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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15화 (15/381)

15 화

사내를 집어삼킨 통로는 이내 원상 복구되기 시작했다.

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통 로 사이로 이빨들이 도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잠시 후,언제 그랬냐는 듯 통로는 처음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이빨들 역시 하나도 찾아볼 수 없 었다.

“과연……. 통로 자체가 미먹의 함 정이라는 거군.”

지하 3층의 이름이 어째서 미믹 동굴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미먹은 어떤 물건 따위로 자신의

모습을 위장하고 다가오는 먹잇감을 삼키는 몬스터였다.

지하 3층의 경우는 동굴 통로의 모습을 띠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단연코 이처럼 커다란 면적 의 미먹은 본 적이 없었다.

강현은 통로에 한쪽 발을 들여 보 았다.

뒤에선 김혜림이 조마조마한 눈길 로 강현을 지켜보았다.

“그거 좋지 않은 행동인 것 같아 요.”

그러나 한쪽 발을 들인 정도로는 미먹이 반응하지 않았다.

일정 이상 통로로 들어서야 삼키려 드는 모양이었다.

강현은 빙백검을 들고 가라앉은 목 소리로 말했다.

“보고나 있어.”

빙백검에 마나 오오라를 부여한 강 현은 단숨에 통로를 주파했다.

정확히 통로의 중간쯤 되는 지점을 넘어서자 사방에서 예의 이빨들이 드러났다.

강현은 빠르게 눈을 움직였다.

‘덩치 따윈 상관없다. 그저 핵을 부수면 될 뿐.’

강현은 일찍이 바스코를 처치하고 몇 가지 책자들을 챙긴 바 있었다. 그중에 ‘몬스터 상식 개정판’이 있 었고,틈날 때마다 익혀 두었기에 미먹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몬스터 상식 개정판에 따르면 미믹 은 C급 던전부터 나타나는 낮은 등 급의 몬스터로,미먹의 핵은 위장을 풀 때 드러난다고 했었다.

먹히기 전에 그 핵을 부수는 것이 바로 미믹 처치법이었다.

강현의 눈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사방에서 이빨들이 조여 오므로 왜 곡의 효과도 기대할 수 없었다. 이빨들이 점점 가까워 오는 가운데 천장에 박힌 주먹만 한 붉은 보석이 보였다.

강현은 즉시 붉은 보석을 향해 마 나폭검을 펼쳤다.

“흐읍!”

파파파팍!

짧은 기합과 함께 빙백검에서 쏘아 진 마나 파편들이 붉은 보석에 적중 했다.

붉은 보석,그러니까 미먹의 핵이 쩌저적 갈라지더니 이내 부서지면서 벽에 난 이빨들이 도로 들어갔다. 강현은 상태창을 확인하여 경험치 가 오른 것을 확인했다.

‘레벨은 50대 후반 정도인가. 그리 높진 않군.’

전리품 또한 없는 것으로 보아 보 스는 아닌 모양이었다.

잠시 후,안전한지 확인을 거친 뒤 에야 강현을 따라 들어온 김혜림이 감탄을 자아냈다.

“와,방금 건 진짜 대단했어요. 그

상황에서 핵이 보인 거예요?”

“보였으니까 부쉈겠지.”

“통로 중앙 천장을 가격했던 것 같 은데 맞죠? 참고해야겠네요.”

“미믹마다 핵의 위치가 다르다는 건 상식이야.”

“아,그랬어요? 한 가지 배웠네요.”

정말이지 넉살 하나는 인정해 줘야 할 것 같았다.

연신 감탄 중인 김혜림을 뒤로하고 안쪽으로 나아갔다.

통로를 빠져나가자 이번엔 열 개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어느 갈림길로 가야 하나 생각하던 차에 김혜림이 제일 오른쪽 통로 앞 에서 손짓했다.

“강현 씨,저거 봐요. 다른 구역에 서 온 사람들도 먹힌 것 같아요.”

김혜림이 가리킨 통로 안을 들여다 보니 곳곳에 핏자국과 옷 조각이 남 아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다른 통로들도 비 슷한 흔적들이 있었다.

이로써 갈림길에 존재하는 모든 통 로가 미먹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 다.

던전 보스를 찾는 것만으로도 머리 아픈데 모든 통로를 지나칠 때마다 미먹을 처리해야 했다.

그것도 매번 목숨을 걸어야만 한 다.

한 번이라도 핵을 찾지 못한다면

바로 미먹에서 먹혀 버리는 구조였 다.

김혜림은 납득했다는 듯 혼자 고개 를 끄덕거렸다.

“그렇군요. 모든 통로가 미먹이라 서 미믹 동굴이었나 보네요. 과연 던전 보스가 있는 층답네요.”

강현의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그녀 를 보았다.

“기억력이 꽝이로군.”

“네? 지금 저한테 하신 말씀이세 요?”

“그래.”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대 뜸 바보 취급당할 정도는 아니거든 요.”

“내가 지하 1층에서 한 말을 잊었 나?”

잠깐 고민하던 김혜림이 지하 1층 에서 정보료를 지불하고 들었던 말 을 떠올렸다.

“아,맞다. SS랭크는 배배 꼬인 던 전이라고 했었죠. 그렇다면 강현 씨 는 미먹을 쓰러트리는 게 정답이 아 니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미믹 통로를 통과하는 건 기본적 으로 해야 할 일이야. 그 외에 뭔가 더 숨겨진 공략법이 있겠지.”

“으음,지금으로선 단서가 너무 부 족하네요. 좀 더 안으로 들어가 봐 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겠지.”

강현은 열 개의 통로 중 오른쪽에 서 두 번째 통로로 들어섰다. 마찬가지로 통로 중간을 넘어서자 미먹의 이빨이 드러났다.

하지만 아까와 달리 천장 중앙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핵을 찾으려고 사방을 살피는 와중 에도 이빨은 점점 더 다가왔다. 이빨이 길게 뻗어 올수록 벽과 바 닥,천장이 가려져 핵을 찾기가 더 더욱 어려웠다.

더욱이 이번에는 좀처럼 핵이 보이 지를 않았다.

너무 자신했던 것일까?

결국 미먹의 이빨들이 몸에 닿을 지경까지 이르고 말았다.

김혜림이 다급하게 외쳤다.

“강현 씨! 위험해요! 얼른 나와 요!”

당장 목숨이 끊어질 듯한 절체절명 의 위기였다.

한데,어째서인지 강현의 얼굴은 건조했다.

한 점 동요라곤 찾아볼 수 없는 기색이었다.

강현이 무표정한 얼굴로 빙백검을 역수로 쥐고 바닥에 찔러 넣었다.

푸욱!

그러고는 빙백검에 마나를 부여하 자 시리도록 차가운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직후,빙백검이 박힌 곳으로부터

맺힌 서리가 이내 통로 전체로 뻗어 나갔다.

짜자자자작!

통로 전체가 얼어붙어 버리는 바람 에 뻗어 나오던 이빨들도 움직임이 멈춰 버렸다.

강현은 얼어붙은 이빨들을 부숴뜨 리며 무심히 말했다.

“그럭저럭 이군.”

핵을 찾지 못한다면 통로 전체를 얼려 버리면 그만이다.

벽은 단순히 위장용일 뿐이고,벽 너머에 미먹의 본체가 존재하기에 놈까지 얼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말이 쉽지,어느 누가 통로 전체를 얼려 버린다 생각하겠는가.

설혹 생각했다 해도 강현처럼 실행 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은 별개였다. 김혜림으로선 강현이 괴물처럼 느 껴 졌다.

“저 사람 진짜 사람 맞아?”

김혜림은 조심스럽게 이빨 사이로 피해 다니며 강현의 뒤에 따라붙었 다.

“사람이 왜 그리 위험하게 움직여 요? 걱정해서 손해 봤네.”

“걱정해 달라고 한 적 없다.”

“차라리 이렇게 하죠. 통로에 들어 갔을 때 강현 씨는 전방만 신경 쓰 세요. 전 강현 씨 후방을 둘러볼게 요. 반반씩 나누면 핵을 찾기 쉽지 않겠어요?”

“별로. 핵을 못 찾더라도 괜찮다는 걸 방금 증명했을 텐데?”

“에이,그러지 말고 효율적으로 하 죠. 전 경험치를 얻어서 좋고,강현 씨는 안정적으로 통로를 지날 수 있 잖아요.”

나쁜 방법은 아니었지만 전적으로 의지할 만한 방법도 아니었다. 김혜림의 명중률이 6, 7할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차라리 지금 같은 방 식으로 뚫는 게 나았다.

“난 내 방식대로 하지.”

“알겠어요. 강현 씨는 강현 씨 방 식대로 하세요. 전 방금 말한 방식 대로 생각하고 움직일 거예요.”

“그러던가.”

그 뒤로 강현과 김혜림은 각자의 방식을 고수하며 통로를 뚫고 나아 갔다.

총 여섯 번의 통로를 지나치는 동 안 강현은 네 마리,김혜림은 두 마 리의 핵을 부쉈다.

어느덧 던전에 들어온 후로 12시 간이 지났다.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때가 늦은 오후였으니,던전 밖은 아마도 다음 날 아침이 찾아오고 있을 것이었다. 날밤을 꼬박 샌 바나 마찬가지인지 라 강현과 김혜림은 잠깐 휴식을 취 하기로 했다.

휴식 시간은 곧 정비 시간이기도 했다.

강현은 쉬는 동안 상태창을 확인해 두었다.

미먹을 처리하는 사이 레벨이 한 단계 올라 있었다.

[최강현 (lv.85)]

파괴 : 162 실드 : 9 왜곡 : 152 정제마나 : 111 회복 : 6보너스 포인트 : 10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 (S), 마나폭검 (S),석상 호 걸의 갑옷 (S)

분배하지 않은 보너스 포인트가

10이 있었다.

원래 레벨 50이상부터 주어지는 보너스 포인트는 3이다.

하지만 강현에겐 아이로스 팔찌가 있었다.

아이로스 팔찌의 효과는 레벌 업 당시 얻는 보너스 포인트를 2배로 올려 주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1레벨 상승으로도 보너 스 포인트가 6이 올라 있었다. 나머지 4포인트는 박인환을 없애 버릴 때 함께 처치한 세븐슬라임의 전리품인 아나리스의 가호에 의한 가산 포인트였다.

아나리스 가호의 특징은 S급 이상

의 스킬 개수에 따라 보너스 포인트 를 얻는 것이었다.

현재 자신이 지닌 스킬은 세이덴의 독주머니와 마나폭검,석상 호걸의 갑옷,각성의 서까지 총 네 개였다. 각성의 서는 등급이 卞로 표기되 어 있었는데,아나리스의 가호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S 급 이상인 것만은 확실해졌다. 강현으로선 싸울 때마다 각성의 서 가 가진 효과가 매우 사기적임을 실 감하고 있었다.

어느 누가 스렛의 성격 자체가 바 뀌는 스킬을 가지고 있을까!

하지만 찜찜한 점도 함께했다.

‘왜 등급이 표기되지 않는지 모르

겠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 강현은 절레절레 머리를 저어 잡생 각을 거두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각성의 서의 등 급이 아니라 이 던전을 나가는 것이 다.

생각을 정리한 강현은 파괴에 모든 포인트를 투자했다.

이로써 파괴 스텟이 172가 되었다. 보너스 포인트 분배를 마친 뒤 고 개를 들었다.

맞은편에선 김혜림이 꾸벅꾸벅 졸 고 있었다.

용케도 12시간 넘도록 강현의 페 이스를 따라오고 있었다.

진작 지치지 않은 것만도 신기했

다.

김혜림이 조는 동안 강현은 생각의 방향성을 지하 3층 공략법으로 전환 했다.

끝이 보일 기미가 안 보여. 이 길 이 아니라면 돌아가서 다른 통로로 가 봐야 된다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SS랭크 던전답지 않은 방식이었다.

물론 동굴 미먹의 위력은 상당하 다.

허나 길을 가로막는 몬스터를 사냥 하여 길을 뚫는 방식은 s랭크 이하 의 던전에서도 쓰는 방법들이다. 단순히 몬스터를 잡는 게 끝이라면 던전 길잡이가 존재할 이유도 없었다.

강현은 이미 뚫어 놓은 통로를 되 돌아보았다.

'왜 이런 식으로 던전이 짜여 있는 거지? 정말 미로 속에서 던전 보스 를 찾는 게 전부일까? 아니면 크라 이머 던전처럼 던전 보스 자체에 특 이점이 있을 수도. 아냐,그렇다면 던전 길잡이의 문구가 있을 필요가 없지. 분명 던전 길잡이의 문구에 함정이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해.’

지하 1층에선 타일이 좁아진다는 설명이 누락되어 있었다.

지하 2층에선 실드 스렛이 높으면 소화액을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 누 락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지하 3층은?

강현은 몇 번이고 지하 3층의 문 구를 되새겼다.

‘던전 보스를 죽이면 클리어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야. 왜 그 사 실을 굳이 길잡이로 표기해 놨을 까?’

강현은 갈림길 사이를 이리저리 거 닐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던 중 문득 갈림길 입구 천장 에 시선이 닿았다.

잠시 스쳐 가듯 본 것이었는데 이 상한 점이 있었다.

생각에 잠긴 지 한 시간만의 일이 었다.

강현은 갈림길 천장마다 작은 글씨

가 새겨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바닥의 발광이끼를 한 움큼 뜯어다 천장에 가져다 댔다.

천장에 새겨진 글자를 본 순간 강 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런 거였군.”

때마침 졸음에서 깨어난 김혜림이 달려와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우,절 버리고 가 버린 줄 알았 어요. 저 얼마나 잤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강현이 천장을 가리키고 말했다.

“어느 갈림길이든 마지막에는 지하 1층으로 돌아가는 길로 연결되는 거였어.”

강현의 손끝이 가리킨 곳에는

‘1-J’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마찬가지로 다른 갈림길 입구 천장 에는 각각 ‘1-1’,‘卜K’,‘1-G,등 모두가 1층을 가리키는 글자들이 새 겨져 있었다.

김혜림은 눈을 끔뻑이며 글자들을 바라보다가 탄성을 내질렀다.

“아!”

강현은 들고 있던 발광이끼를 획 집어던지며 말했다.

“길잡이 설명 어디에도 던전 보스 가 지하 3층에 있다는 말은 없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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