 창부로서 남아 있을까?
마치 의도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 리지 않으려고 한 것 같았다.
“왜 창부 역할을 자처했지?”
“그들의 지시였어. 발데르 자작가 를 엉망으로 만들고 나면 다른 귀족 가도 엉망으로 만들라고 했어.”
조직이란 곳에서 계속해서 이하나 를 써먹기 위해 이처럼 창부 역할을 맡긴 모양이다.
머릿속에서 어렴풋하게나마 조직의
움직임이 파악되었다.
‘제국의 귀족들을 곤궁에 빠뜨리고
무언가 이득이라도 취할 셈인가.’ 귀족들을 망하게 만들고 얻을 수 있는 이득의 종류는 다양할 것이다. 제국과 경쟁하는 국가의 사주를 받 고 행동한다든지,아니면 현지인의 귀족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고 이세 계인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든지. 하지만 조직이 어떤 목적을 가지든 자신과는 무관하다.
강현은 오로지 최진철의 행방만 알 면 그만이었다.
“그래서,최진철의 위치는?”
“흐윽,거기까진 모른다고 했잖아.
조직에 속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
단 말이야.”
눈물을 질질 짜며 호소하듯 말하는 이하나였다.
그러나 강현의 카운트는 멈출 줄을 몰랐다.
“이제 10초 남았군.”
“아,아! 아아! 마,말할게! 조직원 중 한 명이 옆 영지 기사단에 소속 돼 있어! 그자가 여태껏 나한테 지 시를 전달했으니까 그자라면 알지도 몰라!”
10초가 지나 떨어지려던 강현의 검이 중간에서 멎었다.
이제야 제법 쓸 만한 실마리가 나 왔다.
강현은 이하나가 언급한 전령에 대
해 물었다.
“그자가 누구지?”
“알려 주면 죽일 거지?”
전령에 대한 정보가 곧 구명줄이라 여긴 것 같다.
강현과 협상을 하며 시간을 끌려는 속셈이었다.
시간을 끌기만 한다면 발데르 자작 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었다.
허나 그건 이하나의 착각에 불과했 다.
강현은 대답 대신 빙백검을 휘둘렀 다.
푸욱!
빙백검의 검날이 이하나의 상처 입 은 다리를 베어 냈다.
살얼음 낀 피 조각이 튀면서 이하 나가 바닥을 굴렀다.
여태까지와는 고통의 강도가 달라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했다.
강현은 다시 빙백검을 들며 말했 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군.”
배신자와 협상할 생각 따위 없었 다.
아무리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해도 말이다.
스스로 다시 배신당할 빌미를 만들 어 줄 정도로 강현은 녹록하지 않았 다.
이하나는 살기 위해 어떻게든 나불 거렸다.
“으으으,나,나도 최진철 그 새끼 한테 복수할 게 있어. 조직의 끄나 풀이 된 것도 다 그놈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고! 그러니까 차라리 같 이……
이하나의 말은 채 끝맺지 못하고 끊어졌다.
강현이 가차 없이 검을 내리그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다리가 아닌 목이었다.
빙백검의 검끝이 바닥을 향하면서 이하나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절명한 이하나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현실감을 상실한 표정이 남 아 있었다.
강현은 빙백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놈은 내가 처리한다. 네 도움 따 윈 필요 없어.”
이제 남은 건 최진철 하나뿐이다.
자신을 버린 주범이자,배신에 배 신을 거듭한 개자식만이 남았다.
발데르 자작가 옆 영지라면 베이커 자작령일 터.
자작령의 기사는 대개 열 명 내외 이니 조사를 통해 조직원을 구분할 수 있을 거다.
그리하려면 당장 발데르를 벗어나 야 했다.
강현은 김혜림과 합류하기 위해 바 깥으로 나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등 뒤에서 싸늘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