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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12화 (12/381)

12화

질척거리는 녹색 점액이 낙하산마 냥 허공에서 넓게 펼쳐졌다.

펼쳐진 범위가 제법 되었기에 점액 은 나폴리 용병단 전부를 덮치기에 충분했다.

게레라는 무기를 드는 대신 옆으로 달리며 외쳤다.

“전원 흩어져! 흩어지라고!”

뭉쳐 있으면 점액에 맞을 확률만 높아질 뿐이었다.

서로 뒤엉키면 움직임도 부자연스 럽고,피할 수 있는 범위도 좁아져 버린다.

나폴리 용병단은 재빠르게 흩어졌

다.

하지만 중간에 껴 있던 한 명이 피하지 못하고 점액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녹색 점액에 갇힌 사내의 몸이 서 서히 녹아내렸다.

“끄아악! 살려 줘! 사라……

녹색 점액,아니 산성액에 맞은 사 내는 바닥을 뒹굴며 절규했다. 그러나 그를 구해 주는 이는 없었 다.

나폴리 용병단의 누구도 동료 의식 보다 자신이 살아남는 것이 더욱 중 요했다.

이어서 세븐슬라임이 입을 쩌억 벌 리나 싶더니 녹아내리던 사내를 집어삼켰다.

세븐슬라임의 몸 안에서 소화 시간 이 시작되었다.

꿀력! 꿀력!

3시 방향에 있던 강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세븐슬라임에게 접근했 다.

용병들은 점액을 피하느라 세븐슬 라임과 꽤 떨어져 있었기에 놈들의 수작을 염려할 필요는 없었다.

‘몇 안 되는 공격 기회다. 그냥 버 릴 순 없지.’ 방해 받을 염려가 없어진 강현이 매끄럽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접근하여 빙백검을 내지 르자 검 끝이 저항 없이 세븐슬라임에게 파고들었다.

강현은 거칠 것 없이 빙백검 고유 의 빙결 능력부터 발휘했다.

몸의 대부분이 액체로 이루어진 세 븐슬라임인지라 삽시간에 얼어붙었 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파괴 스렛의 효력이 발휘되었다.

쩌저적!

진동이 가해지며 얼어붙은 채로 세 븐슬라임이 와르르 무너졌다.

녹색 얼음 조각들이 사방에 흩뿌려 지며 바닥에 스며들었다.

단 일격으로 세븐슬라임이 산산조 각 난 것이었다.

이는 세븐슬라임이 약해서가 아닌,

강현의 위력이 그만큼 강력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첫 목숨을 처리한 것 에 불과했다.

뒤이어 세븐슬라임이 처음 나타났 던 그대로 석판에서 홀러내리더니 다시 바닥에서 솟아났다.

강현은 제자리로 물러나 9시 방향 에 흩어진 나폴리 용병단을 보았다.

‘저쪽도 순순히 먹혀 줄 생각은 없 나 보군.’

세본슬라임의 목숨은 7개이고,공 락을 위해선 7명의 목숨이 필요하 다.

8명 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1 명뿐.

나폴리 용병단은 세븐슬라임보다도 강현을 더욱 경계했다.

더욱이 문제는 또 있었다.

나폴리 용병단이 적으로 돌아선 건 그렇다 쳐도…….

강현은 곁눈으로 김혜림을 보았다.

그녀는 너무 멀지도,너무 가깝지 도 않은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2-1 구역에서 가장 강한 자는 강현 이다.

‘강현이 누구든 먹잇감으로 던져 넣을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사실 상 나폴리 용병단보다 훨씬 위험한 처지인 셈이다.

강현의 눈길을 목격한 김혜림은 구 덩이 쪽으로 아슬아슬하게 물러나며 말했다.

“혹시 저부터 먹이려는 건 아니 죠?”

“원한다면 던져 주지.”

“저부터 먹이려 하면 바로 뛰어내 릴 거예요. 그럼 강현 씨는 다음 방 으로 갈 수 없죠.”

구덩이 아래로 뛰어내리면 세븐슬 라임에게 먹일 먹잇감이 줄어든다.

이 상황에서 자기 목숨을 담보로 거래를 시도하는 김혜림이었다. 강현은 관심 없다는 듯 김혜림에게 서 시선을 거두었다.

“석판에 적힌 게 전부가 아닐 가능 성도 있지.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아.”

“그래도 전 여기 남겠어요.”

목숨이 걸린 일인 만큼 김혜림도 신중을 기했다.

강현에게도 그 편이 의도를 파악하 기 쉬웠다.

적어도 어쯤잖게 들러붙으며 배신 을 꾀하는 자보단 나았다.

강현은 김혜림과의 거리를 유지하 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산성액 피하다가 실수로 떨어지진 말도록.”

“어머,걱정해 주시는 건가요?”

“발이나 헛디뎌서 허망하게 죽는 건 원치 않을 테지.”

“그리되기 전에 방법을 찾아봐야겠 죠

던전 길잡이가 제시한 공략법을 곧 이곧대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당분간은 회피 중심으로 움직이며 탐색전을 해 볼 생각이었다.

강현과 김혜림은 따로 떨어져서 각 자 탐색전을 펼치기로 했다.

반면 나폴리 용병단은 마음이 급해 져 있었다.

이미 동료 한 명을 잃은 데다,구 역 내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강현의 존재가 조바심을 불러왔다.

결국 게레라가 먼저 휴전 요청을 해 왔다.

“최강현! 일단 합류하는 게 어때? 이러다간 서로 자멸하겠어!”

합류하면 조금이라도 배신을 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간다.

그를 노리고 팀워크를 요구한 것이 었다.

그러나 강현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 았다.

“자기 입으로 배신할 거라고 자백 하는군.”

차가운 한 마디에 게레라의 말문이 막혔다.

‘서로 자멸하겠다’라는 말은 곧 ‘너 를 희생시킬 생각이다’라고 말한 바 나 마찬가지였다.

말 한 마디에 스스로 흑심을 드러 낸 꼴이 되었다.

차라리 좀 더 비굴함을 드러내더라 도 합류할 수단을 분명히 했어야만 했다.

A급 용병단이라는 자존심을 챙기 려다 화를 부른 셈이었다.

그러는 사이 부활한 세븐슬라임이 또다시 나폴리 용병단을 공격했다. 사냥감이 흩어져 있다면 숫자가 많 은 쪽에 공격을 퍼붓는 게 당연한 이치였다.

세븐슬라임에게서 아까보다 많은 양의 산성액이 뿜어져 나왔다.

푸확!

용병들은 산성액을 피해 넓게 산개 하며 흩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한 명이 피하지 못하면서 두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치이이 익!

“크아악!”

이번에도 역시 단번에 세븐슬라임 을 처리할 수 있는 강현이 나서서 목숨을 소모시켰다.

삽시간에 나폴리 용병단은 6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었다.

세븐슬라임의 공격 범위는 너무 넓 었다.

아무리 잘 피해도 한 명씩은 희생 자가 나왔다.

나폴리 용병단의 유일한 이점인 수 적 우위가 자꾸만 줄어들고 있었다. 조급해진 용병단원들이 게레라를 다그쳤다.

“단장! 이러다간 또 먹히겠어! 방 법을 찾아야 해!”

게레라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마음 같아선 단원들부터라도 먹잇 감으로 던져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 인원이 줄었다간 강현 을 상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니 이 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게레라는 악에 받친 표정으로 강현 을 노려보았다.

‘저런 미친놈을 봤나. 적어도 세븐 슬라임을 공격할 때 정도는 빈틈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제길,단원이 란 것들도 전혀 쓸모가 없고…… 그러던 차에 강현과 떨어져 홀로 움직이는 김혜림이 눈에 띄었다.

게레라는 당장 단원들의 불만을 누 르기 위해 김혜림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였다.

“저 여자다. 저 여자부터 밀어 넣 어.”

강자 앞에선 한없이 작아질지언정 약자에게는 서슴없이 이빨을 드러내 는 게레라였다.

허나 이미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단원들이다.

김혜림이 서 있는 위치를 보곤 부 정적인 말부터 쏟아냈다.

“하지만 저 여자 아까부터 가장자 리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고. 자칫 잘못해서 구덩이로 빠지면……

“아니면 네가 먹잇감으로 나설 거 냐?”

게레라가 답답함에 이를 빠득빠득

갈며 노려보았다.

그제야 단원들은 싸울 태세를 갖췄 다.

“아,알겠어. 일단 해 보지.”

용병단원들이 산개한 채로 공간을 우회하며 김혜림에게 달려갔다. 김혜림은 곧바로 나폴리 용병단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지금의 나폴리 용병단에게 대화는 안 먹힐 것 같았다.

대화를 시도하는 대신 바로 대응에 나섰다.

“누가 순순히 떠밀릴 것 같아?”

김혜림은 화살통에서 유달리 깃이 기다란 화살을 뽑아 들었다.

평범한 화살과 달리 촉이 둥근 화

살이었다.

그녀는 꺼내 든 화살을 곧바로 용 병단원들의 맞은편으로 쏘았다. 호선을 그리며 날아간 화살이 바닥 에 적중하며 화약 터지는 소리를 터 트렸다.

파앙!

파열음과 함께 매캐한 연기가 둥게 둥게 피어올랐다.

갑작스레 번지는 연기에 시야가 가 로막히고,매캐한 공기에 호흡이 흔 들리는 바람에 용병단원들의 속도가 늦춰지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느새 부활 한 세븐슬라임의 산성액까지 날아들 었다.

연기 속에 있던 단원들이 가까스로 몸을 굴려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또 한 명의 단원 이 먹히고 말았다.

“으아악! 단장! 얘들아! 나 좀…… 꾸르륵!”

세븐슬라임에게 먹힌 단원이 애타 게 손을 뻗었지만 아무도 그를 구하 려 들지 않았다.

소화 시간이 되면서 강현이 세븐슬 라임을 처리하기 위해 나섰다.

그사이 게레라는 어떻게든 김혜림 을 잡으려 했다.

“저 꼴 당하기 싫으면 얼른 저 여 자를 잡으란 말이다!”

강현은 공략을,김혜림은 도주를,

나폴리 용병단은 추격을.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고작 세 명의 목숨이 소모되었을 뿐인데 원형 지대 위는 난장판이 되 어 가고 있었다.

강현은 추격전이 발생하든 말든 세 븐슬라임이 죽은 자리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럴듯한 단서는 없었다.

‘구역 안을 모두 살펴봤지만 단서 는 없었어. 남은 건 부활을 하는 석 판뿐인데……

결국 석판에 적혀 있던 대로 7명 을 모두 먹이는 수밖에 없을까? 이윽고 또다시 세본슬라임이 되살 아났다.

‘남은 부활 횟수는 네 번인가.’

이번부터는 세븐슬라임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세 번이나 목숨이 소모된 것 때문 인지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투응! 투응!

세븐슬라임이 될 때마다 녹색 산성 액이 불규칙하게 쏘아져 나왔다.

그중 일부는 강현을 향해 똑바로 날아들고 있었다.

하지만 높은 왜곡 스텟으로 동체시 력이 상승한 강현에겐 산성액의 속 도가 매우 느리게 보였다.

강현은 옆으로 몸을 비트는 정도로 날아드는 산성액을 피해 냈다. 김혜림의 경우엔 비교적 산성액이 적게 날아들어 어찌어찌 피한 모양 이었다.

그렇다면 나폴리 용병단은?

현재 나폴리 용병단 중 남은 인원 은 세 명이었다.

그 가운데 한 명은 산성액을 피하 는데 성공했으나 나머지 두 명이 문 제였다.

게레라와 그와 가까이 있는 단원에 게는 유달리 큰 산성액 덩어리가 날 아들었다.

용병단원은 먼저 자세를 낮추고 등 에 짊어지고 있던 방패 뒤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게레라에게는 방패가 없었 다.

이대로라면 이번엔 게레라가 죽을 판이었다.

산성액의 범위가 워낙 넓어 피한다 고 될 일이 아니었다.

‘제길! 뭔가 좋은 수가……!’ 당황하던 게레라의 눈에 방패 뒤로 몸을 숨긴 단원이 들어왔다.

그를 본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 다.

게레라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방 패를 빼앗아 들고 단원을 밀어냈다.

엉겁결에 산성액 앞으로 밀려난 단 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단장! 지금 나를……

하나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전신이 산성액에 뒤덮여 버렸다.

더불어,빼앗은 방패를 뒤집어쓴 게레라에게도 산성액이 덮쳐들었다. 치지직!

산성액에 닿은 모든 것이 녹아내렸 다.

세븐슬라임은 온몸에 산성액을 뒤 집어쓴 단원이 완전히 녹아내리기 전에 삼켜 냈다.

이번에도 소화 시간에 맞춰 강현이 빙백검을 휘두르면서 놈을 쓰러트렸 다.

이로서 세본슬라임의 남은 목숨은

3개.

세본슬라임이 부활하는 동안 모두 가 게레라가 있던 자리를 보았다. 게레라 또한 죽었을 거라 여겼는데 예상과 달리 그는 살아 있었다. 표면이 녹아내린 방패가 서서히 내 려가며 한껏 구겨진 게레라의 얼굴 이 드러났다.

“크윽! 다비드! 포션을 가져와.”

떨어져 내리는 산성액을 방패로 막 아 내긴 했지만 측면으로 튀기는 산 성액까지는 피하지 못한 모양이었 다.

그 증거로 게레라의 양쪽 팔이 녹 아내리고 있었다.

“포션 가져오라고! 지금 내 상태 안 보여?”

게레라가 신음을 흘리며 다비드란 단원에게 재차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다비드는 게레라에게 다가가길 망설였다.

“단장,방금 룸마를 버렸지?”

산성액을 뒤집어쓰기 직전,게레라 는 곁에 있던 단원의 방패를 빼앗고 그를 희생양으로 떠밀었다.

그 광경을 다비드 역시 목격한 것 이었다.

게레라는 당황스러웠으나 애써 표 정 관리를 해 보였다. 그러곤 역으 로 성질을 냈다.

“지금 그게 중요해? 너 혼자 저 두 연놈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 아?”

“하지만……

“양쪽 팔이 다쳐서 포션을 꺼내지 못해. 그러니까 좀 도와 달라고!”

다비드는 강현과 김혜림을 흘깃 보 았다.

특히 강현을 보는 눈길에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자신 혼자서 60레벨이 넘는 강현 을 상대할 수 없다는 불안함에서 근 거한 두려움이었다.

갈등하던 다비드가 이내 움직일 방 향을 정했다.

게레라 쪽이었다.

강현과 김혜림,두 사람을 혼자서 감당할 순 없는 노릇.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다.

다비드가 치료 포션을 부어 주자 게레라의 양팔에 난 상처가 어느 정 도 아물었다. 적어도 무기를 들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게레라가 다시 자신의 무기인 장검 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그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비 드의 복부에 장검을 찔렀다.

푸욱!

마나유저 초급 수준의 검이 다비드 의 몸통을 관통했다.

강렬한 통증에 다비드가 눈을 동그 랗게 떴다.

“어,어째서……

“네가 살아 있다고 내가 살 것 같 진 않거든.”

게레라가 단숨에 검을 뽑아내고 다 비드를 원형 지대 구석으로 밀어냈다.

게레라의 행동에 강현은 눈살을 찌 푸렸다.

놈 때문에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 다.

지금 게레라의 모습은 강현을 버릴 때의 최진철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 다.

아니나 다를까,게레라는 다비드의 시체를 구덩이 앞에 걸쳐 놓기까지 하고 강현을 협박했다.

“내가 이대로 이놈을 떠밀어 버리 면 사실상 공략은 불가능해지지. 그 러니까 협상을 하자고.”

역시나 동료를 인질 삼아 협상을 하려던 것이었다.

강현은 세본슬라임이 부활할 시간 을 재며 입을 열었다.

“건져 올려서라도 공략할 생각이다 만.”

“불가능한 소리는 집어치워! 결정 해라,최강현. 내 요구사항은 저 여 자부터 먹이는 거야. 저 여자를 먹 이면 그 뒤에 나도 다비드의 시체를 먹이도록 하지.”

즉 일대일 상황으로 몰고 가 요행 이라도 노려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강현과 일대일이 된다 해도 살아남 을 확률은 적었지만 적어도 이 대 일보다는 나았다.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 남은 동료까 지 죽인 게레라다.

궁지에 몰릴 대로 몰렸기에 정말로 시체를 떨어뜨릴 기세였다.

“빨리 결정해! 세본슬라임이 부활 하면 바로 이 녀석을 떨어뜨리겠 다!”

세븐슬라임이 부활하여 다비드의 시체를 먹어 버리면 협상거리가 사 라져 버린다.

놈은 움직이는 셋보다는,움직일 수 없는 다비드를 소화시키려 들 것 이었다.

멀리선 김혜림이 활을 겨누며 강현 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허나 정작 강현은 협상 따윈 안중 에도 없었다.

강현의 시선은 반쯤 녹은 방패에

꽂혀 있었다.

산성액을 정통으로 뒤집어썼는데도 반밖에 녹지 않은 것이 눈에 밟혔 다.

‘평범한 철제방패인데 산성액을 버 텨 냈다? 그럴 리가 없지. 그렇다면 평범한 철제방패가 아니라는 건 데……

철제방패가 보구라고 생각하자마자 머릿속에 타개책이 떠올랐다.

왜 그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을까! 상념에서 벗어난 강현은 빙백검에 마나를 한껏 부여했다. 그러곤 악에 받쳐 요구사항을 강요하는 게레라에 게 묵직하게 한 마디를 날렸다.

“개소리는 죽은 다음에나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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