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하는 플레이어-7화 (7/381)

7 화

공략을 마친 던전은 대개 비어진 상태로 방치되고는 했다.

마땅히 활용할 수단도 없을뿐더러, 애당초 던전이라는 게 웨이브를 공 략하지 못하는 경우 생겨나는 것이 므로 공략을 하든,말든 그만한 페 널티를 안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자신과는 무관한 이야기였 다.

나중에 알아서 알아차리겠지.

SS급 던전을 혼자 공략했다는 걸 알려서 주목 받을 생각도 없었고, 크라이머 던전을 닫을 제물을 구한 사이먼 남작가에 공략 성공 사실을 알릴 생각도 없었다.

던전을 나온 강현은 던전 뒤편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움직였다. 능선을 따라 산을 내려가자 곧장 마을 하나가 나타났다.

샤이먼 영지와 강현이 원래 살던 고르디 마을 사이에 위치한 곳이었 다.

규모는 제법 큰 편이라 마을 어귀 에 들어서자 곳곳을 오다니는 수많 은 사람들이 보였다.

오랜만에 사람 사는 냄새를 맡는 만큼 들뜰 법도 하건만 강현은 무덤 덤할 따름이었다.

그저 무심코 거리를 거니는데 문득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다.

정확히는 사람들이 강현을 피해 가 고 있었다.

“어후,냄새.”

“뒷골목 거지이려나. 그래도 저건 너무 심하군.”

굳이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몇몇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현은 거리의 한 상점 창가에 자 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다.

시커떻게 때가 탄 피부에 넝마나 다름없는 복장,덥수룩하게 자란 머 리며 수염 따위가 반사되었다.

‘던전 안에서 대체 얼마나 있었던 거지?’

그러고 보니 마을에 들어서며 보였 던 논밭에는 익어 가던 밀들이 보였었다.

날씨도 딱 가을 날씨였다.

크라이머 던전에 갇혔을 때가 초겨 울이었으니 근 1년간 던전 안에 있 었던 셈이었다.

그 1년 동안 몸을 돌보기는커녕 수련과 휴식,던전 공략만을 반복했 으니 꼴이 이 모양인 게 당연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군.

강현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당장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싶 었지만,돈부터 마련하는 게 우선이 었다.

때마침 마땅한 물건이 있었다.

‘스킬북을 팔아야겠어.’

크라이머 던전에서 얻은 전리품 중

리빙고스트 스킬북은 쓸 일이 없었 다.

모든 능력치를 5로 고정하는 스킬 북을 쓸까 보냐.

그래도 B급 스킬북이고 벽을 통과 하는 능력을 가진 만큼 가치는 있을 터. 어느 정도는 자금을 충당할 수 있으리라.

멀지 않은 곳에 마법 물품 상점이 있었다.

상점 안으로 들어서자 딸랑거리는 종소리에 꾸벅꾸벅 졸던 노인이 잠 에서 깨어났다.

“어서 오시게. 음? 꼴이 말이 아니 로구먼. 어디 오지에 갔다 오기라도 했나?”

허리춤에 있는 검집을 보고 거지가 아닌 용병 정도로 판단한 모양이었 다.

잡설은 무시하고 바로 리빙고스트 스킬북을 내밀었다.

“이 스킬북을 처리하려 합니다.”

“아하,던전 생활을 했나 보군? 어 디 보자,B급 스킬북에 효과는 유체 화라……. 음? 능력치가 5로 고정 돼? 허허,재미있는 효과로군.”

“가격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능력치 고정 효과가 걸리긴 하네 만,그래도 원하는 사람은 꽤 되겠 지. 정가대로 40골드 쳐줌세. 현찰 과 어음,어느 쪽으로 하겠는가?”

당장 돈이 필요한 만큼 현찰이 나았다.

게다가 이후에도 아공간 주머니가 있기에 들고 다니는데 불편함은 없 었다.

“전부 현찰로 주십시오.”

스킬북의 처리를 마친 강현은 이어 서 방에 욕조가 딸린 여관을 찾았 다.

이후 장장 3시간 동안 때와 전쟁 을 벌였다. 맷물을 몇 바가지나 쏟 아 낸 다음에야 예전의 살결을 되찾 을 수 있었다.

목욕을 마친 다음에는 이발이었다.

이발소로 가던 도중 마을게시판이 눈에 띄었다.

게시판 한가운데에 붙은 공고문 때

문이었다.

[샤이먼 남작가 공문]

[크라이머 던전에 도전할 이세계인 지원자 구함. 보수 300골드.]

크라이머 던전에 갇혔을 때,자신 을 속여 넘긴 최진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던전은 말이지 던전이면서도 몬스터가 바깥으로 나올 수 있지. 대신 한 번이라도 도전자가 들어서 면 문이 닫히고 2년 동안은 다시 열리지 않는다더군. 샤이먼 남작가 는 대대로 제물을 바쳐 던전을 닫아왔어.”

‘확실히 2년 동안은 열리지 않는다 했었지.’ 강현이 들어간 뒤로 1년 즈음이 지났으니 다음 개방까지 1년 남은 셈이었다. 그때를 위한 제물을 구하 는 공문이었다.

아직 1년이나 남았음에도 공고를 올린다는 건,그만큼 지원자를 구하 기가 어렵다는 뜻이리라.

공고문에서 ‘도전’과 ‘이세계인 지 원자’란 글자가 유독 눈에 들어왔 다.

심상치 않은 기분을 느끼며 이발소 로 들어갔다.

젊어 보이는 이발사가 강현을 맞이 해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이발하러 오셨습 니까?”

“네.”

“여기 앉으십시오.”

강현이 이발사가 권하는 자리에 앉 고 말했다.

“귀를 덮지 않을 정도로 짧게,면 도까지 해 주십시오.”

“머리길이가 상당하신데 정말 잘라 도 괜찮겠습니까? 다시 이렇게 기르 시기 힘들 텐데.”

“상관없습니다.”

이발사가 가위를 들고 싹둑싹둑 머 리를 잘라 갔다.

지난 1년간의 세월을 증명하는 머 리카락이 뭉텅뭉텅 바닥에 떨어졌 다.

바닥에 쌓이는 머리카락만큼 다시 예전의 모습이 돌아왔다.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가운데 강 현이 입을 열었다.

“샤이먼 남작가에서 또 크라이머 던전에 들어갈 사람을 구하더군요.”

한 마디만 꺼냈는데 이발사 특유의 말주변이 발휘되며 대답이 술술 흘 러나왔다.

“거기 던전은 이세계인만 들어갈 수 있다나 뭐라나 그러더군요. 확실 히 우리 영지 던전이 어렵긴 어렵나 봅니다. 여태껏 공략한 자가 없으니.”

“어려운데도 지원하는 자가 있긴 합니까?”

“다른 지방 사람들이 오긴 오더군 요. 촌장님한테 들은 얘긴데 대부분 정보상을 통해서 온다 합니다. 뭐 조건이 맞는 게 있으니 도전하는 사 람이 계속 생기는 거겠죠.”

이야기를 듣는 동안 강현의 표정은 점점 차갑게 식어 갔다.

1년 전에는 알지 못했던 이야기다.

사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A급 스킬북을 얻는 것에만 정신 팔려 있었으니까.

‘정보상이라……. 그러고 보면 A급 스킬북 등장 시기와 가격,돈을 얻을 수 있는 수단까지 구체적으로 맞 아떨어졌었지.’

자신이 배신당한 게 최진철 혼자 떠올린 계획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사이 이발사는 머리를 자르고 면 도까지 깔끔하게 해 주었다.

이발과 면도를 마치니,말끔한데다 다소 냉담한 이미지를 홀리는 준수 한 청년이 유리에 비쳤다.

강현은 자신의 인상이 다소 바뀐 게 느껴졌다.

1년 전,그러니까 크라이머 던전에 갇히기 전에는 어수룩하고 어린 느 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갑고 싸늘한 느낌 이다.

강현은 금방 그 이유를 알 수 있 었다.

던전 안에서의 긴장을 풀 수 없던 나날들과 생고기를 씹을 때마다 벼 려 온 복수심이 지금의 날카로운 분 위기를 자아냈으리라.

이발비를 지불하며 마지막으로 물 었다.

“보수는 원래 300골드였습니까?”

“네,항상 저 금액이었죠. 혹시,누 구한테 추천이라도 해 주시려고요?”

“궁금해서 물어본 겁니다.”

“하하,아무리 보수가 많다지만 지 인한테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니죠.”

이발사야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었지만 강현은 무덤덤하게 몸을 돌렸다.

그러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목 소리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지인조차 되지 못했다는거군.”

처음부터 친구로 여겨지지조차 않 았던 건가.

하지만 강현의 얼굴에는 씁쓸함 한 점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이로써 놈들을 베기 더 쉬워졌다.

*

던전에 갇히기 전,그러니까 강현 이 친구들과 함께 지내던 고르디 마 을의 뒷골목,그 깊숙이에 있는 어느 술집이었다.

바텐더 복장의 사내가 개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스코란 자로,술집 주인이자 고 르디에 널리고 널린 정보상 중 한 명이었다.

끼이이익.

낡은 경첩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새 어 나왔다.

한창 개점 준비로 바쁜데 문이 열 리더니 벌써부터 손님이 들어왔다. 머리 깊숙이까지 갈색 로브를 뒤집 어쓴 사내였다.

바스코는 쉐이커를 정리하면서 말 했다.

“아직 개점 준비 중입니다.”

바스코가 귀찮다는 양 말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은 그 말을 무시하듯 카운터로 바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원인 모를 서늘한 목소리 로 말했다.

“최진철,이하나,박인환은 어디 있 지?”

바스코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개점 전이라는데도 다짜고짜 들어 온 것도 모자라 제 할 말만 툭 던 지는 태도가 건방지기 짝이 없다.

탁!

바스코가 쉐이커를 사납게 내려놓 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개점 준비 중이란 말을 모르진 않을 텐데?”

그제야 갈색 로브 사내가 얼굴을 덮고 있던 후드를 벗어 넘겼다.

그 뜬금없는 반응에 바스코가 눈을 여몄다.

사내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한 데 어째서인지 낯익은 인상이 느껴 졌다.

“누구시더라……?”

바스코는 정보상답게 머릿속의 정 보를 헤집었다.

그러다가 곧 한 명의 사내를 끄집 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치고 말았다.

“네,네,네가 어떻게 아직도……!”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했던가.

잘못한 게 있기에 강현의 얼굴만 보고도 놀란 것이었다.

후드를 벗은 사내,강현이 카운터 바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서며 빙백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역시 네놈도 한통속이었나.”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바스코가 주 춤주춤 물러났다.

“자,잠깐 기다려. 난 그저 정보제 공자일 뿐이야. 널 제물로 넘기자고 결정한 건 내가 아니라고.”

역시 최진철에게 제물 의뢰를 권한 정보상은 바스코였다.

이 사실을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 았다.

친구들과 함께할 당시,강현 일행

은 바스코로부터 정보를 구하고 의 뢰를 따 왔었기 때문이다.

강현이 발을 내딛으며 카운터 바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여기에 온 건 정답이었군.”

바스코는 검 손잡이에 올라간 강현 의 손을 발견하고 다급하게 변명했 다.

“화,화풀이할 장소를 잘못 골랐어. 난 제물 의뢰가 있다고 말해 준 게 전부야. 모든 건 최진철 그 작자가 세운 계획이라고.”

“남은 100골드의 행방은 어떻게 설명할 거지?”

“뭐?”

“최진철은 보수가 200골드라고 했

었지. 하지만 크라이머 던전의 보수 는 300골드였다.”

“나,나는 몰라!”

쉬익!

찰나의 순간 바스코의 오른팔에 푸 른빛이 스쳐 지나갔다. 직후,푸른빛 의 종적을 따라 붉은 선이 일어났 다.

투욱!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바스코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느새 잘려 나간 자신의 아래팔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뒤늦게 상황이 파악되자 엄청난 통 증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끄아악!”

바스코의 비명 소리가 술집 안에 메아리쳤다.

팔이 잘린 단면은 빙백검의 효과로 얼어붙어 출혈은 없었지만 냉기는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다.

강현은 말없이 한 번 더 빙백검을 치켜들었다.

“으아아!”

빙백검에 서린 마나를 목격한 바스 코는 허겁지겁 카운터 바 뒤편의 방 으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강현에 비하면 턱없이 느린 움직임이었다.

도움닫기도 없이 카운터 바를 넘어 선 강현은 곧바로 바스코의 무릎 뒤 를 걷어찼다.

“컥!”

허둥지둥 달려가던 바스코가 균형 을 잃고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바스코를 따라 들어선 안쪽 방은 생활공간으로 쓰였는지 각종 잡동사 니가 가득했다.

그 가운데 한쪽에 어지러이 널브러 진 종잇장들이 눈에 띄었다.

빚 독촉장과 청구서,각종 도박장 의 입장권들이었다.

대강 그림이 그려졌다.

도박에 빠진 바스코가 빚 탕감을 위해 정보만 팔아야 된다는 정보상 의 규칙을 깨고 사기 계획을 짠 것 이었다.

“날 빚 탕감의 수단으로 썼던 건

가?”

“기,기다려! 그래,인정할게! 내가 제안한 계획인 건 맞아! 원래는 최 진철이 200골드를 먹고 내가 100골 드를 먹을 생각이긴 했어. 하지만 누굴 버릴지 선택한 건 최진철 그 자식이야! 난 그저 제안만 했다고!”

사건의 진상은 이러했다.

바스코가 샤이먼 남작가의 의뢰를 최진철에게 제안했다.

일행 중 한 명을 제물로 바치고 보수를 나누자는 게 그 제안 내용이 었다.

바스코는 일행의 의심을 덜기 위한 핑곗거리로 스킬북의 물색 및 상인 들과의 협상을 담당했다.

최진철은 본인이 직접 상인들과 담 판을 지어 예약을 해 놨다고 말했지 만,실은 바스코를 통해서 한 일이 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구멍이 많았 다.

당시 저레벨 이세계인이었던 최진 철에게도 A급 스킬북 경매를 막을 만한 수완이 있을 리 없었다.

또 다른 협력자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던 거다.

그게 바스코였고 말이다.

진상을 알아낸 강현은 다음 질문을 꺼냈다.

“그래서 놈들의 행방은?”

“이,일단 최진철의 행방은 나도 몰라. 녀석은 스킬북을 사자마자 박 인환과 이하나까지 버리고 도망갔다 고.”

강현의 빙백검이 이번엔 바스코의 왼쪽 팔을 잘라 냈다.

“크악!”

이번에는 어깨 부근까지 잘려 나갔 기에 바스코가 고통을 견디지도 못 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모른다는 말을 믿을 거라 생각하 나?”

“지,진짜 몰라! 그 새끼가 300골 드를 분배도 안 하고 잠적해서 나도 한 푼도 못 받았다고. 진짜야. 이제 와서 최진철 그 작자를 감쌀 이유도 없잖아!”

강현이 다시 빙백검을 들자 바스코 가 얼른 다른 정보를 내뱉었다.

“내가 아는 건 박인환의 위치뿐이 야! 녀석은 지금 올롬보르에 있어!”

“이하나는?”

“아마도 박인환이랑 있을 거야!”

“아마?”

“저,정말 박인환의 위치밖에 몰 라! 정말이라고!”

그제야 강현이 빙백검을 늘어뜨렸 다.

듣고 싶은 건 전부 들었다는 의미 였다.

바스코는 목숨을 부지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뒷일이 완전히 끝난 건 아 니었다. 언제고 강현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제발 이대로 물러나라. 물러나기 만 하면 용병을 불러다가……

거물 정보상들은 개인 호위를 거느 리고 있지만,하급 정보상들은 정보 상끼리 공유하고 있는 용병 패거리 가 있었다.

일명 청소부라 불리는 자들로 진상 손님들을 처리하기 위해 골목 구석 마다 배치되어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을 호출하려면 카운터 바에 있 는 종을 울려야 하는데 당황한 나머 지 사용조차 못하고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강현이 떠나가면 그 패거리를 불러 강현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강현의 등을 바라보던 바스코의 두 눈에서 독사 같은 독기가 일렁였다 쉬익!

한데 그 순간,바스코의 목에 붉은 혈선이 생겨났다.

그리고 뒤를 이어 머리통이 툭 바 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을 구르는 바스코의 머리통 곁 으로 살얼음 낀 혈흔이 바닥에 떨어 졌다.

바닥을 구르는 바스코의 머리에는 놀란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핏기를 잃어 가는 얼굴이 마치 이 리 말하는 듯했다.

‘분명 살려 주기로 한 게……

강현이 빙백검을 휘둘러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거라 생각하 나?”

한 번 뒤통수를 친 자는 얼마든지 계속 뒤통수를 칠 수 있었다.

다시 당할 바엔 철저하게 정리한 다.

같은 실수 따윈 반복하지 않는다.

강현은 바스코의 시신을 내려다보 며 찬 숨을 내뱉었다.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으면 이용 한다 이건가. 역겨운 세상이군.”

강현과 바스코 사이에 교류가 얼마 나 있있겠는가.

그런데도 자신은 이용당하고 말았 다.

친구는 친하다는 우정을 이용해 이 용하려 하고,타인은 어차피 타인이 란 생각으로 이용하려 한다. 그렇다면 이용당할 바엔 차라리 내 가 이용하고 말겠다. 그 대상이 세 상,아니 그 이상의 존재라 할지라 도 말이다.

바스코를 처리한 강현은 서슴없이 몸을 돌렸다.

그러다가 책장에 꽂혀 있는 정보 서류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스코는 하급 정보상이기에 이용 가치가 높은 정보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한번쯤 훑어보아 나쁠 건 없었다.

잡다한 서류 중에서 '제국 귀족서 개정판’과 ‘상위 이세계인 개정판’, ‘몬스터 상식 개정판’이 보였다.

유명 귀족가와 제국의 역사,유명 한 이세계인들의 업적과 알려진 능 력 등이 기록된 책자였다.

앞으로 강현이 실력을 드러내기 시 작하면 각종 날파리들이 꼬일 터. 지금까지는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 계로 이곳 가이아 대륙에 대한 기본 적인 지식조차 등한시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가능한 많은 정보를 알아 둬서 나 쁠 게 없었다.

세 권의 책자를 챙긴 강현은 발길

을 돌렸다.

“올롬보르라 했었지.”

바스코는 그곳에 박인환이 있다고 했었다.

이곳 고르디로부터 남쪽으로 한참 이나 떨어진 도시였다.

강현은 로브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 쓰며 묵묵히 남쪽을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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