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94화 (94/113)

< -- 94 회: 20장. 상급 퀘스트 -- >

20장. 상급 퀘스트(1)

날아온 돌멩이는 클라우드의 칼등에 부딪혀 검의 궤도를 바꿨다. 장이평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클라우드의 검을 피해 앞으로 굴렀다. 그래도 바로 일어서진 못했다. 아무리 가상세계라 고통이 경감된다고 해도 칼이 관통당한 상태에서 몸을 구른 터라 극심한 통증이 장이평의 몸을 집어삼켰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

하지만.

클라우드는 빈틈투성이의 장이평에게 덤벼드는 대신 주위를 경계했다. 자신을 방해한 돌멩이를 던진 존재를 마냥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웬 녀석이냐?”

그렇게 위협적으로 말했지만. 이미 몇 걸음씩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하지만. 돌멩이의 주인은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장이평이 당한 걸 본 몇몇 중국팀원이 장이평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클라우드는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그래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장이평을 단칼에 못 쓰러트린 건 아쉽지만. 중국팀 대부분 전력을 단숨에 꺾어낼 정도로 성공적인 기습이었으니까.

이대로 중국팀을 몰아내고 이 구역의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기만 하면 문제없었다. 그때. 스모그가 클라우드를 향해 달려왔다. 클라우드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저 녀석이 저토록 급한 모습을 보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님! 클라우드님!”

“무슨 일이야?”

“보스몬스터가 안보입니다.”

그 말에 클라우드는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상급퀘스트의 진출권을 선점하기 위해서 중국팀과의 연합도 깼는데 정작 중요한 먹잇감이 사라졌다? 패착 중의 패착이었다.

“젠장. 어디로 간 거야? 중국팀이 금세 잡았나?”

“아닙니다. 중국팀이 잡진 않았을 겁니다.”

“그럼?”

“지켜보고 있다가 신호에 맞춰 기습한다고 잠깐 눈 뗀 사이에 사라져버렸습니다.”

스모그가 허튼소리를 할 녀석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지금 생각해야 하는 건 현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 클라우드가 생각하기에도 보스 몬스터가 잡힌 거 같진 않았다. 다른 퀘스트를 비춰봤을 때. 퀘스트 목표인 보스몬스터를 쓰러트리면 상태가 뭔가 알림이 생겼을 테니까.

“혹시 전투태세가 풀리자 원래 위치로 돌아간 거 아닌가?”

“그럴 가능성이 있어서 일단 정찰을 보내뒀습니다.”

“좋아. 우리도 가보자.”

보스몬스터 사냥이 현재 최우선 사항이었다.

주위에는 한창 부하들과 중국팀이 전투를 벌이고 중. 그래도 기습의 성과와 중국팀의 두목 장이평을 클라우드가 무력화시켜둔 덕분에 충분히 우세를 점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전황을 파악한 클라우드가 다소 안심하고 자리를 뜨려고 했을 때.

“공격!”

함성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소란스러운 전장에 검이 부딪히는 소리와 총알 소리가 더해졌다. 좌·우측에 기습하듯이 나타난 부대는 미국팀이었다.

올리버는 부하들이 신나게 공격해 나가는 걸 보고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남은 인원을 추슬러 이곳까지 늦지 않게 달려온 걸로 이번 작전은 성공이었다. 작전 목표는 방해. 설사 죽더라도 그레이팀과 중국팀이 중급 퀘스트 클리어를 못 하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으니까.

“그럼 저도 가보겠습니다.”

올리버의 옆에 묵묵히 서 있던 오와루가 그렇게 말했다. 오와루의 손은 이미 검쪽으로 향해있었다.

“마음껏 뛰어놀고 오시게.”

올리버의 말에 오와루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무를 박차 오르는 순간. 공중에서 시스템 창이 떴다. 그 시스템 창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 중급 퀘스트 클리어 >

*****

한편 F 지역 내에 있던 다이내믹 코리아팀원들의 앞에도 시스템 창이 떠 있었다. 거기 적혀있는 메시지는 게이트 내 모두가 볼 수 있는 공지와는 달랐다.

< 1234님의 파티가 상급 퀘스트 진출을 위한 자격을 얻었습니다. >

“예에에쓰!!”

“해냈다.”

“좋았어!”

“다들 고생했삼.”

그 메시지를 보고는 팀원 모두가 기뻐했다. 그런 팀원들 옆에는 커다란 몬스터가 쓰러져있었다. 그 몬스터의 등급은 S-급 이곳 F게이트내의 보스몬스터였다. 전황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던 강현일행은 그레이팀이 연합이었던 중국팀을 공격하자 움직임을 개시했다.

그레이팀과 중국팀과 난전이 벌어지고 나서 보스몬스터를 상대하고 있던 중국팀은 뒤에서 습격한 그레이팀을 상대하느라 보스몬스터와 거리를 뒀다.

그 틈을 노려 재빨리 수지가 나서서 어그로를 끈 다음. 빅사이즈와 인텔파이브가 보스 몬스터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보스몬스터는 이미 다른 팀들에게 공격을 받고 빈사 상태였던 터라 금방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사이 강현은 망을 보면서 접근하는 다른 팀을 차단하는 역할을 맡았다.

<중급 퀘스트 클리어> 라고 떠 있는 공지창은 이내 다른 메시지로 바뀌었다.

<60초후 게이트가 닫힙니다. 플레이어들은 로그아웃해주십시오.>

60부터 하나씩 떨어지는 숫자. 그리고 그 아래쪽에 있는 메시지의 숫자도 떨어지고 있었다.

< 보스몬스터 재생성까지 604800초. 남았습니다. >

*****

JS온라인 내의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몇 개월 동안 중급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해서 정체되어있던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음 보스몬스터를 퇴치해서 다른 플레이어가 권한을 얻기 위해서는 604800초. 즉, 일주일 뒤였다.

만렙에 가까운 플레이어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일주일이라면 충분히 상급 퀘스트도 클리어 가능하리라고 다들 생각했다. 하지만. 거기에 전제조건이 있었다. S-급 보스 몬스터가 중급 퀘스트 보스로 있는 만큼. 상급퀘스트에는 S급 보스몬스터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1등급 플레이어라고 해도 그레이팀과 미국 일본 중국 등 수십 명의 플레이어가 준비되어있는 팀일 경우에나 단독으로 클리어할 수 있을 터. 문제는 상급 퀘스트 도전 권한을 얻은 건 강현이 이끌고 있는 다이내믹 코리아팀이라는 거였다.

파티의 정원도 못 채우는 강현의 팀으로는 단독 클리어가 불가능. 불가피하게 다른팀과 연합을 이룰 수밖에 없었다.

이내 JS 온라인 내에 1234라는 플레이어가 리더로 있는 파티가 중급 퀘스트 클리어했고, 단독 클리어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이 퍼졌다. 그리고 그 팀이 코리아팀이라는 사실도.

미국과 일본팀은 그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 최소한 적대적이었던 그레이팀과 중국팀이 아니라. 한국팀이 상급퀘스트 도전권리를 가진 이상 충분히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며칠 내내 협상을 위한 플레이어의 방문이 이어졌다. 강현은 협상 과정에서 정부 측에서 협상 결과의 확인을 위해서 채영만 남기고 단독으로 진행한다고 결정했다.

“좋은 결정은 아닌 거 같네요.”

팀원들을 모아놓고 강현이 결정사항을 발표한 뒤에 채영이 뒤에서 넌지시 해준 말이었다. 다른 멤버들중 수지는 관심이 없었고, 다른 세 남자들은 부담감 때문에 책임을 강현이 진다는 확답을 받고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채영이 우려하는 바는 그거였다. 상부에서 강현을 퍼스트 도퍼와 같은 부류로 보는 것. 퍼스트 도퍼 노정석은 상부에 밉보인 덕분에 나라를 버린 배신자로 대한민국 국민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현은 양보할 수 없었다. 외교 문제까지 고려하다 보면 한국은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되려 강제로 미국과 연합. 아니 말이 좋아 연합이지 일방적으로 지시를 받는 처지가 될게. 자명했다.

소유를 살리기 위해 예거 아머가 필요한 강현은 그렇게 남 좋은 일만 해줄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다소 눈치가 보이더라도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강현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어느 나라에 가도 두 팔 벌려 환영했을 테니까. 찜찜하긴 하지만. 여차하면 알렉스 루엘에게 도움을 청해도 될 터였다.

그보다 현재 강현을 괴롭히는 문제는 다른 거였다.

“어차피 도둑질한 주제에!”

‘이것들이 생각보다 심한데.’

강현은 금방 씩씩거리며 나간 미국팀의 리더, 올리버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팀의 제안은 미국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테니까. 함께 상급 퀘스트를 빨리 클리어하자는 거였다. 예거아머가 빨리 대중화되어야 전 세계가 평화로워진다. 이를 이루어낼 만한 나라는 세계의 경찰인 미국밖에 없다는 식으로 표현하면서 예거아머의 소유권까지 가져간다는 뉘앙스를 대놓고 풍기고 있었다. 당연히 강현의 대답은 ‘노!’ 였다. 그 때문에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올리버는 금방 씩씩거리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었다.

제일 먼저 제안하러 온 일본팀도 마찬가지였다. 특유의 겸양하는 표현으로 에둘러서 표현했지만. 상급퀘스트를 클리어한다면 공동명의로 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소유권을 3년씩 번갈아가면서 가지자고 제안했는데. 순서가 문제였다.

예거아머를 소유하는 순서를 일본부터 해야 하는데 거기에서 한 발짝도 양보가 없었다. 듣기로는 일본팀에서 먼저 예거아머를 가지게 되면 분석부터 하려고 벼르고 있다는 거였다. 실물만 손에 들어오면 분석해 양산할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

그레이팀도 강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지만. 강현은 협상 자리부터 허락하지 않았다. 중급 퀘스트때 중국팀을 배신한 그레이팀은 애당초 협상할 대상도 아니었다.

본의 아니게 여러 나라를 상대하느라 골치가 아픈 강현에게 채영이 알려줬다.

“곧 장이평님이 도착하실 겁니다.”

“네에.‘

장이평은 중국팀의 리더. 마지막 남은 대규모 플레이어를 보유한 국가팀이었다. 만약 이 협상에 실패하면 소규모 팀과 접촉해서 어떻게든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아무래도 오합지졸이라 퀘스트 성공률도 낮아질 게 뻔해서 강현으로서는 최대한 피하고 싶은 선택이었다.

“먼저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장이평은 강현의 앞에서 서자마자.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사탕 발린 소리 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정말입니다. 비록 가상세계 안이기는 하나 제 목숨을 세 번이나 구해주셨으니까요. 마지막에 돌멩이도 1234님이 도와주신 거죠?”

“알고 계셨군요.”

강현이 쓴웃음 지었다. 함께 중급퀘스트의 보스몬스터 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는 그레이팀과 중국팀을 멀리서 지켜보던 중이었다. 그레이팀이 배신하면서 제일 먼저 한 것이 중국팀의 리더인 장이평을 쳐내는 거였다. 기습적으로 장이평의 등에 칼을 꼽고. 클라우드가 검으로 목을 날리려 했었다. 그 검의 궤적을 돌멩이 하나로 바꿔서 살짝 도움을 줬었다. 어디까지나 리더가 죽어버린 뒤 중국팀 급속도로 무너지는 것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조금씩 나선 게 어느새 장이평에게만 세 번이나 도움을 주게 된 터였다.

기연이라고 하면 기연.

강현이 장이평과의 인연을 떠올리고 있을 때. 장이평이 예상치 못한 제안을 했다.

“제 제안은 이겁니다. 1234님의 어떤 제안도 수용해서 중국팀을 이끌고 도와드린다는 것입니다.”

장이평은 그레이팀의 배신에 이를 갈았다. 그래서 자신을 도와준 플레이어가 중급 퀘스트를 클리어했다는데 되려 안도했다. 게다가 강현을 도와주리라 깊이 다짐하고 있었다. 그게 보은하는 방법이며 도리라고 생각했으니까.

강현은 장이평을 쳐다봤다. 장이평의 표정은 자신이 이제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진지해 보였다.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어 보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진실해 보였다.

“좋습니다.”

잠시 후. 면담을 마친 장이평은 감격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강현이 이끄는 다이내믹 코리아팀. 그리고 장이평이 이끄는 중국 정예팀이 상급퀘스트 진입로에 모였다.

반갑게 강현을 맞이하는 장이평에게 강현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장이평님께 양해를 구해야겠네요.”

그렇게 말하는 강현의 뒤에는 미국팀의 리더 올리버가 보였다.

============================ 작품 후기 ============================

행복한 하루되세요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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