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81화 (81/113)

< -- 81 회: 17장. 습격 -- >

17장. 습격(4)

“크흐흐흐. 이러면 된 거야.”

선글라스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몬스터 폭탄을 작동시켜 아비규환의 지옥을 현현한 그는, 지금 안전한 장소에 있었다. 이곳은 뉴욕 지하에 위치한 수많은 그레이의 비밀사무실 중에 하나. 그곳에서 소파에 몸을 파묻고는 모니터를 통해 바깥 풍경을 감상 중이었다.

세상은 약육강식. 인간이 이 지구의 정점에 올랐지만. 몬스터들이 나타나서 인간의 천적이 되었다. 그리고 그 몬스터를 쓰러트릴 수 있는 도퍼. 즉, 신인류야말로 지구의 미래 그 자체.

그레이에서는 도퍼야말로 신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신인류라고 보고 있었다. 저런 몬스터에게 휩쓸려버리는 인간 따윈 그레이가 그리고 있는 미래에 필요 없었다. 평범한 인간이란 도퍼들에게 통제하고 지배될 하찮은 존재. 그런 것들이 비명을 지르며 몬스터를 쪼아오는 스크린 너머로 보는 지상의 풍경은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느껴졌다.

우웅.

선글라스의 휴대폰이 울렸다. 자신의 감상을 방해당해 기분 나빴지만. 화면에 표시된 글자를 보고는 투덜거림이 쑥 사라졌다. 이내 양손으로 공손히 핸드폰을 들어서 몸을 숙인 채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이 보이지도 않는 상태라 다른 사람이 보고 있다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선글라스는 진지했다.

“그레이님.”

-알렉스 루엘은 제거했나? 아니면 확보했나?

추상같은 질문. 선글라스는 침을 꿀꺽 삼킨 다음. 겨우 입을 열어 대답했다.

“그 일대가 초토화 되었으니까 분명 죽었을 겁니다.”

선글라스는 몬스터 폭탄을 작동시킨 즉시 이곳으로 피신했다. 방송에서는 그 일대가 몬스터로 인해 쑥대밭이 되었다고 난리였고, 현장에 있던 알렉스 루엘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물론, 그런 사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뉴욕 전역은 혼란스러웠다. 몬스터 출현한 곳 근처의 사람들은 대피소를 찾아 숨었고. 외곽의 사람들은 뉴욕을 떠나 대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백의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지상은 지옥이나 마찬가지. 아무리 그레이에서 손꼽히는 능력자라고 해도 그 몬스터들 사이를 오가면서 한 사람의 생사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하지만. 전화 건너편의 상대는 그렇게 생각지 않아 보였다.

-그러니까. 생사를 모른다?

“네. 그래도 예거 아머가 파손된 채였습니다.

-쯧.

혀를 차는 소리. 선글라스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휴대폰을 쥐고 있는 손바닥에서 식은땀이 미칠 듯이 솟아올랐다.

-나중에 미군에서 나서 몬스터를 정리하기 시작하면 그 틈에 예거 아머를 회수하기 할 계획입니다.

지금쯤이면 몬스터 폭탄으로 생겨난 몬스터들의 증가도 멈췄을 터였다. 그레이가 지시한 것은 알렉스 루엘의 납치 또는 암살. 그리고 예거 아머의 회수였다. 어느 쪽의 임무도 아직 진행 중이었다. 그렇게 자신을 다잡고 있을 때. 낮고 엄한 목소리로 질책이 이어졌다.

-바보 녀석! 네가 말한 알렉스 루엘이 예거 아머를 입고 나타났다.

“네?”

선글라스는 얼빠진 목소리를 냈다. 그때 선글라스의 시선이 티비로 향했다. 티비에는 이전의 예거 아머와 스타일을 입은 알렉스의 모습이 보였다.

화면 안의 알렉스는 마침 몬스터의 발에 짓밟힐뻔한 금발의 미녀를 낚아채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스튜디오 안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미녀는 기쁜 나머지 알렉스의 뺨에 키스를 퍼부어 대고 있었다.

죽기는커녕. 건재하게 나타나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이럴 수가.”

-몬스터 폭탄이라는 절호의 카드를 가지고 이 정도 결과밖에 못 이끌어 내다니.

그 뒤로도 그레이의 질책이 이어졌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신이 떨려왔다. 마치 혼이 빠져나온 거 같았다.

“요, 용서를….”

선글라스는 있는 힘을 다 쥐어짜 말했다. 하지만. 그레이에게 자비를 바라는 건 무리라는걸. 이미 선글라스도 잘 알고 있었다. 거짓말을 해서 이 순간을 모면할 생각도, 도망칠 엄두도 못 낸 채, 그 자리에 휴대폰을 든 채로 덜덜 떨고 있었다. 그때.

-좋아. 용서해주지.

그레이의 말. 선글라스에게는 지옥의 구렁텅이에서 내밀어 진 한 줄기의 동아줄이었다. 문제는 그 동아줄이 온전히 자신을 끌어올려 줄 거라는 섣부른 기대를. 조직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선글라스는 하지 않았다.

-다만, 용서받으려면 대가가 필요하지. 그 몸을 대가로 받겠다.

“아아.”

선글라스는 그레이가 말한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레이만이 알고 있는 극비사항. 아직 그레이의 이름을 얻지 못한 선글라스가 알 수 없었지만. 정보가 곧 권력이라고 생각한 선글라스가 조직 내부에서 열심히 알아낸 것이었다. 그 덕분에 그레이만 사용하도록 허가된 몬스터 폭탄도 다룰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 비루한 몸을 받아주신다니 감격스럽습니다. 부디 신세계의 단초가 되기를.”

감격에 찬 목소리였다. 어느새 선글라스의 떨림이 멎었다. 그리고는 선글라스의 아래쪽으로 뺨을 타고 한줄기의 눈물이 또르르 굴렸다.

-뚝.

대답 대신 그레이의 전화가 끊겼다. 그리고 선글라스가 있던 조그마한 방안으로 시커먼 액체가 조금씩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

“알렉스님. 보기 좋네요.”

알렉스가 자신에게 계속해서 키스를 퍼부어대는 금발의 미녀를 겨우 안전한 곳에 내려놓고 작전지역으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그 상황을 알렉스가 띄운 정찰용 드론으로 보고 있던 강현이 한 마디 던졌다.

그 말에 알렉스가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닙니다. 강현님. 오해하지 마세요. 그 여성분이 멋대로.”

-괜찮습니다. 방송에도 잘 나왔던데요. 아마 두고두고 회자할듯합니다. 정말 멋진 그림이더라고요-

“멋진 그림이요? 이걸로 다현씨가 질투라도 하실까요?”

강현이 비꼬는 걸 제대로 못 알아들은 알렉스가 반색했다. 그때 알렉스의 발밑에 초록색 레이저가 날아왔다. 알렉스가 깜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다리를 들어 올렸다. 팍. 순식간에 땅이 시커멓게 타버렸다.

“앗.”

-실수입니다. 실수.

스피커 저편에서 강현이 말했다. 알렉스가 항의하기 전에 강현이 먼저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그쪽 상황은 어떻게 되어갑니까?

강현의 말에 알렉스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자신의 헬멧 안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정보들을 본 다음. 강현에게 대답했다.

“인명구조는 완료된 걸로 보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준비하세요.

“네. 마침 냄새를 맡고 다가온 녀석들이 있네요.”

그렇게 말한 알렉스는 로켓엔진의 부스터를 이용해 순식간에 솟아올랐다. 그 자리에는 몬스터의 손톱이 휙 하고 지나갔다. 아스팔트가 손톱의 모양대로 파여버렸다.

“어림없지.”

알렉스는 눈앞의 쥐 모양의 몬스터를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가듯 비행했다. 마치 희롱하는 듯한 움직임. 몬스터는 열 받아서 알렉스를 노리고 연신 팔을 휘둘렀다. 기다란 팔이 하늘을 어지럽혔지만. 알렉스를 잡지는 못했다. 알렉스는 그 몬스터와 거리를 두고 쫓아오는 걸 확인한 다음에 그 사이에 나타난 다른 몬스터를 향해 날아갔다.

그걸 반복한 지 10분도 채 안 되어 대여섯 마리의 몬스터들이 알렉스를 잡기 위해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자신의 꼬리에 붙은 몬스터들을 확인한 알렉스는 세바스를 불렀다.

“세바스! 강현님한테 좌표 전송해.”

-네! 마스터.

잠시 후.

거대한 빔 라인이 하늘에서 비스듬하게 내려왔다. 선명한 녹색의 빔은 몬스터를 관통했다. 정확히 알렉스가 강현에게 알려준 좌표위치였다. 레이저빔을 정통으로 맞은 몬스터는 즉시 타올라서 말 그대로 소멸했다. 뒤쪽에 있던 몬스터 둘은 다리에 맞고 앞으로 쓰러졌다.

“레이저 버스터 라고 했던가? 무시무시한 위력이네.”

벌써 몇 번이나 봤지만. 볼 때마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다. 몬스터 코어를 무기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원거리 딜러가 에너지를 원거리 무기에 실어서 공격하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예거 아머에 장착된 기능이었는데 어떻게 강현이 알고 있을지는 의문일 정도였다.

레이저 버스터에 살아남은 몬스터들은 이내 전조도 없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랐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소 경계한 모습으로 알렉스를 재차 공격하기 시작했다. 알렉스는 그 공격을 여유롭게 회피하면서 강현에게 공격좌표를 다시 보내라고 지시했다.

이어진 공격은 일대의 몬스터를 격멸했다. 하지만. 알렉스는 곧 다음 좌표를 향해서 날아갔다. 아직 남아있는 몬스터들의 숫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

“의외로 몹몰이에 소질 있는데?”

루엘 타워의 최상층. 테라스에 있는 강현은 오른쪽에 배치되어있는 거대한 스크린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 스크린에는 방송뿐만 아니라 뉴욕 시내 곳곳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는데. 현재 강현의 시선이 향해 있는 곳은 알렉스가 활약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알렉스는 몬스터의 전후좌우를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몬스터의 시선을 끈 다음, 다음 몬스터를 향해 날아갔다. 그 비행의 화려함은 그야말로.

‘미안하지만 날파리 같아 보이네.’

강현이 실소하면서 자신의 왼쪽 팔을 내려다보았다. 왼쪽 팔에는 [ 콩 ]이 레이저 버스터 모드로 변해있었다. 레이저 버스터에는 장착된 몬스터 코어에서 뜨거운 열기로 인해서 김이 올라왔다.

-체크했습니다. 이번에는 주 방위 도퍼들의 요청입니다.

“오케이. 요청 좌표대로 조준. 그쪽에 드론을 통해서 오차 수정하고.”

그렇게 말하면서 강현은 자세를 바꿨다. 이번에는 알렉스 쪽보다 좀 더 오른쪽이었다.

“준비된 사수로부터. 발사!”

강현의 말과 함께 레이저 버스터가 푸른 불을 뿜었다.

-체크했습니다. 몬스터 3개체 소멸확인. 다음 좌표로 이동합니다.

“오케이. 그보다 이거 이제 교체해야겠는데.”

강현의 말대로 레이저 버스터 위의 몬스터 코어는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강현은 특수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그걸 집어서 오른편에 휙 하고 던졌다. 거기에는 방금 강현이 집어던진 몬스터 코어처럼 백화된 몬스터 코어가 몇 개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강현의 왼편에는 특수 케이스에 담긴 몬스터 코어가 어림잡아도 백여 개가 쌓여있었다. 대부분 B~A급 사이의 몬스터 코어였다. 강현은 케이스를 열어 몬스터 코어를 꺼냈다. 몬스터 코어는 섬뜩한 검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것들은 전부 알렉스가 루엘 타워 내에 비축하고 있던 몬스터 코어였다.

‘이거 다 합치면 대체 돈이 얼마야?’

강현이 알렉스에게 도와주는 조건으로 내건 것은 몬스터 코어였다. 그것도 알렉스가 들고 있던 것 전부. 예거 아머에 장착할 몬스터 코어는 제외하고서 말이다.

원래는 이 전술을 생각하고서 레이저 버스터에 사용될 몬스터 코어가 필요했기에 던진 말이었는데, 알렉스가 들고 있던 건 생각보다 많았다. 나중에 들고갈 걸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체크했습니다. 마스터. 알렉스 님으로부터의 요청입니다.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대답한 강현은 이제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 몬스터 코어를 레이저 버스터에 장착했다. 그런 다음 [ 콩 ]이 안내해주는 곳에 향해 발사했다. [ 콩 ]이 성실하게 결과를 보고했다. 아직 몬스터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인 건 아니었지만. 강현이 생각해낸 이 전술은 꽤 유효한듯했다. 아직까진.

아래쪽에서 몬스터를 몰고 있는 쪽에 비해 위쪽에서 레이저 버스터를 사용하고 있는 강현은 힘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울 정도. 때문에 몹몰이를 할 세력이 더 필요했다. 빨리 몬스터를 퇴치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

“미국 측 도퍼들은 아직이야?”

-연방군 측 도퍼들은 외곽에서부터 자체적으로 몬스터들은 퇴치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알렉스님과 주 방위 도퍼들은 해당 지역을 피해서 몬스터를 모으고 있습니다.

“어쩐지. 뒤쪽으로 공격해달라는 말이 없더라.”

그렇게 말하고 다시 스크린을 향해 시선을 돌렸을 때. [ 콩 ]이 강현을 불렀다.

“응? 왜 그래?”

-연방군 측 도퍼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긴급 사안이라고 합니다.

“긴급 사안?”

============================ 작품 후기 ============================

며칠 연재 쉬었는데도. 찾아와서 봐주시고

추천이며 쿠폰이며 마구 주시는 독자분들 덕분에

감격하고 있는 중입니다.;ㅁ;

항상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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