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짤막한 한 마디와 함께 강현이 땅 을 박차고 달렸다.
세본슬라임이 부활하기 직전에 원 형 지대 중앙을 주파하여 순식간에 게레라와의 거리를 좁혔다.
꺾어 쥔 빙백검엔 마나유저 상급의 오오라가 맺혀 있었다.
게레라는 크게 당황했다.
강렬한 기세가 어마어마한 압박으 로 다가왔다.
“무,무슨 수작이냐! 내가 시체를 떨어뜨리면 공략하지 못한다고! 그 걸 알고는 있는 거냐!”
게레라가 발악하듯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다비드의 시체에 발을 얹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현의 속도는 조금도 늦춰지지 않았다.
게레라는 강현이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 여겼다.
게레라로서도 끝까지 살기 위해선 다비드의 시체가 필요할 터.
협상은 단순히 위협용으로만 여기 는 게 분명했다.
“내가 못 버릴 거라 생각하나 보 지? 그래,어디 한번 다 죽어 보 자!”
게레라가 물귀신 심보를 드러냈다.
궁지까지 몰린 그가 다 함께 죽자 는 심산으로 다비드의 시체를 구덩이 아래로 걷어찼다.
결국 구덩이 깊숙이 떨어진 다비드 의 시체가 무수히 많은 꼬챙이에 꿰 뚫렸다.
그러나 강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빙백검을 팔 깊숙이 당겼다.
“시끄러운 주둥이로군.”
강현이 당황조차 하지 않자,게레 라는 크게 경악했다.
세븐슬라임의 먹잇감이 모자라면 공략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남자는 어찌 이 상황에 이르러서도 담담하단 말인가!
게레라는 뒤늦게 검을 뽑아 강현에 게 맞서려고 했다.
“미친놈! 이 마당에 눈 하나 깜짝
안 해?”
서로가 사정거리에 닿는 즉시 두 사람은 검을 휘둘렀다.
두 자루의 검이 상대의 몸을 노리 고 뻗어졌다.
그러나 검의 속도는 강현이 더 빨 탔다.
빙백검이 먼저 게레라의 가슴에 파 고들었다.
반면 게레라의 검은 허공을 저었 다.
“우욱!”
빙백검이 파고든 주변으로 서리가 맺히고 게레라의 입에서 선혈이 흘 러나왔다.
강현은 게레라의 마지막 말 따윈
들을 것도 없다는 듯 파괴의 효과를 발휘하여 단번에 처리했다.
빙백검이 뽑혀 나왔을 때,살얼음 낀 핏덩이가 떨어지면서 게레라의 시신이 바닥을 뒹굴었다.
이로써 가장 큰 불안 요소를 처리 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아직 상황이 끝난 게 아니었다.
그사이 세븐슬라임이 다시 부활하 여 나타났다.
지금까지 총 네 번의 목숨을 소모 하였으니,남은 부활 횟수는 세 번 이었다.
세븐슬라임의 시선이 강현에게로 꽂혔다.
강현은 서둘러 게레라의 허리춤에 찬 파우치를 빼내고 시체로부터 떨 어 졌다.
다가오던 세븐슬라임은 멀어지는 강현 대신 움직임이 없는 게레라의 시체를 집어삼켰다.
세븐슬라임이 게레라를 소화하는
?이,강현은 김혜림에게 다가가며 파우치 안을 뒤적였다.
“역시 있었군.”
파우치 안에 원하던 물건이 들어 있었다.
바로 서든트리의 열매였다.
나폴리 용병단도 지하 1층에서 서 든트리를 공략했으니 분명 가지고 있을 거라 여겼었다.
물건을 확인한 강현은 고개를 들었 다.
저 멀리서 김혜림이 결의를 다지며 시위에 화살을 걸고 있었다.
강현은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어이,다른 공략법 찾았어.”
“절 먹이고 떨어진 시체를 건져 올 린다는 방법은 아니겠죠?”
“머리가 나쁘군. 나는 다른 공략법 이라고 했는데 말이지.”
“더 다가오지 말고 거기서 말해 주 세요. 더 이상 다가오면 거짓말로 여기겠어요.”
지금 김혜림과 실랑이를 벌이는 자 체가 시간 낭비였기에 강현은 그 자 리에 멈춰 섰다.
그러곤 알아낸 방법을 바로 알려 주었다.
“실드 스렛이 높으면 어느 정도 산 성액을 버틸 수 있어. 그 증거로 저 기 떨어진 방패는 산성액을 버려 냈 지.”
강현이 반쯤 녹은 방패를 가리켰 다.
게레라가 동료를 밀쳐 내고 썼었던 방패였다.
방패 성격의 보구는 대개가 실드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방패가 반만 녹아내렸다는 얘 기는 한동안 산성액에 녹지 않고 버 틸 수 있다는 뜻이었다.
김혜림은 대강이지만 강현의 의도
를 이해했다.
“실드 스렛이 높으면 먹힌 이후에 도 얼마간은 버틸 수 있다는 거네 요. 먹힌 사람의 실드가 걷히기 전 에 세븐슬라임을 처리하면 된다는 말인 거죠?”
“맞아.”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드 스텟은 몸 주위에 투명한 실 드를 만들어 낸다.
보통 30포인트부터 실드가 생겨나 며 스렛이 높을수록 실드의 데미지 흡수량이 늘어난다.
그 실드가 걷히기 전에 세본슬라임 을 처리하고 먹힌 사람을 구출한다. 그게 강현이 찾아낸 또 하나의 공략법이었다.
“일단 저놈을 처리하고 다시 얘기 하도록 하지.”
게레라의 소화 시간이 끝나기 전에 세본슬라임을 얼린 후 부숴 버렸다. 이제 놈에게 남은 목숨은 2개. 강현은 세븐슬라임의 여섯 번째 부 활 전에 김혜림과의 대화를 마무리 짓고자 했다.
“네가 먹히도록 해.”
“저 실드 스텟 10밖에 안 돼요. 그 거 가지곤 못 버틸 것 같은데요.”
강현은 문제없다는 둣 게레라의 파 우치에서 가져온 서든트리의 열매를 내밀었다.
“서든트리의 열매다. 먹으면 1분
동안 실드 스텟이 100포인트 증가 하지.”
“그런 물건이 있었어요?”
“네가 지하 1층에서 레벨 업에 정
신 팔려 있을 때 얻었지.”
“스렛 문제는 그걸로 해결한다고
쳐요. 하지만 결국 제가 먹혀야 된 다는 거잖아요. 100퍼센트 꺼낼 수 있다는 확신은 있나요?”
김혜림으로선 당연한 질문이었다. 다른 일도 아니고 몬스터에게 스스 로 먹히는 일이다.
소홀히 승낙할 순 없었다.
강현은 경솔하게 100퍼센트라 말 하지 않았다.
“반반이야. 살거나 죽거나.”
“저에게 그 절반의 위험을 무릅쓰 라는 거네요.”
“한 가지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 지.”
“말해 봐요.”
“널 꺼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라 는 것.”
강현과 김혜림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강현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 보다가 활을 내려놓았다.
“좋아요. 그 역할 맡도록 하죠.”
“의외군. 좀 더 고민할 줄 알았는 데 말이지.”
“당신이 반반이라 했으니 충분하다 생각했을 뿐이에요. 단,이번 건은 빚으로 달아 둘게요.”
“저에게 그 절반의 위험을 무릅쓰 라는 거네요.”
“한 가지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 지.”
“말해 봐요.”
“널 꺼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라 는 것.”
강현과 김혜림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강현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 보다가 활을 내려놓았다.
“좋아요. 그 역할 맡도록 하죠.”
“의외군. 좀 더 고민할 줄 알았는 데 말이지.”
“당신이 반반이라 했으니 충분하다 생각했을 뿐이에요. 단,이번 건은 빚으로 달아 둘게요.”
“마음대로 해.”
강현이 쥐고 있던 서든트리의 열매 를 김혜림의 발치에 던지며 말했다.
“줄 거면 좀 곱게 주시지.”
김혜림은 땅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 들어 겉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 며 툴툴거렸다.
“얼른 먹어. 슬슬 부활한다.”
“네네.”
이윽고 세븐슬라임이 솟아났다.
그에 맞춰 김혜림도 서든트리의 열 매를 먹고 세븐슬라임에게로 접근했 다.
세븐슬라임은 스스로 먹히러 오는 자가 있는 게 신기한지 잠시 뒤뚱거 리다가 갑자기 김혜림을 집어삼켰다.
김혜림의 전신이 순식간에 녹색 액 체 속에 갇혀 버렸다.
과연 그녀의 모습은 온전하게 유지 되고 있었다.
강현의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증거 였다.
강현이 재빨리 빙백검을 꽂고 세본 슬라임을 얼린 후 부숴 버렸다.
쩌저적!
얼어붙은 슬라임을 부술 때 김혜림 에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세심한 마 나 운용을 펼쳤다.
크라이머 던전 3층에서 지겨울 정 도로 마나 운용 능력을 수련했기에 어렵지 않게 세븐슬라임만 처리할 수 있었다.
조각조각 잘린 세븐슬라임 안에서 주춤거리며 나온 김혜림이 자꾸 재 채기를 해 댔다. 잠시나마 냉기에 영향을 받은 탓 같았다.
“에취! 에취! 어후,각오는 했지만 이거 장난 아니네요.”
“살 수 있다는 게 증명되었군. 다 음 공격도 준비해.”
“아직 조금 시간이 있잖아요. 숨 좀 돌리게 해 줘요. 사람이 왜 그리 빡빡하_담?”
“그럼 달아 둔 빚 이야기나 해야겠 군. 뭘 요구할 생각이지?”
“글쎄요. 아직 안 정했어요.”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생각은 없
어.”
“무리한 요구를 할 사람으로 보이 세요?”
“모르지. 너에 대해 잘 아는 건 아 니니까.”
“알아볼 생각은 없으세요?”
“전혀.”
의미 없는 잡담이 오가는 사이 세 븐슬라임이 마지막 목숨을 소모하여 살아났다.
김혜림은 또다시 서든트리의 열매 를 먹었다.
이번에는 강현의 것이었다.
김혜림이 또다시 먹히자 강현이 세 븐슬라임의 마지막 숨통을 끊었다. 바닥에 슬라임이 녹은 자국과 곳곳에 퍼진 핏자국들이 결코 쉽지 않은 공략이었음을 알려 주었다.
그래도 공략에 성공했고,끝내 살 아남았다.
2-1 구역 공략이 끝나면서 12시 방 향,3시 방향,9시 방향으로 외길이 생겨났다.
더불어 세븐슬라임이 완전히 죽으 면서 주먹 크기의 녹색 보석이 바닥 에 떨어졌다.
세븐슬라임의 핵인 듯했다.
그 핵에서 전리품 반응이 새어 나 왔다.
핵을 쥐고 추출을 하자 2개의 전 리품을 얻을 수 있었다.
하나는 스킬북이었고,나머지 하나
는 보구였다.
[애시드 에로우(등급 : A)]
[세본슬라임의 산성액 효과를 가진 마법화살을 생성할 수 있다. 물건은 물론이고 실드까지 녹여 버리는 효 과가 있다. 공격 스렛 40 이상이어 야만 습득 가능하다.]
[셸로리아의 반지]
등급 : S
타입 : 반지
특징 : 셀로리아의 보석이 박힌 반 지. 총 7번을 사용할 수 있으며 두 가지 효과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 는 사용자의 몸에 1분간 스텟 150짜리 실드를 두르는 능력,두 번째 는 온몸에 S급 포션을 바른 효과를 내는 치유 능력이다. 어느 능력이든 사용 회수 7회를 소모하면 보석은 부서지고 효력은 사라진다.
셀로리아의 반지는 용도가 다양하 면서도 효과가 뛰어났기에 그대로 챙겼다.
하지만 애시드 에로우는 쓸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여태껏 계속 검만을 써 왔고,검술 에 할애한 시간이 상당하다.
어쩌다 임기응변으로 활을 쓰는 경 우가 있을지는 몰라도 주력으로 쓸 일은 없었다.
강현은 자신의 능력치를 확인하고 있는 김혜림에게 툭 스킬북을 던졌 다.
“이걸로 빚은 없는 걸로 치지.”
김혜림은 스킬북의 내용을 확인하 고 볼을 부풀렸다.
“잠깐만요. 이건 좀 치사하잖아요. 잔반처리 하는 김에 빚 갚는 게 어 디 있어요.”
“요급 스킬북이 잔반이라……. 배부 른 소리하는군.”
“아,진짜! 방금 소원 정했었는데!”
“뭔데?”
“이 던전에서 살아 나가면 같이 다 니게 해 달라고 말하려 했어요.”
강현은 건조한 얼굴로 김혜림과 눈을 마주쳤다.
무슨 생각인지 초롱초롱한 눈빛으 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의도가 뭐든 간에 강현은 차갑게 몸을 돌리며 나지막이 말했 다.
“지금 정리돼서 다행이군.”
세븐슬라임을 처리하면서 강현의 레벨이 올랐다.
83이었던 레벨이 84로 올라 있었 다.
경험치 양으로 보아 세븐슬라임은 레벨 80대 몬스터로 예상되었다. 강현은 모든 포인트를 공격에 쏟아 부었다.
[최강현 (lv.84)]
파괴 : 161 실드 : 9 왜곡 : 152 정제마나 : 111 회복 : 6보너스 포인트 : 0 보유스킬 : 각성의 서(?),세이덴의 독주머니(S),마나폭검(S),석상 호 걸의 갑옷(S) 한편 김혜림의 레벨은 21에서 단 숨에 30까지 올랐다.
마지막에 세븐슬라임에게 두 차례 먹힌 것이 기여도로 작용했는지 제 법 많은 경험치가 주어졌다.
덕분에 간신히 공격 스렛 40을 맞 춰서 애시드 에로우를 습득할 수 있 었다.
세본슬라임 공략을 마친 다음에는 새로 생긴 문들을 살펴보았다.
지하 1층 때와 마찬가지로 3시,6 시,12시 방향에 새로운 문들이 생 겨나 있었다.
그리고 역시 12시 방향은 아래층 으로 이어지는 문이었다.
[지하 3-1 구역입니다. 인원이 1명 이상이어야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한 명만 살아남는 게 당연했던 구 역이었다.
고로 3층으로 가는 인원수는 1명 으로 정해져 있었다.
[2-H구역입니다. 인원이 1명 이상 이어야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2-J구역입니다. 인원이 1명 이상 이어야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3시와 9시의 문들 역시 지하 1층 처럼 같은 층의 옆 구역으로 이어지 고 있었다.
강현은 망설임 없이 2-J구역으로 향하는 문을 택했다.
나폴리 용병단과의 합류 당시,박 인환이 동행한 것으로 예상되는 무리가 1-J구역에서 2층으로 진입했 음을 확인했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2-J구역으로 연 결되었을 터.
“난 2-J구역으로 갈 거다.”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히 같이 가 야죠.”
그녀가 따라오는 것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었다.
지하 3층 입장 조건이 1명 이상이 긴 하다만 정말 1명만 필요할지는 알 수 없었다.
지하 1층과 지하 2층 모두 머릿수 가 많을수록 유리했던 것처럼 지하 3층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있었다.
“다른 구역도 세븐슬라임을 공략해
야 되는 거겠죠?”
“아마도.”
“그 박인환이란 사람 아직 살아 있 을까요?”
강현은 2-J구역으로 통하는 문 너 머로 들어서며 답했다.
“찾아보면 알겠지.”
*
2-J구역으로 들어섰을 때,원형 지 대에서는 아직 세븐슬라임을 공략 중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살아남은 자는 한 명뿐이었고,세 븐슬라임은 다른 한 명을 삼키고 있 었다.
즉 공략의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것이었다.
강현은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생존 자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찾아냈군.”
동료를 희생시킨 채 공격을 준비 중인 마지막 생존자.
그는 바로 그토록 찾아다녔던 박인 환이었다.
다행이 살아 있었구나!
강현의 얼굴에 짙은 살기가 떠올랐 다.
하지만 중앙의 원형 지대로 이어지 는 통로가 없었다.
세본슬라임의 방은 공략 시작과 동 시에 길이 끊어지기 때문에 바깥쪽에서 들어갈 수도,안쪽에서 나올 수도 없었다.
지하 1층과 달리 옆 구역에서 온 자가 공략에 개입할 수 없는 환경이 었다.
하지만 강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 다.
단지 원형지대에 올라서지 못할 뿐.
‘그렇다면 원형지대 바깥에서 죽여 주마.'
즉시 빙백검을 뽑아 마나폭검을 시 전했다.
검에 깃든 마나가 산산이 부서지며 원형지대로 쏟아졌다.
파파파파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