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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하는 플레이어-11화 (11/381)

11 화

으름장을 놓는 여섯 명은 큰 체격 의 백인 장정들이었고,나머지 두 명은 다소 왜소한 체구의 남녀 한 쌍이었다.

장정들은 남녀를 에워싼 포위망을 좁혀 들어가며 압박을 계속했다.

“이 자식들 왜 이리 말귀를 못 알 아들어? 지하 2층으로 가려면 8명 이 필요하다고!”

“저,저희는 1층에서도 겨우 살아 남았어요. 제발 여기 있게 해 주세 요.”

“그러게 우리 덕에 살았으니까 협 조하라고. 젠장,왜 공략 의지도 없는 것들까지 들어오는 건지 모르겠 구만.”

듣자 하니 장정 무리와 남녀는 다 른 입구를 통해 들어온 모양이었다. 구석에 놓인 두 구의 시신이 저 남녀의 일행이었으리라.

다른 방에서 넘어온 자들이 1-1 구 역을 클리어해 주고 두 남녀에게 동 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하 2층으로 가는 문만 열어 주 면 되니까 좀 따라오라고.”

“문구를 잘 보십시오. 8명이 모여 야 열리는 게 아니고 8명이 입장하 는 겁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우리가 말 끝에 공주마마라고 붙였었나? 떽떽거리지 말고 오라면 와!”

장정 무리가 억지로라도 데려갈 기 세로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따르지 않으면 폭력이라도 쓸 분위 기였다.

장정들의 주먹이 위로 올라갈 때마 다 두 남녀가 움찔거렸다.

하는 짓만 보면 건달들이 모여 횡 포를 부리는 꼴이었다.

그 모습을 목격한 김혜림이 귓속말 을 속삭였다.

“마침 두 자리 빈 것 같은데 우리 가 끼면 어때요?”

“아직 지하 1층에 박인환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남아 있어. 그놈이 어디 있는지 아는 게 먼저야.”

“저 두 사람,억지로 끌려 갈 것 같은데 놔두시려고요?”

“알 바 아니지.”

하지만 말과 달리 강현의 발걸음은 장정 무리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말과 다른 행동에 김혜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 낀다면서요?”

“그런 말 한 적 있던가?”

강현이 졸래졸래 따라오는 김혜림 을 안중 바깥으로 밀어내며 장정 무 리에 끼어들었다.

“이봐,말 좀 묻지.”

기어이 힘으로 해결하려고 손을 뻗 던 장정 무리가 강현의 말에 돌아섰 다.

한순간에 모든 시선이 강현에게 집 중되 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외인이었지만,장 정 무리는 곧 저편에 열려 있는 문 을 보고 상황을 납득했다.

“그쪽도 머릿수를 채우는 중이었나 보군.”

“틀린 말은 아니지만,지하 2층으 로 가기 전에 먼저 한 가지 물어보 지. 지하 1층에서 한국인 무리를 본 적이 있나?”

“한국인 무리? 글쎄다,국적을 신 경 쓰며 다닌 건 아니라서.”

그때 또 다른 장정이 말을 꺼냈다.

“아까 1-J구역에서 2층으로 간 동 양인들 아냐? 개들은 오전부터 공략한 것 같던데.”

“정말인가?”

“거짓말해서 우리가 얻는 이득이라 도 있던가?”

오전에 입장한 동양인 무리라면 박 인환일 가능성이 높았다.

박인환이 지하 2층으로 갔다면 망 설일 게 없었다.

강현은 겁에 질린 두 남녀로부터 눈길을 거두고 말했다.

“저쪽 사람들 대신 우리가 끼도록 하지.”

“도움도 안 되는 것을 끼고 가야 되나 싶었는데 잘됐군. 난 게레라다. 나폴리 용병단의 단장이지. 우리 용 병단의 이름 정도는 들어 봤겠지?”

“아니,전혀.”

“흐음, 아직 북부까지는 이름이 안 퍼졌나? 남쪽에선 S랭크 던전도 클 리어한 A급 용병단으로 이름이 꽤 알려졌는데 말이지.”

게레라가 한껏 으스댔다.

용병단 이름이 나폴리인 걸로 봐선 이탈리아 사람으로 추측되었다.

S랭크 던전을 클리어한 경험이 있 으니 SS랭크 던전도 해볼 만하다 여기는 것 같았다.

실제로 지하 1층은 어지간한 팀워 크만 있으면 공략할 만한 수준이었 다. 그 증거로 더욱 자신감이 붙은 상태였다.

“우린 평균 레벨 45인데 그쪽은

레벨이 어떻게 되나?”

자신을 게레라라 소개한 남자가 용 병단의 평균 레벨을 밝히면서 한껏 으스댔다.

하지만 이세계인 용병단의 평균 레 벨이 높다는 건 전혀 자랑거리랄 수 없었다.

원래 40레벨이 넘거나,A급 스킬 을 습득한 자는 기사단에 입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사단에 입단하면 귀족의 지원도 받을 수 있고,다른 기사들과 협력 하므로 한층 안전성도 확보되었다. 한데 아직도 용병 신세라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아마도 기사단에 입단했으나 인격

의 문제로 방출당했거나,아니면 범 죄 경력 따위로 입단조차 못했거나.

‘저놈들은 그중 전자라고 보면 되 나.’

어쨌든 강현에게 있어서는 아무래 도 상관없다.

박인환을 쫓는데 필요하니 그저 이 용하면 될 뿐이다.

“최강현. 레벨은 65.”

강현이 레벨을 밝히자 게레라를 비 롯한 나폴리 용병단은 눈을 끔뻑였 다.

단 두 마디뿐이었지만 게레라의 자 신감을 박살 내기엔 충분했다.

“65? 65짜리가 왜?”

“그게 중요하나?”

“아니,뭐 우리로선 고레벨이 합류 해 준다면 오히려 반가운 일이지. 그쪽에 있는 여자는?”

“전 21이에요.”

“21은 좀 아쉬운데…… 그래도 65 가 합류했으니 상관없나. 좋아,이렇 게 된 거 서로 잘 협력해서 던전 클리어까지 가 보자고.”

강현과 김혜림의 합류로 8명이란 머릿수가 채워지자 남녀 한 쌍은 자 연스레 관심이 멀어졌다.

두 남녀는 강현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곤 부리나케 공간 구석으 로 물러났다.

그사이 나폴리 용병단이 12시 방 향 문 앞에 모여들었다.

게레라가 강현과 김혜림에게 손짓 했다.

“어서 내려가지.”

문 앞의 바닥에는 딱 8명이 설 수 있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강현과 김혜림까지 올라서자 마법 진이 빛나면서 12시 방향의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문 안쪽에서 빨아들이 는 힘이 느껴졌다.

강현을 포함한 여덟 사람이 그 힘 에 끌려가듯 지하 2층 계단에 들어 섰다.

여덟 사람이 나선형 계단에 들어서 자 저절로 문은 닫혀 버렸다.

“이런 식으로 이동하는 거였구만.

자자,다들 한 줄로 서서 내려가도 록 하지. 주위 경계하는 거 잊지 말 고.”

게레라가 자연스럽게 선두에 서면 서 무리를 이끌었다.

괜히 A급 용병단인 것은 아닌지 꽤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나폴리 용 병단이었다.

강현과 김혜림은 나폴리 용병단의 뒤편에서 함께 내려갔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몇 개의 함정이 있긴 했다.

하지만 나폴리 용병단엔 투시 스킬 을 가진 자가 있어 함정이 사출되기 전에 발견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한 번도 함정을 발동시키지

않고 통과할 수 있었다.

지하 2층에 도달하자 지하 1층과 같은 돔이 나타났다.

하지만 지반의 모양새가 달랐다. 공간 중앙에만 100평 정도 되는 원형 지대가 있었고,원형 지대로 들어가는 좁다란 길이 있었다.

그 외에는 전부 구덩이였는데,구 덩이 바닥에는 살벌한 꼬챙이가 빼 곡히 솟아 있었다.

선두에서 일행을 이끌던 게레라가 원형 지대 중앙에 세워진 석판을 가 리 켰다.

“저기 석판에 뭐라고 적혀 있군. 가서 확인해 보자고.”

“단장,뭔가 심상치 않은데 한 명

만 가서 확인해 보는 게 좋지 않을 까?”

“한 명만 들어갔다가 길이 끊기면 어쩔래? 공략은 공략대로 못하고 인 원만 줄어들면 네가 책임질 거야?”

강현으로서도 섣불리 인원을 나누 는 건 역효과만 날 거라고 여겼다. 구덩이와 원형지대 간의 폭은 5미 터 정도.

뛰어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중앙에 들어선 자가 도망치지 못하 게 하는 용도일 거다.

공략할 거라면 다 같이 들어가는 게 나았다.

그리하여 모든 인원이 한번에 외길 을 건녔다.

과르르르르!

모든 인원이 원형 지대에 들어서자 외길이 무너지면서 퇴로가 끊어졌 다.

게레라는 예상대로라는 듯 우쭐해 하며 원형 지대 중앙의 석판으로 다 가갔다. 나머지 멤버들이 우르르 그 뒤를 따랐다.

아니나 다를까,석판에는 현재 구 역에 대한 공략법이 적혀 있었다.

[베킨스 던전 길잡이 (2-1 구역)]

[세븐슬라임은 일곱 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물리,마법 무효화 실드를 두르고 있으나,사람 을 소화할 땐 실드가 걷힌다. 소화시간은 1분이다.]

모두가 공략법을 읽고 나서 살벌한 눈빛을 띠었다.

‘사람을 소화할 땐’이라는 부분 때 문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이는 없었다.

실드를 걷어야 세븐슬라임을 공격 할 수 있다.

한데 그 실드를 걷는 조건이 사람 을 소화할 때란다.

단순히 정리하면 세븐슬라임을 공 략하려면 사람을 먹여야 된다는 말 이다.

그것도 목숨이 7개라 했으니,7명

이 희생되어야 한다.

즉 이 구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한 명뿐이라는 소리였다. 모두가 룰을 이해했을 즈음.

석판에 금이 일어나면서 녹색 액체 가 홀러나왔다.

흘러나온 녹색 액체는 바닥에서 제 스스로 뭉치며 삽시간에 불어나더니 높이 4미터,둘레 십수 미터 크기의 거대 슬라임으로 완성되었다.

타탓!

가장 먼저 반응한 자는 강현이었 다.

강현은 뒤가 아닌 앞으로 달리면서 세본슬라임 옆을 스쳐 지나갔다. 김혜림 또한 강현을 지표 삼아 뒤로 따라붙었다.

반면 나폴리 용병단은 움직이는 게 늦은 탓에 뒤로 물러나야 했다.

게레라는 강현과 김혜림이 세본슬 라임 너머로 넘어간 것을 보곤 얼굴 을 구겼다.

“판단 하나는 개같이 빠르군. 일단 우리도 물러난다! 세븐슬라임과 거 리를 둬!”

공략법을 본 순간 희생 게임임을 알아차린 게레라다.

여차하면 강현을 떠밀어 먹이로 삼 고 세본슬라임의 첫 목숨을 없애려 했다.

여기서 가장 레벨이 높은 건 강현 이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을 죽이 고 먹아로 던져 버릴 수도 있을 터. 가장 위협이 되는 자부터 밀어 넣 으려 했는데 강현의 빠른 판단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게레라는 단원들과 함께 뒤로 물러 났다.

‘빌어먹을,이딴 공략법인 줄 알았 으면 먹잇감으로 쓸 수 있는 약골들 을 데리고 오는 거였는데! 일이 성 가셔졌군.’

강현과 김혜림은 3시 방향으로,나 폴리 용병단은 9시 방향으로 물러났 다.

그로 인해 서로 세본슬라임을 사이 에 두고 대치하는 형태가 되었다.

막 소환된 세븐슬라임은 3시 방향 과 9시 방향을 두고 고민하다가 먼 저 나폴리 용병단 쪽으로 점액을 뱉 어 냈다.

꾸르륵! 투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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