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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99화 (9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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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장. 예거 아머(3)

“미쳤다고 내가 여길 나가?”

알몸의 사내는 휴대전화기를 집어 던지며 화를 냈다.

찰싹!

심통이 난 남자는 괜히 마찬가지로 알몸으로 자신의 앞에 엎드리고 있는 여자의 엉덩이를 세차게 때렸다. 하얀 둔덕에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여자는 사내의 폭력에 “이따이.”라고 일본말로 중얼거리면서도 허리를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사내의 남성을 더욱 압박해왔다.

“이것들 조이는 기술 하나는 죽여준단 말야.”

성제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금방의 불쾌한 통화를 잊어버리려고 애썼다. 그 통화는 그레이측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내용인즉, 그레이의 이름을 내리고 조직의 간부로서 대우할 테니 미국으로 건너오라는 거였다.

하지만. 성제는 알고 있었다. 그 소리를 홀라당 믿고 미국으로 넘어갔다가는 끔찍한 최후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을.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레이의 뒤통수를 처먹었으니까.

“아샹. 이것도 지겹네. 너 빠지고. 네가 와서 허리 돌려.”

성제는 그렇게 말하면서 엎드린 채로 앞뒤로 움직이고 있던 여자의 엉덩이를 톡톡 쳤다. 여자는 성제의 말은 못 알아들었지만. 눈치로 그 의도를 파악하고 물러났다. 그다음 성제가 누워있는 걸 보고는 침대 한편에 알몸으로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다른 여자에게 시선을 보냈다.

시선을 받은 여자는 조용히 성제의 위로 올라탄 다음. 천천히 허리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그 아래에 있는 성제의 남성을 휘감았다. 뱀처럼 끈적한 움직임이었다.

“오. 죽이는데. 여기에서 한참 즐기면서 때를 기다리는 거지.”

성제를 상대하고 있는 여자들은 일본의 정·재계 인사나 고관만이 출입하는 최고급 요정에서 소개해준 창녀들이었다. 물론 창녀들이라고 해도 급이 달랐다. 일반인들은 돈이 있어도 쉽사리 건드리지도 못하니까. 하지만. 강현은 일본에 S급 몬스터 코어를 넘긴 뒤로 막대한 금액을 감사금으로 받고 이렇게 귀빈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렇게 지낸 지 몇 달째.

그 사이 여자도 수많이 갈아치웠고, 할 수 있는 쾌락은 모두 다 누렸다. 하지만. 반복되는 성행위도 이제 무뎌져서 슬슬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요 며칠간 그레이측의 연락 때문에 신경을 쓰면서 여자가 땅겼던 것이었다.

그때.

대형 텔레비전에서 강현에 대한 특집방송이 흘러나왔다. 도퍼 유강현이 한국에 이어서 미국에서까지 몬스터들을 해치우고 사람들을 구한 각종 활약상을 다룬 방송이었다. 한차례 영상이 지나가자 강현 때문에 목숨을 건진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그때의 상황과 강현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인터뷰가 연이어졌다.

“에이. 리모컨 리모컨.”

방송을 보고 기분 나빠진 성제는 손을 휘휘 저으면서 리모컨을 찾았다. 옆에 대기하고 있던 여자가 황급히 리모컨을 찾아주자. 성제는 얼른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저 새끼는 먼저 혼자 저렇게 잘나가?’

“아랏.”

성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성제 위에서 피스톤 운동을 하던 여자가 우스꽝스러운 몰골로 뒤로 자빠졌다. 황급히 일어난 여자는 이마를 땅에 박으며 사과를 했다.

“젠장.”

하지만. 성제의 기분은 더욱 더러웠다. 여자가 자빠진 건 자신의 남성이 완전히 쪼그라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한참 관계 중에. 이게 원인은 바로 금방까지 본 텔레비전프로그램. 즉, 유강현 때문이었다.

‘저 새끼 언제 내가 한번 제대로 담근다. 아무리 도퍼라고해도 예거 안 먹으면 배때기에 칼 안 들어갈까?’

음흉한 복수심을 불태우기 시작하자 성제는 다시 아랫도리에 피가 몰리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됐으니까. 이거나 살려.”

성제는 다리로 여자의 뒤통수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여자는 황급히 일어나 성제의 다리 아래로 기어가서 성제의 남성을 입안에 가득히 삼켰다. 농염한 혀가 미끄러지듯 휘감기 시작하자 익숙한 쾌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으, 좋아.”

*****

“일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일본땅에 내려선 강현을 맞이한 것은 미모의 일본 여성이었다. 그 일본 여성은 검은 여성정장을 입고 있지만 하얀 피부에 붉은 입술이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미사키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그녀는 유창한 한국어로 강현 일행을 안내했다.

강현이 알렉스의 개인기를 타고 일본으로 도착한 곳은 나리타 국제공항도 하네다 국제공항도 아니었다. 바로 일본 육상자위대 동부방면항공부대 쪽이었다. 도쿄도 타치가와시쪽에 위치한 이곳에는 사전에 연락한 대로 일체 얼씬거리는 사람 하나 없이 고요했다.

“그럼 어디로 안내해드릴까요? 여독을 쌓이셨을 테니 근처의 고급료칸(여관)으로 모실까요? 그 외에 원하는 건 말씀만 하시면 어떤 것도 대응해드리겠습니다. 물론, 그 어떤 것에는 저도 포함된답니다.”

미사키가 활주로를 거닐면서 은근한 목소리로 강현에게 말했다. 누구라도 흔들릴듯한 음심 가득한 유혹. 하지만. 강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독이 들어있는 유혹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미사키라는 여자는 일본체류기간 동안 강현을 안내해줄 그레이쪽 사람이었으니까.

“아, 그거 이쪽으로 가져오세요.”

강현은 대답 대신 뒤를 돌아봤다. 한 무리의 특수부대 차림의 남자들이 사람 서넛은 족히 들어갈 법한 강철박스를 옮기고 있었다. 몇몇은 총을 겨누고 사주 경계를 취하고 있었다. 모두 알렉스의 개인비행기를 타고 강현과 함께 온 인원들로 알렉스의 사설부대였다. 얼마나 은밀하게 행동했는지. 뒤늦게 눈치챈 미사키는 조심스럽게 강현에게 이야기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전달을 잘못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혼자 오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짐꾼이야. 짐꾼. 저것만 날라주고 돌아갈 거야.”

강현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고는 미사키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예거 아머 필요한 거 아니었어?”

“아, 이해했습니다.”

미사키는 예거 아머라는 말에 눈에 이채를 띄었다.

“그보다 료칸이니 뭐니 하는 건 됐고. 내 팀을 만나고 싶은데? 이미 근처에 있지?”

“네.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대기해 있습니다. 가시죠.”

미사키는 활주로에서 벗어나 근처에 있는 격납고로 강현 일행을 안내했다.

강현이 이야기한 팀이란. 그레이측에서 강현이 직접 성제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준 도퍼 능력자들을 말했다. 강현은 사전에 미리 그레이로부터 팀원의 프로필을 받았었다. 당연하게도 도퍼능력 흡수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현도 예상했던 바였다. 아마도 강력한 도퍼 능력자인 강현이 약속을 뒤집었을 경우 어떻게든 잡고 싶을 테니까.

격납고안은 깔끔하게 비어져 있었다. 그 대신 11명의 남녀가 서 있었는데 대부분 방탄복에 다양한 화기를 갖추고 있어 강현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사설부대 못지않은 준비태세였다. 이 정도 팀원이라면 일본 국회의사당도 초토화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한편. 강현은 아무것도 없는 맨몸상태. 그래도 주눅이 들지 않고 팀원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강현은 몇 번이나 사진으로 몇 번이나 봐서 익숙한 얼굴의 미국인 앞에 멈춰 섰다.

“이름이 아마 드레인이라고 했던가? 당신이 도퍼 능력을 흡수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맞지?”

“...라져.”

드레인은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강현의 질문에 당황한 게 아니라 귀 안쪽에 부착되어있는 자동 통역기로 강현의 질문이 번역되기까지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견제받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견제를 받는데 익숙하고 나름의 특이체로서 자부심도 있었다.

그 증거로 강현은 가까이 있지만, 자신의 손이 뻗을 수 없을 정도의 거리를 세심하게 유지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 틀림없었다.

“좋아. 정말인지 시험해보고 싶은데?”

“...”

강현은 의외의 제안을 했다. 물론, 강현 자신의 몸을 가지고 실험할 생각은 없는 듯 알렉스가 사설부대 측에 시선을 주자. 사설부대 측의 한 명이 여기까지 옮겨온 강철박스를 조작했다. 그러자 중앙에 금이 생기면서 옆으로 갈라졌다. 갈라지면서 서늘한 기운이 물씬 흘러나왔다.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봤다.

“이건?”

미사키가 예상 못 한 것의 등장에 놀랐다. 안쪽에는 예거아머 대신 커다란 캡슐이 들어있었고, 그 캡슐 안에는 아름다운 여성이 들어있었다. 알렉스가 개발한 의료캡슐에 들어가 있는 소유였다. 소유는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강현은 애써 소유에게서 시선을 거둔 다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턱 끝으로 소유 쪽을 가리켰다.

“여기 이 여자의 도퍼 능력을 흡수해봐?”

“...”

드레인는 망설이다가 미사키를 쳐다봤다. 그레이 내에서는 비슷한 계급이었지만. 이곳의 책임자였으니까. 이미 미사키는 그 캡슐 뒤쪽에 또 다른 상자에서 예거아머가 들어있는 걸 확인했다. 어차피 그레이쪽의 최우선사항은 예거 아머를 손에 넣는 것. 강현의 복수 따위는 알 바 아녔다. 여차하면 이곳에서 강현을 재껴 버리고 예거아머를 손에 넣는 것도 고려 해야 할 사항이었다. 강현도 그렇게 순순히 당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기왕이면 서로 계약한 대로 진행되는 게 베스트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가 말하는 데로 하세요.”

미사키는 결정을 내렸다. 드레인은 어깨를 으쓱하는 미국인 특유의 제스쳐를 취한 다음에 치료캡슐에 다가갔다. 물론 그는 그게 치료캡슐인지는 모르는 채였다. 드레인이 다가오자 사설부대원 중 한 명이 캡슐을 조작했다. 그러자 손을 넣을 수 있게 캡슐 한쪽이 열렸다. 드레인은 까다롭게 군다며 투덜거리면서 거기에 손을 넣고 능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건?”

조금씩 소유의 능력을 흡수해 나가기 시작하자. 드레인은 이제까지 흡수한 적 없는 느낌의 능력에 이질감을 느꼈다. 그러다가 여느 때처럼 곧 익숙해지자. 처음에는 근처의 몬스터 존재가 희미했다가 점점 생생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곳곳에 몬스터들이 있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숲 속 방면에 잠을 자는 몬스터에 그 의식이 미치자. 몬스터가 반응했다. 그 몬스터는 여느 때 인간을 보는 것처럼 적대감을 표출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마치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것처럼.

“설마…?”

드레인은 평소 여러 가지 능력을 흡수하는 만큼. 뒷세계에 알려진 다른 특이체의 능력을 들으면 어떤 감각일까 생각하곤 했다. 이건 분명히 이 일본을 몬스터 없는 청정지대로 만들어낸 테이머 능력자의 능력을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그걸 깨닫자 등 뒤에서 식은땀이 쭉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무리도 아니었다. 테이머 능력을 그레이가 손에 넣는다? 이건 예거아머에 못지않은 세계지형의 변화를 가져올 테니까.

드레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강현은 어느새 옆에 다가와서 소유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힐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알렉스의 말대로였는지. 소유가 평생 열릴 거 같지 않았던 눈을 떴다. 소유는 자신의 눈앞에 강현이 있는 걸 보고 슬며시 미소 지었다.

“강현씨.”

“인사는 좀 있다고 하죠.”

강현은 소유가 깨어난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곳에서 긴장의 끈을 늦출 수는 없었다. 그레이들과는 언제 적으로 변할지 모르는 상태였으니까.

한편. 드레인은 자신의 옆에 강현이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걸 보고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강현은 완전 무방비상태였으니까. 엄청난 타격을 가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강현의 몸에 닿기만 하면 강현이 아무리 강한 능력자라도 그 힘을 뺏어 순식간에 이곳을 제압할 수 있을 테니까.

‘자연스럽게 살짝만….’

자신의 이런 돌발 행동은 다른 그레이와도 상의한 게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선 그 때문에 더욱 확실한 기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됐다.

-그만해도 되겠습니까?

드레인이 말이 통역기의 스피커에서 한국말로 변해 흘러나왔다. 그 말에 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만하면 되겠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강현은 자신을 전혀 의심하는 거 같아 보이지 않았다. 드레인은 몸을 돌리면서 자신의 손이 스치듯이 강현의 몸에 닿게 했다. 누가 봐도 자연스러워 보이는 행동.

서걱-

그때.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

그 소리가 벌어진 상황에 사람들의 신경이 소리 없이 예민해졌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강현을 건드리기 위해 온 정신을 쏟고 있던 드레인은 그 소리를 못 듣고 있다가 문득 격납고 안의 인원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걸 깨달았다.

‘젠장. 눈치챘나?’

드레인은 혀를 찼다. 강현의 능력이 안 들어온 걸로 봐서는 실패한 작전이었다. 이럴 때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들 왜 그래? 장난이야 장난…. 어?”

드레인은 너스레를 떨면서 손을 내저었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한 걸 느낀 것이다. 오른 손목 아랫부분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리자 깨끗하게 잘린 오른손이 바닥이 뒹굴고 있었다. 강현을 건드리려 했던 손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드레인은 비명을 질렀다.

“JS 온라인 때도 그렇고. 너무 뒤통수 치기 좋아하는 녀석들이란 말야.”

그렇게 말하는 강현의 오른손은 소유의 눈을 가리고, 왼손은 어느새 [ 콩 ]이 건틀릿 소드 모드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건틀릿 소드끝에는 피가 슬며시 묻어있었다.

============================ 작품 후기 ============================

으아아아아악!

월요일이 와버렸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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