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3 회: 18장. S급 몬스터 -- >
18장. S급 몬스터(2)
S급 몬스터 코어를 가지고 있다는 말은.
S급 몬스터를 사냥한 적이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성제가 훔쳐간 S급 몬스터 코어는 원래 알렉스 루엘의 소유. 그렇다는 건 도퍼가 아닌 알렉스 본인이 직접 때려잡진 못했더라도 최소 S급 몬스터 사냥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강현의 질문에 대답하는 알렉스는 어두운 표정이었다.
“분명 S급 몬스터를 해치우고 얻은 거긴 합니다만.”
S급 몬스터는 현재까지 발견된 몬스터 중에서는 최상급의 몬스터. 덕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S급 몬스터의 정보는 일반에게도 몇 가지 공개되어 있었다.
큰 특징 중 하나는 인간에 대해 적개심을 드러내 닥치는 대로 공격해오는 보통의 몬스터와 달리 건드리지만 않으면 먼저 공격해오지 않는다는 것.
게임으로 치면 비선공 몬스터였다.
거기다가 출현 지역은 보통 사람들은 가기 힘든 극 오지.
일부러 죽을 생각으로 찾아가는 게 아니면 보통은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
해를 끼치지도 않는데, 굳이 잠자는 사자를 굳이 깨워서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1등급 도퍼들이 모여서 A급 몬스터 레이드에 성공하자. 자연스레 그다음 목표로 S급 몬스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내 S급 몬스터 레이드가 추진되고, 여기에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능력자들이 많이 참여했다. 그리고 도퍼들을 모아서 오지에서 레이드를 진행하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문제는 여러 나라에서 모인 만큼.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 때문에 S급 몬스터 레이드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해져 갈 때쯤. 국가 대신 거기에 막대한 자금지원을 한 것이 루엘사였다. 조건은 몬스터를 사냥한 뒤에 얻는 S급 몬스터 코어를 루엘사의 소유로 하는 것. 프로젝트는 비밀리에 추진되었지만. 연루되어있는 사람이 많은 만큼.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비공식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전 세계의 모든 전력을 가지고 물량전을 펼칠 테니까. 모두 당연하다는 듯 성공을 장담했다. 문제는 피해가 어느 정도일까 라는 것.
결과적으로 물량을 앞세웠어도 정공법으로는 공략할 수 없었다. 처음에 힘으로 밀어붙여서 쓰러트리려고 했을 때의 피해는 막대했다.
이어서 초장거리 공격을 특기로 삼은 원딜러들이 공격을 시도했지만. 생채기도 낼 수 없었기에. 결국, 탱커과 근접딜러. 화력이 센 원딜러들이 S급 몬스터의 사거리 내에 들어가서 전투를 벌이게 되었다.
그 전투에 참가한 도퍼들의 능력 평균치는 퍼스트 도퍼와 비슷할 정도. 그 정도로 막강한 전력.
하지만.
원거리 딜러들의 공격은 제일 화력이 좋은 딜러라도 몬스터의 외피를 뚫지 못했다. 결국에는 근접딜러가 접근해서 S급 몬스터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 문제는 탱커들도 S급 몬스터의 공격을 채 몇 대를 온전히 버텨내지 못했다. 그런데 근접딜러들이 그걸 버틴다? 무리한 요구였다. 스치는 공격에 목숨이 달아났으니까.
그 뒤 몇 명의 도퍼가 사망하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알렉스가 공략법을 제안했다. 목표는 탱커와 힐러는 차치하서라도 그나마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근거리 딜러의 생존확률을 높이는 것.
그러기 위해서 근거리 딜러에게 몸줄을 달았다.
근거리 딜러가 몬스터에게 공격을 가한 다음 바로 줄을 당겨서 전선에서 이탈시키는 거였다. 물론 여기에 기계장치가 동원했다. 놀이기구를 연상시키는 어린애 장난 같은 방법이긴 했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그렇게 며칠에 걸쳐 레이드를 벌였고, S급 몬스터를 퇴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생고생을 하고 남은 것은 S급 몬스터 코어 하나. 막대한 에너지원이었지만. 그 정도의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서 이런 희생을 치르기에는 비효율적이었다.
에너지 총량으로 따지면 A급 몬스터 코어 10여 개 이상 모으면 비슷한데. A급 몬스터 열 마리를 사냥하는 게 훨씬 수월했으니까. 애당초 순간적으로 S급 몬스터 코어가 내는 동력을 요구하는 장치가 없기도 했다.
어쨌든. 알렉스 루엘은 그 뒤로 S급 몬스터 사냥에 더 투자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레이를 포함한 몇몇 비밀 단체에서 S급 몬스터 레이드에 나섰다는 소문이 들렸지만. 진위는 알 수 없었다.
그보다 S급 몬스터 레이드 성공 이후로 생긴 골칫덩어리가 있었는데. 바로 S급 몬스터 코어였다. 희소한 만큼. 그걸 얻었을 때 지켜내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경호에도 인력과 비용이 무지막지하게 소모됐다.
그 뒤 예거 아머의 개발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뒤. S급 몬스터 코어는 그레이에게 강탈당했다. 예거 아머에 장착 테스트를 하기 위해 비밀 금고에서 루엘타워로 이송 중 벌어진 일이었다
다행히 A급 몬스터 코어만으로 현 다크매터로 만든 예거 아머의 능력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기에 S급 몬스터 코어가 블랙마켓에서 거래될 때에도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보다 우선순위가 알렉스에게 있었으니까.
알렉스는 S급 몬스터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로 먼저 설명을 한 다음에야 강현의 질문에 답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S급 몬스터를 잡는 건 무리입니다. 강현님 혼자 A급 몬스터를 상대할 만큼 강한 건 알겠지만. 이번에는 무리입니다. 제가 가세해도 티도 나지 않을 테고요. 적어도 강현님 같이 강한 분이 서너 분이 더 계시면 모를까.”
1등급에 준하는 탱커, 근거리 딜러, 원거리 딜러, 힐러. 능력을 갖춘 강현이 네다섯 명이 필요하다? 강현이 여러 1등급 능력을 갖춰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걸 고려했을 때. 알렉스의 저 말은 1등급 능력자가 최소 20명 이상은 되어야 가능한 레이드라는 소리였다.
거기다가 현재 상황은 S급 몬스터가 오지에 오롯이 혼자 있었던 상황과 달랐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도심에 여러 몬스터들과 동시에 출현해버린 것이다. S급 몬스터라고는 해도 이번에 등장한 몬스터가 조금 약하다는 분석이 들어오고 있지만. 상대하기에는 더욱 까다로울 터였다.
강현은 알렉스의 설명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어떻게 하죠?”
“지금은 여러 곳에 도퍼들을 모으기 위해서 연락 중입니다. 펜타곤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최소한의 병력만 남기도 도퍼들을 모으고 있다고 하니까요.”
알렉스의 대답에 강현은 한숨을 쉬면서 S급 몬스터쪽을 쳐다봤다.
“그럼. 지금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요.”
*****
“앗.”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책을 보고 있던 소유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옆에 엎드려 누운 채로 있던 다현이 깜짝 놀라서 일어섰다.
다현은 뒹굴 거리면서 계속해서 바깥 상황이 나오는 방송이 없나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꾸고 있던 참이었다.
“놀래라. 언니, 무슨 일이에요?”
“아, 아니야. 이것 때문에.”
소유의 시선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니. 테이블 위에 팔찌가 보였다. 팔찌는 양쪽으로 잡아 뜯은 것처럼 끊어져 있었다.
“아, 팔찌가…. 이 팔찌. 언니가 항상 하고 다니시던 거 아니에요?”
“응, 부모님의 유품이야.”
“유품….”
소유의 말에 다현은 무척 조심스럽게 팔찌를 들어 올렸다. 팔찌에 유일한 장식인 흑요석에 저절로 눈이 갔다. 흑요석은 기분 탓인지 안에 소용돌이치듯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래 해서 낡았기도 했고 잃어버리지 않게 얌전히 집에 모셔두는 게 나을지도.”
소유의 말을 듣고, 다현은 간신히 흑요석에서 눈을 떼고 소유에게 말했다.
“부모님 유품이라면서요. 고쳐서 쓰셔야죠. 이거 제가 가지고 있다가 고쳐드릴게요.”
사뭇 진지한 다현의 태도에 소유는 다현도 자신처럼 양친을 모두 잃었다는 걸 기억했다. 다현을 다정한 눈빛으로 쳐다본 소유는 이내 다현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끌어안았다.
“고마워.”
“아푸푸.”
다현이는 부드러운 가슴팍에 완전히 파묻혀버렸다. 숨이 막히는 걸 간신히 참아내면서 고개를 들어 소유를 올려다봤다.
“그나저나 밖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언니는 걱정 안 돼요?”
강현과 알렉스와 함께 놀러 나갔던 둘은 갑작스럽게 습격을 당한 뒤에 이곳 루엘타워의 지하 대피소에서 몸을 피했다. 그런데 루엘 타워로 돌아오자마자 갑작스럽게 뉴욕 일대에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상황에서 강현과 알렉스는 그 몬스터들을 퇴치하기 위해서 출동했다고 세바스찬이 알려줬는데, 아무리 둘이 강하다곤 해도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소유의 물음에 대답한 건 스피커 소리였다.
-현재 강현님은 이곳 루엘타워의 꼭대기에서 원거리로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강현님이 쓰러트릴 몬스터를 알.렉.스님이 몸소 몬스터를 유인하고 계시고요.
“세바스찬님.”
다현과 소유가 뒤로 돌아봤다. 거기에는 세바스찬이 언제나처럼 흐트러짐 없는 곧은 자세로 서 있었다. 다현은 세바스찬이 굳이 알렉스의 전공을 어필하려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세바스찬은 그 웃음에 부드러운 미소로 답했다. 이어서 세바스찬이 차고 있는 통역기 스피커가 울렸다.
-주 방위 도퍼들도 출동해서 시 외곽에서부터 차근차근 몬스터들을 쓰러트리고 있다고 하니까. 생각보다 빨리 정리될 거 같군요.
“다행이네요.”
소유와 다현이 한껏 풀어진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때 갑자기. 지하실이 흔들거렸다. 다현이 휘청거리며 넘어지려는 걸 소유가 팔을 뻗어 잡았다. 다현은 소유의 가슴을 쿠션 삼아 엎어졌다.
“에구구. 언니 죄송해요.”
“아냐, 괜찮아. 세바스찬님 무슨 일일까요?”
-지진은 아니겠지요. 잠깐 알아보겠습니다.
소유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한 세바스찬은 입구쪽 벽에 붙어있는 콘솔을 조작해서 통제실과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는 평소와 다른 굳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이곳…. 루엘타워가 몬스터에게 습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
“아무래도 움직임이 이상한데?”
처음 이상 징후를 느낀 것은 강현이었다. 처음에는 몬스터 레이더로 S급 몬스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S급 몬스터는 주위에 인간들이 모습을 감추자. 주위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드론으로 촬영 중인 장면을 보고 있으려니까. 주변의 건물을 파괴하고 있었다.
단지 특징적인 건 일반적인 몬스터가 사람들에 대한 분노로 단순히 파괴활동을 벌이는 거라면. 이 S급 몬스터는 사람을 수색하는 것처럼 이곳저곳을 찾아보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보다 그 S급 몬스터 아무래도 본 적 있는 인상이란 말이야.’
강현 스스로도 몬스터를 보고 인상이라고 표현한 게 아이러니했지만. 그런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잡념을 떨치기 위해서 다른데에 주의를 기울이다가 몬스터 레이더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어? 몬스터들이 한쪽으로 모이고 있어?’
레이더를 살펴보고 있으려니 S급 몬스터를 제외한 다른 몬스터들이 뉴욕의 한곳으로 모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대로 기다렸다가 몬스터들이 다 모인 뒤 거기다 레이저 버스터를 제대로 한 방 날리면 단번에 대부분의 몬스터를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모이는 장소가 어디지?”
-체크했습니다. 모든 몬스터들의 이동경로를 검토한 결과 목적지는 루엘타워로 계산됩니다.
강현이 소곤거리며 묻자. [ 콩 ]이 금방 계산해서 알려줬다.
“왜 루엘타워? 아니. 그보다. 큰일이잖아.”
강현은 루엘타워로 피신해 있을 다현과 소유가 퍼뜩 떠올랐다.
“알렉스님!”
“네. 지금 루엘타워가 습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렉스도 루엘타워에 있는 세바스찬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꿀이라도 발라뒀나? 왜 몬스터들이 루엘타워로 모이는 거지?’
몬스터를 특정지역으로 향하게 컨트롤한다는 이야기는 들어온 적도 없었다. 어쨌든. 이 급박한 순간에 왜 그런지 고민하며 지체할 틈이 없었다.
“구하러 갑시다.”
강현이 그렇게 말하자. 알렉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분위기를 보고 다시 몬스터를 퇴치하러 가는 뒤에 쉬고 있던 짐이 나섰다.
“저희도 가겠습니다.”
“아뇨. 여러분은 상급부대에 연락해서 합류하세요. 지금은 여러분을 챙겨가며 싸울 여력이 없네요.”
발목 잡지 말라는 뜻. 뼈저리게 아픈 말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걸 짐은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더욱 아프게 느껴졌다.
“그래요. 짐. 마음은 알겠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낄 스케일은 아닌 거 같아.”
소피가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위로했다. 주 방위군 소속도퍼로서 오래 활동했지만. 옆에서 듣고 있자니. 현 상황에서 나설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 은혜는 언젠가는 꼭 갚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짐. 강현이 너무 신경 쓰지 말라며 못 알아들을 한국어로 위로해주고 있을 때. 알렉스가 강현을 안을 기세로 양손을 내밀면서 다가왔다.
“강현님. 이번에는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자세가 공주님 안기를 할 모양새였다.
“잠깐.”
강현이 손을 들어 알렉스의 접근을 제지했다. 그러자 알렉스가 난처한 표정으로 강현을 달랬다.
“강현님. 지금 한시도 급할 때입니다. 창피하시더라도 제가 안고 가는 게 빨라요.”
“그게 아니라.”
강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S급 몬스터가 있는 방향을 노려봤다.
“이제 S급 몬스터도 루엘타워로 향하고 있네요.”
============================ 작품 후기 ============================
그러니까. 신에게는 12개의 비축분이 있습니다...가 아니라.
(12개까진 없어요. 어디까지나 패러디입니다.)
앞 화에서 호롱불꽃님이 댓글로 언급하신데로
그간 짬짬이 써놓은 비축분이 있긴합니다.
오늘 내일 나눠서 올릴겠습니다.;ㅁ;
총 6~8화분 가량될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