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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103화 (10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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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장. 괴물들(2)

“그딴 허풍은 집어치워!”

혼괴의 말에 발끈한 괴이는 전신의 촉수를 곤두세웠다. 푸슛하는 소리와 함께. 촉수 끝에서 독이 수증기 형태로 분출됐다. 일반 인간이라면 이 독에 닿기만 해도 즉시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를 뿜어내며 고통스럽게 죽을 정도로 맹독이었다. 하지만. 혼괴도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괴물. 그 정도로 단번에 죽지 않았다. 살짝 피부를 사포로 긁어내는 듯한 격통이 전신을 훑었다.

“크윽. 화내기는, 살살 가자고.”

혼괴는 그렇게 말하면서 괴이에게서 물러났다. 가벼운 상처지만 피부에 닿은 부분이 아직도 타오르면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상처가 언제 생겼느냐는 듯이 말끔하게 사라져있었다.

‘아니. 내 공격이 통하지 않다니.’

괴이는 혼괴를 노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기억을 되짚어 봐도 혼괴가 자신의 공격을 이렇게 단기간에 회복시켜두진 않았다. 그렇다는 건. 혼괴도 자신처럼 무언가 새로운 능력을 손에 넣었다는 말이었다.

“우리 쪽 애들이 사는 곳은 아무래도 고등급의 몬스터가 별로 없으므로. 힘을 모으는데 좀 힘들었단 말이지.”

그렇게 너스레를 떤 혼괴는 입안에 깊숙이 손을 넣어 몬스터 코어를 끄집어냈다. 그 몬스터 코어는 힘을 거의 다 뺏긴 탓에 원래의 시커먼 색에서 반투명의 흰색으로 변해 있었다.

“이제야 전투 준비가 끝났어.”

그렇게 말한 혼괴는 손에 들고 있는 몬스터 코어를 내팽개쳤다. 그 모습에 질린 괴이의 촉수가 부르르 떨렸다.

“미친놈. 모, 몬스터 코어를 그대로 먹은 거냐?”

“난 날것이 좋거든. 뭐든지.”

혀를 내밀어 자신의 입술을 핥은 혼괴의 몸이 갑작스레 부풀어 올랐다. 마치 거대한 풍선과도 같은 모습. 이제까지 인간 세상 속에 묻혀 살아가기 위해 인간의 몸을 빌린 모습이 아닌. 그 본질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본모습을 드러낸 혼괴는 그대로 두둥실 떠서 괴이에게 날아갔다. 괴이는 주춤하며 몇 미터 뒤로 미끄러지듯 물러났지만. 이내 결심한 듯. 온몸을 단단하게 굳히며 덤벼들 태세를 취한 다음. 아래로 뛰어내렸다.

“뭐야? 평소보다 포기가 빠른데?”

혼괴는 뜻밖에 괴이의 반응에 주춤했지만. 천천히 아래로 따라 내려갔다.

******

‘역시 둘 다 괴물이었어!’

지훈은 두 괴물이 비행정 아래로 가버린 걸 보고는 겨우 숨을 돌렸다. 아래로 내려가는 문이 부서져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비행정 구석에서 최대한 몸을 웅크리며 숨어있었다. 그러다 혼괴까지 괴물처럼 변하는 걸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오려고 해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처음에는 혼괴가 덩치가 조금 커진 걸 보고는 그저 탱커 능력자로만 봤을 뿐이었다. 하지만. 비행정으로 날아오르고 그 안의 일본 군복을 입은 자들을 무슨 수를 썼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해치우는 걸 보고는 겁을 덜컥 집어먹었다. 지훈이 몬스터 관리자라고 해봤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배치받은 거지.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관리자가 된 건 아니었으니까.

괴물이 사라지자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문은 이미 혼괴가 이곳에 침입하면서 부셔놓은 상태였다. 게다가 이곳을 지키고 운용하는 일본 군복을 입은 자들은 혼괴에 의해 숨이 끊어졌거나 치명상을 입어 겨우 목숨만은 붙어 있는 자들도 괴이의 모두 독기에 사망해 있었다.

“어디로 도망쳐야 하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잖아.”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지훈은 비행선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입으로 투덜거리기라도 해야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킬 수 있을 테니까.

그때. 입구 근처에 있는 수납장 안에서 비상용 낙하산을 발견했다. 다행히 지훈에게는 낙하산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어서 사용에는 무리가 없었다. 다만. 아래쪽 입구를 내려다보고 있는 지훈을 망설이게 하는 건. 이 아래에 무사히 착륙한다고 해도 그 끔찍한 괴물들의 싸움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내려가서 어떻게 하지. 일본 도퍼관리국에 연락해야 하나? 내가 말한다고 해서 믿어줄까?”

게다가 신고할 몬스터라는 게 일반적인 몬스터도 아니었다. 그것도 괴물 중 하나는 일본에 입국할 때 신고를 한 도퍼라고? 어느 쪽도 이해시키기도 힘든 일이었다.

“뭐. 설명할 수 없을 때는 그저 입 다문 채 모른척하는 것도 방법이지.”

그렇게 말한 지훈은. 최대한 괴물들이 내려간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기 위해서 몸을 달렸다.

그때 지훈은 몰랐다. 일본열도는 괴이가 혼괴와 전투를 벌이느라 신경을 거둔 사이 통제 불능이 된 몬스터들과 그레이가 터트린 몬스터 폭탄 때문에 이미 엉망이라는 사실을.

*****

-체크했습니다. 마스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무슨 일이야? 에너지 부족? 문제없다고 했잖아.”

하늘을 비행 중이던 강현은 갑작스레 호출한 [ 콩 ]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현이 심비오트 슈트 상태에서 비행하는 데 필요한 동력은 몬스터 코어에 있었다.

그 몬스터 코어가 다 소진된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추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몬스터 코어를 교체해야 하는데 그 몬스터 코어는 강현의 인벤토리 안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강현은 양팔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강현의 양쪽 팔에는 소유가 들어있는 치료캡슐이 들려있었으니까.

소유를 안고 나는 방법도 있었지만. 비행 중 돌발 상황을 고려했을 때는 캡슐 채로 들고나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어서 어지간한 충격에도 견디게 설계되어있다는 말에 강현도 동의했다. 그렇게 몬스터 폭탄으로 발생한 몬스터의 영향 밖으로 날아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여러 몬스터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아예 한국까지 날아가기로 변경했고, 최초에 [ 콩 ]이 계산 시에는 서울까지 날아가는데도 이상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런데 콩이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니. 다소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체크했습니다. 동력원 문제가 아니라. 몬스터가 감지됩니다.

“몬스터? 위치는? 공중에 있어?”

강현은 [ 콩 ]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이미 일본 지천에 몬스터가 준동하고 있는 상태에서 문제라고 따로 보고할만한 몬스터라는 소리였으니까.

-곧 접촉하게 됩니다.

“접촉? 위험이 있으면 우회하라고 했잖아.”

-미스였습니다. 이제까지 몬스터와는 다른 주파수를 띄고 있어서. 몬스터 코어를 이용한 발전소로 파악했습니다.

그 말에 강현이 몬스터 레이더를 활성화 시켰다. 순간적으로 수많은 몬스터들의 기운이 레이더에 표시되면서 강현은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최근 몬스터를 살펴본 강현은 정말 아까까지 레이더내에 안보였던 몬스터들이 나타난 걸 확인했다. 하지만. 굳이 몬스터라고 하기에는 그만큼 큰 이질감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 들이었다. 평소라면 이상 신호라고 넘겼을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 몬스터들이 레이더에 표시되는 모습이었다.

‘S급 몬스터와 비슷해?’

그것도 능력이 비슷한 몬스터 두 마리가 있었다. 강현은 바로 결정을 내렸다. 당장에 그 몬스터와 상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돌아가도 좋으니까 우회해줘.”

-체크했습니다. 마스터.

*****

“그렇게 움츠러든 채 도망치다니. 너무 실망스럽잖아?”

괴이를 따라온 혼괴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먼저 건물의 지붕을 뚫고 이곳에 온 괴이는 도망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어디로 도망쳤는지 찾을 필요는 없었다. 이곳에 있던 인간들은 이미 괴이의 독안개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는데, 그 쓰러진 인간들의 흔적은 앞쪽에 보이는 거대한 문으로 향해 있었다.

게다가 서로 본 모습을 드러낸 이상. 서로 간에 느껴지는 기운 때문에 뿌리치고 숨을 수도 없었다. 숨을 수 있을 때 한참 싸우다가 기운이 약해지는 순간뿐. 그것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두 사람은 끊임없이 서로를 죽이는 고생을 했던 거니까.

혼괴는 천천히 문앞으로 두둥실 떠갔다. 문을 열 필요도 없었다. 혼괴에서 닿기도 전에 문은 조각조각 썩어 문드러져 흩어졌다. 혼괴는 천천히 괴이의 흔적을 따라갔다. 힘의 차이는 명백했으니까.

그렇게 세 개의 방을 지나자 괴이의 등이 보였다. 커다란 방안에는 이제는 도망칠 곳은 없어 보였다.

“금방 도망치더니. 이제 완전히 포기했나 보군. 이왕이면 내가 소멸시키지 좋게 퍼질러 눕는 건 어때?”

“그런 소리는 이거나 먹고 하시게!”

괴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돌렸다. 그러면서 갑자기 괴이나 내뿜는 녹색의 안개가 시커멓게 변하면서 짙어졌다.

“크으흑.”

안개에 닿자 혼괴의 일부분이 녹듯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괴이는 즐거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도망친 게 아니라 이걸 가지러 온 거지.”

그렇게 말하는 괴이의 가슴팍에는 S급 몬스터 코어가 들려있었다. 정확하게는 가슴팍에 나 있는 자잘한 촉수가 S급 몬스터 코어에 꽂혀있는 상태. 촉수를 통해 몬스터 코어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었다.

“흥. 겨우 몬스터 코어 하나 연결했다고 나한테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혼괴는 몸을 압축시켰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몸은 공기가 빠진 듯 초라해 보였다.

그 모습을 비웃듯 괴이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서 혼괴에게 다가갔다. 혼괴의 몸과 반대로 괴이의 몸은 천천히 커졌다. 괴이가 혼괴의 앞에서 몸을 일으켰을 때는 이미 단번에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

“큰소리친 것치고는 아무것도 못 하잖나?”

괴이는 그대로 혼괴의 몸을 뒤엎었다. 수많은 촉수가 혼괴의 몸을 훑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끔찍하게 그지없는 광경이었지만. 괴이에게는 거창한 디너를 먹는 식사행위에 불과했다.

‘이대로 끝이다. 오랜 악연도……. 응?’

괴이는 이상한 걸 느꼈다. 촉수를 통해 혼괴의 체액이든 뭐든 빨아들여서 자신의 몸을 채워나가야 할 테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텅 빈 것처럼.

“끝이다!”

괴이가 이상함을 느끼는 순간. 위에서 혼괴의 목소리가 들렸다. 괴이가 잡고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혼괴의 껍데기였다. 괴이가 전신의 촉수를 곤두세워 혼괴의 기습을 방어하려고 했다.

하지만. 혼괴가 노리는 건 괴이가 아니었다. 혼괴가 노리는 건 몬스터 코어를 삼켜 그 기운을 몇 개나 누적시켜둔 자기와 격차를 줄여주는 것. 바로 괴이의 가슴에 달리 몬스터 코어였다.

혼괴가 온 힘을 다해서 괴이의 S급 몬스터을 타격했다. S급 몬스터는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는 그제야 혼괴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위에 나타난 혼괴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 공격은 혼괴에게 닿지 못했다. 그에 반해 S급 몬스터 코어는 점점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게 다 녹아내린다면. 괴이의 최후는 빤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괴이의 촉수가 가늘게 떨었다.

그리고 잠시 후.

괴이의 최후는 자신이 스스로 예감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휴. 애먹게 하네.”

어느새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혼괴는 팔과 다리·목을 좌우로 움직였다. 뻐근해서 그런 게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있는 가동범위를 안 넘게 해 위화감을 줄이는 목적이었다. 그런 혼괴를 중심으로 커다란 녹색의 흔적이 바닥에 보였다. 마치 페인트가 칠해진 것처럼. 괴이가 녹아내린 흔적이었다. 그리고 혼괴의 발밑에는 자신의 능력 때문에 반쯤 녹아버린 S급 몬스터 코어가 있었다.

그걸 집어든 혼괴는 괴이앞에서 그랬던 것과 반대로 자신의 입안으로 집어넣고 꿀꺽 삼켰다. 몬스터 코어가 자신의 내부에서 천천히 힘을 주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강력한 힘이 근처에서 느껴졌다.

그 힘의 흔적은 몬스터가 아니라. 인간.

원래 혼괴가 일본까지 행차하게 한 본래 목표였다.

“오호라. 좋은 타이밍에 다음 먹잇감이 오잖아?”

============================ 작품 후기 ============================

월요일이 와버렸네요. 시무룩

그래도 독자님들 모두 즐거운 한주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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