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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85화 (8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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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장. S급 몬스터(4)

강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세바스찬에게서 일단은 모두 무사하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하지만.

통화를 이어간 알렉스가 하는 말을 들은 강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가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소유씨가 의식불명이고, 루엘 타워 밖의 몬스터를 조종하고 있다고?”

알렉스도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듯. 강현에게 한국말로 세바스찬의 말을 통역하면서도 말끝에 의문을 담았다. 말의 내용 자체도 모순되어있다. 의식불명인 상태에서 몬스터를 조종한다고?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 진위를 파악하는 게 최우선 사항은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유리해진 이 상황을 이용하는 것.

강현이 알렉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알렉스님!”

“알겠습니다.”

알렉스는 금방 강현의 말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서 함께 전투한 지 꼬박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여러 번 생사를 오가는 전투 속에서 서로의 스타일을 파악한 두 사람이었다.

“저 몬스터들을 탱커 삼아서 공격합시다!”

강현이 그렇게 말하면서 점프했다. 목표는 S급 몬스터의 바로 좌측 빌딩 옥상 위. 금방이라도 S급 몬스터에게 뛰어들어갈 수 있을 위치였다. 그와 동시에

“건틀릿 소드!”

강현의 부름에 맞춰서 암쉴드 형태의 [ 콩 ]이 무시무시한 칼날의 형태로 변형해나갔다.

“제가 원호하겠습니다.”

로켓엔진을 이용해서 하늘로 날아오른 알렉스는 S급 몬스터의 뒤쪽으로 빙 돌아갔다. 손에는 어느새 바주카포가 들려 있었다.

아까 근접딜러로서 유인책을 알렉스가 하고, 강현이 원거리 딜러로서 폭격했다면. 이번에는 강현이 근거리 딜러로서 폭딜을 가하고, 알렉스가 S급 몬스터의 주의를 어지럽히는 서포터 역할을 하는 거였다.

둘이 그렇게 준비태세를 갖췄지만. 정작 S급 몬스터는 다른 몬스터들에게 짓눌러있었다. 수많은 A급부터 B급, C급. 몬스터들이 S급 몬스터가 마치 철천지원수가 되는 것 마냥 공격했다.

한 몬스터가 S급 몬스터 위를 덮치자. 그 뒤로 몬스터들이 차례로 덮쳤다. 그 때문에 S급 몬스터는 바닥에 깔린 샌드위치 신세. 알렉스는 그걸 보면서 오히려 이대로 끝나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S급 몬스터라면 상대할 수 있는 고급 능력자가 강현이나, 알렉스. 퍼스트 도퍼등 몇 안 되지만. 그 외의 몬스터들이 살아남는다면 쓰러트리는데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몬스터 레이더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강현으로서는 그렇게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곧 온다.”

-셔터퍼어어어어어킹!

강현의 중얼거림이 채 끝나기도 전에, S급 몬스터가 울부짖었다. 그 굉음은 왠지 미국 욕설같이 들리기도 했다. S급 몬스터는 저급 몬스터 따위가 아무리 모여봤자. 자신에게 하극상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이. 몬스터들을 밀어냈다. 그것도 기합만으로.

S급 몬스터들에게 덤벼들었던 몬스터들이 구슬에 땅에 떨어진 것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미처 S급 몬스터에 덤벼들지 못했던 몬스터들이 날아온 몬스터를 맞아서 같이 쓰러졌다. 알렉스는 본의 아니게 자신에게 날아오는 몬스터를 회피했다. 상처 입지 않도록 받아줄 의미는 없으니까. 그럼 강현은?

촤라라락!

S급 몬스터의 왼쪽 팔이 기괴한 소리를 냈다.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듯 왼쪽 하완의 아랫부분이 깊게 패여 너덜거렸다. 그리고 강현은 어느새 서 있던 곳의 반대편. S급 몬스터의 우측 편 빌딩 옥상에 있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강현은 직전까지 S급 몬스터의 좌측에 있던 빌딩옥상에 있었다. 당연하게도 강현이 있는 빌딩을 향해 날아오는 몬스터도 있었다. 강현은 그 위기상황에서 되려 S급 몬스터를 향해 뛰어들어 갔다. 자신에게 날라오는 몬스터를 자신의 동선을 은폐하는 데 이용한 것이다.

그런 다음. 자신의 최대 공격력을 가진 건틀릿 소드를 휘둘렀다. 강현 자신도 놀랄 만큼. 물 흐를듯한 전투였다. 더욱 놀라운 건 따로 있었지만.

“역시 S급 몬스터란 말인가?”

불시의 일격. 이 정도면 치명타를 줬을 거로 생각했지만. 반사적으로 들어 올린 S급 몬스터의 팔 때문에 막혔다. 거기다가 더욱 강현을 질리게 한 건. S급 몬스터의 자가치유. 상처가 빠르게 아물고 있는 거였다.

“알렉스님.”

-저도 봤습니다. 예전에는 워낙 데미지를 조금씩 줘서 잡은 터라서 저 정도까지 회복하는 건 처음 보네요.

알렉스가 대답했다. 결론은 어느 정도까지 회복하는지는 미지수라는 것. 그때는 S급 몬스터를 잡기에 급급했을 때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몬스터를 공격했기 때문에. S급 몬스터의 생명력과 회복력에 대해서까지 자세한 데이터를 수집 못 했었다.

강현은 S급 몬스터를 노려봤다. S급 몬스터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존재를 눈치채고 경계했지만. 다시 미친 듯이 달려드는 몬스터를 상대하느라 정신없었다. 아직 얼핏 잡아도 건재한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S급 몬스터들을 상대로 으르렁거렸다.

“언제까지 회복하진 못할 테고…. 결국, 장기전이로군.”

S급 몬스터가 자신의 양팔에 동시에 들러붙은 B급 몬스터들을 떨어트리려고 손을 휘둘렀다. 그 틈을 노리고 강현은 다시 점프했다. 강현의 손끝에는 건틀릿 소드가 번쩍였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

“그레이님. 그레이님. 이건 예상 못 했죠?”

모니터에 보이는 뉴욕의 상황을 보고 은발의 여자가 천진난만하게 떠들었다. 원숙한 육체를 가진 것과 달리 얼굴엔 어린애처럼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녀와 같이 뉴욕의 상황을 보고 있던 늙은 그레이는 소리 없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다니. 그레이의 힘을 얻고 처음 겪는 일이었다.

모니터로 보이는 뉴욕의 상황은 기괴했다. 괴수영화를 방불케 하는 몬스터가 파괴되는 뉴욕의 도심 한가운데 당당히 서 있었다. 거기다 몬스터 한 마리가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몬스터들이 죽을 듯 싸우고 있는 그야말로 아비규환. 영화로 따지자면 괴수들의 호화캐스팅 판이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몬스터들이 소환한 거나 다름없는 자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거였다. 원래라면 다른 몬스터들이 S급 몬스터의 지휘에 따라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그레이 조직의 상급요원에 몬스터 코어를 주입해 만든 S급 몬스터였으니까. 물론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수도 없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피아를 구분할 수 있는 자아가 남은 상태라. 그레이들에게 유용한 존재였다.

그 강력한 존재가 마치 천적이라도 되는 양 다른 몬스터들에게 공격당하는 중인 것이다.

하지만. 늙은 그레이의 시선은 단순히 몬스터들에게만 있지 않았다. 그레이의 시선이 향한 존재는 몬스터에 비하면 그야말로 파리 정도밖에 안되는 크기의 존재들이지만. 그 존재감은 무시 못 했다. 그저 S급 몬스터에게 엉겨붙는 정도인 낮은 등급의 몬스터들과 달리 실제로 타격을 입히고 있었으니까. 그 둘은 늙은 그레이도 익히 아는 바였다. 바로. 알렉스 루엘과 한국인 도퍼 유강현.

적어도 S급 몬스터만 건재하면 다른 몬스터들이 달라붙든 말든 뉴욕 대부분을 파괴해 몬스터들에게 사람들이 벌벌 떨게 만들 수 있을 텐데. 지금으로서는 요원해 보였다.

성공적으로 그레이들의 원탁회의를 마친 뒤에 날벼락이었다. 하지만. 늙은 그레이는 내려간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지금 눈앞에 있는 존재에게 이제는 허점을 보일 수 없었다.

“저 정도 몬스터의 성패로 그레이의 계획이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준엄한 늙은 그레이의 말. 하지만. 은발의 여자는 관심 없어 보였다. 모니터 옆에 따로 준비된 원형 침대에 몸을 던진 다음. 한참을 뒹굴면서 생각하다가. 몬스터들을 보고 중얼거렸다.

“저쪽에도 테이머가 있는 걸까나?”

테이머.

일반적인 도퍼의 포지션인 탱커, 근접딜러, 원거리딜러, 힐러외에 특이체중에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비밀스러운 특이 포지션.

몬스터가 횡행하는 이 세계에서는 가장 강력한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 능력자의 위치는 이미 그레이에서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능력자는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절대 떠날 수 없었다. 거기에서 자신의 나라를 지켜야 하니까.

“흠흠, 테이머의 능력은 아직 일본 도퍼밖에 확인 안 된 걸로 안다만.”

“그럼 확인 못 한 능력자에요? 에이. 그레이도 별거 없네.”

은발의 여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발을 휘저으며 원형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그런!”

늙은 그레이가 발끈해서 은발의 여자에게 항의하려고 할 때. 연락이 왔다. 늙은 그레이는 몇 번 헛기침을 한 다음에야. 연락을 받았다.

“그레이님.”

“그래. 무슨 일인가?”

태연한 목소리. 하지만. 늙은 그레이는 부하가 자신을 왜 찾았는지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짐작은 적중했다.

“추가로 몬스터를 더 투입할까요?”

“아니다!”

부하가 자신의 손바닥 안에 있다고 생각하자. 다시 자신감이 붙은 늙은 그레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것은 소소한 여흥일 뿐. 우리에게 최우선 사항은 아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저 예거아머를 획득해야 하는 것. 그러니까. 예거 시뮬레이션내의 그레이들에게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공략에 박차를 가하라고 전달하도록.”

“네! 분부 받들겠습니다!”

부하의 말을 들으면서 늙은 그레이는 만족하며 소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서 모니터실을 나왔다.

“그럼 난 다음 단계를 준비해볼까?”

그때 원형 침대에서 뛰어 내려온 은발의 여자가 늙은 그레이의 뒤에 따라붙었다.

“나도 나도 구경할래.”

“좋으실 대로 하시게.”

늙은 그레이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은발의 여자를 흘겨봤다.

*****

-피하세요!

알렉스가 외쳤다.

그 말에 강현은 멈칫했다. 점프 직전이었던 탓에 몸을 낮추고 건틀릿소드를 바닥에 꽂아 겨우 제동을 걸었다.

금방은 S급 몬스터의 뒤를 강습하기에 절호의 찬스였었다.

S급 몬스터의 양발은 곰 형태의 몬스터가 봉쇄하고 있고, 얼굴부터 왼쪽 어깨까지는 몸이 십자가 형태로 교체되어있는 지네가 수많은 다리를 꼼지락거리면서 방해했다. 오른쪽 손에도 늑대 형태의 몬스터가 물고 늘어지고 있던 참이었다. 그 상황에서 S급 몬스터의 후방은 완전히 비었었다. 그 틈을 노려 수십 번을 공격했고, S급 몬스터는 회복했다. 그런 절호의 기회에서도 강현은 알렉스의 경고를 믿었다.

강현은 근거리에서 S급 몬스터를 맞닥뜨리고 싸우고 있지만 아무래도 강현을 원거리에서 지원하며 한 발짝 물러서서 전황을 살피고 있을 알렉스의 판단이 큰 그림에서는 정확할 테니까. 또 알렉스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 콩 ]에 대한 신뢰 때문이기도 했다. 알렉스의 예거아머에 탑재되어있는 컴퓨터 시스템 [ 세바스 ]도 [ 콩 ]처럼 현재의 전황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는 중이었을 테니까.

그런 강현의 판단은 파멸적인 상황을 예방할 수 있었다.

S급 몬스터는 알렉스가 멀리서 바주카포를 쏠 뿐 강현이 오지 않는 걸 보곤 자신의 양팔에 달린 기다란 촉수를 한번 휘둘렀다. 그러자. 들러붙어 있던 몬스터들이 종이장식 마냥 후두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몬스터들은 생명력이 다해가는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번 건 자신을 공격해오는 강현을 잡기 위한 S급 몬스터의 계략이었다.

“잘 파악하고 계셨네요.”

S급 몬스터와 거리를 두고 빌딩옥상에 몸을 숨기고 있던 강현이 알렉스를 진심으로 칭찬했다. 하지만. 알렉스의 어두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하죠?

알렉스의 말뜻을 강현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어느새 바닥에는 S급 몬스터에게 덤볐다가 혼쭐이나 바닥에 너부러진 몬스터들이 꽤 있었다. 몬스터들이 S급 몬스터들에게 죽을 듯 덤벼들고 있지 않았으면 벌써 다 꽁무니 빼며 도망치고도 남았을 터였다. 이제 S급 몬스터들에게 제대로 덤벼들 수 있는 몬스터는 십여 마리 남짓이었다. 그 말인즉, 탱커를 대신할 몬스터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강현은 그걸 보고 별일 아니라는 듯 알렉스에게 말했다.

“우리가 탱커로 쓰는 만큼. 저 몬스터들도 탱커로서 대우해 줘야죠.”

============================ 작품 후기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ㅁ;

오늘도 아마 3연참할 수 있을거 같네요!

다음화는 점심전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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