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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77화 (77/113)

< -- 77 회: 16장. 중급 퀘스트 -- >

16장. 중급 퀘스트(2)

"사, 살려줘."

강현이 Y 게이트의 입구의 안으로 들어가자 들은 소리였다. 치명상을 입은 듯 엎드려 있던 플레이어가 강현을 발견하고 마지막 힘을 짜내서 부른 것이었다. 아마도 강현의 모습이 자신과 같은 서양인이었던걸 보고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강현 같은 경우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외모를 아예 한국인처럼 보이지 않게 설정했지만, 지금은 나라끼리 팀을 이뤄 치열하게 싸우는 편이라. 피아식별을 위해서 오히려 나라별로 정해져 있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서는 살려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죽여달라고 해야지."

강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들고 있던 검으로 백인 플레이어의 목을 그었다. 이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 안에서 근거리 딜러인 강현에게는 딱히 그를 회복시킬 방법도 이유도 없었다. 차라리 사망 페널티를 받고 편안해지는 게 나을 터.

"그나저나 여기도 난리구먼."

강현이 돌아보니까 입구에서부터 싸움의 흔적이 치열했다. 커다란 암석 위주인 이 필드 내의 대부분 암석이 폭발에 휘말려서 부서지거나 일부는 깔끔하게 잘린 흔적도 보였다.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신체 일부가 이곳이 확실히 전장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일단 이 흔적으로 봤을 때는 미국팀과 중국팀인가? 역시나 이쪽도 싸움이 붙기 시작했군.'

아직 저 안쪽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서 휘말릴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강현의 용건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강현은 주위를 휙 둘러보고는 입구 앞쪽에 쪽지를 하나 떨어트리고 몸을 돌렸다.

"그럼 다음에는 W 게이트로 가볼까?"

진에게 들은 바로는 현재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 내의 전체적인 세력구도는 다음과 같았다. 일본팀과 중국팀이 항상 으르렁거리는 상태로, 중국팀이 전 게이트에 플레이어를 풀어놓고 일본팀이 들어오는 게이트에 모여들어서 중급 퀘스트를 방해하는 형태였다. 어떻게 보면 일본팀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자업자득인 면도 있었다.

최초에 강현의 뒤를 이어서 중급 퀘스트를 진입한 쪽이 일본이었지만. 아직 세력이 약한 중국팀을 재미로 쫓아다니면서 방해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중국에서는 가능한 인원을 투입했는데, 그 인원의 대부분을 일본팀을 찾는데 할애해서 마치 클리어보다 일본팀을 방해하는 게 목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뒤로 일본에서는 미국에 동맹을 요청해서 협력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을 도울 여력이 없었는데, 자신들이야말로 그레이의 방해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그레이의 배후에는 중국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다.

위에 언급된 나라들을 제외하고서도 유럽연합 등은 여러 나라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중급퀘스트를 진행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 와중에 이익을 챙기고 있는 건 그레이들이었다. 새로운 플레이어나 잔챙이들을 들여오지 못하도록 막아서. 원래라면 초보자 캐릭터들이 공급해야 하는 여러 가지 자원들을 직접 공급해서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고 한다.

이곳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의 몬스터에서 나오는 몬스터 코어는 현실 시세에 맞게 억 단위로 거래된다. 이걸 실제 돈으로 맞게 바꿔갈 수는 없지만. 여러 나라와 단체들이 다른 팀을 견제하려고 실제 돈으로 몬스터 코어를 사들이고 있기에 되려 없어서 못팔 지경이었다. 그레이들은 그 사람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게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일반인들이 그 돈벌이에 참가하기 위해서 더욱 붐볐다. 직접 몬스터와 싸우는 도퍼와 달리 훨씬 안전하고 고수익인 돈벌이였으니까. 덕분에 몬스터 코어의 시세가 떨어지기 시작해서 그레이들이 초급 퀘스트를 방해하는 '관리'를 시작했다고 한다.

거기다가 상급퀘스트를 포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두 가지 다 노리는 걸 봐서는 마땅찮은 놈들이 틀림없다.

이상이 강현이 일주일가량 다이나믹 코리아 팀을 내팽개치고서 혼자서 수집한 정보들이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고착상태.

엉킨 실타래처럼 여러 나라와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얽매여서 마구 엉켜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플레이들의 대전 실력만 높아질 뿐으로 클리어는 요원해 보였다.

클리어를 방해하는 요소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며칠 전 강현은 F 게이트로 갔다.

진이 중급퀘스트 클리어를 위한 던전입구가 있는 곳이라고 알려준 곳이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러 갔지만. 단숨에 강현은 그곳이 던전입구가 있는 곳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곳을 지키고 있는 곳의 몬스터들이 다른 곳과 차원이 달랐으니까. 보통 게이트마다 있는 보스 몬스터는 A급. 그리고 B급의 부하몬스터들이 지하 던전의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외에는 C급의 몬스터들이 필드를 방황하고 있는데, F 게이트에는 들어가자마자 B급 몬스터들이 문지기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을 겨우 돌파해서 보면 동서남북으로 A급 몬스터들과 그를 따르는 부하 몬스터들이 지키고 있었다. 마치 사대천왕처럼. 그리고 그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몬스터는 아마도 S급일 터였다. 그 S급 몬스터 주위에도 여러 부하몬스터들이 보였다.

그야말로 난공불락.

아마도 그레이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F 게이트 쪽에 입구가 있는 곳이라고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을 터였다. 다만 그곳에서 싸움을 벌이기가 힘들었으니까. 다른 게이트를 탐색하는척하면서 산발적으로 싸우고 있을 뿐.

이게 게임 내의 두 번째 엉켜버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현에게 조금 과격하지만 떠오른 방법이 하나 있었다.

'엉켜버린 실타래는 못 풀겠으면 끊어버려야지.'

강현은 이 상황을 해결할 가위가 되기로 했다.

******

뉴욕 맨해튼의 루엘타워.

여기서 묵은지도 거의 열흘이 되어갔다. 여기서 강현은 본의 아니게 올빼미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팀원들의 접속시간에 맞춰 접속하다 보니 오후 늦은 시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계속 루엘 타워의 지하에 있었다. 그것 때문에 불만 가득한 사람은 당연히 게임에 오빠를 빼앗긴 다현이었다. 거기다가 일전의 납치사건이 있고 나서부터는 쉽게 외출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점점 불만 게이지가 임계점에 다다르기 직전.

다현은 오빠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오랜만에 시간이 나니 같이 놀러 가자는 거였다.

어디로 갈 것인지 정한 것은 다현이었다. 다현은 소유도 예쁘게 치장해서 끌고 나왔고, 다현이 외출한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는지. 알렉스도 따라 붙었다. 결국에는 4명이 알렉스의 리무진을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그들이 향한 장소는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브로드웨이. 타임스퀘어를 지나서 브로드웨이에 들어서자 눈에 띤 것은 화려한 간판이었다. 쇼가 많은 곳답게 패스트푸드점 간판도 네온사인과 다양한 색상의 전구가 반짝거렸다. 또 거리에서 종종 보이는 것은 바로 몬스터였다. 그간 뉴욕에 나타난 몬스터와 비슷한 모습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서는 일전에 나왔던 외눈의 침팬지 모습의 몬스터. 그 몬스터 옆에는 당시 몬스터를 퇴치했던 황금빛의 예거아머를 입은 남자도 있었다.

"보세요. 다현씨. 제가 입은 예거아머를 따라 입은 사람도 있어요. 저 사람들에게는 제가 슈퍼 히어로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알렉스가 신나서 떠들었지만. 다현은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느라 미처 못 본 듯. 뒤늦게 고개를 돌려서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다. 알렉스는 차를 돌려 가려고 했지만. 정체가 심해서 쉽게 돌릴 수도 없어서 울상을 지었다.

강현이 그 모습을 보면서 쓴웃음을 짓고 있자. 옆자리에 있던 소유가 말을 걸었다.

"다현이와 알렉스씨 잘 어울리죠?"

소유가 말을 걸자 강현은 움찔했다. 일전에 목욕탕에서 사고로 서로 알몸을 보여준 뒤로 왠지 서먹해진 터였다. 하지만 의식하고 있는 건 강현뿐이었다. 강현은 소유쪽으로 돌아보자 자연스레 소유의 입술로 시선이 했다. 복숭앗빛의 입술을 탐스럽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때…. 분명 키스할 수 있었었지.'

다현이 들어오기 직전의 모습을 떠올린 강현은 얼굴을 붉혔다.

'나이는 먹을 때로 먹은 주제에 그런 걸로 창피하면 앞으로 어쩌려고 그래.'

강현은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소유는 강현이 자신의 말을 탐탁지 않게 여겨서 그런다고 생각했는지. 잔잔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오빠라고 너무 그렇게 반대만 하지 마세요. 다현이가 좋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잖아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말을 더듬어서 대답하자. 소유가 손등으로 턱을 내고 몸을 앞으로 슬며시 내밀었다. 도톰한 입술이 가늘게 늘어지면서 만들어내는 곡선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부드럽고 섹시한 미소였다. 순간 멍하니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던 강현은 소유가 하는 말 때문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럼 허락해주는 거예요?"

강현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에는 확실한 부정적인 제스쳐였다.

"다현이는 아직 애잖아요."

강현에게는 이제 갓 20대가 된 다현이는 핏덩이나 다름없었다. 아직 한창 공부할 나이인데 남자를 만난다니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것도 저런 코쟁이를. 강현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앞자리에 앉은 다현과 알렉스를 봤다.

울상을 짓고 있던 알렉스는 은근슬쩍 기사에게 아까 그 자리를 다시 한 번 지나가도록 지시했다가. 다현이에게 들켜서 쩔쩔매고 있었다. 다현이 보고 싶은 공연시간이 빠듯했던 탓이었다.

그렇게 알렉스와 투닥거리고 있던 다현은 강현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향하는 걸 보고. 눈을 치켜뜨고 강현과 소유 사이에 끼어들어 왔다.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 둘이서 내 험담했지?"

"그런 거 아냐."

강현이 부정했지만. 다현은 못 믿겠다는 듯이 소유의 옆에 턱 하니 앉았다.

"정말이에요? 언니?!"

"글쎄? 후후."

다현의 질문에 소유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자 다현이 이번에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강현에게 얼굴을 바짝 내밀고는 아래위로 훑어봤다.

"오빠~?"

"소유 씨까지…."

강현은 난처한 표정으로 살려달라는 듯이 소유를 쳐다봤다. 그러자 소유가 강현에게 윙크를 보낸 다음에 다현의 어깨를 짚어 천천히 자신 쪽으로 돌렸다.

"다현아 우리 저런 나쁜 오빠는 내버려두고 공연이야기나 하자."

"네 언니!"

"이번 공연에 나오는 배우가 말이야..."

그렇게 다현과 소유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문외한인 강현이 낄 자리가 없었다.

대신에 알렉스가 강현에게 친근한 어투로 말을 붙여왔다.

"강현님.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 공략은 잘 되어가시나요?"

"네 그럭저럭 이요."

그 말을 들으면서 강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채영을 통해서 이미 현재 게임 내 상황을 빠짐없이 보고받고 있을 터였다. 더군다나 이렇게 쓸데없이 고생시키는 당사자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는 걸 보고 있으려니 이마에 딱밤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제일 불만이었던 건 그거였다. 강현이 게임 내에서 등급을 쌓아도 크게 능력의 향상이 없다는 거였다. 사용하고 있는 스탯부스터 소드를 통한 등급외의 능력을 발휘해도 크게 강해진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마도 강현이 도퍼로서의 모든 포지션을 1등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다른 1등급과 능력차이가 월등히 나기 때문이기도 했다.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하시는 건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

"제가 도움 드릴 거 있을 거 있으면 뭐든지 말씀해주세요. 예거 아머를 달라는 것만 빼고요."

그 말을 들은 강현이 심을 궂은 표정을 지었다.

"예거 아머를 못 준다면…. 그럼 만드는 방법이라도 알려주시죠."

"그거야 못 알려드릴 것도 없죠."

알렉스의 시원스런 대답에 강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웬일로? 하지만 알렉스는 이내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사족을 달았다.

"다만. 저도 양산하고 싶어도 재료가 없어서 못 만들고 있어서요. 만드는 법을 아셔도 무리이실 겁니다."

'그럴 줄 알았어.'

강현이 역시나. 하면서 자동차 시트에 몸을 뒤로 기댔다. 하지만. 알렉스는 되려 몸을 앞으로 기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되려 제가 부탁하고 싶을 정도네요. 그 재료가 이제까지 한국에서만 나왔거든요."

"그 재료라는 게 대체 뭔가요?"

"그건…."

그때. 퍼엉.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강현 일행이 타고 있는 리무진의 앞쪽서 난 소리였다.

============================ 작품 후기 ============================

벌써 월요일이네요. (우울...)

오늘도 강추위라고 하니.

추위대비 철저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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