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104화 (104/113)

< -- 104 회: 22장. 괴물들 -- >

22장. 괴물들(3)

-체크했습니다. 마스터. 몬스터…… 로 추정되는 물체 접근 중.

추정되는 물체. [ 콩 ] 답지 않은 불확실성을 담은 단어 선택. 하지만 강현도 이해했다. 강현도 똑같이 느꼈기 때문이다. 이곳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그것의 존재는 아까 확인했던 S급 몬스터에 준하는 기운을 뿜어냈지만, 일반적인 몬스터와는 달랐다.

“알고 있어.”

강현은 멀리서 산 중턱에 위치한 동굴을 확인하고 속도를 천천히 늦췄다. 어차피 꼬리 잡힐 거라면 맞이할 준비를 하고 떨어트리는 게 상책. 최선책은 추격 자체를 당하지 않는 거겠지만. 의료캡슐을 동굴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런 다음 상대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상대는 그런 강현의 움직임에 맞춰서 상공에서 나타났다. 나타난 모습은 강현이 보기에는 의외였다. 자신보다 앳돼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것도 날개 달린.

“네가 유강현이지.”

“초면에 반말이라니….”

강현은 청년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뜻밖에 타국에서 듣는 한국말이 강현의 발목을 잡았다. 날개는 달렸지만, 인간의 모습. 거기다가 강현을 아는듯한 태도. 선수 필승이라고 하지만. 먼저 공격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요소가 많았다.

그러나.

“왜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날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팔다리 한두 개쯤 부러트려 놓고 시작해도 되겠지?”

상대에게는 망설임은 없었다.

*****

“비켜!”

이곳에서 성제의 한국말을 알아듣는 이도 드물었지만. 성제는 연신 그렇게 외치면서 빠르게 비상계단 쪽으로 향했다. 그의 등에는 커다란 배낭이 매여있었다. 그 배낭은 성제가 그간 이곳에 지내면서 모아둔 금괴와 각종 보석, 달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성제는 오늘도 느긋하게 자신의 숙소에서 여자와 술을 끼고 마시고 빨고 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늘 켜두는 텔레비전에서 외부 소식을 전했다. 일본의 전국 각지에 몬스터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이었다. 일본 열도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몬스터. 그중에서 도쿄도 다치가와시내 인근에는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몬스터가 나타났다며 방송에서는 해당 지역이 아비규환이 된 모습을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우수한 도퍼들을 보유하고 있고. 몬스터 때문에 힘든 지역에는 파병까지 했지만. 갑작스레 전국에 나타난 몬스터에 대응하기에는 아무래도 손이 모자랐다. 그 때문에 방송으로 계속해서 민간 도퍼들과 일본으로 관광하러 온 해외 도퍼들의 나서줄 것을 호소하는 중이었다. 굳이 참혹한 참상을 생방송으로 반복적으로 내보는 것도 조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도퍼들이 나서게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퍼들은 그 방송에는 응하지 않았다. 도퍼들을 움직이게 한 건 그 후에 이어진 자막이었다. 자막의 내용인즉슨, 일본정부에서는 몬스터 코어를 시세보다 두 배로 쳐서 매입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관광지와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쪽의 몬스터들은 민간도퍼과 외국인 도퍼들이 앞장서서 퇴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본정부와 자위대에서는 예의 수호신이 없어질 가능성도 대비한 계획도 짜두었지만. 그 계획대로 움직이게 된 상황에서는 예상 못 한 변수가 너무 많았다. 그중 하나가 타치가와시에 터진 몬스터 코어 폭탄. 두 번째는 예고 없이 수호신의 제어가 풀려버린 탓. 세 번째는 몬스터들의 반응이었다. 그간 수호신에 억눌려 있던 몬스터들의 공격성은 더욱 강렬했다.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건물 안의 인간을 없애버리기 위해서 건물에 돌격한다는 거 하는. 일반적인 몬스터 대응방법이 쓸모없어져 버린 것이다.

방송을 통해서 그 혼란스러운 모습을 본 성제는 당장에 자신의 남성을 향해 얼굴을 처박고 있던 여자를 밀쳤다. 이제 허송세월을 보내던 것도 끝이었다. 이 혼란 속에서 성제의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이곳을 뜨는 것.

성제는 그저 쾌락에 빠진 허수아비처럼 보였어도 그 나름의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탈출할 수단은 미리 마련해뒀다. 그건 바로 지금 성제가 비상구를 통해 올라가는 곳의 끝에 있었다.

“일단 가까운 일본 외곽의 섬으로 여차하면 한국 쪽으로 넘어가 버려야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건물 옥상으로 나오는 문을 열자. 세찬 바람이 성제의 기다란 머리카락을 날렸다. 헬기의 프로펠러가 만들어 내는 풍압때문이었다. 성제는 헬기가 뜰 준비를 마치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

성제가 탈출을 위해 준비해둔 헬기였다. 여기에 어지간한 비행형 몬스터는 출현해도 성제의 불길로 태워버릴 자신도 있었다. 성제의 품에는 예거뿐만 아니라 블랙마켓에서 사들인 능력 강화 포션도 있었다.

“자 어서 뜨자고.”

헬기에 탑승한 성제가 자신의 배낭을 벗어 한쪽이 밀어 넣고 헬기 조종사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카드를 받은 헬기 조종사는 조종간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조종간을 당겨 헬기를 이륙시켰다.

*****

‘히익.’

강현은 속으로 질색했다. 다짜고짜 자신을 향해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는 청년 때문이었다. 남자가 정색하며 다가오는 것도 징그러운데,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청년은 거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인간의 껍데기가 차근차근 벗겨졌다. 마지막에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괴물만이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 질색한 건 어디까지 생리적인 혐오때문.

“역시 레이더는 거짓말은 하지 않네.”

강현이 방심하며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린 것도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든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였다. 강현이 몬스터를 맞기 위해서 한 준비란 단순히 소유를 안전한 곳에 숨겨두는 것만이 아니었다.

특유의 능력인 각종 버프를 걸어둔 상태. 이 능력으로 강현은 A급 몬스터는 일격에 해치우고, S급 몬스터와도 싸울 수 있었다. 게다가 그때와 다른 건 강현을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주는 심비오트 슈트가 있었다. [ 콩 ]이 예거아머의 설계도를 분석해 강현이 들고 있던 수많은 몬스터 코어를 이용해 만든 이 심비오트 슈트는 그 재료의 차이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복제본이 훨씬 강했다. 미니 레이저 버스터가 [ 콩 ]의 인공지능의 통제하에 강현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적을 공격했다. 게다가 결정적인 차이 심비오트 슈트의 동력원을 그간 아껴뒀던 S급 몬스터 코어로 교체했다.

강현의 인벤토리에 있던 몬스터 코어 대부분은 테라를 만들어 내는 데 쓰고 그 외에 남은 몬스터 코어는 심비오트 슈트를 구성하는 데 사용됐다. 이건 뉴욕 몬스터폭탄 테러사건 때 나왔던 S급 몬스터를 퇴치한 뒤 건네받은 것으로 당시 인벤토리에 안 넣어둔 탓에 남아있었다.

원래 예거를 먹은 도퍼 강현의 능력이 100. 심비오트 장착해 50 정도 상승했다면 이 합쳐진 능력을 버프가 퍼센티지로 증가한 상태. 이 정도 준비라면 전과 달리 S급 몬스터라도 단신으로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강현은 몸을 돌리지 않고 후진하면서 다가오는 괴물을 향해 미니 레이저 버스터로 요격했다. 맞닥뜨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데미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역시 혼괴의 돌진을 저지하는 데는 역부족인 듯해 보였다.

“이 정도로는 날 못 막지.”

혼괴는 전신을 울려서 내는듯한 소리를 내면서 속도를 올렸다. 지척까지 다가온 상황. 강현은 순간적으로 아래쪽으로 레이저 버스터를 발사해 그 반동으로 위로 솟구쳤다. 그런 다음 혼괴의 머리를 노리며 심비오트 슈트에 달린 강화 건틀릿 소드를 양손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혼괴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공격을 받아냈다.

“이런.”

강현은 혀를 찼다. 괴물의 몸이 깊게 파였지만. 절단되거나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괴물은 건틀릿소드를 움켜쥔 채로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건틀릿소드를 타고 찌릿한 느낌이 밀려들어 왔다. 명백한 적의가 느끼는 접촉. 혼괴의 공격이 틀림없었다. 그것도 상대방의 육체를 타격하는 게 아닌, 상대방의 생명을 꺼트리려고 하는 근원적인 공격.

그 섬뜩한 느낌에 일단 건틀릿소드를 포기할까 했을 때. [ 콩 ]으로부터의 괴물을 분석한 보고서가 강현의 시야에 표시됐다.

‘이 정도라면!’

어설픈 느낌이 아니라. 힘의 차이를 명백히 보여주는 숫자. 그걸 보고 강현은 자신감을 얻었다.

“[ 콩 ]! 동력원으로 쓰고 있는 S급 몬스터 코어 내 에너지 다 소모해도 좋으니까 밀어버려!”

-체크했습니다. 마스터.

강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심비오트 슈트 곳곳에서 케이블이 튀어나와서 혼괴와 연결했다. 그런 다음 그대로 혼괴가 하는 공격을 되돌려주기 시작했다.

이런 힘의 차이는 강현과 혼괴의 능력차이도 있었지만. 능력을 보조해주는 몬스터 코어의 차이도 컸다. 심비오트 슈트에 장착되어있는 S급 몬스터 코어와 달리 혼괴가 사용한 S급 몬스터 코어는 괴이가 촉수로 이미 에너지를 일부 사용했다. 게다가 그 괴이를 쓰러트리느라 혼괴가 S급 몬스터의 일부를 훼손한 상태였다.

‘뭐, 뭐야. 이대로라면 내가 몸을 뺏겨버리겠어.’

혼괴는 혼란에 빠졌다. [ 콩 ]이 시도하는 반격은 혼괴가 예상한 범위 내의 반격이 아니었다. 이대로 전기자극을 받다가는 그대로 마비되어 정신을 잃거나 의식이 소멸할 것만 같았다.

-체크했습니다. 마스터. 상대가 이상 반응을 보입니다. 표면온도 상승.

강현은 [ 콩 ]의 보고에 망설였다. 자폭? 아니면 위장 후 도망? 전자일 경우 방어를 굳히지 않으면 이쪽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지도 몰랐다. 이럴 때는 리스크를 줄이는 게 상책.

“떨어지고. 쉴드에 동력을.”

-체크했습니다.

하지만. 혼괴가 하려던 건 양쪽 다면서 어느 쪽도 아니었다.

퍼펑-

굉음이 뭉쳐있는 두 사람에게서 들려왔다. 혼괴가 온 힘을 다해 일으킨 폭발. 강현은 그 폭발을 견뎌냈지만. 심비오트 슈트가 반파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추락하지 않고 계속해서 떠 있는 걸로 봐서 비행기능은 정상이라는 것.

-체크했습니다. 마스터. 심비오트 슈트 데미지 63% 자가수리완료까지 앞으로 7시간. 몬스터 레이더 기능 정상, 비행기능 정상, 미니 레이저버스터 2문 사용 가능.

생각보다 피해는 양호했다. 그리고 강현이 정말로 궁금한 건 따로 있었다.

“상대는?”

-몬스터 신호, 에너지 미발견. 자폭해서 소멸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 보고를 받았지만, 치료캡슐을 가지러 가면서 직접 몬스터 레이더를 작동시켜서 재차 확인했다. 아까 봤던 괴물의 기척은 느낄 수 없었다. 결국, 최초 [ 콩 ]이 계산한 대로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터였다.

‘자폭한 건가? 생각보다 싱겁네.’

*****

혼괴는 폭발했다. 하지만. 자폭으로 자신의 존재까지 포기한 건 아니었다. 폭발하기 직전 등 쪽에 자신의 일부분을 불리해 폭발로부터 떨어트렸다. 어차피 혼괴의 내부에는 일반적인 생물과 달리 장기로 이뤄진 게 아니라. 하나하나가 에너지 체였다. 육신도 제대로 없는 괴물. 수많은 세월을 몸과 몸을 옮겨 다니면서 벌어진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었다.

하지만.

‘자폭해도 멀쩡하다니.’

혼괴의 의식은 멀리 날아가는 강현을 느끼면서 어이없어했다. 그 괴물보다 강한 인간이라는 건 결국 괴물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몇백 년 전만 해도 자신을 쓰러트리기 위해서 인간은 수없이 많은 희생을 치른 적도 있었다. 그 사이에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몬스터들이 나타나면서 인간들이 저만큼이나 강해져 버린 것이다.

‘이제 나라는 괴물은 설 자리가 없을지도.’

어쩌면 이대로 소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듯했다. 인간의 육체를 빌리고 정기를 훔쳐 사는 자신이 인간 개인보다 약해버리는 순간. 자신의 생명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세찬 바람과 이어서 밀려 들어온 뜨거움이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날려버렸다. 혼괴가 불꽃이 날아온 쪽으로 의식을 집중하니. 헬리콥터가 보였다. 그 안에 있는 인간이 이쪽을 몬스터도 인식하고 공격한 걸로 보였다.

‘저 정도의 인간에게는 아직 안 져.’

그런 생각이 들자. 다시 기분이 좋아진 혼괴는 불꽃을 타고 헬리콥터 쪽으로 천천히 날아갔다.

*****

“으악. 타기는커녕 이쪽으로 오잖아!”

그렇게 비명을 지른 건 성제였다. 헬기에 타고 있던 도퍼 능력자는 성제였다. 헬기 조종사가 새가 아닌 이상한 모양의 몬스터가 보인다고 알려와서 이쪽이 먼저 공격당하기 전에 날려버릴 생각으로 불꽃을 날렸다.

하지만. 그 괴이한 몬스터는 불길에 타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불길을 길을 삼아 성제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다가온 몬스터는 성제의 얼굴을 휘감았다.

“으아아악.”

비명은 잠시. 금방 숨을 못 쉬게 코와 입을 막아왔다. 위기감을 느낀 성제는 온 힘을 다해 불길을 내뿜었다. 온 사방에 불길을 내뿜었지만. 괴이한 몬스터는 떨어지지 않았다. 반면에 헬리콥터는 성제가 내뿜는 불꽃 때문에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고 이내 추락했다.

추락한 헬리콥터는 굉음을 내면서 폭발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끔찍한 폭발 속에서 느긋하게 걸어 나오는 남자가 있었다. 성제였다. 아니, 이제는 성제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 안의 내용물은 혼괴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진작 도퍼육체로 옮겨타 볼 걸 그랬어. 하긴, 어린아이 때부터 장악하지 않으면 오래 못쓰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혼괴는 강현이 날아간 반대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성제 바이바이~

다들 즐거운 하루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