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20화 (20/381)

20

빙백검에 맺힌 마나 오오라가 앞을 가로막은 창대를 베어 내고,그 너 머에 있는 병사들의 갑옷마저 잘라 냈다.

사정거리 안에 있던 병사들의 갑옷 이 쩌저적 벌어졌다.

“크억!”

벌어진 갑옷 틈에서 피가 솟구치면 서 포위망 일각이 무너졌다.

“뛰어.”

활로가 열리자 강현의 신형이 빠르 게 움직였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이 었다.

김혜림도 다급히 강현을 따라 포위 망을 벗어났다.

병사들이 정신을 차린 건 그 후의 일이었다.

설마 반격당할 줄은 몰랐는지 병사 들은 한동안 멍해 있다가 뒤늦게 정 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저놈이 감히 발데르 귀족가에게 모욕을!”

“빨리 놈을 쫓아라! 절대로 놓쳐서 는 안 된다!”

“늦었다! 놈이 벌써 외곽 지역 인 파와 뒤섞였어!”

“크옥,어서 저택에 보고해. 너희들 은 순찰 중인 기사 분들께도 이 사 실을 알려라!”

발데르 외곽 인파는 만조 때의 밀 물과도 같았다.

무기를 들고 추격전을 벌였다간 소 동이 커져 더더욱 추격하기가 힘들 어질 것이었다.

……라는 게 명분이긴 하다만,실 상은 강현의 무위를 눈앞에서 목격 하고 발이 얼어붙었을 뿐이었다.

병사들은 분주하기 움직였다.

시신도 수습해야 했고,신속히 귀 족가에 보고를 올려야만 했다.

*

포위망을 뚫고 인파 속에 뒤섞인 강현은 추격자가 없자 느긋하게 움직였다.

가까스로 인파를 헤치고 따라붙은 김혜림이 냅다 옷자락 끝을 잡고 붕 붕 흔들었다.

“미쳤어,정말. 귀족가 병사들을 베 면 상황이 더 악화된다는 거 몰라 요?”

말투에서 뿔이 단단히 나 있는 게 느껴졌다.

볼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고,눈 꼬리는 성난 고양이마냥 한껏 올라 갔다.

강현은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

“일단 설명부터 해 줘요. 암살당할 뻔한 건 우린데 왜 갑자기 학살자 취급을 받아야 하죠?”

“여기서 헤어지지. 발데르 안내는 됐으니까 떠나도록.”

강현이야 이하나에게 복수해야 하 니 이곳에 남을 생각이지만,김혜림 의 경우 발데르를 벗어나는 게 훨씬 나았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요. 저도 이미 얼굴 팔렸잖아요. 상황 해결될 때까진 못 떨어져요.”

강현 입장에서는 굳이 그녀를 말릴 필요 없었고,강제할 자격도 없었다. 어차피 판단은 스스로가 내리는 것 이다.

김혜림 본인도 적극적으로 문제 해 결에 동참할 생각이 있어 보이니 간 략하게나마 정황을 설명해 주었다.

“나인 포레스트에서 만난 암살자들 부터가 함정이었어.”

강현은 나인 포레스트의 암살 시도 부터 방금 병사들에게 포위당했던 순간까지 전부 이하나의 함정이었음 을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듣고 나서 김혜림은 아까 병사들에게 포위당했을 때 강현이 했던 말이 이해되었다.

“자작가의 아들과 유흥가 여인이 라. 대강 그림이 그려지는군.”

이하나가 발데르 자작가와 협잡하 고 용병에게 의뢰를 넣어 강현을 습 격했다.

그대로 강현이 암살당해도 좋고, 용병들이 당한다 해도 그 배경을 이 용하여 살인죄를 덮어씌울 심산이었 던 것이다.

김혜림은 버블헤드인형마냥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러니까 발데르 자작의 아들인 루카스와 이하나란 여자가 한통속이 라 이거군요.”

“이제 상황 파악이 됐나?”

“근데 저쪽도 우리가 용병들을 죽 였다는 증거는 없잖아요. 아니라고 잡아떼거나 정당방위였다고 말했으면 되지 않았을까요?”

“인상착의까지 알아보고 대기하던 놈들이야. 범죄자로 몰아넣을 증거 쯤은 조작해 뒀다고 봐야겠지.”

“으음,그럼 이대로 조용히 움직이 면서 이하나란 여자가 어디 있는지 를 알아봐야겠네요.”

“그럴 필요 없어.”

“왜요?”

“저쪽에서 알아서 알려 줄 테니 까.”

병사들을 벤 시점부터 강현 역시 대책을 세워 놨음을 알 수 있는 대 목이었다.

하지만 강현은 어떤 수를 썼는지까 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정보 보안을 위해서라고는 해도 김 혜림으로선 썩 유쾌하지 않았다.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같이 좀 알면 안 돼요? 자꾸 사람 궁금하게 만드시네.”

“글쎄.”

“하여간 성격 나쁘다니까.”

“이제부턴 따로 움직이지. 난 이하 나를 처리할 테니 넌 배를 잡아 놓 도록 해.”

배를 잡아 두라는 건 일을 처리한 이후 발데르를 떠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김혜림은 도망을 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될 거라 여겼다.

“발데르 자작가에서 현상금을 걸

텐데요?”

“그건 이쪽도 소문으로 상쇄시켜야 겠지.”

“소문이라면?”

“발데르 자작가에서 우릴 암살하려 했다는 소문.”

“아,발데르 자작가에서 내미는 명 분 자체를 무너뜨리자 이거군요.”

“그래.”

이하나가 용병들에게 암살 의뢰를 했고,암살이 실패하자 발데르 자작 가에서 나서 강현에게 누명을 씌웠 다.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발데르 자작 가로서도 입장이 난처해진다.

그들이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귀족

의 명예에 흠집이 나기 때문이다. 무려 귀족가가 한낱 유흥가 여자에 게 놀아났다는 염문설이 돌면 그 소 문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현상금을 거둘 것이었다.

“배를 잡기 전에 용병길드에 가서 우릴 암살하려 했던 용병들에 대한 정보를 모아놔.”

“알겠어요.”

“개인적인 일을 끝마치면 발데르 남쪽 부두로 가지. 첫 합류시간은 새벽,그때까지 내가 나타나지 않으 면 이틀 뒤 자정에 합류하도록 하 지. 사흘이 지나도 내가 합류하지 못하면 발을 뻤다고 생각해. 만약 네 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 발데 르를 떠나. 그 뒤엔 어설프게 날 따 라오려 하지 말고 네 갈 길 가도 록강현의 입에서 지시사항이 청산유 수처럼 쏟아졌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흔적에 김혜림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그녀의 입에서 저절로 감탄이 홀러 나왔다.

“와..!”

김혜림이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 자 강현이 특유의 무덤덤한 한 마디 를 뱉었다.

“못 들은 부분이라도 있나?”

“아뇨,그냥 평소에 말수가 적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렇게 항상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하느라 말이 적은 거였네요.”

시선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계 속 눈을 맞추는 김혜림이었다. 강현은 잠시 후 그녀에게서 눈길을 거두고 차갑게 답했다.

“마음대로 생각해.”

“그럼 저는 작전대로 움직일게요. 새벽에 부두에서 봐요.”

김혜림이 한쪽 눈을 찡긋하곤 옆길 로 빠져나갔다.

그녀가 사라지자 강현은 얼굴을 쓸 었다.

'날 방심시키기 위한 연기일지도. 주의해서 나쁠 건 없지.’

지금까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강

현을 쫓아다니는 김혜림이지만,귀 족가와의 갈등이 깊어지면 언제든 생각을 바꿀지도 몰랐다.

최진철,박인환,이하나가 그랬듯 김혜림 또한 배신할 가능성도 염두 에 둬야만 했다.

나중에 합류하겠다고 말한 건,후 에 김혜림이 자신을 팔아넘겼는지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왠지 그러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 지만 강현은 자신의 감까지도 경계 했다.

감을 믿는 순간 순도 높은 냉정함 에 이물질이 낄 것 같았다.

김혜림과 떨어진 강현은 인파 속에

뒤섞여 몇 바퀴 더 외곽 지역을 돌 아다녔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단의 병사들도 외곽 지역으로 들어섰다.

이곳으로 종적을 감춘 강현을 찾기 위한 인력 투입이리라.

한데 병사들은 강현의 예상과 달리 움직였다.

수소문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자신 의 흔적을 뒤쫓기는커녕,게시판에 공고문을 붙이고는 다시 시내 안쪽 으로 돌아가 버렸다.

강현은 공고를 살펴보았다.

[발데르 자작가 공고문]

[최강현이란 자가 시내에서 발데르

자작가 소속 병사들을 베고 도주. 이 시간부로 발데르 자작가는 최강 현을 적으로 간주할 것이며 그를 발 견한 자,혹은 사살한 자에겐 포상 금을 지급하겠다. 놈의 외모는…….]

추적과 검문으로는 강현을 잡을 가 능성이 없다 여겼는지 포상금을 걸 었다.

차라리 현명한 방법이었다.

일개 병사들로 길을 막고 뒤를 쫓 는다 한들 강현의 경지를 이길 수는 없다.

발데르 자작가의 움직임을 파악한 강현은 곧장 근처의 옷집과 잡화점, 이발소 등을 차례로 들렀다.

가게 몇 군데를 들렀다 나왔을 때, 강현의 모습은 갈색 로브를 뒤집어 쓴 칙칙한 용병이 아닌 아름다운 금 발의 귀공자 모습이 되어 있었다.

*

달달한 과일향이 풍기는 방 안.

방 한가운데에는 캐노피가 펼쳐진 킹사이즈 침대가 놓여 있었다.

침대 위에선 품위가 넘치는 복장의 금발 청년이 한 여인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었다.

청년을 자신의 다리에 뉘인 여인은 망사 슬립만을 걸친 흑발의 미인이 었다.

금발 청년은 발데르 자작의 외동아 들인 루카스였고,흑발의 여인은 다 름 아닌 이하나였다.

루카스는 반쯤 풀린 눈으로 이하나 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나,보고 싶었어.”

“도련님. 어제도 오랫동안 같이 있 었는데 아직 부족하신가 보네요.”

“부족하고말고. 너란 여자는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좋아.”

루카스의 손이 짧은 치마 안으로 들어갔다.

이하나가 그 손등 위에 자신의 손 을 포겠다.

“이전에 말씀드린 남자는 처리하셨 나요?”

스킨십을 절묘하게 끊는 것이 루카 스의 애간장을 더욱 애태웠다.

루카스는 살살 녹는 표정으로 실실 거렸다.

“감히 하나를 위협하려 드는 그 무 뢰한 말인가? 내 친히 보낸 병사들 을 베고 도망갔다더군. 안 그래도 현상금을 걸었으니 조만간 잡힐 테 지. 우린 걱정 말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꾸나.”

이하나가 루카스의 손을 떼어 내며 등을 돌렸다. 그러고는 앵앵거리면 서 짜증을 냈다.

“실망이에요,도련님. 그 작자가 나 타나면 바로 잡을 수 있다고 하셨잖 아요.”

“설마 그놈이 대놓고 귀족가를 적 으로 돌릴 줄 알았겠느냐. 내 포상 금을 건데다 기사들까지 움직이라고 단단히 명을 내려놓았으니 안심하거 라.”

“죄송해요,저 불안해서 안 되겠어 요. 도련님은 분명 잡을 수 있다고 했었지만,그 대단한 자작가의 병사 들마저 당했다는데 어떻게 안심하고 있을 수 있겠어요. 그자가 잡힐 때 까지 어디 멀리 가 있을래요.”

루카스가 화들짝 놀라 상체를 일으 켰다.

그는 이하나에게 매력에 단단히 빠 졌는지 쩔쩔매며 그녀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것만은 안 된다. 내 너를 보는 것만이 유일한 낙인데 어찌 널 발데 르 바깥으로 보낼 수 있겠느냐.”

“저 역시 도련님과 함께 있고 싶어 요. 하지만 너무 무서운걸요. 계속 절 보고 싶으시다면 한시라도 빨리 그자를 처리해 주세요.”

“조금만 기다리거라. 내 기사들에 게 당장 놈의 목을 가져오라고 이르 고 오마.”

루카스가 화난 기색으로 씩씩거리 며 바깥으로 나갔다.

그에게 있어,이하나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사태는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고작 무명의 일개 용병 때문에 이

런 고생을 한다는 것이 그를 더욱 분노케 했다.

복도까지 나간 루카스가 사복 차림 으로 대기 중인 호위기사들에게 엄 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직도 놈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 했나?”

“목격 신고는 없었습니다. 일단 데 카르트 경과 로버트 경이 직접 병사 들을 인솔하여 수색 중이니 조만간 보고가 있을 것입니다.”

“무능한 것들! 제대로 하는 일이 없군. 일단 순찰 병력 일부를 이리 로 돌려서 배치시켜라.”

이하나의 불안이라도 가라앉히기 위해 호위 병력이라도 붙여 둘 속셈이었다.

기사들로선 이런 지시가 매우 불쾌 했다.

애써 기사의 직에 오른 명예로운 자들이다.

한데 하는 일이라곤 유흥가에서 몸 을 파는 창부의 호위라니,이토록 불명예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한데 그것도 모자라 병사들까지 배 치하라고 한다.

참다못한 기사 한 명이 반박했다.

“도련님,귀족가의 병력으로 유흥 업소를 호위하는 건 좀……

“내가 하라고 하지 않느냐!”

“왜 대답이 없느냐!”

루카스가 다그쳤다.

명령을 듣지 않으면 불복종의 죄라 도 물을 기세였다.

기사들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가문에 충성을 맹세한 몸이니 그저 까라면 까야 했다.

기사들은 내심 신세를 한탄하면서 도 마지못해 대답했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원하는 대답을 끌어낸 후에도 루카 스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연신 씩씩 거리며 콧김을 뿜었다.

그러고는 저택 방향으로 몸을 돌렸 다.

“이놈들을 믿느니,내가 나서서 하 나를 지켜 내겠다.”

저택을 호위하는 병력까지 끌어와 호위병력으로 쓸 심산이었다.

루카스가 바쁘게 발데르 자작가로 향해 갔다.

*

강현은 마차를 빌려 움직였다.

마차를 이용하면 모습을 숨길 수 있음은 물론이고,귀족처럼 위장하 기도 유용했다.

강현이 마차에 오르자 마부가 행선 지를 물어 왔다.

“어디로 모실까요?”

“유흥가로 가지.”

따각,따각,따각.

강현을 태운 마차가 넓은 길 위를 달려서 유흥가가 펼쳐진 길로 들어 섰다.

붉은 등이 달려 있는 곳곳마다 분 냄새가 진동했고,야시시한 복장을 걸친 여인들이 남자들을 유혹했다. 유흥가 거리 중간쯤을 지나칠 즈 음.

병사들이 호위를 서고 있는 화려한 건물을 볼 수 있었다.

저기로군.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이하나가 있 는 건물임을 알 수 있었다.

과보호는 역효과를 내는 법.

괜히 병사들을 벤 게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귀족가의 병사들을 벨만큼 무모한 놈이란 인식을 심어 주 면 이런 반응이 나오리라 예상했다. 즉 과보호란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문제를 키운 것이었다.

과연 루카스는 그 예상대로 움직여 주었다.

덕분에 손 하나 까딱 않고 이하나 의 은신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강현은 마차 앞창을 열고 마부에게 지시를 내렸다.

“저기 있는 업소 앞에서 멈추게.”

금발의 귀공자,강현이 마차에서 내리자 업소를 지키고 섰던 병사들 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복장에 금세 시 선을 거두었다.

누구도 강현이 위장을 한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없었다.

그만큼 분장이 그럴싸하기도 했지 만,설마 귀족가와 척을 진 자가 대 놓고 나타나겠냐는 태안함에서 비롯 된 방심이었다.

대담한 행동이 심리의 사각을 찌른 셈이었다.

강현은 분장한 금발 머리를 휘날리 며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섰다.

업소는 상당히 고풍스러운 인테리 어를 자랑했다.

멋모르고 찾아오면 고급 저택에 들 어선 줄로 착각할 정도였다.

종업원이 강현을 발견하고 다가왔 다.

“혼자 오셨습니까?”

강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여기 명성이 대단한 여인이 있다 하여 왔다. 그녀 이름이 이하나라 지?”

“이하나…… 아,마담을 말씀하시 는 거군요. 마담께선 손님을 받지 않으십니다.”

이하나가 마담?

단순히 업소 여자 중 하나로 여겼 는데 생각 이상의 위치였다.

의외라 여겼지만 겉으로는 담담함 을 유지했다.

“고작 루카스 따위는 접대하면서 이 나는 접대하지 못하겠다 이 말이 더냐?”

말만 놓고 보면 발데르 자작가는 범접하지도 못할 대가문이 배경인 것처럼 들렸다.

더불어 마나까지 끌어올려 위엄 있 는 기세로 압박까지 했다.

기세에 눌린 종업원이 뻘뻘 진땀을 홀렸다.

“자,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담 께 알리고 오겠습니다. 한데…… 송 구하옵니다만 어디의 누구라고 전하 면 될는지요?”

강현은 별다른 고민 없이 루카스를 누를 만한 이름을 내밀었다.

제국에서 손꼽히는 가문의 자제라 면 루카스의 이름을 누르고도 남았 다.

“빌토르 백작가의 차남이라 전해 라.”

종업원은 빌토르 백작가란 이름만 듣고도 고개를 조아리고 계단 위로 올라가려 했다.

한데 그때였다.

1층 로비 구석에 있던 건장한 사 내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강현의 앞길을 막아섰다.

“네놈은 누구냐? 빌토르 백작가의 아인 도련님은 네놈 같은 금발이 아 니다.”

발데르 자작가의 기사가 사복 차림 으로 대기하다가 강현의 말을 들은 것이었다.

거짓 신분으로 위장한 자라면 분명

께름칙한 목적이 있을 터.

기사가 적의를 드러내며 크게 소리 쳤다.

“여기 수상한 자다! 당장 이놈을 포박해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병사들이 몰 려 들어와 강현을 에워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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