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8 회: 17장. 습격 -- >
17장. 습격(1)
-알렉스님 습격입니다.
“알고 있어!”
리무진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와서 현재 상황을 알려주자. 알렉스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지금의 급박한 상황에 저런 당연한 소리를 듣고 있다면야 갑갑해할 만도 했다. 현재 리무진이 공중에서 회전하는 묘기를 부리고 있는 상태니까. 그것도 폭탄 때문에.
리무진 차량의 앞부분에서 폭탄이 터지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는 대신. 위로 들어 올려졌다. 덕분에 대부에 있는 네 사람은 그대로 리무진과 함께 허공으로 떠올라서 180도 회전했다.
“꺄아.”
다현과 소유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폭발과 함께 유영하고 있는 리무진을 본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저 눈을 휘둥그레 뜰뿐이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주변에선 이 자동차가 중력에 의해 다시 바닥에 처박혔을 때 벌어질 끔찍한 참상을 상상하며 탄식을 흘렸다.
하지만.
그런 상상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되려 비현실적인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저런 급박한 상황에서 리무진의 왼쪽 문을 박차고 뛰쳐나온 사람이 있었다.
“예거 아머다!”
몇몇 사람들이 바로 알아보고 소리쳤다. 리무진에서 빠져나온 알렉스 루엘은 어느새 예거 아머를 갖춰 입고 공중에 떠 있었다. 정확하게는 아직 예거아머를 착용 중에 있었다.
철컹철컹하며 황금빛 금속이 알렉스 루엘을 감싸는 그 정밀한 기계의 움직임에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평소 같았으면 그런 대중의 반응을 보며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었을 테지만. 지금 알렉스 루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젠장, 다현씨!”
자신은 리무진의 좌석에 장착되어있는 예거아머가 에어백 대신 자동으로 작동되어서 긴급 사출되었지만. 아직 리무진 안에는 강현과 소유. 그리고 다현이 있었다.
알렉스가 리무진 쪽으로 다시 내려가려고 할 때. 리무진은 땅바닥에 닿기 직전이었다. 그때. 리무진의 오른쪽의 문을 누군가가 안쪽에서부터 박찼다. 그 열린 문으로 강현이 뛰쳐나왔다. 강현의 양쪽 품 안에는 다현과 소유가 안겨 있었다. 주위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감탄성을 내질렀다. 강현은 두 사람을 데리고 여유 있게 바닥에 착지했다.
“우리나라 차랑 달리 에어백이 너무 잘 터지는 바람에 빠져나오는 게 늦었어요.”
강현은 그렇게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알렉스는 못 알아듣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강현은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알렉스 당신을 습격해온 거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겠죠? 일단 이 두 사람부터 대피시킵시다. 제가 데리고 가죠.”
강현의 말에 알렉스가 고개를 저었다.
“강현님은 괜찮으시겠지만. 두 사람은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도망치면 위험해요. 세바스. 레스큐 드론은?”
-에어백 회수 후 변환될 예정입니다. 예정시간 1분.
알렉스와 세바스가 대화하고 있는 그때. 바닥에 처박힌 리무진이 로봇처럼 변신하기 시작했다. 알렉스는 강현에게 요인경호를 위해 만들어진 거라. 로켓이라도 맞지 않는 이상 끄떡없을 거라고 짧게 설명했다.
강현은 자신의 방어막 쪽이 안전한 게 아닌가 하며 일단 두 사람을 데리고 이 자리를 피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알렉스 루엘을 향해 뭔가가 쏘아졌다.
*****
텅.
거기에 맞은 알렉스 루엘은 기괴한 쇳소리를 내면서 뒤로 날아갔다. 창문을 깨고 건물 안으로 내팽개쳐진 알렉스 루엘을 보면서 폭발에도 구경하려고 남아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흩어졌다.
그 자리에 남은 건 딱 봐도 수상쩍어 보이는 차림을 한 세 명의 괴한이었다. 하나같이 시커먼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중에서 붉은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있던 중앙의 사내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좋아. 봤지? 내 망치로 한 방에 해치웠어. 예거 아머라는것도 별거 아닌데? 셋이나 나설 필요는 없던 거 아냐? 크큭.”
그 말에 좌측에 있던 스킨헤드의 사내가 자신의 머리를 긁으면서 핀잔을 줬다.
“어이. 저거 망가지면 어쩌려고 그래?”
“이 정도로 망가지는 거면 굳이 우리가 이렇게 빼앗으러 행차할 필요도 없었겠지.”
스킨헤드에게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마지막 사내가 말했다. 그들은 곧 알렉스가 있던 곳의 옆에 강현 일행이 서 있는 모습을 눈치챘다.
“알렉스와 함께 있던 자들이다.”
“좋아. 그럼 이쪽도 회수하자. 어이 이봐.”
선글라스의 말에 붉은 두건이 주위에 손짓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괴한들이 우르르 나타나서 강현 일행 주위를 둘러쌌다. 손에는 다양한 총기를 들고 있었다.
그 와중에 스킨헤드는 소유를 보며 기다란 혀를 내밀어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난 저쪽에 가슴 큰 여자 쪽에 침 바를 테니까. 잘 챙겨둬.”
한편 강현 일행 쪽에서는 완벽하게 영어를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지만.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다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강현을 쳐다봤다. 소유도 옆에서 굳은 표정으로 다현의 손을 꽉 잡았다.
“오빠 어떻게 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별일 아니니까.”
그렇게 다현을 달랜 강현은 알렉스가 날아간 쪽으로 소리쳤다.
“알렉스님. 그만 나오시죠!”
그러자 슝-하는 로켓이 점화되는 소리가 들리면서 순식간에 알렉스가 날아와서 다현의 옆에 섰다.
“혹시 다현씨가 저 걱정해주신 거예요? 헤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이 바보!”
실없이 웃는 알렉스를 보고 다현이 고개를 획 돌렸다. 그걸 보면서 소유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이거 꽤나 아프네요.”
알렉스는 자신을 공격한 무기를 손에 들고 있다가 일행에게 내밀었다. 그건 바로 망치였다. 그것도 일반가정에서 하나씩은 상비하고 있을법한 한쪽에 못뽑이가 달린 노루발장도리. 특별한 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도구라고 세바스가 분석하자마자 알렉스는 그 망치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걸 본 붉은 두건이 버럭 화를 냈다.
“이런! 상대방의 무기를 함부로 땅에 버려?! 이 못 배워먹은 놈아!”
상대방이 그렇게 펄쩍 뛰건 말건. 강현은 무시하고 알렉스에게 물었다.
“그. 레스큐 드론이라는 건 이제 준비됐겠죠?”
“네 물론입니다. 어이 세바스. 이 두 레이디를 부탁해.”
알렉스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어느새 2인승의 소형헬기로 변한 리무진이 강현 일행 앞에 날아왔다. 그때 자신들이 무시하는 걸 보고 화를 참다못한 붉은 두건이 이쪽으로 무기를 던졌다. 그걸 눈치챈 알렉스가 황급히 몸을 젖혀서 피하려고 했지만. 그전에 강현이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타이밍에 맞춰서 무기를 잡아냈다.
그 모습을 본 세 명의 괴한들과 부하들이 술렁거렸다. 도퍼의 능력이 담긴 투척형 무기를 피하거나 막아내는 게 아니라. 잡아낸다. 처음 보는 묘기였다. 그중에서도 붉은 두건은 제일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강현을 노려봤다.
“알렉스뿐만 아니라. 저쪽도 강적인 거 같은데?”
“내가 말했잖아. 저 정도의 부자가 데리고 있는 보디가드가 보통 사람일 리는 없다고.”
“하긴, 일전에 한번 털어 먹힌 경호원도 있었으니까 말야. 이번에는 더 센 사람을 데려가 쓰겠지.”
세 명의 괴한들이 강현을 보고 재빠르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쏴라!”
붉은 두건의 말에 괴한의 부하들이 일제히 총기를 들어 강현 일행에게 난사하기 시작했다. 예거아머를 입은 알렉스나, 도퍼인 강현을 노린 건 아니었다. 두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 일반인처럼 보이던 다현과 소유를 노린 공격이었다.
강현은 공격에 개의치 않고 다현과 소유를 무사히 레스큐 드론에 태웠다. 수많은 총알은 시선을 끌기는커녕 강현의 방어막을 뚫지조차 못했다.
레스큐드론이 하늘로 천천히 올라갈 때. 위쪽에서 다현이 외쳤다.
“오빠. 알렉스를 도와줘!”
강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말을 않아도 도와줄 생각이었다.
“앗. 저거 어째? 여자가 도망쳤잖아.”
“시끄러워. 우리 1차 목표는 예거 아머다. 여자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어.”
“젠장 할 마음 안 나게. 아니 이렇게 된 이상. 저쪽을 노려볼까? 남자도 즐길 수 있는 구멍이 있잖아.”
“변태 같은 새끼가.”
세명의 괴한들이 투덜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 보고 강현이 알렉스에게 물었다. 통역기를 쓰지 않고 영어로 말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컸다.
“무슨 이야기 중입니까?”
“강현님은 그냥 안 듣는 게 나으실 겁니다.”
헬멧의 고글 부분을 올리고 있던 알렉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강현은 계속해서 자신들과 멀리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레스큐 드론에게 총기를 난사하는 와중에 세 명의 괴한을 노려봤다. 강현의 살기에 세 명 모두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강현이 겉으로는 태연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분노하고 있었다. 비록 알렉스 때문에 이런 사건에 휘말리긴 했지만. 저 괴한들이 강현에게뿐만 아니라. 강현의 소중한 사람인 소유도, 다현도 공격한 건 사실이었다. 만약에 강현이 없었다면 크게 다쳤을지도 몰랐다. 그런 상대를 보내준다? 어림도 없었다.
“알렉스님.”
강현이 알렉스를 조용히 불렀다. 뜻밖의 부름에 알렉스가 깜짝 놀라 강현을 쳐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건물이나 시설에 피해가 가면 어떻게 됩니까?”
“글쎄요.”
뜬금없는 질문에 관련 법률을 찾아볼까 하던 알렉스는 금방 강현의 진의를 깨달았다. 그리고는 강현을 보고 씩 웃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마시고. 마음껏 날뛰셔도 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제가 다 책임지죠.”
간만에 알렉스가 속 시원한 소리를 하자 강현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강현은 최근 예거시뮬레이션 온라인을 하면서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원래 가상세계에서 플레이하는 건 현실에서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자신이 할 수 없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게 보통인데. 예거를 먹으면 가상세계에서 획득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강현으로서는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 안이 더욱 제한이 많은 탓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이렇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분풀이 대상이 생긴 것이다. 강현은 그들을 보면서 씽긋 웃었다.
*****
“이런 말도 안 되는.”
스킨헤드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분명 이쪽으로 달려오는 강현에게 기습적으로 자신의 몸을 직접 늘여서 낚아채려고 했었다. 이건 스킨헤드의 특기였다.
아무런 무기도 없이 서 있는 자신을 보고 방심한 적에게 순식간에 늘어나는 팔은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대를 봉쇄시켜버린다.
고무처럼 탄력성이 좋아서 한번 휘감아 놓으면 억지로 힘을 줘서는 결코 빼낼 수 없었다. 스킨헤드는 레이드때도 이 능력으로 흉포한 몬스터의 발을 묶는 식으로 활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강현은 마치 이쪽의 공격패턴을 읽고 있기라도 한 듯. 자신의 손을 피했다. 좌측으로 피했다가 우측으로 피했다가. 상하좌우로 보통사람은 눈으로 좇아가기도 힘든 예측불허의 움직임을 마구 피했다. 미칠 노릇이었다.
“뭐 하는 거야?”
스킨헤드가 강현을 봉쇄하면 바로 공격해 들어갈 생각이었던 선글라스가 소리쳤다.
‘소리치지 말라고. 나도 답답하거든.’
선글라스 쪽으로 슬쩍 쳐다보면서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외치려고 할 때. 선글라스가 다시 소리쳤다.
“너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무슨 소리야?”
“네 꼴을 봐. 네 꼴을.”
이렇게 선글라스가 끼어들었을 때. 절호의 기회였을 텐데. 강현은 어느새 거리를 두고 한숨 돌리려는 듯 보였다. 역시 내 공격을 피하려고 하면 꽤 집중해야 할 테니 피곤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선글라스의 말에 따라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려 보니까.
가관도 이런 가관이 따로 없었다. 자신의 늘어난 팔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휘감아서 옮아내고 있었다. 이제까지 강현을 정신없이 쫓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강현은 그 기회를 이용해서 자신을 봉쇄해버린 것이다.
자신의 상태를 보고 넋이 나간 스킨헤드를 보고 선글라스가 식은땀을 흘렸다.
‘지금 상태로는 위험해.’
옆쪽에는 설욕하기 위해 덤벼든 알렉스를 붉은 두건이 상대하고 있었는데, 딱히 붉은 두건쪽이 우세해 보이지 않았다. 그레이에서 간부급은 아니더라도 혼자서 B급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손꼽히는 실력자인 세 사람을 한자리에 모았는데도 이런 상태라니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이것도 그레이의 선견지명. 어쩔 수 없이. 몬스터 폭탄을 쓸 때인가?’
출동 전에 그레이가 맡겨둔 몬스터 폭탄을 보고 뭘 이런 거까지 준비해야 하느냐고 속으로 투덜거렸던 선글라스는 새삼 자신이 모시는 그레이의 안배를 생각하고는 전율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스위치에 손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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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추워요.
하루하루가 고통.;ㅁ;
겨울이 얼른 끝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