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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87화 (8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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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장. S급 몬스터(6)

“힐러. 이쪽으로!”

사내가 그렇게 외치자. 힐러 여러 명이 달려와 손을 뻗고 힐을 하기 시작했다. 손바닥에서 나온 빛이 대상을 치료하기 위해 날아갔다.

그런데 쓰러져 있는 몬스터에게 빛이 향했다. 중상을 입은 채 주저앉아있던 몬스터는 힐을 받고서 기운을 차렸는지.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신이 인간들에게 둘러 싸여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몬스터에게서 살의가 스멀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본 치료를 한 힐러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힐러를 지키기 위해 옆에 서 있던 탱커는 긴장했다. 몬스터가 증오스러운 인간들을 공격하려는 순간 몬스터의 고개가 누가 억지로 돌린 듯 휙 돌아갔다. 고개를 돌린 방향에는 S급 몬스터가 있었다.

주변을 울릴 듯 크게 으르릉거린 몬스터는 살기를 띤 채로 S급 몬스터를 향해 달려갔다.

“우와. 정말 성공했어.”

“이쪽을 봤을 때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줄 알았다니까.”

몬스터를 치료하기 위해 접근한 도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다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앞쪽으로 간 건지 의아할 정도였다.

“이 녀석은 죽었어. 탱커 있으면 이쪽 몬스터 치워줘.”

“오케이!”

체격이 커져서 유난히 눈에 띄는 탱커들이 쓰러져있는 몬스터를 향해 달려갔다. 그때 옆에 몬스터를 살펴본 사내는 손을 흔들어서 또 다른 도퍼들을 불렀다.

“옆의 녀석은 아직 숨이 붙어있네. 힐러.”

“갑니다.”

기합이 들어간 앙칼진 목소리로 대답한 여자힐러가 그 사내에게 달려왔다. 사내는 그 여자의 모습을 보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너도 꼭 따라올 줄 알았다니까.”

“흥.”

사내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휙 돌렸다.

“그렇게 빼지만 말고. 퍼스트 도퍼 정도면 괜찮지 않아? 유명인이잖아?”

“바람둥이로 유명하죠.”

소피가 쏟아 붙였다. 그 말에 정석이 멋쩍게 웃으면서 뒤통수를 긁었다.

“퍼스트 도퍼, 지금 장난치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몬스터를 옮기고 온 짐이 소피가 곤란해하고 있는 걸 보고는 한소리 하며 나섰다. 방해꾼이 나타나자 정석이 투덜거렸다.

“너는 따라올 필요 없었는데.”

정석을 무시한 소피가 몬스터에게 힐을 보내기 시작했다. 조금 회복이 되기 시작했는지 몬스터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금방 달려온 다른 힐러들이 가세하자 몬스터는 금방 기운을 차리고 일어섰다.

얼굴을 뒤덮을 정도로 커다란 귀를 가진 개 모습의 몬 스터였다.

“좋아! 기운 넘치는 거 같으니 괜찮겠어.”

몬스터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정석은 몬스터의 다리쪽을 툭툭 건드렸다. 몬스터가 귀찮았던지 뒷다리를 들어 털었다. 다들 정석이 걷어차이는 게 아닐까 걱정할 때. 정석은 그런 걱정은 기우라는 듯 괴물 위로 뛰어올라 등위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그럼 다른 몬스터들도 부탁해.”

“어디 가세요?”

짐이 그렇게 물었지만. 깨어난 몬스터들이 가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정석은 당장에라도 S급 몬스터를 향해 뛰어가려는 몬스터를 개 다루듯이 쓰다듬으면서 “굿보이. 굿보이.”라고 진정시켰다. 실제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해서 억누르고 있는 거였지만.

그렇게 몬스터를 진정시킨 정석은 소피와 짐을 향해 씩 웃었다.

“나도 이름값 해야지.”

*****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알고 있어요.”

강현은 알렉스의 말에 대꾸하면서 공격을 가했다. 왼쪽 팔의 레이저 버스터에서 빔이 나와서 S급 몬스터의 얼굴을 정면으로 맞췄다. 하지만 엄청난 고열에도 시커먼 연기만 자욱할 뿐이었다. 레이저 버스터로도 데미지를 입히는 건 가능했지만. 건틀릿 소드에 비해서 너무 약했다.

하지만. 점차 탱킹해주던 몬스터의 숫자가 줄어 가까이 붙어 공격하기에는 위험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전투개시 후 꼬박 몇 시간이 지난 지금. S급 몬스터와 강현 사이에는 다른 몬스터는 없었다.

“알렉스님. 연락 취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그게…. 아직.

알렉스가 말을 흐렸다. 알렉스는 자신이 연락할 수 있는 모든 채널에 도움을 청했다. 몬스터들이 S급 몬스터 탱킹을 할 수 있도록 몬스터들을 치료해달라고. 강현이 내놓은 아이디어였지만. 미국에서 사람들을 움직이기에는 알렉스가 적격이라 생각해서 맡겼지만.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처음부터 몬스터를 치료하라니 갑작스럽게 요구하기에는 무리한 요구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한가지는 강현이 탱킹을 하고 알렉스가 원거리 공격을 하는 것. 강현의 경우 탱커 능력이 1등급이지만. 여기에 각종 버프까지 더하면 탱킹이 가능하긴 했다. 문제는 힐을 해줄 만한 인원이 없고, 알렉스의 공격력으로는 단기간에 몬스터를 쓰러트리기에 무리라는 거였다.

다른 한가지는. 일단 물러나서 회복하고 제대로 된 레이드팀을 꾸려서 S급 몬스터를 사냥하는 거였다. 문제는 정공법으로 쓰러트리려면 최소한 미국 전역의 1급 도퍼들을 모아야 했다. 그 사이에 뉴욕은 엉망이 될 게 뻔해 보였다.

거기다가 S급 몬스터가 노리던 목표가 루엘타워로 추정되는 게 확실한 이상. 루엘타워를 포기하고 도망쳐야 했다. 문제는 루엘타워에서 소유와 다현이 무사하다는 연락이 있었던 뒤로 가능하면 도망치라고 몇 번이나 연락했지만. 소유를 옮길 수 없어서 못 간다는 답변만 계속해서 오고 있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알렉스의 물음에 강현이 대답했다. 강현의 대답을 듣고 알렉스가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네? 그래도….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강현이 선택한 건 제 3의 선택지였다. 그나마 시간을 벌 수 있는 강현이 S급 몬스터의 공격을 버티고, 그 사이에 알렉스가 루엘타워로 가서 소유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서 루엘타워에서 탈출하는 거였다.

그 계획을 듣고 알렉스는 놀라기도 했지만. 이렇게까지 도와주러 나서는 사람들이 없는 걸 보고 분함을 느꼈다.

-젠장. 힐러들이 조금이라도 왔으면 이런 선택까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S급 몬스터는 겉으로 보이기에는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지만. 회복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게 보였다. 그런데 이대로 물러섰다가 다시 레이드한다고 왔을 때는 완전히 회복되어있을지도 몰랐다.

“알렉스님. 어서요!”

알렉스가 발을 떼지 못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강현이 재촉했다. 강현은 어느새 루엘타워로 향하는 S급 몬스터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걸 보고 정신을 차린 알렉스는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목숨 걸고 다현씨와 소유씨를 구하겠습니다.

강현은 알렉스의 말을 듣고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웬 사망 플래그 같은 대사를.’

하지만. 거기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가 아니었다. S급 몬스터의 기다란 촉수가 강현을 잡아채기 위해서 날아왔다. 강현은 건틀릿소드로 그 촉수를 쳐냈다. 아니 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미끈미끈해 보이는 표면과 다르게. 촉수의 안쪽에는 미세한 털이 엄청나게 많이 돋아나 있었다. 그 털이 강현의 건틀릿 소드를 틀어쥐었다.

‘으악. 여기에는 가능하면 닿기 싫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른 촉수가 강현의 머리를 노리고 위에서부터 공격해왔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알렉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제트엔진을 가동했다. 최대한 빨리 루엘타워에 닿기 위해서 직선코스를 택했다. S급 몬스터가 가진 두 개의 촉수가 모두 강현을 노리고 있는 지금. 적절한 선택이었다.

퉤엣!

그 소리와 함께 S급 몬스터에서 시커먼 덩어리가 나와서 알렉스 루엘의 등을 노렸다. 침 뱉기 같은 가벼운 공격이었지만. 이걸 S급 몬스터에게 당하면 불쾌함을 넘어서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거기다가 등을 보이고 날아가는 중이라 회피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알렉스님! 피해요!”

재빨리 건틀릿소드 형태를 해제한 뒤 몸을 뺀 강현이 알렉스를 돌아보며 외쳤다. 하지만 그 외침이 도달하기도 전에 S급 공격이 먼저 알렉스의 등을 가격했다.

-으악!

비명을 지르며 알렉스가 떨어졌다. 그때. 황금빛이 번쩍이면서 추락 중인 알렉스를 낚아챘다. 그와 동시에 호쾌한 사내의 함성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야호!”

강현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대한 귀를 가진 개 모습의 몬스터가 알렉스를 입에 물고 있었다. 지면에 무사히 착지한 몬스터는 휙 하고 알렉스를 하늘로 던져서 자신의 등으로 받았다. 그런 뒤에 그 몬스터의 등을 쓰다듬는 사내가 있었다. 강현은 그 모습을 보고 외쳤다.

“퍼스트 도퍼!”

“어이어이! 한국사람끼린데 너 정도는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정석은 능숙한 한국말로 대꾸한 뒤, 알렉스를 데리고 몬스터에게서 뛰어 내려왔다. 개 모습의 몬스터는 정석에게 해방되자마자. S급 몬스터를 향해 달려가서 발을 물어대기 시작했다. 이미 S급 몬스터는 회복해서 합류한 몬스터들의 공격에 정신없이 시달리고 있었다. 그 몬스터의 숫자는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었다.

정석은 강현의 옆으로 여유 있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조금 늦었지?”

“많이 늦었습니다.”

“이런 깍쟁이.”

정석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몇 시간 동안 전투에 시달린 현장의 모습을 보고는 더는 핀잔을 주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자신이 겪었던 격전지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파멸의 잔재가 남아있었다.

“그나저나 아무리 몬스터들끼리 싸운다고 해서 약한 몬스터들에게 힐을 해서 싸우게 할 생각을 하다니. 어디서 따온 아이디어야?”

“게임이요.”

“게임?”

RPG에서는 몬스터에게 힐을 하는 게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었다. 특정 체력까지 임의로 떨어트려서 길들이기 위해서 일 때도 있고, 언데드 몬스터에게는 힐이 오히려 공격수단이 될 때도 있었으니까.

강현의 말에 잠자코 생각하던 정석은 “푸하하하.”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강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역시 넌 재밌는 녀석이야. 나야 채영이 부탁으로 왔지만. 오길 잘했네.”

“그보다. 어서 저 흉측한 녀석부터 쓰러트리죠.”

“그래야지.”

강현의 말에 정석의 눈빛이 달라졌다. 정석은 노련한 파이터답게 몬스터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S급 몬스터의 빈틈을 노려 공격해 들어갔다. 강현과 똑같은 공격패턴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현은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자신의 공격패턴이 저런 스페셜리스트도 똑같이 할 만큼. 우수했다는 증거니까.

정석이 놔두고 간 알렉스를 치료한 강현은 [ 콩 ]을 다시 건틀릿 소드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자세를 다잡고, 공격할 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어쨌든. 이걸로 전세 역전이다.’

*****

S급 몬스터의 사기가 떨어지는 게 눈에 띄게 보였다. 처음 다른 몬스터를 우르르 쓰러트릴 때는 의기양양한 게 느껴졌다. 마치 처음으로 마음대로 휘두르는 힘을 손에 넣은 아이 같은 느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저쪽은 몇 시간 동안이나 혼자서 싸우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계속해서 증원군이 나타나고 있는 형태였으니까.

그렇게 싸우기를 몇 시간.

S급 몬스터가 쓰러졌다.

정석의 공격에 다리가 바스러진 S급 몬스터는 바닥에 처박히고, 그 뒤를 이어 회복한 알렉스가 가세해서 자신의 무기로 S급 몬스터의 등을 꿰뚫어서 그 나름의 복수를 했다. 그럼에도 최후까지 저항이 계속되었는데, 마지막으로 강현이 건틀릿소드로 목을 날리고서야 S급 몬스터의 움직임이 멈췄다.

“휴우.”

그렇게 최후의 일격을 날린 강현이 한숨을 놀릴 때. 깜짝 놀라게 하는 함성이 등을 떠밀었다.

“우와아아아!”

어느새 몬스터를 치료하고 있던 지원군들이 전장 근처까지 와 있었다.

-그런데 강현님. 나머지 몬스터들은 어쩌죠?

“글쎄요.”

하나같이 자신들의 천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S급 몬스터들을 공격하던 몬스터들이었다. 그 목표물이 사라진 이상 그 이빨을 인간들에게 들이대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어떤 힘으로 하는지 모르지만. 소유가 어느 정도 컨트롤하고 있으니까. 그런 극단적인 상황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은 있었다.

그 믿음에 응답하듯 나머지 몬스터들은 갑자기 맥이 풀린 듯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향하는 곳은 뉴욕만. 그 움직임에는 조금의 전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좋아. 그럼 몬스터 잔당을 처리하도록 한다.”

현장 외곽에서 부대를 대기시키고 있었던 잭스네이크가 나타났다. 그의 부대는 넓게 산개해서 몬스터들을 각각 포위해서 섬멸해나가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B급 몬스터도 있었지만. 상처 입은 데다가 전의가 없어 별다른 저항도 하지 않았다. 뿔뿔이 흩어진 몬스터들은 샌드백처럼 공격을 당하다가 하나둘씩 쓰러졌다.

“뒤늦게 와선 신 났구먼. 정말.”

정석이 그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정석으로서도 저들의 행위를 탓할 순 없었다. 아무리 잠시 인간에게 도움이 되었다곤 해도 몬스터들은 인간의 천적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다만. 뒤에 물러나 있다가 어부지리를 취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었다.

“그럼. 여기는 퍼스트 도퍼…. 아니 정석님께 부탁하죠.”

“그러죠.”

강현의 제안에 알렉스가 맞장구쳤다.

“어이. 이런 귀찮은 일을 떠넘기고 가면 어떻게 해. 어이.”

정석이 투덜거릴 새도 없이 두 사람은 현장을 빠르게 떠났다. S급 몬스터를 쓰러트린 상황에서 강현은 응당 영웅 대우를 받아야겠지만 강현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 있었다.

‘소유씨….’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만 올리고.

또 다른 일 하러갑니다.;ㅁ;

다들 즐거운 하루되세요!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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